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분자적 근원이 어떻게 되냐고? 아몰랑! (전)

‘셀’ 이라는 저널은 한마디로 지난 40년간 환원주의를 모토로 하는 분자생물학의 상징이 되는 저널이었음. 암 연구에 발을 걸친 분자생물학자들은 암이라는 것의 인식이 어떻게 급격히 바뀌는지를 보아왔는데, 도저히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다단한 암이라는 현상이 암억제 유전자 혹은 돌연변이와 같은 분자수준에서의 ‘암의 기본원리’ 로 환원되서 설명되가는 과정을 보아온 반면, 요즘은 이러한 추세가 다시 이 암이라는 질병의 무한한 복잡성으로 되돌아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을 암 연구를 하는 분자생물학자의 대빵이라고 할 수 있는 밥 와인버그 아저씨가 이야기한다.

Coming full circle-from endless complexity to simplicity and back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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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A Weinberg

1970년 중반에 ‘셀’ 이 처음 창간되었을 당시, 암이 어떻게 시작되고 전이되는지에 대한 기전은 완전한 미스테리였다. 그 이전에 행해진 반세기동안 암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암에 대한 어마어마한 관찰결과를 얻었긴 하지만, 이 몹쓸 질병이 어떻게 시작되서 어떻게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완죤 노답이었다.

그 결과로 암연구 자체는 분자생물학자, 유전학자, 생화학자들에게는 선호되는 연구분야가 아니었다. 심지어 암연구자들 자체도 ‘암연구’ 에서 나온 수많은 앞뒤가 안맞는 현상들에 대해서 질려있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어떤 암연구자가 나한테 한 말이 기억남. “저기여…암 연구는 과학이 아니거던요?” 침대냐 ㅠ

1974년 ‘셀’ 의 창간은 바로 기존에 엄두를 못냈던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분자생물학이 뭔가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일부 사람들이 암연구에 대해서 가졌던 그런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암연구에 처음 뛰어들었던 우리 분자생물학자들은 백마에 탄 기사처럼 암 연구 바닥에 짠 하고 나타나서 복잡다난하고 노답이었던 암연구를 평정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우리 분자생물학자는 어찌되었든 환원론자가 아닌가. 즉 암세포를 가장 그 작은 분자수준까지 분해해서, 암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기전을 밝힐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전통적인 암연구자들이 반세기동안 얻은 복잡다난한 현상에 대한 명쾌한 논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암 연구에 뛰어들어갔다.

사실 이런 거만한 태도는 많은 반발을 살 수 있으므로 우리는 우리의 이런 속내는 좀 감추어두고 기존 암연구자들과 직접적인 대립을 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즉 기존에 암이 무엇이며, 암이 어떻게 발생하느냐와 같은 간단한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던 기존 암 연구자들을 위협하지 않을것 처럼 우리의 연구를 (그 양반들이 잘 모를 ㅋ) 분자생물학 용어로 잘 포장했다. 사실 우리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답을 얻는다면 전통적인 암연구자들에게 결코 좋은 소리를 못들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즉 우리가 성공하면 걔내들은 다들 실업자 될테니까 말이다 ㅋㅋㅋㅋ

초기 암연구에 뛰어들었던 우리 분자생물학자들의 패왕색 패기는 아마도 암이라는 질병의 무지막지하게 복잡성을 뚫고나가는데 꼭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즉 기존 암연구자들이 우리에게 하던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그냥 무시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즉 암은 단순한 분자기전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었다. 사실 이들 기존 암 연구자들은 우리 분자생물학자들의 환원주의적인 접근을 너무나 단순무식하다고 공격하곤 했다.

기존 암연구자들한테 공격을 받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현대 분자유전학의 초석을 다진 유전학자들에게서도 디스를 당하곤 했었다. 어떻게 유전학적으로 제대로 정의되지도 않은 동물세포, 조류세포 찌그레기 가지고 제대로 된 분자생물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그 사람들 생각에는 대장균이나 효모, 혹은 초파리 같이 확고한 기틀을 가진 모델시스템을 통해서만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온다고 믿었다.

이렇게 양쪽 진영에서 공격을 당하면서 우리는 뭐 우리가 뭘 하건 누군가에게는 틀리다고 디스하겠지~ 아몰랑~ 하고 그냥 이런 공격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암을 분자생물학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는 정확히 1971년을 기점으로, 암 연구에 어마어마한 돈이 풀리면서 시작되었다. 닉슨 대통령의 소위 ‘암과의 전쟁’ (War on Cancer) 이라는 것의 기원은 암이 근본적으로 감염성이 있는 암 바이러스에 의해서 생기는 질병이라는 가설에 근원을 두고 있었다. 그 당시에 DNA 혹은 RNA 바이러스가 정상적인 세포에 감염되서 이를 암세포로 암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이런 암화 (Transformation)은 체외에서 배양되는 세포배양 접시내에서 일어날 수 있으므로 결국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되는 모든 과정을 살아있는 생물이 아닌 세포 배양 접시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암과의 전쟁’ 이 시작되게 된 발단은 하워드 테민 (Howard Temin)과 데이빗 발티모어 (David Baltimore)의 발견에서 시작되는데, 이들은 동물에 감염되서 암을 형성하는 바이러스가 역전사효소 (Reverse Transcriptase) 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한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역전사효소를 이해하는것이 인간의 암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즉 암 조직에서 역전사효소의 활성을 재는 어세이를 통해서 인간에 암을 유발하는 어떤 신비한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있고, 이를 저해함으로써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썰로 발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닉슨의 ‘암과의 전쟁’ 을 추진했던 사람들이 이런 썰을 얼마나 진지하게 믿었는지, 혹은 이 효소를 이해하는 것이 암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정치인을 설득하는데 도구로 사용했는지는 알수 없다. 어쨌든 ‘암과의 전쟁’ 으로 미쿡정부로부터 어마어마한 돈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자 사람의 암 샘플에 잠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레트로바이러스와 이 레트로바이러스가 복제되는데 필요한 역전사효소를 발견하기 위해서 돈에 눈돌아간 수많은 과학자들이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레트로바이러스뿐만이 아니라 암을 유발하는 DNA 바이러스 (폴리오마, SV40, 아데노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등등) 를 연구하던 사람도 돈냄새를 맡고 디립다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연구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대개의 암은 전염병이 아니라는 그 당시에도 아주 잘 알려진 관찰에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었다. -.-;;;

그렇게 몇년이 지난 1970년대 중반이 되자, 아주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이렇게 암을 유발하는 인간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려고 시도했던 연구자들은 허탕을 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시도 자체가 ‘암과의 전쟁’ 자체를 시작하기 위한 사기수준의 뻥일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는 계속되었는데, 하나의 피할 수 없는 사실 때문이었다. 즉 상대적으로 작은 지놈사이즈를 가진 바이러스가 정상세포를 암상태로 바꾼다는 것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몇 개의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훨씬 더 큰 세포의 지놈을 제압해서 암 상태로 바꾼다는 것 자체는 혁신적인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암 자체가 특정한 유전자에 의한 질병이라는 가설은 그냥 추측에 불과했다. 그러나 1975-1976년 해롤드 바무스-비숍이 수행한 src 유전자 발견은 그 모든 것을 바꾸었다. 이들의 연구는 정상 세포에 있는 유전자가 침입한 레트로바이러스에 의해서 ‘납치’ 되서 활성화되고 암 형성을 촉진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발견 자체는 단순히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한다는 것에서 떠나서 실제로 유전자 레벨의 분자생물학, 즉 환원주의적 접근방식으로 실제로 암과 관련이 있는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것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이 인간의 암과 실제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명확했는데, src 온코진을 발견한 Rous Sarcoma virus와 같은 레트로바이러스를 사람 암조직에서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닉슨 행정부 시절의 ‘암과의 전쟁’ 에서 인간에서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려고 그 소동을 피운 것은 일종의 큰 아이러니였다. 즉 아주 희귀한 몇 가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라는 것은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암과의 전쟁’ 에서 집은 큰 헛다리는 나중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두 가지의 큰 결실을 낳는다.

1970년대 말에 바무스-비숍의 결과에 자극받은 레트로바이러스 연구자들은 척추동물 지놈에서 여러가지의 proto-oncogene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들은 암 형성의 미스테리를 푸는 필수적인 재료가 된다. 여기에 더불어, AIDS가 1981년에 보고되고, 이를 유발하는 인자인 HIV가 어마어마하게 빨리 규명되었는데, 이는 ‘암과의 전쟁’ 에서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려고 수행되었던 그 ‘헛짓거리’ 덕이었다.

….(계속)

3 thoughts on “암의 분자적 근원이 어떻게 되냐고? 아몰랑! (전)

  1. 빨리 다음편 써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항상 재밌고 유익하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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