‘Antedisplinary’ Science – 학제’전’ 과학

이전부터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글인데 역시 발번역. 아 근데 씬에디 횽 좀 단어 쉬운거 쓰자구..말도 존나 꼬아 쓰고 번역하다 돌아가실 뻔 했수.

학제 과학 (Antedisplinary Science)

Sean Eddy

“현재의 생의학 연구문제의 규모와 복잡성 때문에 과학자는 이제 개개인의 전문분야를 뛰어넘어 집단연구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모델의 가능성을 알아보아야 된다. 예를 들어 분자이미징의 발전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 – 방사선학 의사, 세포생물학자, 물리학자, 프로그래머 등의 다양한 사람간의 협력이 요구된다” – NIH 로드맵 이니셔티브

위와 같은 문장을 읽을때마다 기분이 안좋아지곤 한다. “집단연구를 위한 새로운 조직 모델” 이라는 문장은 마치 테리 길리엄의 영화 ‘브라질’ 에 나오는 것처럼 과학자들이 공장같은 바닥에 죽 모여앉아 NIH 프로그램 오피서의 감시를 받으며 저자가 100명인 네이처에 나올 연구를 수행하는 것 같은 상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과학이 개인의 능력으로 감당할 만큼 복잡해졌고 따라서 앞으로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학제적인 “미래를 위한 연구팀” 을 갖추어야 된다고 NIH 에서 생각한다는 것을 보면 조금은 암담해진다. 그렇지만 내가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쩌면 좀 이기적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만약 획기적인 과학이 서로 다른 분야를 제대로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자신은 아마도 아주 안좋은 진로를 걸어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ㅠ.ㅠ

나는 이제 15년간 소위 계산생물학자 (Computational Biologist) 로 일해 왔다. 우리는 아직도 ‘계산생물학’ 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대략적으로 이 학문이 분자생물학, 전산학, 통계학, 수학 등등의 다양한 분야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것은 잘 안다. 내 자신은 이러한 분야 중 어떠한 분야에도 전문가가 아니다. 나는 ‘자격증’ 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아니고, 컴퓨터과학자도, 수학자도 아니지만 내가 일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수식을 유도하는데 쓴다. 나는 공식적으로 분자생물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지만 이것은 15년 전 일이며 아마 나는 지금 현재 분자생물학자라고 분류되기는 힘들 것이다. 가령 내가 실험할 때는 버퍼 다 손으로 만들어 썼지만, 요즘 실험하는 데서는 다 키트 가지고 하더만. ㅋㅋ

만약 내가 새로운 과학분야에 뛰어들기 위해서 기존의 학문분야에서의 전공분야를 버린 사람으로써 유일한 사람이었다면, 저 위의 “미래를 위한 연구팀”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나기 이전에 뭔가 다른 일을 찾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최근에 “미래를 위한 연구팀” 드립이 한창 나오는 어떤 학회에 참석했다. 거기서 세균 주화성에 대한 매우 훌륭한 톡을 했던 하워드 버그하고 같이 앉아 있었는데, 그 사람 역시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나도 나지만 그 아저씨는 그 이야기대로라면 완죤 시망 ㅋ 그 사람은 제대로 트레이닝된 물리학자, 수학자, 화학자가 끼어 있는 학제적 연구팀도 아닌 주제에 물리, 수학, 생물학적인 방법론을 적용하여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아저씨가 어디선가 글 쓰기를 ‘나는 내 자신과 코웍하고 있다’ 라던가. -.-;;;

나는 휴먼 지놈 프로젝트의 성공 때문에 학제적 연구 드립이 가속화된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휴먼지놈 프로젝트와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에는 ‘거대과학’ 및 대규모 연구팀이 필요했다. 지놈 프로젝트는 또한 계산생물학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학제적 과학과 대규모 연구팀이 부적절하게 혼동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분명히 휴먼 지놈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학자, 물리학자, 컴퓨터과학자의 힘이 필요했다. 이렇게 거대한 기술적인 목표가 확실히 규정 있는 프로젝트에서는 대규모의 학제적 연구팀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 새로 개척되고 있는 새로운 분야의 과학의 경우에는 학제적 연구팀이 자신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각각의 연구스킬을 합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본다. 나는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연구자가 아닌 ‘한 사람의 학제적 연구자’ 가 이러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믿는다.

학제적인 연구자 개인이 아닌 학제적인 연구팀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학문간의 장벽을 부수기보다는 각각의 경계를 공고하게 만들 뿐이다. 학제적인 연구팀은 결국 일종의 위원회로써 연구팀 구성원 제각각이 실제의 과학적인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전공만을 내세워서 ‘이거 내 일이 아닌데염?’ 하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할 뿐이다. 각각의 전공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이 전혀 새로운 과학분야를 개척한다는 것은 유엔에 한가지 언어밖에 못하는 외교관을 파견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학적인 진보는 새로운 과학적 의문에 의해서 주도되고, 이러한 새로운 의문은 새로운 방식의 생각이 필요하다. 즉 어떤 문제에 봉착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쪽으로 연구를 할 지가 결정되는 것이지, 내가 어떤 분야의 공식적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어느쪽으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대에는 과거 분자생물학의 태동기에 슈레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가 물리학자를 생물학 연구로 이끌었던 것과 같은 것과 같은 좋은 계기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강력한 새로운 테크놀로지 (계산생물학), 오래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되살아나는 어프로치 (시스템 생물학), 그리고 이러한 분야의 총합 (합성생물학) 등이 있다. 이러한 새로운 학문분야는 결국 새로운 문제와 방법론을 중심으로 새롭게 태동되게 마련이며, 이에 따른 새로운 공유되는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공유된 문화는 다음 세대의 과학자들을 양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고, 몇몇 운좋은 사람들은 자신이 기존에 받은 교육과정을 극복해서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게 될 것이다. 즉 ‘학제적 과학’ 이라는 것은 새로운 학문의 태동단계일 뿐이다. 학제적 과학 자체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은 진보 자체에 비해 역사를 중요시하는 것 뿐이다. 즉 현재 과학자가 하고 있는 연구 대신 그 사람이 어떠한 백그라운드를 가졌는지를 중요시하는 것인데 이것은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분명히 이전의 경험은 어떻게 문제를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영향을 끼치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이다. 가령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간의 결합에서 과거의 경험은 서로간의 관계에서 어떤 것을 가지고 오는지 당연히 영향을 준다. 그렇지만 과거의 경험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현재의 프로젝트에의 헌신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가령 효모의 셀 사이클을 모델링하는 사람이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물리학자’ 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런 사람은 근본적으로 현재의 프로젝트에 헌신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분자생물학의 태동기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왓슨과 크릭을 분자생물학자라고 생각하지 그들을 조류학자나 물리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초의 분자생물학자들은 제대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일종의 어중이떠중이 혁명가적인 과학자들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직 물리학자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분자생물학에 뛰어들었을때 더 이상 자신이 물리학자라고 티내고 다니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새로운 종류의 생물학자라고 간주했다. 이들은 자신의 과거와 절연했던 것이다. 막스 델브릭은 물리학을 그만두고 박테리오파지 복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유전현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가장 빠르고 최적의 길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물리학자와 생물학자로 구성된 학제적 연구팀을 구성했다면 분자생물학이 이렇게 빨리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분자생물학자는 일종의 순진한 이단자로 그 당시에 간주되었다. 생화학자인 어윈 샤가프는 “분자생물학이란 자격증없이 생화학 하는 것” 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분자생물학자들 역시 자기 자신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 걱정했다. 마치 우리가 우리 자신을 계산생물학자라고 불러야 하는지 생물정보학자라고 불러야 하는지 고민하던 것처럼 말이다. 모든 혁명은 그 밑에서 단결할 수 있는 좋은 구호가 필요한 법이다. 프랜시스 클릭은 이러허게 설명한다. “내 자신은 어쩌면 내 자신을 분자생물학자로 부르기로 강요받았던 셈인데, 그 이유라면 행정직원이 너 뭐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결정학자, 생물물리학자, 생화학자, 유전학자의 짬뽕이라고 설명하는데 지쳤고, 어떻게 설명하든 알아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학문을 분자생물학처럼 융성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기존에 소속된 학문분야를 버리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 새로운 과학은 그 과학 자체의 가치에 의해 평가받아야 되지, 사람들이 소속된 기존의 학문분류에 의해서 평가받아서는 안된다. 특히 급속도로 발전하는 학제적인 분야에서는 이전에 받았던 공식적인 트레이닝은 금새 옛것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연구비 프로포절에 통계분석이 들어 있다고 해도 정식 통계학자가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리뷰어가 요구한다면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 아마도 한정된 분야에 한해서는 어떤 통계가 필요할지는 정식으로 트레이닝된 통계학자만큼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슈퍼컴퓨터나 대규모 클러스터가 필요한 프로포절을 낸다고 전산과학자과 코웍을 해야만 프로포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문제다. 아마 전산과학자의 관점에서 생물학자가 절실히 필요한 슈퍼컴퓨터에 대한 문제는 별로 관심이 없는 문제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생물학자인 여러분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만큼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슈퍼컴퓨터를 잘 쓰면 그만일 것이다.

아마도 학제적 과학이라는 과학 자체가 권장되서는 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 이것의 진정한 의미는 ‘학제적 과학’이 아니라 ‘학제’전’ 과학, 즉 새로운 학문이 생성되기 전에 존재하는 과학, 법질서가 확립되기 이전의 서부개척시대와 같은 것이다. 새로운 개척지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주로 기존의 질서를 좋아하지 않아서 스스로 선택한 사람인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정보의 양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함으로써 과학 자체가 점점 복잡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사를 살펴보면, 그 당시에는 과격하고, 알아듣기 힘들고, 학제적인 아이디어로 간주되었지만 지금은 학부생 꼬꼬마들에게 강의하는 것 투성이이다. 각 세대마다 우리는 우리의 지식을 압축해서 다음 세대의 진보를 허용할 만큼의 여유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거대 연구팀은 지금 눈 앞에 보이지만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거대한 기술적인 문제 (휴먼 지놈 프로젝트 등의) 를 해결하는데 그 의의가 있지만, 정작 학문의 발전은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고 이것을 개개인에게 유용하게 만들어서 다음 세대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개개인의 창의성에 의존한다.

전산학에서는 거대연구팀과 에니그마 코드를 풀었던 블렛체리 파크의 컴퓨팅 엔진 등등을 우리가 휴먼 지놈 프로젝트를 숭상화하는 것처럼 숭상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산학의 발전에는 앨런 튜링이나 폰 노이만과 같은 후세에 남을 비전을 보여준 사람들의 역할이 더욱 크다. 나는 물론 휴먼 지놈 프로젝트와 같은 거대과학 논문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학문 분야를 버리고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한 선각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며, 이러한 것은 한 사람에서 비롯되는 일관성과 확실성, 그리고 영광스러운 개성에서 나오게 된다.

One thought on “‘Antedisplinary’ Science – 학제’전’ 과학

  1. CRISPER의 역사에 대한 포스팅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글을 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됬습니다.
    오래 전에 써진 글이지만 명료하고 주제의식이 분명한 분이 쓰는 글을 읽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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