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lecular Biology of Anime : Part I

*참고로 이 글은 2002년에 작성되었는데 어떻게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찾아낸 글임. 따라서 요즘 블로그의 글과 문체가 다소 틀리고 지금의 발전상과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염두하기 바람. 그땐 CRISPR도 없었고 NGS도 없었다!  그리고 그때는 취소선 드립을 치지 않았다!. 그때도 본 블로그 주인은 이런 잉여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 블로그를 자주 들어오는 분이라면 뭐 새삼스럽지도 않겠다. 흑역사라도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거의 원본대로 백업해둠. 지금 이것도 흑역사라는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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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떤 매체에서 자기의 생업(?)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특히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저 같은 사람은 SF 라는 장르를 보면서 그런 관심을 가지게 되죠. ‘에이, 저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대부분의 SF라는 것은 ‘미래’ 라는 배경을 안고 있는 것이고 이 ‘미래’ 라는 배경은 대부분의 ‘비과학적인 설정’을  합리화시켜주는 좋은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그때가 되면 될지 누가 알아? 참 편한 방법이네요..) 그런데 사실 SF를  다룬 영화나 만화 등에서 과학적인 고증이라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에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우리는 ‘과학 계몽 영화/만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작품 속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요소로의 ‘SF’를 보는 것이잖아요. 따라서 설령 현재의 과학 상식에 어긋나는 그런 내용이 작품속에 등장한다고 해서 ‘에이, 저거 말도 안돼’ 라고 트집을 잡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science FICTION’ 이잖아요. (다만 ‘Science’ 보다 ‘Fiction’ 쪽이 더 강조되긴 했지만..)

그렇지만 이런 작품 속에서의 요소들을 재미삼아 한번 현존하는 과학의 수준으로 분석해 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뭐 영화나 만화를 만드는 사람이 ‘재미를 위해’ 과학의 껍데기를 자신의 작품 속에 집어 넣는 것도 자유이듯이 과학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재미를 위해’ 대중매체 속의 ‘과학’ 적인 요소들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살펴보는 것도 자유 아니겠어요? 이렇게 발견된 요소들이 현재의 과학적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도 이것을 빌미삼아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문제삼자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로만 무슨 재주로 재미있는 SF 영화나 만화를 만듭니까. 누가 압니까, 이런 자유로운 상상력에 의해서 오히려 해당하는 과학분야에 영향력을 미칠지. 사실 이미 ‘공상과학대전’ 인가 하는 일본인의 책에서 주로 70년대 슈퍼로봇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 (?) – 사실 물리학적 분석이라고 하는 쪽이 낫겠지만-이 이루어졌지만 솔직히 이 내용 자체도 그다지 높은 과학적 지식을 갖고 쓴 것 같지는 않아요. 슈퍼 로봇물의 이야기만큼이나 말도 안되는 설명도 많고.

개인적으로 분자 생물학(보다 알기쉽게 말하자면 ‘유전공학’ 이겠지만) 이라는 것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입장에서 대중매체에 표현되는 유전공학이나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까요?  여기서는 몇 가지 유명한 애니메이션에서 유전공학적인 내용이 중심 테마로 등장하는 것 중에서 지금의 과학 수준으로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몇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약간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즉 너무 황당해서 도저히 과학적인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빼구요..(예를 들어, ‘가츠라 마사가츠’ 의 ‘D.N.A’ 같은 것이라든지..) 그리고 이 글은 앞에서 말했듯이 작품 자체에 대한 흠을 잡자는 것이 아닌 단순한 ‘재미’ 를 위한 글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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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엄밀하게 말해서 ‘카우보이 비밥’ 이라는 작품은 SF나 ‘스페이스 오페라’ 라고 분류하기는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무대는 몇십 년 이후의 미래의 태양계 혹성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이 무대는 지구의 여러 지역을 단순히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고 묘사되는 장면들도 지극히 ‘현시대적’ 이기 때문입니다.그렇지만 가끔은 분자생물학을 하는 사람이 꽤 흥미를 가질 만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대상으로 삼은 에피소드는 네번째 에피소드인 ‘Gateway Shuffle’ 입니다.

여기서는 사이비 환경보호 단체(를 빙자한 테러 집단이라고 해야겠지만) 인 트윙클 아줌마들이 ‘사람을 원숭이로 변환’시키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물학 무기를 등장시키고 스파이크 일당들이 이를 막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이 ‘바이러스’ 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원숭이의 유전자는 약 2%밖에 틀리지 않고 여기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바이러스이다”, 즉 사람의 유전자에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이를 ‘원숭이’ 유전자로 바꾸어 주면 인간이 원숭이가 될 것이 아닌가…하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요?

일단 사람과 원숭이의 전체 게놈의 염기서열이 과연 2%밖에 틀리지 않을 것인가부터 따져봐야겠네요. 일단 사람의 경우에는 최근에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 의해서 게놈의 염기 서열이 거의 모두 결정되었습니다만..원숭이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으므로 전체 염기 서열이 얼마나 같고 틀린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분자생물학적 연구에 의한다면 생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가지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들은 사람이나 원숭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약 95-99% 이상의 유사성을 지닙니다) 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사실 이 차이는 세균 중에서 사람 장에 기생하는 ‘대장균’ (Escherichia coli) 과 메주 등을 띄울 때 여기에 자라는 균인 ‘고초균’ (Bacillus subtilis) 간의 유사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겨우 50-60% 정도의 유사성을 지닌다는 것에 비교한다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죠. 다만 문제는 사람과 같은 고등생물 게놈 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약 0.1% 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현재까지는 기능을 확인할 수 없는 ‘쓸데없어 보이는’ (?)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가 2% 미만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사람’ 과 ‘원숭이’ 의 염기서열 차이가 2% 정도라고 해도 문제는 사람의 전체 23개 염색체 (2쌍씩 있으니까 모두 46개가 됩니다) 를 구성하는 전체 염기서열의 갯수는 30억 베이스,이것의 2% 라면 6천만 염기 (60Mbp)가 되는데 이 크기는 어느 정도의 크기냐면 대장균과 같은 세균의 전체 염기서열이 약 4백만 염기 (4Mbp) 이고 효모나 곰팡이와 같은 단일 세포를 가진 진핵 생물이 약 1천만 염기 (10Mbp)를 가졌다는 것에 비한다면 엄청나게 큰 크기이지요.

더우기 현존하는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게놈 크기가 큰 것들은 세균에 기생하는 박테리오파아지 (Bacteriophage) 계통인데 게놈 크기는 제일 큰 것들도 4만 베이스 (40Kbp: 박테리오파아지 람다) 부터 10만 베이스 (P1 파이지) 정도입니다. 식물이나 동물 바이러스는 의외로 크기가 작은데 AIDS를 유발하는 HIV 는 Kbp 정도입니다. 오히려 박테리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식물이나 동물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보다 더 크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네요. 따라서 기존의 바이러스에 존재하는 것보다 수백배 이상의 유전정보를 어떻게 바이러스에 구겨넣을 수 있을 것인가가 첫번째 문제겠네요. 마치 플로피 디스크에 어떻게 Divx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을까 고심하는 것과 마찬가지..

더우기 사람 염색체를 그대로 원숭이 염색체로 바꿔치기 할려면 사람과 원숭이가 틀린 부분 (60Mbp라고 치고) 에 대한 염기서열 정보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틀린 부분 근처’ 에 대한 정보도 있어야 제대로 따라서 단순히 사람과 원숭이가 유전자가 틀린 부분 이외에도 ‘그 부분 주변의 유전 정보’ 도 그 바이러스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60Mbp 이상의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있어야 하겠죠. 그리고 이런 유전정보 이외에도 이런 유전자 바꿔치기를 수행하는 도구 (효소) 를 만들어 주는 유전정보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고, 자기 복제에 관련된 정보, 그리고 유전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표피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도 있어야 하겠죠. 그렇지만 사실 이런 정보들은 기존의 바이러스에서도 그다지 쉽게 구현되어 있으므로…기존의 바이러스 것을 잘 해킹해서(..) 사용하면 될 것이므로 큰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유전공학이라는 것이 이미 만들어진 자연계의 유전자를 좀 해킹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아세요?)

그리고 또 한가지 문제는 이미 완전히 성장이 끝나버린 인간에 ‘바이러스’ 를 감염시켜 염색체를 바꿀 때의 문제입니다. 사실 인간의 몸 (인간이나 원숭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은 수십억 개 (정확히 몇 개 정도 되는지는 잘 모릅니다) 이상의 세포 (Cell) 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세포 하나하나에는 완전한 유전 정보를 포함하는 염색체가 들어 있습니다. 즉 ‘발가락 끝 상피세포’ 든, ‘심근세포’ 이든 서로 다른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동일한 염색체가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발가락 끝 상피세포’ 에서는 해당하는 세포에서 필요한 유전 정보만 해독되어 기능을 발휘하게 되고 동일한 염색체에 들어 있는 다른 정보들은 그냥 가만히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염색체를 바꾸려면 일단 몸의 모든 세포의 염색체를 바꿔치기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즉 두뇌부터 발가락 끝까지의 수십억개가 넘는 모든 세포에 이 바이러스가 증식하여 염색체가 갈아치워져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려면 자기 증식 기능이 있어야 될 뿐만 아니라 (수십억 개가 넘는 모든 세포에 바이러스가 작용할려면 당연하겠지요?) 또 일단 ‘바꿔치기’ 작업을 한 다음에는 스스로 사멸해야 될 것입니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어마어마한 생체 에너지(ATP로 대변되는) 가 소모될 것인데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을 하고 이미 염색체를 바꿔치기한 세포에 또 다시 ‘바꿔치기’ 작업을 계속한다면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번 바꿔치기 작업을 한 다음에는 얌전히 사멸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되겠죠? 또 이런 바이러스가 성공적으로 면역체계를 피해서 몸 속의 모든 세포에 작용하기 위해서는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도 갖추어져야 됩니다.

두번? 문제는 단순히 염색체가 바뀐다고 세포의 기능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세포가 완전히 생성되고 이러한 세포가 모여서 기관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이런 기능을 통제하는 염색체 내의 ‘프로그램’ (과학적으로는 올바른 설명이 아닐지 모르지만 뭐 비유하자면 비슷합니다) 의 작동이 멈추게 되어야 합니다. 즉 무작정 세포가 증식하게 되면 문제가 커지게 되죠. (이런 게 바로 우리가 ‘암’ 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따라서 완전히 분화된 세포가 재증식을 못하도록 유전자 레벨에서 고도의 조절 기작이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노화된 세포의 경우에는 스스로 자살하도록 하여 체내의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하게 되어 있죠. (이런 것을 좀 학술적인 용어로 ‘Apoptosis’ 혹은 ‘Programmed Cell Death’ 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염색체를 바꾼 다음에는 바뀐 염색체에 따라서 다른 세포로 작동하도록 (원숭이와 사람의 세포는 좀 다를 테니까) 새로 유전자 발현이 이루어져야 됩니다. 그렇다면 원래 존재하고 있던 컨트롤 메커니즘을 모두 해제시키고 새롭게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해야 하는데….흠..이것은 어떻게 해야 할런지 잘 대책이 안서네요. (하기야 유전자를 통째로 갈아치우는 기술이 존재하는데 이 정도 쯤이야…^^;) 그리고 이전에 세포 내에서 만들어졌던 ‘사람 단백질’을 제거하고 이를 새롭게 도입된 ‘원숭이 단백질’ 로 몽땅 갈아치워야 하는데 그럴려면 이를 위한 별도의 효소 시스템이 들어가야 되고..아, 복잡하다.

음..지루해 진다구요? ‘결론적으로 된다는 이야기야? 아니야?’ 라고 물으셨나요? 사실 현존하는 기술이나 이 기술을 바탕하여 등장할 향후 일이셥년 이내의 기술로는 카우보이 비밥의 트윙클 아줌마네처럼 사람을 원숭이로 일시에 전환시키는 생물학 병기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앞으로 기술의 진보에 따라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른다는 것이지만..그렇지만 단일 유전자의 변이를 치료하는 기술은 현재도 연구되고 있고 이는 조만간 실용화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유전병의 경우에는 이것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것은 현재까지는 불가능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세포의 유전자를 갈아끼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요.) 그렇지만 ‘바꿔 끼울’ 유전자의 크기가 아주 작거나 극히 일부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유전자 치료’ (Gene therapy) 라고 말하는데..결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는 말씀!

그 외에 이 에피소드를 보면 꽤 생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 고증을 했다는 것을 엿볼 수가 있군요. 가령 중간에 ‘인간의 유전자와 원숭이 유전자는 0.1% 만 틀리고’ 어쩌고 할 때 나오는 화면 중의 하나는 실제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Genbank) 의 일부네요. 그런데 우스운 것은 이런 고도의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발달된 사회에서 몇십년 전에 사용하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인데….뭐 이것까지 트집잡는다면 좀 쫀쫀하다고 하겠죠. 그리고 하나 더, 여기서 나오는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화면은 일본에서 최초로 전체 염기 서열이 결정된 광합성 세균인 Synecocytosis sp. 이라는 사실! (이런 데서 이 만화가 어디 제품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옆의 사진은 실제로 인간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하여 제한효소 (Restriction Enzyme) 으로 자르고 이를 전기영동 (Electrophoresis) 이라는 방법으로 길이별로 분리한 사진입니다. 뭐 여기서의 주 테마인 ‘바이러스 무기’ 와는 그다지 관련이 있는 사진은 아닙니다만..그래도 이런 것을 어디서 구해서 쓴 게 어딥니까. 전반적으로 카우보이 비밥은 꽤 고증이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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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복원되지 않았음 ㅠ.ㅠ

 일단 ‘유전자’ 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단하게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모든 유전정보는 23개의 염색체 (인간은 동일한 염색체를 두 카피씩 갖고 있으니까 총 46개입니다) 에 담겨져 있는데 이 염색체의 구성 성분은 다들 아는 ‘DNA” (Deoxyribonucleotide)입니다. 이 DNA 에 담겨져 있는 것은 실제 생명체에서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기본 단위가 되는 단백질의 서열 정보입니다. 즉 DNA 에 담겨져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수십만 종류의 단백질이 만들어 지고 이들이 작동하여 각종 생명 현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즉, 염색체라는 것은 생명 현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 이 담겨져 있는 매체이고 이 매체는 ‘DNA’ 라는 물질로 되어 있다는 말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런 염색체는 생물의 거의 모든 세포 (간혹가다 분화가 끝나서 염색체를 찾아보기 힘든 세포도 있습니다다만) 에 다 담겨져 있으며 세포의 종류에 따라서 다른 염색체가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생물이라면 세포의 종류에 관계없이 완전히 동일한 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문서에서 일부 단어를 수정한다고 할 때..즉 ‘사람 염색체를 그대로 원숭이 염색체로 바꿔치기 하려면’ 이라는 문장을 ‘사람 염색체를 그대로 침팬치 염색체로 바꿔치기 하려면’ 이라는 문장으로 바꾸려면 단순히 ‘원숭이-> 침팬치’ 라는 바뀔 단어 이외에도 그 근처의 문장에 대한 정보도 있어야 제대로 바뀌게 되듯이 염색체 내의 일부 유전자를 바꾸려도 바꿀 유전자 주변의 약간의 유전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생체 내에서도 이런 식으로 유전자가 변형되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부위 특이적 재조합’ (Site-Specific Recombination) 이라고 합니다

* 고등생물의 ‘미토콘드리아’ 나 ‘엽록체’ 같은 세포 소기관에는 원래의 게놈 이외에 별도의 DNA가 들어 있습니다. 마치 PC의 내부에 BIOS나 하드 디스크에 들어 있는 운영체제 이외에도 각각의 주변장치(키보드, 그래픽 카드 등등) 에는 해당하는 장치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펌웨어와 필요한 경우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들어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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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에서는 분자생물학에 등장하는 많은 용어들을 실제 개념과는 상관없이 빌려 쓰고 있는 경우가 꽤 많은데…사실 별로 분자생물학적으로 논할 부분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즉 과학보다는 ‘판타지’ 에 가깝다는 이야기..^^;

뭐 그래도 분자생물학적으로 가장 분석해 볼 대상은 ‘아야나미 레이’ 일 텐데 뭐 다 아시겠지만 레이는 신지네 엄마 ‘유이’ 의 복제인간인 것처럼 묘사되지요.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만..) ‘복제인간’ 이라는 것이 이제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문제는 복제 인간을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복제 인간을 키우는’ 것이 문제이지요. 즉 타인의 체세포 내의 염색체를 수정란과 바꿔치기하여 복제 인간을 만드는 현재의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 수정된 아이는 그냥 정상적인 아이처럼 대리모의 뱃속에서 자라서, 정상 출산을 하고, 다음은 정상적인 애처럼 키워야 합니다. 즉 수정란을 체외에서 급속히 성인으로 배양한다거나 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런 것은 현재까지는 가능하지는 않죠…또 하나의 문제는 ‘의식’ 에 대한 문제인데 만화에서는 여러 명의 ‘레이’ 가 등장하지만 동일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즉 여러 명의 레이를 복제해 두고 경우에 따라서 준비된 ‘기억’을 잽싸게 펌웨어에 업로드(..) 한후 기동시켜야 할 텐데..현재까지의 과학 기술로는 과연 인간의 대뇌에 의식이나 기억이 어떤 식으로 저장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도리가 없죠. (분명한 것은 유전자 내에 저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 밖에는…) 즉 유전자를 복제해서 복제 인간을 만든다손 치더라도 이 ‘복제 인간’이 원본(?)의 기억까지 복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PC를 보고 동일한 부품을 사서 완전히 똑같이 조립을 한다고 하더라도 하드 디스크의 내용을 복사하지 않으면 ‘똑같은’ PC가 되지 않는 것처럼 단순히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복제 인간’ 은 ‘외형만 똑같은 쌍동이’ 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여 대뇌속에 ‘업로드’ (..) 하는 기술이 있어야 에바에서 보듯 ‘레이 1호’, ‘레이 2호’ 를 뽑아낼 텐데..사람의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지금에는 좀 무리겠죠?

앞으로 21세기의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분야가 바로 이런 ‘뇌과학’ 분야일텐데…지금까지의 연구 방법론과는 새로운 방법이 도입되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튼 ‘레이’ 복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하드웨어 복제는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문제다’라는 결론! (한가지 웃긴 것은 9화인가 아스카가 처음 레이를 만났을 때 레이가 눈을 떼지 않던 책은 바로 유전공학 입문에 관련한 서적이라는 것입니다. 레이는 자신의 비밀에 대해 스스로 자각하고 이를 알아보려고 한 것일까요? 그렇지만 그 책이 대학교 학부 학생이나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적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자신의 탄생 비밀을 알려면 한참 더 공부가 필요했을 겁니다. 열심히 공부하시죠, 아야나미양!)

그 외에 에바에서는 가끔 같잖게(?) 분자생물학적 용어를 빌려 쓰고 있는 경우들이 있지만 (센트럴 도그마, 시그마 유니트,프립노우 박스 등등..) 뭐 이런 것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은 설명이 되어 있으니까 구태여 제가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본격적으로 여기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너무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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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원래는 그림이 있었는데 없어짐. 새로 캡춰해올 정도의 정성은 이제 없다. -.-

 

마지막으로, ‘기동전함 나데시코’ 에 대한 잡설.

사실 이 작품에는 분자생물학적으로 언급할 만한 내용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보손 점프’ 니 뭐니 하는 것은 실제로 가능한지 어쩐지 물리학자가 아닌 제가 언급할 노릇이 아니잖아요? 유일하게 관련된 부분이 있다면 1회에서 아키토가 나데시코에 승선했을 때 네르갈의 ‘프로스펙터’ 씨가 아키토의 혀에 무슨 온도계(?) 같은 것을 대서 신원을 알아내는 것 하고, 호시노 루리가 유전자 조작된 인재라는 것인데..여기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하죠.

일단 프로스펙터 씨가 쓰는 ‘신원 감식계’ 는 한번 혓바닥에 갖다 대면 곧바로 유전자 서열을 감식하여 신원을 알아내는 것으로 보아서 (1) 혓바닥의 상피세포를 취한다 (2) 상피 세포 내의 DNA를 추출한다 (3) 인간 게놈의 전체 (혹은 일부)를 염기서열을 결정한다 (4)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검색하여 신원을 확인한다..이런 원리로 되어 있는 것 같네요. (3)에서 인간 게놈의 전체 혹은 일부의 염기서열을 결정하는지 (아니면 요즘 쓰는 것과 같은 신원 확인을 위한 다른 방법을 쓰는지) 는 확실하지 않지만 동일한 기계로 목성 도마뱀파(?) 의 ‘시라토리 스꾸무’ 가 ‘약간 유전자 조작이 되어 있다’ 라는 것을 아는 것을 보면 전체 게놈의 염기서열을 결정하는 것 같네요. 흠..뭐 나데시코의 시대는 200년 후 (2197년?) 로 되어 있으니까 그때쯤이면 지금은 10년 이상 걸린 인간 전체 유전자의 염기서열 결정을 단 1초에 할 수 있을 만한 기술이 생길지도 모르죠. 그리고 당연한 것이지만 그?쯤이면 태어나는 모든 아기의 유전자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있어야겠죠. (우리가 지금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지문을 찍듯이!) 물론 ‘신원 감식계’를 혀에 갖다댔을 때 나오는 사진은 별도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야 되겠죠…..설마 유전자 염기서열만으로 이 사람이 어떻게 생겼을지, 어떤 성격을 가졌을지 알긴 힘들 것 같네요. 이런 것은 환경적 요인에도 큰 영향을 받을테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는 ‘호시노 루리’ 에 대한 이야기인데, 후반부에 나오지만 루리는 유전자 조작된 인간 (Transgenic human?) 으로써 우주 개척시대에 걸맞는 지능과 육체를 가지도록 수정란 상태에서 조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음..뭐 사실 ‘카우보이 비밥’의 사람을 원숭이로 조작하는 바이러스에 비하자면 이것은 꽤 가능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유전자 조작을 하려면 완전한 인간으로 분화되기 전의 수정란 상태에서 하는 편이 훨씬 용이하죠. 아직은 인간에 대한 복제 실험이나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모르는 일입니다. 어디선가 지하 골방에서 세계 정복을 획책하는 사이비 박사가 프랑켄쉬타인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지…^^;)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쥐 (Mouse) 와 같은 실험 동물에서는 외래의 유전자를 수정란 상태에서 이식하는 실험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끝나고 인간의 지능에 관련된 유전자 부위들이 규명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 뭐 200년 뒤의 일이잖아요. 그렇지만 사실 사람의 지능이나 육체의 발달양식, 혹은 작물의 수확량 등 고차원적인 표현형(Phenotype) 을 지배하는 유전자의 경우에는 단일한 유전자가 관여한다기 보다는 여러 유전자에 의해, 혹은 유전자의 발현 정도에 따라서 매우 복잡하게 지배된다는 것이 현재 어렴풋이 알려져 있는데…따라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지능을 루리처럼 월등하게 만들려면 견적(?) 이 많이 나올 것 같다는..즉 한 유전자를 집어넣었다 뺐다가 하는 정도로는 어림없고 수많은 유전자를 동시에 조작하는 일이 필요한데..뭐 이것도 나중엔 어떻게 되겠죠. 상당히 무책임한 설명이죠? 루리 본인이 이런 설명을 보면 뭐라고 할 지 뻔히 들리는군요. “바보”.

전반적으로 나데시코는 다른 면에서는 모르지만 유전공학/분자생물학적인 면에서는 너무 상식을 초월한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의 기술을 바탕으로 해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한 일들.. 음..이런 것은 오히려 상상력이 빈곤한 것에서 유래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잘 모르겠네요.

‘어이, Part I 이라고 했는데 Part II 도 있는 거야?’ 라고 묻는 분도 계실텐데..뭐 그건  이런 시시한 글을 쓸만큼 시간이 더 있을 것이냐에 달렸죠? 진짜 시간이 되면 각종 SF 영화 속에서 비친 분자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싶은데 솔직히 진지하게 분석해 보고 싶을만큼 과학적으로 고증이 잘 된 영화가 그리 많은 것 같진 않네요.(그리 많은 영화를 보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지도…^^;) 그러나 저러나 우리 Boss가 논문대신 이런 것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면 과연 어떻게 될까..으흐흐.

 

근데 Part II도 썼다는게 함정. 

5 thoughts on “Molecular Biology of Anime : Part I

  1. 아들의 진로 땜에 갈급한 정보를이사이트에서 정말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아직 모든 글을 다 읽지 못한 상황에서 죄송하지만 여쭙니다.분자생물과 생물물리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곧 고3이되는 아들이 고교 내내 혼자 공부해온 수학과 물리는 잘하고 중학교부터 동물의 행동방식.유전.뇌.등에 관심이 많아 책을 두루 읽었습니다. 아들 왈
    “공부는 물리처럼 연구는 생명과학을 수학은 기본인데 어떤 과에 진학하죠?” 묻습니다. 조언부탁드립니다.

    • 요즘 생물학은 대개 다 분자생물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생태학자 피꺼솟? -.-)
      그렇지만 요즘 생물학이 다 생물물리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요즘 말하는 협의의 생물물리학은 주로 물리학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분석기술을 개발하는데 치중되어 있는 경향입니다만, 앞으로는 점점 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하여 생물계를 묘사하는 쪽으로 변해갈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자생물학과 생물물리학의 차이를 대학진학하는 학생 수준에서 크게 고민하실 필요는 있을까 싶은데요, 진학을 물리학과를 갈지, 생물학과를 갈지의 문제겠군요.
      아드님의 성향이 분석적이고 수학, 물리를 잘한다고 생각 (성적이 좋은 것과 실제 수학 물리를 이용하여 연구를 하는 것은 틀릴수도 있습니다만) 한다면 물리학을 전공하고 나중에 생물학 관련 연구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학부때 물리학을 전공하고 연구 자체는 생물학에 관련된 문제를 하시는 분은 아주 많습니다. 학부때 생물학을 부전공하는 정도로 해도 좋지요. 그런데 생물학과를 진학해서 생물물리학적인 방법론으로 연구를 하는 것은 좀 빡셀수도 있습니다. (물리학적인 백그라운드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 단물같은 말씀을 저는 읽고 또 읽고.아이는’두개다 해야 하겠군…’하며 감사드리더군요.좋은 말씀 깊이 감사드립니다.답변보고 너무 반가웠어요. 생명공학에 더 이끌려 하고, 분석적인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아이지만 물리를 부전공으로 해낼 수 있을지 -공부의 특성과 제도등을 제가 잘몰라서- 아직 난감합니다.말씀중에’수학 물리를 이용하여 연구하는것은 성적이 좋은 것과는 다르다’에 대한 견해를 더 듣고 싶습니다.
        물리를 부전공으로 경우와 생명과학을 부전공 하는 경우의 장단점과 한계점은 무엇일까요?

      • 일단 (중등교육의) 성적이 좋은 것과 연구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 좀 설명을 드리죠. 간단하게 말해서 중등교육, 혹은 대학 학부교육에서 성적이 좋은 것은 ‘답이 있는 문제’ 를 빨리- 정확히 푸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연구를 하는 것은 ‘답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문제를 푸는 것’, 혹은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의 재능과 후자의 재능이 서로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가끔은 전자의 재능이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재능이 별로 없는 분들도 보입니다. 그 반대도 있구요. 그런지 안 그런지는 어떻게 아는가? 실제로 연구를 해 보기 전에는 모르죠.

        그리고 생물학을 전공하고 물리를 부전공하는 것보다는 물리를 전공하고 생물학을 부전공하는 게 좀 쉬워보이긴 합니다만 (실제로 그래본 적 없어서 그냥 느낌일 뿐입니다 -.-) 일반적으로 생물학 전공을 하는 경우에는 전공과목에서 수리적인 부분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 물리학 전공과목을 들을때 필요한 수리적인 훈련이 좀 부족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음 근데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학관련 정보는 어머니가 찾아서 알려주기보다는 본인이 찾아서 공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

  2. 모든 말씀이 구구절절 옳으시네요.명쾌하고 친절하신 답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비전공자인 엄마와 더 무지한 고딩아들은 생생한 조언에 감격할 따름이었답니다.일단 연구분야는 생명을 하겠다는 맘과 부전공까지 구체적으로 그려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아이가 좋아했던 책이 매드사이언티스트였는데 필명이 같으셔서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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