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정제의 십계명 2. 폴리펩타이드 결합은 언젠가는 끊어질지니 단백질 분해효소에 유의할지어다

단백질 정제의 십계명

1. 단백질은 단백질마다 다 다르니 그들의 특성을 잘 파악할지어다.

그리고 오늘 알아볼 이야기는 이것이다.

2. 폴리펩타이드 결합은 언젠가는 끊어질지니 단백질 분해효소에 유의할지어다.

약한 존재, 그대는 단백질

DNA를 가지고 실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낀 것이지만, 이 물질 참 튼튼하다. 상온에 며칠 쳐박아도 (DNA를 아주 개판으로 뽑지 않은 이상) DNA는 안정한 편이며, 심지어 몇만년 전에 죽은 맘모스라든지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시료에서도 DNA를 추출하여 (물론 PCR이라는 치트키가 있긴 하지만) 시퀀스를 확인하니 말이다.

그러나 단백질은 그렇지 않느니라.

그런데 지금 님은 단백질을 정제한답시고 여기 와 있는데 웬 DNA 타령. DNA 는 잊어! 잊어! 잊으라고.

세포내에서도 단백질이라는 것은 필요할 때 만들어졌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잽싸게 분해되는 ( 들어봤나 유비퀴틴-프로테오솜?) 존재인데, 단백질을 분리정제하기 위해서 세포를 파쇄해서 조효소액 (Crude Extract)을 만들어 놓은 순간은 우리가 정제하려고 하는 단백질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즉 세포안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들이 세포가 깨지기 전에는 억지로 잡아놓았다면 세포가 깨진 후에는 단백질을 분해하려고 늑대떼처럼 달려드는 광경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결국 단백질 정제라는 것은 연약한 목적단백질을 단백질 분해효소라는 마수로부터 어떻게 빨리 구조하여 원하는 단백질만을 회수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 단백질 분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Protease inhibitor 넣었는데요'”

이런 거 넣어도 모든 단백질 분해효소를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살길은 가장 빨리 일차단계의 정제를 거쳐서 대부분의 단백질 분해효소와 목적하는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길이다.

흔히들 실험을 꼼꼼하게 한다고 1 리터 버퍼를 만들때 0.1ml의 오차도 없이 만들려고 한다든지 시간을 끄는 사람들을 보는데, 일단 단백질을 정제하기 위해서 세포를 파쇄한 다음에는 진짜로 서둘러야 한다. 어느정도로 서둘러야 하냐면, 자신의 자식이 물에 빠져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골든타임 내에 인공호흡을 시켜야 할 때 서둘러야 하는 정도? 특히 불안정한 단백질의 경우에는 이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가장 빨리 첫번째 단계의 정제과정을 거쳐서 조효소액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단백질 분해효소로부터 목적단백질을 건져내야 한다. 조금 부정확해도 시간을 최대로 단축하여 일차 정제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세포를 깬 다음에는 눈썹이 휘날리도록 빨리 실험진행을 한다.
(세포를 파쇄한 후 오버나잇을 하거나 이런 경우라면 그냥 노답. -.-;;;)

또 하나 정제 단계를 거치면 거칠수록 단백질이 분해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정제 단계를 어느정도 거친 이후에는 더이상 단계를 거치지 않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잡밴드 한두개를 제거하려고 컬럼을 걸었더니 밴드가 늘어나는 창조경제(?) 의 형국을 걷게 되는 것도 종종 있는 일. (참고로 그 ‘잡밴드’ 는 당신이 정제하는 단백질이 분해된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제된 단백질의 장기 보관을 위해서는 Glycerol 등과 같은 안정제가 혼합된 버퍼를 이용하여 -20도 혹은 -80 도와 같은 저온(단백질 분해효소의 활성이 완전히 억제되는) 에 보관하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다. (제한효소와 같은 ‘단백질’ 을 어떻게 보관하는지를 잘 기억할 것) 어쨌든 당신이 다루는 단백질이 수용액 상에 녹아 있고, 빙점 이상의 온도에 있다면 이 단백질은 언젠가는 분해된다고 간주하는 것이 좋다.
EDTA, PMSF, Protease inhibitor cocktail…

물론 단백질 분해효소의 악명은 단백질을 정제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기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성분들이 버퍼에 들어간다. 가령 많은 단백질 분해효소의 필수요소인 2가 양이온을 chelating 하는 EDTA라든지, Serine Protease 를 불활성시키는 PMSF 라든지, 아니면 각종 Protease inhibitor cocktail 이 혼합된 칵테일이라든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이 완벽히 모든 단백질 분해효소를 저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심지어 완전히 정제된 단백질에 이러한 Protease inhibitor cocktail 이 들어가 있는 버퍼에서도 분해될 넘들은 분해된다. 내려갈 팀은 내려가는게 아니라 분해될 단백질은 분해된다

게다가 이러한 단백질 분해효소 저해제들중 몇 가지는 항상 모든 단백질의 정제과정에 이용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가령 EDTA가 함유된 버퍼로 His tag 이 달린 단백질을 정제하기 위해서 Ni-NTA 컬럼에 로딩한다면 참으로 안좋은 꼴을 보게 될거다. (따라하지마라. EDTA는 니켈을 Chelating 하므로 컬럼에 충진되어 있는 니켈이 깔끔하게 컬럼에서 빠져나간다.)

즉, 단백질 분해효소를 저해하는 여러가지 인자들을 잘 챙겨넣되, 이들을 너무 과신하면 안된다는 이야기.

분해될 단백질은 분해된다. Don’t Panic.

이렇게 Protease inhibitor를 때려넣고, 조심스럽게 저온에서 가능한 빠른 속도로 단백질을 정제하려고 해 보아도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가게 두어라”
“….넵?”

지금까지 “단백질 분해효소 ㄷㄷㄷ 단백질이 분해되면 너 그냥 ..되는거야” 하다가 어쩌라구..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단백질을 정제하다 보면 어떤 단백질들은 분해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단백질에는 폴딩되어 있어서 비교적 단백질 분해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는 반면, 무정형으로 흐느적거려서 거의 단백질 분해효소에게는 맛난 브런치처럼 노출되어 있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진핵생물 유래의 멀티도메인 단백질에는 이렇게 단백질분해에 취약한 영역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렇게 어떤 안간힘을 써도 정제 도중에 단백질이 분해되는 경우에는 과연 단백질을 왜 정제하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보자. 결정을 만들어 구조를 결정한다? 이 경우에는 어차피 이렇게 단백질 분해에 취약한 영역은 구조로 보이지 않으며, 많은 경우 결정 성장을 막는다. 그렇다면 이런 부분은 과감하게 제거하고 다시 컨스트럭트를 제조하는 것이 정답.

그리고 구조생물학 목적이 아니더라도 단백질의 N 혹은 C말단에 존재하는 흐느적거리는 부분은 대개의 경우 가수분해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상당수의 경우 이를 제거하더라도 목적하는 용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그땐 과감히 잘라버려라. 또한 여러개의 도메인으로 구성된 단백질의 경우 단일한 단백질을 정제하는 것은 단백질 분해와 같은 문제로 어려울 경우, 잘 분해되지 않는 부분만을 파악하여 이 부분만을 발현정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단백질 가수분해에 취약한 부분을 없애버리는 것은 구조생물학 (특히 단백질 결정학) 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테크닉이다. 심지어 결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단백질에 미량의 단백질 분해효소를 첨가하여 결정화를 방해하는 흐느적거리는 부분을 제거하는 테크닉도 존재한다. 단백질 결정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몇 년 동안 특정 단백질을 결정화하려고 했는데 결국 안되서 랩을 그만둘려고 결정하고 자신이 세팅한 크리스탈 플레이트를 청소하다가 결정이 생긴 것을 발견해서 이거가지고 구조풀어서 네이처 냈다” 와 같은 도시전설이 존재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라면 원래 단백질 중에 존재하는 흐느적거리는 부분이 단백질 결정화를 방해하다가 크리스탈 드롭 사이에 포함되어 있는 미량의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서 이런 부분이 제거된 이후에야 결정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많다.

여튼 기억할 것은 최대한 단백질 분해를 피해서 정제를 하되, 어떤 짓을 해도 단백질 가수분해를 피할 수 없을 경우에는 ‘가게 두어라’. 쓰레기통이 굶주렸다

앞뒤로 붙이는 어피티니 태그를 이용한 단백질 낚시

그러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툭 건드리면 부서져 버리는 단백질을 온전하게 정제하고 싶을 때에는 어떻게 하나. 일단 앞에서 쓴 것처럼 여러가지 단백질 분해효소 저해제를 왕창 때려넣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빨리 진행해도 정제가 끝날때면 단백질은 예쁘게 두 조각이 나 있다면? 이때 사용할 수 있는 트릭 중의 하나로 N말단과 C말단에 서로 상이한 어피니티 태그를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양쪽에 서로 다른 어피니티 태그 (예 :  N 말단에 GST, C말단에 His-tag)를 붙인다. 개중에는 앞쪽이 잘린 넘, 뒤쪽이 잘린 넘이 있겠지만 온전하게 양말단에 태그를 가지고 있는 넘들도 존재할 것이다.  Slide1

처음 N말단에 붙은 태그를 인식하는 어피니티로 정제를 한 후,

Slide2

이제 두번째로 정제!

Slide3

 완전히 흐느적거리는 단백질을 정제할 때

가끔은 완전히 구조가 없는 단백질, 업자용어로 Instrinscally disordered protein (개흐느적흐느적단백질) 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발현 정제해야 할 떄가 있다. 그런데 이런 단백질은 거의 단백질 분해효소에게는 간식거리지 ㅋ 어마어마하게 빨리 가수분해가 될 때가 많다. 그리고 어느정도 정제가 된 다음에도 가수분해가 점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단백질을 정제하는 비법은?

제대로 된 폴딩을 이루지 못하는 단백질이라는 이야기는 반대로 대개의 모든 단백질이 폴딩을 못하는 조건 (6M Urea 와 같은) 이든 그렇지 않은 조건이든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경우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와 같은 다른 단백질들은 제대로 활동 못하는 조건에서 정제를 하는 경우가 좋겠지? 이런 단백질의 경우에는 Denaturation 조건 (6M Urea 등) 에서 정제를 하는 것이 좋다. 가령 His-tag 과 같은 경우에는 6M Urea 조건 등에서도 작동하고, 어차피 이 단백질은 Denaturation 되는 조건이건 다른 조건이건 마찬가지로 흐느적거리겠지. 그러나 대개의 단백질 분해효소는 이러한 조건에서는 불활성화되므로 가수분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단백질의 경우에는 Reverse Phase Chromatography와 같이 acetonitrile 과 같은 유기용매로 단백질의 hydrophobicity에 의해서 단백질(펩타이드)를 분리하는 컬럼을 이용하면 중간에 생긴 degradation product를 꽤 좋은 해상도로 분별해 낼 수 있다.

오늘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자.

1. 단백질 분해효소는 단백질 정제의 최대의 적. 단백질 분해효소를 주깁시다

2. 제일 좋은 것은 목적하는 단백질이 분해되기 전에 단백질 분해효소로부터 원하는 단백질을 분리해 내는 것이다.  빨리빨리는 단백질 정제의 미덕 그러니 밥도 먹지말고 빨리 정제를 하라고!

3. 도저히 분해를 피할 수 없을 때는 차라리 분해가 안되는 부분만 오려내서 그것만 정제한다. 가게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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