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 깎던 노인의 신무기

벡터 깎던 노인

분자생물학, 아니 현대의 실험생물학을 하다 보면 DNA 잘라붙이기 놀이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소위 컨스트럭트 만들기는 1970-80년대에 처음 재조합 DNA 기술이 개발되었을때 ‘유전공학’ 이라고 불리던 아우라는 이제 없지만 (언제 아우라가 있었냐 ㅋ 하시는 분들도 있었겠지만 1980년대에는 논문의 주요 그림으로 사용된 재조합 벡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구성이 나오곤 했다) 어쨌든 현대의 생물학 연구를 하는데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쓰고 노가다라고 읽지이 바로 재조합 플라스미드 만들기이다

그러나 한가지 놀라운 것은 대개의 연구자들이 재조합 플라스미드를 만드는 과정은 1980년대 혹은 1990년대에 PCR이 일반화된 이후 그닥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다.

즉,

1. 원하는 영역의 DNA fragment 를 제한효소 절단 혹은 PCR을 통하여 증폭해낸다. PCR을 하는 경우 원하는 벡터에 존재하는 제한효소를 Primer 를 이용하여 넣는다
2. PCR 산물을 정제
3. 제한효소로 절단
4. 다시 잘린 넘을 정제
5. 동일한 제한효소로 절단한 벡터와 T4 DNA Ligase로 라이게이션
6. 형질전환
7. 콜로니가 나오면 플라스미드를 뽑든 콜로니 PCR을 하든 제대로 된 넘을 확인

만약 하나 이상의 산물을 넣어야 한다면

7. 또 다른 fragment 를 증폭, 절단
8. 6 과정에서 얻은 벡터를 잘라서 다시 넣기
9. Ligation, 형질전환, 스크리닝…

“끓을 만큼 끓어야 벡터가 되지, 생 dNTP가 재촉한다고 벡터가 되나.”

그렇다면 만약 조합해야 할 조가리의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러한 식의 전통적인 서브클로닝 방법은 한계를 노출하는데

(1) 가끔은 사용하고자 하는 제한효소 인식부위가 내부에 있을 경우가 있고

(2) 무엇보다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물론 두개의 조가리를 붙이는데는 Overlap extension PCR 등을 수행하여 붙이고 이것을 벡터에 클로닝해 넣을 수도 있으나, 이것 역시 귀찮은 것은 마찬가지.

(3) 가끔은 이 과정중에서 수많은 트러블이 발생한다. 라이게이션이 안되요, 다이제이션이 불확실해요 등등..B 모 사이트에 가봐라. 아직도 ‘라이게이션이 안되여 엉엉엉’ 하는 쪼랩 대학원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렇게 여러단계의 복잡한 클로닝을 어떻게 한번에  슥 해버릴 수 없을까? 이런 딜레머를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바로 이 Gibson Assembly라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방법에 익숙해져 버리면 단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다시는 기존의 전통적인 제한효소와 Ligase를 사용하는 서브클로닝으로 컨스트럭트를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 ㅋ

Gibson Assembly?

크레이그 벤터라고 들어보셨나? 물론 이 블로그의 애독자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이름. 일명 벤우석. ㅎㅇㅅ의 능력자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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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백작이 아닙니다.

다국적 컨소시움으로 구성된 휴먼 지놈 프로젝트에 맞서서 인간지놈의 사유화를 추진하다가 실패한 그 이름. 워낙 뜨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기에 휴먼 지놈 프로젝트에 찝적거린 다음에 건드린 것은 최초의 합성유전체 미생물이다. 즉 우리가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올리고 형태의 DNA를 붙이고 붙이고 붙여서 박테리아 지놈까지 만든 것.

그런데, 사실 현재의 방법으로 화학적으로 합성가능한 DNA 올리고의 길이는 기껏해야 100bp 를 좀 상회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가지고 어떻게 수 메가bp에 달하는 지놈을 만드나? 이를 위해서는 소위 다단계 합성법이 필요하다. 피라미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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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단계는 50bp 정도 되는 oligo 를 합성하여 이를 PCR의 도움을 받아 500-1kb 정도 되는 유전자 단편을 만드는 과정. 사실 이 단계는 이미 잘 확립되어 있으며 국내외에도 유전자 합성을 해 주는 회사들은 많이 존재한다. I모라든지 B모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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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제 500-1kb 정도의 단편들을 조립하여 E.coli 에서 다룰 수 있는 최적범위인 약 10-20kb 정도의 단편으로 붙이는 과정. 바로 지금 설명할 Gibson Assembly 라는 과정은 이 단계에 해당하는 것인데 자세한 설명은 잠시 후에.

3. 이렇게 만들어진 10kb 정도의 큰 조가리를 효모에 넣어서 상동재조합 (Homologous Recombination) 을 통해서 한조각씩 붙여나가는 것

사실 올리고를 합성하고 1kb 정도의 단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잘 확립되어 있으나 문제는 이러한 몇개의 단편을 합성하여 약 10kb 정도를 조립하는 과정인데, 물론 기존의 방법론대로 제한효소자리를 넣어서 Ligation 한다든지, 아니면 단계별 PCR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무튼 손이 많이 간다. 당연히 지놈 레벨 수준의 합성을 위해서 수십, 수백개의 단편을 만드는데는 실용적이지 않다.

여기서 등장하는 방법이 바로 이 Gibson Assembly 라는 방법이고 이는 2009년에 아래 논문에 의해서 처음 소개되었다.

Enzymatic assembly of DNA molecules up to several hundred kilobases

아마 벤터 아자씨를 별로 안좋아하는 본 블로그 주인장이 인정하는 벤터의 유일한 업적일지도

그렇다면 이 방법은 어떤 방법인가?

 

1. 일단 PCR을 이용하여 약 20-40bp의 겹치는 부분이 있도록 각각 조립할 단편을 증폭해낸다.
2. 이렇게 증폭한 PCR 단편을 몽땅 합친 다음에 Gibson Assembly Mix 와 섞는다. 이 Gibson Assembly Mix에는 다음과 같은 성분이 들어가는데

– T5 Exonuclease
– Phusion DNA Polymerase
– Taq Ligase
– dNTP
– NAD+ (Taq Ligase의 필요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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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단 T5 Exonuclease가 DNA를 갉아먹어서 single strand overhang을 만들고
b. 이렇게 만들어진 overhang끼리 서로 annealing 이 되고,
c. DNA Polymerase가 더 갉아먹은 부분을 메꾸고
d. DNA Ligase 가 Nick을 복구.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반응은 하나의 테스트 튜브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즉 실험자는 DNA만 섞어놓은 다음에 MIX 섞고 50도에서 한시간 반응하기만 하면 되는것.

3. 그 다음에 형질전환.
4. 끝. 4번단계는 없슴.  그다음에는 나온 콜로니를 스크리닝하든지 하면 되고..

“음 가만있자, 어디서 보던 테크닉 같은데…Ligation Independent Cloning과 비슷한 것 같다” 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 것이다. Ligation Independent Cloning (LIC) 이라는 테크닉 역시 overlapping 한 end 를 만든 다음에 T4 DNA Polymerase 의 exonuclease 활성을 이용하여 sticky end를 만든 다음 annealing 시켜서 결합을 시킨다. Gibson Assembly라는 테크닉은 이 방법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점은 Ligase를 소량 첨가하여 생성된 Nick을 완전히 복구해 주고, 보다 여러조각의 DNA 프래그먼트를 붙일 수 있다는 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것을 이용하여 DNA 컨스트럭트를 만들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일단 어떻게 Construct를 만들 것인지 디자인하자. 이전에 제한효소를 이용하여 컨스트럭트를 만들때는 서로 조각별로 이어붙일때 사용하는 제한효소 자리가 유전자 안에 있는지, 클로닝 사이트 때문에 불필요한 서열이 끼어들어가는지 등의 여부를 신경써야 했지만 여기서는 그딴 것 신경안써도 된다. ㅋ 그냥 원하는 부분만큼의 DNA 시퀀스를 잘라붙여서 일단 어떻게 만들지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2. 그 다음에는 PCR Primer 디자인 작업. 기본적으로 Gibson Assembly 에서 연결되는 단편들은 옆에 이어질 단편과 같은 서열 (최소 20bp) 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략적으로 이런 식으로 PCR Primer를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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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다음에는 PCR을 돌려서 Gibson Assembly 에 사용되는 단편들을 증폭해낸다. 벡터의 경우에는 벡터를 제한효소로 잘라놓은 것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냥 사용할 부분만큼의 벡터를 PCR 해내서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ㅎㄷㄷ 벡터를 통쨰로 PCR 한다고? 그렇게 긴 PCR이 제대로 되나?” 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나오는 Polymerase, 특히 DNA binding domain이 fusion 되어 있는 Phusion DNA Polymerase와 같은 신세대 DNA Polymerase는 High fidelity를 가지고 있으면서 보통 클로닝에 사용되는 벡터크기인 5-6kb 정도는 그냥 껌으로 PCR할 수 있다. 벡터를 PCR로 증폭해 내면, 굳이 기존의 벡터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을 오려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차피 기존의 제한효소, T4 DNA Ligase 안 쓰기로 한 것이니 하려면 확실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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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음에는 PCR Product 정제를 한다. 젤 러닝을 해서 Gel Extraction 을 해도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PCR Purification만을 해도 된다. 단 Plasmid Vector 를 Template로 하여 PCR을 한 경우에는 Gel Extraction을 하든지, 아니면 메틸레이션된 DNA만을 특이적으로 자르는 DpnI 같은 Restriction Enzyme 처리를 PCR 직후에 해서 Plasmid Template 가 혼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그냥 귀찮으니 난 Gel Extraction 을 하지만 수백개 동시에 Construct를 만드는 분이라면 그럴 여력은 없을듯 ㅋ

5. 그다음에 PCR Product를 모두 썪어준다. 길이에 따라서 molar ratio을 맞추어주는게 좋다고 하고 농도는 대충 50ng/ul 정도는 맞춰주는게 좋다고 카드라.

6. 그 다음에 Gibson Assembly Master Mix를 섞어준다. 각각의 component (T5 Exonuclease, Taq Ligase, Phusion Polymerase 등) 을 따로 사서 만들어줄 수도 있고 (약 2-3배 정도 싸다) 그런게 귀찮으면 NEB에서 나오는 Master MIX 를 사서 쓴다. NEB에서 나오는 2X MIX의 경우에는 총 reaction volume 이 20ul 이므로 Master Mix 10ul 이고 남은 10ul 에 PCR Product 들을 섞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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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PCR 머신 등을 이용하여 50도에서 1시간 반응

8. 그다음에 젤을 걸어 확인..이딴 거 없고 그냥 클로닝용 대장균 호스트에 형질전환 다 때려넣지 말고 약 5ul 정도만 넣으면 된다. Salt 가 많은 관계로 일렉트로포레이션 하는 분들이라면 좀 Dillution 을 하든가 salt 제거를 해야한다고 한다. 뭐 사실 Chemical 컴셀도 충분히 잘되므로 굳이 일렉트로포레이션 할 건 없을듯.

9. 그다음에 콜로니 확인. 뭐 사람에 따라서 틀리겠고, 몇개의 단편을 어셈블리하느냐에 따라서 틀리겠지만 경험적으로 3-4개 정도의 프래그먼트를 벡터에 어셈블하는 것은 나오는 콜로니 중 70-80% 는 제대로 된 콜로니였다. PCR 혹은 시퀀싱 등으로 확인후 실험에 사용.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런 플라스미드를 한번에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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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gibson assembly후 형질전환한 plate 를 소개한다. 적색형광단백질인 mCherry에 뭔가를 달아서 발현벡터에 넣었는데, 제대로 들어간 넘들은 위에서 보는 것처럼 분홍색으로 나온다. 형질전환을 발로 해서 효율이 낮다는게 함정이지만 뭐 한마리만 나오면 되는거니 보면 알겠지만 한마리만 빼고 열댓마리 나온 콜로니가 다 분ㅋ홍ㅋ 제대로 된 insert가 들어간 넘들이다.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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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이 얼굴이 떠오르는 대사이지만, 진짜 쉽다. 레알.

즉 이전에는 여러단계로 골치아프게 만들어야 했던 컨스트럭트들을 이제 모두 한스텝으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본 작업은 ‘PCR을 돌려서-섞고-형질전환’ 하는 간단한 프로시저로 되어 있으므로 한꺼번에 수십, 수백개의 컨스트럭트를 만드는 것도 그닥 어렵지 않다. CRISPR/Cas9 등과 같은 지놈 엔지니어링 기술을 이용하여 수십개의 유전자에 Knock-In을 만들고 싶은데 Donor 벡터 구축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혹은 박테리아 지놈 내에 있는 모든 ORF를 다 PCR해서 단백질을 발현하고 싶어~ 와 같은 노가다 돋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이 테크닉은 진짜로 안성맞춤인 테크닉. 그러나 꼭 그런 하이스루풋 노가다 돋는 적인 실험을 하지 않고 단지 자신이 원하는 여러가지의 컨스트럭트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테크닉은 극히 유용하다. 아마 이 테크닉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워낙 쉽게 컨스트럭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자신이 만든 컨스트럭트를 가지고 해야 할 후속실험에 치여서 과로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논읽남을 할 시간이 없어졌다는 게 함정 ㅋㅋㅋ)

끝으로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몇 가지 응용 예를 들어보겠다.

1. 동일 유전자의 여러군데에 point mutation을 넣고 싶을때 

가령 어떤 단백질의 active site를 알아보고 싶어서 몇가지 확인할 잔기가 있다고 치자. 4개 정도 있다고 치고, 각각에 대해서 모두 point mutation을 넣고 싶다. 어떻게 하겠는가? 흔히 많이 사용되는 QuikChange 방법에 의해서 하나 넣고, 확인한 다음, 다음 넣고..이런식으로 할수도 있다. 그러나 Gibson Assembly를 이용하면 이렇게 한번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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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식으로 5개의 PCR Product를 따로 만들고, 몽땅 쌔려놓고 Gibson Assembly!

2.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여러 종류의 construct (Fusion, Promoter, Terminator) 를 만들고 싶을때

한가지 유전자를 가지고 어떨 때는 박테리아에서 발현해보고도 싶고, 동물세포에서도 발현시켜 보고도 싶고, N-terminal tag을 서로 다른 것을 달아보고도 싶고..하고 싶은 것은 많다. 그러나 각각의 벡터에 일일히 클로닝하는게 힘들다구요? 이런식으로 모듈화시켜 부품을 만든 다음에 한큐에 어셈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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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십, 수백개의 컨스트럭트를 동시에 만들고 싶을때

수백개의 컨스트럭트를 기존의 방식대로 Restriction Digestion을 통해 만드는 것은 정말 장구한 시간이 걸리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Gibson Assembly를 통해서는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단 수십, 수백개를 동시에 PCR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Primer를 96 well format 에 맞추어서 디자인한 후 96 Well plate로 합성한 후 (Oligomer합성하는 회사에 문의해 봐라. 가능하다) 동시에 PCR할수 있다. 그 다음에 이것을 그대로 96 well format으로 purify한 후 gibson assembly를 통하여 한번에 조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끝으로

일반적으로 몇년, 혹은 십여년 동안 동일한 일을 해와서 익숙해진 이후에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가령 기존의 방법대로 수십년 동안 컨스트럭트를 문제없이 만들어왔는데 왜 새로운 방법을 써야 함? 하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듯. 그러나 이 방법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방법이다. 일단 기존의 방벙에 비해서 훨씬 더 노동력을 절감시켜주며, 좀 더 효율적이며,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본 블로그 주인도 거의 이십년 가깝게 각종 재조합 DNA를 만들어 왔고 벡터 만들기에는 이골이 난 상태이지만, 이 gibson assembly라는 프로토콜은 다시 벡터 만드는 것 자체를 재미있게 해 준 메소드라는 생각이 든다.

“It just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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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만담 블로그에서 앱등이 블로그로 전업인가 퉷 하실 분은 잠시 참아주시라.잡스횽 이야기 아님 

과학, 특히 실험과학이 정체되어 있다가 급격하게 발전하는데에는  역시 새로운 연구 방법론과 연구도구가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업계를 뒤흔드는 연구 방법론과 연구툴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러한 연구도구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걍 대충해도 돼”, 즉 It just works 하는 툴이다.

실험에서는 웬만한 사람이면 다 할 수 있는 손이 별로 타지 않는 그런 실험이 있고, 매우 까다롭고 주의를 요하는 실험이 있다. 생물 관련 실험에서 그런 실험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좋은 예라면 PCR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요즘은 너무 흔해서 이걸 실험테크닉으로 넣어야 하는지도 가끔은 헷갈리는 게 보통이고, 아주 가끔은 PCR 증폭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있긴 하지만 (Sample이 극도로 작을경우, CG Content가 높을 경우) 그래도 제대로 프라이머만 제작하고 시약 넣으라는 것 빼놓지만 않으면 대충해도 되는게 PCR이다. 오죽하면 수만년 전에 죽어서 빙하속에 쳐박힌 맘모스와 같은 안습의 샘플에서도 되니 말이다.

PCR이 너무 흔하다고 생각한다면 요즘 한창 뜨는 CRISPR/Cas9 시스템에 의한 지놈 엔지니어링을 들수 있을 것이다. 논문이 나온지 일년도 채 안되서 유사한 연구가 수백개 이상 논문화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했다는 것은 결국 이 테크닉 자체가 ‘It just works’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블로그 주인도 모종의 목적 뭐긴 뭐야 세계정복이지을 위해서 CRISPR/Cas9 를 얻어서 해보니, 쉽게 되더라.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내가 실험 손재주가 좋은 사람은 아님 ㅋ 

결국 세상을 바꾸는 테크닉은 이렇게 아무나 해도 되는 그런 툴이다.

반면에 만약 되면 좋지만 일단 성공률이 극도로 낮거나, 소위 말해서 ‘손이 타는’ 실험들의 경우 결국 이런 실험들이 연구의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툴이 되기는 힘들다. 그런 것의 좋은 예로는 가령 핵치환 기술에 의한 리프로그래밍 (기억하십니까 ㅎㅇㅅ?) 기법을 들 수 있겠다. 사실 ㅎㅇㅅ 이 논문조작으로 걸리기 전 한참 구국의 영웅처럼 받아들여질때도 본 블로그 주인장이 삐딱하게 생각했던 이유라면 그 실험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실험도 아니고 그리 쉽게 되는 실험도 아니기에, 어차피 실용적으로 쓰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젓가락 기술” 이라든지 “고난이도 실험” 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역량인 것처럼 선전했었지…ㅋㅋ

그리고 그넘의 문제의 STAP 셀. 처음에는 “걍 약산성에 아무셀이나 짠 담가놓으면 킹왕짱 짱센 줄기세포 되염” 했었음. 그런데 여기에 낚인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이 해보니 잘 안됨. 그러니 프로토클 바꿔서 사실은 존나 어려워요. 그것도 안되자 약산성 치고 쎌 고문하면 되염…실제로 될지 말지 모르겠다만 (아직도 약간은 진짜로 하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 복붙은 했더라도..ㅠ.ㅠ) 어쨌든 처음에 ‘It just works’ 인것처럼 포장되었지만 사실은 존나 잘 앙돼 앙돼자나 구라의신의 손이나 하는 기술로 판명난 지금, 사실로 판명되건 어쩌건 관계없이 큰 임팩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손이 타는’ 실험을 ‘대충해도 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짜 원천기술이자 수백억조 국부창출의 길인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가 지금은 진짜 개나소나 한다고 생각하는 실험, 가령 PCR만 하더라도 개발 초기에는 매 사이클마다 Enzyme 넣는 노가다를 하던 별로 재현성 없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열에 안정한 DNA Polymerase를 쓸 생각을 하고 조건을 최적화하여 “아무나 해도 되게 만든” 것이 이 테크닉을 시대를 바꾼 테크닉으로 만든 진짜 원천기술.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지금도 그렇고 옛날에도 그렇지만 막단백질, 특히 G-Protein Coupled Receptor(GPCR) 과 같은 것의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과학적인 면 뿐만 아니라 이들이 수많은 약물의 작용점이라는 것을 생각할때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때는 이러한 단백질의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미션 임파서블 수준의 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것을 ‘되는데요’ 로 만든 것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채널의 세포외에서 흐느적거리는 부분을 잘라내고 결정화가 잘되는 T4 Lysozyme이라는 단백질로 바꿔치기한것. 이러한 여러가지 테크닉 꼼수 들이 쌓이고 쌓여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일들을 “It just works” 한 일들로 바꿔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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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이 바로 T4 Lysozyme

“It just works” 의 경지에 이르는게 중요한 또 다른 분야라면 학문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한 일이 상업화되는 경지로 바뀔때일수 있음. 사실 학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이라면 원래 계획대로 일을 진행했는데 예상대로 안 가는 경우가 더 많고, 100번 했는데 두세번 정도만 결과가 나와도 논문으로 내기에 충분할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상업화 되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번 했는데 95번은 되는 수준, 즉 “It just works” 수준이 되지 않고서는 상업화하기 힘들다. 상식적으로 1만원 내고 치킨세트를 시켰는데 치킨이 한번에는 닭다리 하나 들어있고 어떨때는 20개 들어있고 하면 장사가 되겠냐고 물론 치킨로또 개념으로 의외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수도 있겠지만

아카데미아 출신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개발했다는 기술로 창업을 시도하곤 하지만 때때로 큰 좌절을 겪는 것이 이러한 것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일수도 있음. 즉 과정은 어떻든 어떻게든 되게 해서 논문내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 돈을 내면 이러한 결과를 보장해 줌” 하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 서서 의외로 헤멜 때가 많다. 즉 어떻게 보면 상업화에 필요한 R&D라면 100번 했는데 한두번 될까말까 하는 것이 95번은 되도록 만들어내는 것일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 대개의 아카데미아 출신의 연구자들이 개념이 없는게 함정

어떻게 되면 상업화가 가능한 시점이라면 특정한 기술이 성숙하여 100번 했으면 80-90번은 되는 시기일수 있다. 아니면 100번 하면 1-2번 될까말까 하는 것을 95번 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어쨌든 자신이 어떠한 기술 혹은 테크닉에 정통하다고 믿고 있걸랑, 해당 기술을 “누구나 걍 대충해도 되게” 만들기 바란다. 그렇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성공의 지름길이며, 자신의 손재주만 믿고 “핫~ 나님은 신의 손인듯” 하는 분들은 영원히 손만 쓰고 살수밖에 없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