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구 소개 ㅋ

주로 남의 논문이 이러니 저러니 소개해 왔는데 정작 너님은 뭐하는 넘임? ㅋ 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봐 뭔가 쓰려고 했는데 귀찮다. -.-;;;
그런데 메일을 뒤적거리다 보니 작년에 논문이 하나 나갔을때 약간 친분이 있는 기자양반으로부터 ‘너님 논문 뭔 내용임?’ 이라는 질문을 받아서 뭐라고 깨작거린 게 나와서 기록삼아 첨부. 뭐 깔대기라고 해도 할말은 없고..뭐 지 블로그에서 지 깔때기 하는 것 쯤이야 뭐 애교 아님? ㅋ 
안녕하세요? * 기자님.
정확히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지만 간략히 제 연구의 의의와 한계 등을 써 보았습니다. 노파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본 연구는 응용을 전제로 한 연구가 아닌 ‘기초과학’ 이라는 것을 미리 강조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응용과는 관계없는 연구가 국내 매스컴에서는 응용 연구로 탈바꿈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제 연구 결과가 그렇게 소개되는 것은 절대로 피하고 싶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네이처 구조생물학 및 분자생물학(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 에 나온 제 논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여름철 수산물 오염 등에 의한 식중독을 유발하는 병원균인 장염비브리오균(Vibrio Parahemolyticus) 은 감염시에 인체세포내로 타입 3 분비시스템 (Type III Secretion System) 이라는 마치 주사기와 같은 기구을 통하여 약 10여개의 병원성 단백질을 분비합니다. 세포내로 주입된 병원성 단백질은 인체세포내의 다양한 단백질과 작용하여 면역신호전달체계 파괴, 세포 자기소화 촉진, 세포이동 저해 등과 같은 광범위한 독성작용을 나타내게 되고, 이로 인한 증상을 (설사, 혈변 등등) 유발하게 됩니다.

이렇게 인체세포 내로 주입된 장염비브리오균 유래의 단백질 중의 하나인 VopL이라는 단백질은 인체세포의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액틴 필라멘트(actin filament)의 생성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장염비브리오균이 액틴 필라멘트 생성을 촉진시키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체 세포내에서 액틴 필라멘트가 동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면역관련) 세포의 이동, 식세포작용(phagocytosis)등과 같은 세균에 대한 방어기작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액틴 필라멘트의 생성을 장염비브리오균이 조절하여 이러한 방어기작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기능을 수행하는 VopL 단백질은 인체 세포에 존재하는 다른 액틴 필라멘트 생성인자 (actin nucleator) 에 비교하여 매우 효율적으로 액틴 필라멘트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균 유래의 이 단백질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액틴 필라멘트 생성을 촉진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작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저는 미 펜실베니아 대학 생리학과의 로베르토 도밍게즈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구조생물학, 생화학 및 생물물리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해당 단백질이 어떻게 액틴 필라멘트 형성을 촉진하는지의 기작을 규명하였습니다.

1. 기존에 이 단백질은 다수의 액틴을 결합할 수 있는 3개의 액틴결합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액틴 결합 영역 이외의 단백질 부분이 단백질 이합체 (dimer)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아내었으며, 이러한 단백질 이합체 형성이 이 단백질이 액틴 필라멘트 형성을 촉매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2. 단백질 이합체 구조를 X선 결정구조법으로 규명해 본 결과 마치 2개의 동일한 단백질이 바닷가재와 같은 모양으로 생겼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바닷가재의 팔’  사이의 부분이 정확히 액틴 1분자를 결합할 수 있는 너비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참고 동영상 : 청색의 분자가 액틴, 바닷가재 모양의 단백질이 VopL

Untitled from First and last name on Vimeo.

3. 그리고 X선 소각산란법 (Small Angle X-ray Scattering) 을 이용하여, 실제로 액틴 1분자가 ‘바닷가재의 팔’ 사이에 결합한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4. 그리고 VopL 단백질은 액틴 필라멘트의 말단에 붙어서 액틴 필라멘트의 생성을 개시한 직후에 액틴 필라멘트에서 바로 떨어진 후 새로운 액틴 필라멘트 생성을 연속적으로 촉매하는 것을 단분자 형광현미경법으로 보였습니다.

5.  VopL과 유사한 구성과 기능을 가진 고등생물 유래의 단백질인 스파이어 (Spire)의 경우에도 액틴 필라멘트 합성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이합체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세포내에서 이중나선을 이루고 있는 액틴 필라멘트의 합성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액틴 중합개시인자가 단백질 이합체로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였으며,  이것은 현재 연구된 장염비브리오균 유래 단백질뿐만 아니라, 고등생물 유래의 단백질에서도 동시에 적용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2. 장염비브리오균이 분비하는 병원성 단백질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인체 세포에서 액틴 필라멘트 생성을 촉진하여 세포골격을 무력화시키는지를 규명하였습니다.세포 내에서의 근육의 수축,  암세포의 전이, 세포분열, 식세포작용등과 같은 수많은 생명현상에 액틴 필라멘트의 생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중나선으로 구성된 액틴 필라멘트 합성을 촉매하는 단백질은 이합체로 작용해야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연구된 단백질이 장염비브리오균 유래의 병원성 단백질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연구가 장염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 등을 예방하는 치료요법/치료제 개발 등과 같은 후속 연구에 어느정도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장염비브리오균이 감염될때 제가 연구한 단백질 이외에도 약 10여개 이상의 병원성 단백질 (각각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을 숙주세포에 전파시킨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실질적인 치료법/치료제 개발 등과 같은 응용단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가 연구한 단백질 이외에도 다른 병원성 단백질들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장염비브리오균 퇴치의 길 찾았다’ 식의 기사가 나오면 안된다는 이야기겠지요. -.-;;;)
* 이렇게 써서 줬더니 당연히 기사화되지는 않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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