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분자적 근원이 어떻게 되냐고? 아몰랑! (후)

전반부

내 경우에는, 1973년 브루스 에임스가 발표한 화합물의 암유발 능력이 이의 돌연변이 유발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연구는 암세포가 일부가 추측했듯이 일종의 돌연변이체이며, 이러한 세포에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암세포의 증식을 유발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졌듯이 브루스 에임스의 실험결과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인간 암유발원은 돌연변이원이 아니라는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런 사소한 결과간의 불일치에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우리 분자생물학자가 40여년 전에 처한 상황은 대충 이런 상황이었다. 즉 우리는 암 연구를 시작한지 얼마안되서 우리의 가설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는데. 즉 암세포의 탄생과 이의 증식은 결국은 몇개의 분자수준의 이벤트의 결과물 이라는 것.  물론 나중에 이것은 다시 복잡해지게 되긴 하지만, 아마 그 당시 우리가 암이라는 것이 이렇게 복잡한지를 알았다면 아예 처음부터 연구를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973년부터 우리 실험실에서는 그 당시의 최신 테크닉인 인산칼슘에 의한 트랜스팩션 실험법을 도입해서 레트로바이러스 복제에 대해서 연구하려고 시도했다. 이를 이용하여 역전사효소에 의해서 생긴 DNA를 세포에 트랜스펙션하면 자연계에서 얻은 바이러스와 구별이 안되는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테크닉을 이용하여 우리는 소위 말하는 ‘온코진’ (Oncogenes) 즉 암 유발 유전자들을 정상세포에 트랜스팩션함으로써 이들이 정상세포를 암으로 바꾸는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때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의문 중의 하나는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암유발 화학물질에 의해 암화된 세포가 암을 유발하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였다.

1979년 우리는 트랜스펙션을 통해서 화학적으로 암화된 세포의 DNA를 정상세포에 전달하여 암화하는데 성공하였고, 3년 후에는 이렇게 암화를 유발하는 인간 방광암 유전자를 클로닝하는데 성공하였다. 즉 이를 통해서 암 유전자 하나가 정상세포에 전달됨으로써  암이 유발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때 발견한 유전자는 공교롭게도 몇년 전에 암바이러스 연구한다는 사람들이 발견한 암유전자(Oncogene)인 Ras 와 비슷한 유전자였다. 여기서 또 하나 단순한 원리를 깨닫게 되었는데, 동물 지놈에 존재하고 있는 공통적인 원시 암유전자(Proto-oncogene)들이 동물에서는 레트로바이러스, 사람세포에서는 암유발 화학물질에 의해서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좀 더 명쾌한 결과가 나왔는데 우리가 발견한 방광암 유발 암유전자의 DNA 시퀀스를 살펴보니, 이는 정상적인 원시 암유전자 (proto-oncogene)과 단 하나의 아미노산 변화만 있더라는 것이다. 1982년, 이 결과를 얻고나서 우리는 암의 근본 원리가 사실은 아주 단순할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게 되었다. 즉 인간 유전체에 있는 30조 염기쌍 중에서 딱 하나만 틀려지는 것으로 정상세포와 암세포가 달라질 수 있다니!

몇개의 분자적인 변화에 의해서 암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환원주의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이후의 30년 동안 벌어진 일은 그냥 환상이 깨지는 연속이랄까… -.-;;; 우리가 Ras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대해 발표하자마자 몇몇 연구자들은 우리가 발표한 것처럼 간단하지 않을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가령 인간 암 발생에 대해서 생물학적인 연구를 했던 John Cairns같은 사람은 암 발생은 다단계의 과정으로써,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암화 돌연변이가 여러단계에서 일어나서 결정되는 결정하는 복잡한 단계이고, 돌연변이 하나만으로 암이 발생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었다.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암을 유발하는데 필수적인 돌연변이는 몇 개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예상대로 1983년에는 두개의 유전자의 돌연변이만으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것도 몇년 후에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치류의 세포를 가지고 한 실험에서는 두 개의 암유전자만으로 암을 윱라할 수 있었지만, 실험적으로 암화를 유도하기 힘들었던 인간세포에서는 최소한 5개 이상의 암유전자가 필요했다. 따라서 몇 개의 유전자만으로 암이 유발된다라는 생각과, 모든 포유동물 세포는 암화과정에서 공통적인 유전적 규칙을 가진다라는 간단한 초기의 생각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찰들은 우리 환원론자들이 암 연구에 뛰어들때 가졌던 생각인 암 발생의 유전적인 근본 법칙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또 다른 논쟁이 벌어졌다. 이제는 정상세포가 암으로 변하는데 어떤 종류의 유전자들이 돌연변이가 되는게 중요한가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암유전자인가 아니면 암억제 유전자인가? 암억제 유전자를 주창하던 사람 – 해당 분야의 개척자 – 한명은 1980년대의 암유전자를 찾는 사람들의 ‘골드러시’ 행을 ‘미친짓’, ‘밴드웨건 효과’ 혹은 ‘절벽을 향해 행진하는 레밍떼’ 로 묘사했다.

이 해프닝 자체 역시 나한테는 좋은 교훈이 되었는데, 즉 널리 존경받는 유명교수의 강한 의견이라도 때로는 ‘개인의견’ 으로 무시할 필요도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종류의 유전자 모두 중요하다는게 판명났다. 결국 특정한 종류의 직장암 발생에서 특정한 유전적 변화가 관련되어 있다는 보겔시타인의 1989년 연구가 이런 의견을 뒷받침했다. 이 연구에서는 암이 점점 진행됨에 따라서 암유전자 및 암억제 유전자 모두에서 돌연변이가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암 유전자 및 암억제 유전자에서의 돌연변이가 암 발생에서 모두 중요하며, 개별 암세포에서 두 부류의 돌연변이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암 발생과정의 유전적 플로우차트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람들은 이러한 결과를 저자가 애초에 의도한 것보다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일부 사람들은 이 결과를 거의 모든 인간 직장암이  정해진 몇가지의 유전자에 일어나는 특정한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라고 간주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이 결과는 단지 확률적인 추세를 이야기한 것 뿐으로, 대개 APC 유전자에 대한 돌연변이가 먼저 일어나고, K-RAS 나 p53 과 같은 다른 유전자에서의 돌연변이가 일부 직장암에서는 뒤따르지만 다른 종류의 직장암에서는 그렇지 않다라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여기에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생성되는 2차 돌연변이는 암에 따라서 제각각 틀리고, 일부는 심지어 돌연변이 RAS 암유전자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직장암은 정상에서부터 완전한 암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유전적인 경로를 따르고, 이 종류의 암이 단선적인 발전경로를 거친다는 설명은 근거가 없게 되었다.

어쨌든 1980년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류의 암유전자와 암억제 유전자들이 발견되었고, 이들은 제각각 인간 암 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렇게 수많은 암 유전자와 암억제 유전자가 발견된다는 사실 자체가 암의 발생이라는 것 자체가 그닥 간단하지 않은 현상이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이어서 암에 따라서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는 제각각 틀리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앞에서 보여준 직장암과 같이 많이 연구된 암의 경우에서도 유전적인 변화에는 균일한 패턴이 보여기보다는 각각 고유한 돌연변이가 예측불가능한 형태로 나타나곤 했다.

이러한 불안한 추세를 지켜보면서, 더글러스 하나한과 나는 1999년, 암이라는 엄청 복잡한 현상 아래는 그래도 뭔가 공통적이고 내재된 질서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을 같이했다. 즉 암이라는 것은 수없이 많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우리 생각에는 이러한 다양한 모습에는 뭔가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이론적으로 이러한 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찾는 방법이라면 대개의 암에서 조절이 해제된 세포내부 신호전달기작 같은 것을 찾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15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개의 신호전달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의 지식이 완벽하지 못했다.  그 이유 때문에, 일단 우리는 신호전달기전에 대한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암세포와 이에 의해 생성된 종양의 표현형에 대해서 촛점을 맞추어  암이 가지는 공통적인 생물학적인 특징을 정리했다. 즉 여러가지 암 세포가 보여주는 복잡한 양태에 감추어진 공통적인 특성을 골라내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종류의 암이 보여주는 모든 생물학적인 특징을 여섯가지로 정리한 리뷰논문을 출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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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처음에 이 리뷰를 냈을때, 그냥 조용한 연못에 던져진 돌맹이처럼 빠르게 잊혀질것으로 생각했다. 우리 생각에는 우리가 옛날에 쓴 논문들처럼 이 리뷰는 단순히 우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어서  다양한 암연구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킬것 같지는 않았고, 대개의 암연구자들은 우리의 이런 분류가 너무 단순하다고 우리를 비판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이 리뷰논문이 나온지 10년동안 수천편의 논문이 이 리뷰를 인용했다. 아마 이런 것은 우리 리뷰가 훌륭해서라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암 연구에서 관찰되는 어마어마한 관찰을 하나로 통합하는 원리를 절실하게 찾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는 2011년, 원래 리뷰가 나온지 10년 후에 이렇게 암의 공통적인 특성을 정리하는 리뷰를 다시 한번 썼다. 그때는 6개의 “공통 특성” 이 8개로 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사람의 암은 그 특성을 지배하는 몇가지 특징으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물론 각각의 특징 자체의 분자적인 기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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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암 연구의 다른 분야, 즉 암 침투와 전이의 생물학적인 근원을 탐구하는 다른 암연구 분야에서도 일단 희망이 보였다. 여러가지 암세포는 일차종양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상대적으로 공통적인 특징을 이용하는것처럼 보였다. 그때까지만해도 암세포의 전이라는 치명적인 혼란속에서 일종의 질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현실은 보다 복잡했다. 암세포가 그전과 다른 환경으로 침투하면서  적응하는 메커니즘에서는 공통적인 특징은 찾을 수 없었다. 즉 암세포의 종류와 암세포가 전이되서 침투하는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적응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2000년을 기점으로, 암 연구에서 하나의 공통된 질서와 단순함을 제안하는 목소리는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지노믹스의 도래에 따라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으며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대량의 데이터를 뽑는 것이 과학적 생산성의 지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대학원생땐 샘플 하나 가지고 전기영동 하나 내리는데 반나절 걸렸지만 그렇지만 2000년이 되니 이런 샘플을 동시에 수천개 분석하는 게 가능해졌다. RNA 마이크로어레이를 이용하면 이제 수천개의 암에서 수천개의 유전자의 발현을 분석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지놈시퀀싱도 이제 가능하여 각각의 암세포 지놈에 존재하는 무수한 돌연변이들이 밝혀지게 되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렇게 대량의 데이터를 뽑는 것 자체에 마치 중독된 것처럼 보였다. 가령 예를 들어서 두개의 단백질의 상호작용이 잘 알려진 생물학적 프로세스에서 중요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여기서 두개가 아니라 2천개의 단백질이 된다면 그들간의 상호작용은 얼마나 복잡하겠는지 상상이 가는가. 그리고 어어~ 하는 순간에 우리는 ‘~오믹스’ 의 시대에 살게 되었다. 지놈, 트랜스크립톰, 프로테옴, 에피지놈, 키놈, 메틸론, 글리콤 뭐 등등 벼라별 종류의 대량의 데이터가 쏟아지는 세상이 되 버렸고 그렇게 대량의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 자체가 말릴 수 없는 유혹이 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생각은 암세포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 자체는 이들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한번에 분석하는 것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듯 하다. 즉, 전체적인 분석만이 암세포를 포함한 실제 생물계의 복잡한 현실을 기술할 수 있다라는 것이 그런 주장이다. 그러므로 더 많은 데이터를 얻으면 시스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게 되고, 결국 우리가 필요한 것은 어떤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서 이러한 데이터를 정제해서 단순하고 알기쉬운 결론을 도출하여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규명한다고들 한다.그렇게 해서 암세포가 어떻게 생기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치료법을 얻을 수 있고 등등…

재미있는 것은 나와 내 동료 분자생물학자들이 1970년대에 구세대 암연구자들에게 보여주던 허세스러운 모습들이 지금 다시 재현된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분자생물학자가 아닌 이전 물리학자, 수학자, 생물정보학자들이 이러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세포의 부품들에 대해서 우리한테 알려주면 우리가 인간세포라는 이 복잡한 기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도 해주고 예측도 해 주겠다! 뭐 이런식으로…

사실을 말하자면 그런 식의 뭔가 유용한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이다. 요즘 소위 이야기하는 ‘데이터 마이닝’ 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런 식으로 해서 가끔 한두개의 중요한 유전자나 단백질을 찍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체 데이터셋을 통틀어서 특정한 세포가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아직도 쉽게 이루기 힘든 경지로 보인다. 기껏해봐야 복잡한 데이터셋 (발현 어레이 분석 등) 와 예후 간의 상관관계를 예측하는 정도랄까.

이러한 데이터셋과 암생물학의 진정한 이해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는 한 예로써, 세포의 두가지 다른 익스프레션 어레이 분석이 둘 다 미래의 예후를 예측하는데는 유용하지만, 그 둘 간에 공통된 유전자나 단백질은 없다는것이 좋은 예랄까.  지금 현재로써는 해석불가능한 복잡하고 거대한 데이터셋을 넘어서, 지금 현재의 암 연구자가 아직 본격적으로 풀려고 노력해보지도 못한 문제들이 무수히 남아있다.

암세포의 전사체가 어떻게 돌연변이 지놈과 상호작용하여 암세포로써의 행태를 조절하는가?

정상세포의 분화관련 프로그램이 이들로부터 유래되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유전적 / 후성유전학적인 변화가 누적된 암세포의 특성에 영향을 주게 되는가?

암의 미세환경을 형성하는 수많은 개별적인 세포가 어떻게 서로간에 교신을 하며 영향을 주는가?

그리고 남은 거대한 문제로써 다단계에 걸친 암 진행을 들 수 있다. 암은 계속 이동하는 존재로써, 어떤 단계의 암 진행단계에서 작동하던 상호작용은 다음 단계에서 변할 것이며, 따라서 한 종류의 암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심지어 단일 단계의 동일한 암 내부에서도 각각의 암세포는 서로 다른 진행을 보이는 다른 종류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복잡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데이터는 우리의 해석능력을 넘어서며 소위 “시스템생물학” 이라는 새로운 학문분과를 통해서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현재까지는 암 생물학에서 그동안 제시되어왔던 직관 이상을 넘어서는 새로운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즉 우리가 생산하는 데이터와 이들을 통괄하는 생물학적인 직관 사이의 간극은 매우 심각하다고나 할까. 우리는 이러한 복잡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혹은 알고리즘 등등 그런것들을 아직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암 지놈 분석이나 프로테오믹스 같은 각각 서로 다른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는 통합하여 정제하는 것만이 개별적인 암세포의 행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속 쓰린다. 그러니까 상당히 아이러니컬한 일이지만 우리는 결국 한 바퀴 원을 그려서 제자리에 온 셈이다. 즉 암 연구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암을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분자생물학 및 유전학 연구의 발달에 의해서 암을 우리가 간단하고 논리로 이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다시 지노믹스의 도래에 의해서 아몰랑 상태가 된 게 현재의 꼴이다.우리가 처음 암연구를 시작할 떄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가 생산하고 축적하는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일을 어쩔거냐고…아몰랑~

굳이 이야기하자면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할일이겠지. 우리가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참 속시원한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내려놓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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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분자적 근원이 어떻게 되냐고? 아몰랑! (전)

‘셀’ 이라는 저널은 한마디로 지난 40년간 환원주의를 모토로 하는 분자생물학의 상징이 되는 저널이었음. 암 연구에 발을 걸친 분자생물학자들은 암이라는 것의 인식이 어떻게 급격히 바뀌는지를 보아왔는데, 도저히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다단한 암이라는 현상이 암억제 유전자 혹은 돌연변이와 같은 분자수준에서의 ‘암의 기본원리’ 로 환원되서 설명되가는 과정을 보아온 반면, 요즘은 이러한 추세가 다시 이 암이라는 질병의 무한한 복잡성으로 되돌아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을 암 연구를 하는 분자생물학자의 대빵이라고 할 수 있는 밥 와인버그 아저씨가 이야기한다.

Coming full circle-from endless complexity to simplicity and back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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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A Weinberg

1970년 중반에 ‘셀’ 이 처음 창간되었을 당시, 암이 어떻게 시작되고 전이되는지에 대한 기전은 완전한 미스테리였다. 그 이전에 행해진 반세기동안 암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암에 대한 어마어마한 관찰결과를 얻었긴 하지만, 이 몹쓸 질병이 어떻게 시작되서 어떻게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완죤 노답이었다.

그 결과로 암연구 자체는 분자생물학자, 유전학자, 생화학자들에게는 선호되는 연구분야가 아니었다. 심지어 암연구자들 자체도 ‘암연구’ 에서 나온 수많은 앞뒤가 안맞는 현상들에 대해서 질려있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어떤 암연구자가 나한테 한 말이 기억남. “저기여…암 연구는 과학이 아니거던요?” 침대냐 ㅠ

1974년 ‘셀’ 의 창간은 바로 기존에 엄두를 못냈던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분자생물학이 뭔가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일부 사람들이 암연구에 대해서 가졌던 그런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암연구에 처음 뛰어들었던 우리 분자생물학자들은 백마에 탄 기사처럼 암 연구 바닥에 짠 하고 나타나서 복잡다난하고 노답이었던 암연구를 평정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우리 분자생물학자는 어찌되었든 환원론자가 아닌가. 즉 암세포를 가장 그 작은 분자수준까지 분해해서, 암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기전을 밝힐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전통적인 암연구자들이 반세기동안 얻은 복잡다난한 현상에 대한 명쾌한 논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암 연구에 뛰어들어갔다.

사실 이런 거만한 태도는 많은 반발을 살 수 있으므로 우리는 우리의 이런 속내는 좀 감추어두고 기존 암연구자들과 직접적인 대립을 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즉 기존에 암이 무엇이며, 암이 어떻게 발생하느냐와 같은 간단한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던 기존 암 연구자들을 위협하지 않을것 처럼 우리의 연구를 (그 양반들이 잘 모를 ㅋ) 분자생물학 용어로 잘 포장했다. 사실 우리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답을 얻는다면 전통적인 암연구자들에게 결코 좋은 소리를 못들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즉 우리가 성공하면 걔내들은 다들 실업자 될테니까 말이다 ㅋㅋㅋㅋ

초기 암연구에 뛰어들었던 우리 분자생물학자들의 패왕색 패기는 아마도 암이라는 질병의 무지막지하게 복잡성을 뚫고나가는데 꼭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즉 기존 암연구자들이 우리에게 하던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그냥 무시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즉 암은 단순한 분자기전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었다. 사실 이들 기존 암 연구자들은 우리 분자생물학자들의 환원주의적인 접근을 너무나 단순무식하다고 공격하곤 했다.

기존 암연구자들한테 공격을 받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현대 분자유전학의 초석을 다진 유전학자들에게서도 디스를 당하곤 했었다. 어떻게 유전학적으로 제대로 정의되지도 않은 동물세포, 조류세포 찌그레기 가지고 제대로 된 분자생물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그 사람들 생각에는 대장균이나 효모, 혹은 초파리 같이 확고한 기틀을 가진 모델시스템을 통해서만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온다고 믿었다.

이렇게 양쪽 진영에서 공격을 당하면서 우리는 뭐 우리가 뭘 하건 누군가에게는 틀리다고 디스하겠지~ 아몰랑~ 하고 그냥 이런 공격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암을 분자생물학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는 정확히 1971년을 기점으로, 암 연구에 어마어마한 돈이 풀리면서 시작되었다. 닉슨 대통령의 소위 ‘암과의 전쟁’ (War on Cancer) 이라는 것의 기원은 암이 근본적으로 감염성이 있는 암 바이러스에 의해서 생기는 질병이라는 가설에 근원을 두고 있었다. 그 당시에 DNA 혹은 RNA 바이러스가 정상적인 세포에 감염되서 이를 암세포로 암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이런 암화 (Transformation)은 체외에서 배양되는 세포배양 접시내에서 일어날 수 있으므로 결국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되는 모든 과정을 살아있는 생물이 아닌 세포 배양 접시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암과의 전쟁’ 이 시작되게 된 발단은 하워드 테민 (Howard Temin)과 데이빗 발티모어 (David Baltimore)의 발견에서 시작되는데, 이들은 동물에 감염되서 암을 형성하는 바이러스가 역전사효소 (Reverse Transcriptase) 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한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역전사효소를 이해하는것이 인간의 암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즉 암 조직에서 역전사효소의 활성을 재는 어세이를 통해서 인간에 암을 유발하는 어떤 신비한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있고, 이를 저해함으로써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썰로 발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닉슨의 ‘암과의 전쟁’ 을 추진했던 사람들이 이런 썰을 얼마나 진지하게 믿었는지, 혹은 이 효소를 이해하는 것이 암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정치인을 설득하는데 도구로 사용했는지는 알수 없다. 어쨌든 ‘암과의 전쟁’ 으로 미쿡정부로부터 어마어마한 돈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자 사람의 암 샘플에 잠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레트로바이러스와 이 레트로바이러스가 복제되는데 필요한 역전사효소를 발견하기 위해서 돈에 눈돌아간 수많은 과학자들이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레트로바이러스뿐만이 아니라 암을 유발하는 DNA 바이러스 (폴리오마, SV40, 아데노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등등) 를 연구하던 사람도 돈냄새를 맡고 디립다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연구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대개의 암은 전염병이 아니라는 그 당시에도 아주 잘 알려진 관찰에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었다. -.-;;;

그렇게 몇년이 지난 1970년대 중반이 되자, 아주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이렇게 암을 유발하는 인간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려고 시도했던 연구자들은 허탕을 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시도 자체가 ‘암과의 전쟁’ 자체를 시작하기 위한 사기수준의 뻥일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는 계속되었는데, 하나의 피할 수 없는 사실 때문이었다. 즉 상대적으로 작은 지놈사이즈를 가진 바이러스가 정상세포를 암상태로 바꾼다는 것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몇 개의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훨씬 더 큰 세포의 지놈을 제압해서 암 상태로 바꾼다는 것 자체는 혁신적인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암 자체가 특정한 유전자에 의한 질병이라는 가설은 그냥 추측에 불과했다. 그러나 1975-1976년 해롤드 바무스-비숍이 수행한 src 유전자 발견은 그 모든 것을 바꾸었다. 이들의 연구는 정상 세포에 있는 유전자가 침입한 레트로바이러스에 의해서 ‘납치’ 되서 활성화되고 암 형성을 촉진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발견 자체는 단순히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한다는 것에서 떠나서 실제로 유전자 레벨의 분자생물학, 즉 환원주의적 접근방식으로 실제로 암과 관련이 있는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것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이 인간의 암과 실제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명확했는데, src 온코진을 발견한 Rous Sarcoma virus와 같은 레트로바이러스를 사람 암조직에서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닉슨 행정부 시절의 ‘암과의 전쟁’ 에서 인간에서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려고 그 소동을 피운 것은 일종의 큰 아이러니였다. 즉 아주 희귀한 몇 가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라는 것은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암과의 전쟁’ 에서 집은 큰 헛다리는 나중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두 가지의 큰 결실을 낳는다.

1970년대 말에 바무스-비숍의 결과에 자극받은 레트로바이러스 연구자들은 척추동물 지놈에서 여러가지의 proto-oncogene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들은 암 형성의 미스테리를 푸는 필수적인 재료가 된다. 여기에 더불어, AIDS가 1981년에 보고되고, 이를 유발하는 인자인 HIV가 어마어마하게 빨리 규명되었는데, 이는 ‘암과의 전쟁’ 에서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려고 수행되었던 그 ‘헛짓거리’ 덕이었다.

….(계속)

“좋은 지도교수를 고르는 법” 에 대한 동영상

좀 전에 좋은 지도교수를 고르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뉴런에 실린 을 번역하다가 흐지부지한 적이 있었슴다. 사실 번역 안한 부분에도 꽤 쓸만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ㅋㅋㅋ

근데 그분이 직접 이 주제에 대해서 동영상으로 이야기한 내용이 있네염.

자막? 그런거 읍슴..근데 ppt 내용만 봐도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나와요.

Once you have selected a great lab, it is time to get to work. How to be successful in that lab is the subject of another essay. But I would advise you to remember a few things. First, do pick an important question but don’t pick the same topic that everyone else is working on. It will be more fun and less competitive to go your own way. For every trendy topic now, there are 100 other topics just as important and hardly studied yet. Second, there is no need to write more than one paper; just make it a good one. It probably will take you about 6 years (counting course work). If you can work on an important question as a PhD student (or postdoc) and take it a step forward, you will have the confidence and enthusiasm to do this for the rest of your life. And students, please, do not skip your postdoctoral fellowship no matter how successful your PhD thesis work has been. It seems to be all the rage these days to shorten training time. NIH is even providing special fellowships for those who want to move directly to independent positions after their PhD training. But I have noticed that people who skip their postdoc may do okay in their own labs, but they generally fail to broaden as scientists or to achieve the versatility and fearlessness to enter new fields that they might otherwise have achieved. That is a large price to pay for skipping what could otherwise be a marvelously fun and rewarding final period of training.

그다음에 잠깐 “그래 좋은 랩을 골랐다 쳐 그다음엔 어찌할겨?” 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그건 그때 번역 안했음. 사실  랩 생활 잘하자 쓰려면 또 무지 긴 글 써야하겠지만 몇가지만 이야기 할께염. 첫번째는 연구테마를 선택할때 중요한 과학적인 의문이 되는 걸 선택해야 하지만, 남들이 모두 하고있는 그런거 선택하지 마셈. 님 경쟁속에서 일하는거 얼마나 빡센지 아세염? 요즘 유행타는 연구주제가 하나 있다면 그 만큼 중요하지만 연구가 안되고 있는 주제가 100개는 있을 것임. 그런 걸 선택하시죠.  그 다음에는 논문 여러개 쓰려고 하지마라. 걍 좋은 거 하나면 됐어. 아마 코스웍까지 생각하면 좋은 논문 내면서 졸업하려면 6년은 걸릴 것임. 그렇지만 박사과정 학생으로써 (혹은 포닥으로써)  중요한 과학적 문제를 가지고 한발짝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면 여기서 얻는 자신감과 열정은 평생 남는다. 또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 것은 당신이 아무리 좋은 박사논문을 썼다고 하더라도 포닥을 하는 것을 잊지 마쇼. 요즘 학위 및 포닥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고 모두 난리임. NIH에서는 심지어 박사후에 포닥 안 거치고 바로 자리잡는 사람들을 위한 펠로우십까지 주고 있음. 그렇지맨 내 경험으로 볼때, 포닥 안하고 바로 자리잡은 사람은 얼핏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지만, 과학자로써의 저변을 넓히는데 실패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게 떨어지는 것 같애. 그래서 가급적이면 포닥을 하라고…

…는 저 아저씨의 의견. 근데 한국에서 딱 좋은 논문 하나만 내고 졸업시키는 스타일의 겨수님은 그닥 많이 안 계신듯…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