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lecular Biology of the Anime : Part II

역시 1편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2002년에 씌여진 글임. CRISPR/Cas9의 도래로 이 글은 새로 써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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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이런 글의 후속편을 쓰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그만큼 할일이 없다는 반증이겠죠…^^; 어찌 되었든, 이번에는 몇 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다루었던 ‘Part I’과는 달리 ‘성계 시리즈’ (성계의 문장, 성계의 전기, 성계의 전기 2) 의 한 시리즈만을 놓고 심층 분석 (?)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소위 ‘성계 시리즈’ 라고 알려진 모리오카 히로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선라이즈에서 1999년부터 제작된 이 시리즈는 많은 매니아로부터 관심을 끈 작품입니다. 광대한 스케일의 우주전 및 이 속에 양념처럼 버무러지는 로맨스, 꽤 치밀한 설정 (”초광속 여행’ 을 합리화하기 위해 도입된 ‘평면 우주’ 의 개념은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이것은 소설에서 다 설정해 둔 것이긴 하지만), 게다가 TV판 치고는 꽤 괜찮은 작화 등등..99년부터 매년 한 시즌씩 방송되어 벌써 3기의 방영 (그래봤자 36회 밖에 되지 않지만..) 을 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계속 시리즈가 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작사가 ‘건담’ 의 선라이즈라는 것을 생각하면 언제 끝날지 알수 없죠…)

이 작품에는 현존하는 과학의 시점에서 분석해 볼 만한 흥미있는 설정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앞에서 잠깐 말한 평면우주니 시공포니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사실 저는 ‘시공포’ 라든지 ‘평면 우주’ 같은 것의 과학적인 근거에 대해서 깊게 논할 만한 물리학적 지식이 없으므로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는 생락하기로 하구요..제가 그나마 썰을 풀수 있는 분야인 생물학적인 관점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생물학적인 관점이라는 것은 결국 ‘아브’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모리오카 히로유키의 소설에서 아브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 옛날, 지구 궤도에 살던 어떤 민족은 우주 탐사를 위해 우주에 맞는 신체적 조건을 가지도록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복제 인간’을 만들었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인류와 구별하기 위하여 인류에게는 존재할 수 없는 ‘파란 머리’를 주었다. 우연히(?) 평면 우주를 통한 초광속 항행법을 알게 된 이들 ‘복제 인간’ 들은 모성과 독립하여 모성을 파괴하고 제국을 선포하였는데…” (이하 생략)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인 듯 싶습니다만..사실 그럴듯한 설정이긴 하네요.

어쨌든 ‘아브’의 주요 생물학적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장한 이후에는 전혀 노화가 없고 수명은 보통 200세가 훨씬 넘는다. 한마디로 ‘불로장생’

(2) 남녀 할것 없이 모두 미남 미녀

(3) 특유한 파란 머리를 가진다. 

(4) ‘공식각’ 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감각 기관이 있어서 우주선 등에서 외부의 데이터와 링크할 수 있다. 

(5) 잘나가는 가문의 경우 가문별로 특유한 신체적 특징 (가징, 아브리얼의 큰 귀라든지 스폴의 붉은 눈동자 등) 을 가진다.

(6) 생식 방법이 다양하다..

애니메이션이나 원작 소설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유전자 조작’ 이라는 한 마디로 모든 설명을 대신해 버렸는데..(참으로 간단한 설명..’유전자 조작’ 한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어떻게 유전자 조작을 하느냐 같은 더티 웍은 저같은 사람한테 맡기면 된다 이거죠?..) 저는 바로 여기서 ‘어떻게’ 유전자 조작을 하면 아브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 글 역시 ‘비평’의 차원에서 쓴 것이 아니라 그냥 재미 차원에서 쓴 글, 즉 웃고 즐기기 위한 글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만약 ‘성계의 문장’, ‘성계의 전기’ 시리즈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밑의 글을 읽으셔도 별로 재미가 없을 겁니다..이런 분들이라면 먼저 성계 시리즈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 다음의 사이트를 먼저 찾아보시거나 아니면 시중에 굴러다니는(?) 동영상을 보시는 게 좋을지도..

제작사 선라이즈의 공식 사이트 : 제작사 선라이즈(Sunrise) 의 공식 성계 사이트입니다. 일본어로 되어 있다는 것을 유의해 주세요.

Siney 님의 팬 사이트 : 국내의 팬이 제작한 성계 정보 사이트입니다매우 자세한 정보가 있으므로 꼭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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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 원본에는 2단 편집까지 했다. 미쳤지 ㄷㄷㄷ

 

불로장수의  아브 만들기

 

이제 ‘불로장수’ 라는 아브의 가장 큰 생물학적 특징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합시다.

굳이 진시황 같은 사람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불로장수’는 인류가 오랜 세월동안 꿈꾸던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물론 근래의 의학 발전에 의해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성계 시리즈의 아브의 평균 수명인 200세에는 범접하기가 힘든 노릇이고..의학의 발전에 의해서 앞으로도 계속 평균 수명이 늘겠지만 근원적으로는 인간의 수명은 그렇게 고무줄처럼 무한정으로 늘어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결국 평균 수명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비약적인 진보를 위해서는 생명 현상의 ‘펌웨어’ (?) 라고 볼 수 있는 DNA를 손을 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일단 200세까지 살기 위해서는 현재 불치병이라고 생각되는 병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어야 하겠죠? 어차피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수명이 연장된 인류를 만든다면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아예 유전자를 수정하여 이런 병이 일어날 소지를 줄이는 것이 보다 현명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도 다 이사겠지만, 2001년에 미국의 셀레라 지노믹스 (Celera Genomics)라는 회사가 인간 게놈(유전체) 를 구성하는 DNA의 염기 서열을 모두 밝혀내었습니다. 이것을 컴퓨터 쪽으로 풀어 설명한다면 “소스가 공개되지 않은 어떤 기기의 펌웨어를 분석하기 위해서 펌웨어를 다운로드받아 디스어셈블하였다” 수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인간 유전체의 염기 서열을 모두 결정한다고 해서 인간의 모든 병을 손쉽게 퇴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MS의 윈도우의 소스 코드나 바이너리 파일을 제 3자가 입수하였다고 당장 윈도우의 모든 버그를 수정하고 보다 나은 윈도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염기 서열이 모두 결정되었다고 인간의 모든 유전병 및 기타 질병의 해결 방법이 쉽게 나올 수는 없습니다. (윈도우 소스 코드는 그나마 주석이라도 달려 있지만 인간의 유전체라는 프로그램에는 창조주 (무신론자라면 ‘진화의 힘’ 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죠) 의 ‘주석’ 따위는 달려 있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계속적인 연구를 통해서 특정한 생명 현상에 관련된 유전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반대로 특정한 유전자는 어떤 생명 현상이나 질병에 관련되어 있는지를 파악하여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언제 다 파악될지는 지금으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몇십년 안에는 인간 게놈을 구성하는 유전자들의 기능들이 대략적으로는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난치병이라고 알려져 있는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치매) 등을 유전자 레벨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역시 노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암 같은 불치병을 유전자 레벨에서 예방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암이라는 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사실 우리가 통칭해서 ‘암’ 이라고 불리는 질병들은 사실 발생 부위에 따라서 각각 다른 원인을 가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지만 암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세포가 이미 예정된 프로그램 이외로 ‘폭주’ (에바인감?) 하여 마구 분열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모든 고등동물의 세포는 ‘때와 장소를 가리면서’ 분열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수명이 다한 세포는 스스로 자살 (세포 사멸, apoptosis라고 합니다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이런 컨트롤이 잘못되어 세포가 통제를 받지 않고 마구 자라게 된다면..이게 보통 암이 되는 것이지요. 암의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으로는 여러가지 발암원에 의해서 DNA의 손상이 축적되고, 이런 손상이 계속 쌓여서 결국 유전자 레벨에서 세포 분열을 통제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됨으로써 일어난다는 설이 유력한 설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생체 내에 지니고 있는 DNA 손상을 수리하는 메커니즘을 좀 갈고 닦거나 (무슨 자동차 부품 닦냐?) 아니면 이렇게 컨트롤되지 않고 증식하는 세포만 표적으로 사멸되도록 만들도록 면역계를 강화한다면 충분히 암을 발생하지 않고 장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말은 쉽지만…^^;)

노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노화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각광을 받는 원인 중의 하나로는 산화 스트레스 (Oxidative Stress) 가 있는데 이런 과산화물에 의해 손상받는 유전 정보 및 단백질을 보호하기 위해서 강력한 산화 방지 메커니즘을 도입한다거나 (아예 비타민 C 같은 강력한 항산화제 – antioxidant – 를 생체 내에서 생합성하는 유전자들을 게놈에 몽땅 구겨넣는다든지..) 아니면 강력한 DNA 복구 시스템을 도입하고..

너무 자세한 설명을 하면 (솔직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무리가…^^;) 그냥 브라우저의 ‘이전’ 버튼을 누르실 것 같아서 이런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될지를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1) 일단 유전병에 관련된 유전자를 제대로 수정해야 겠지요. 사실 현재까지 유전병에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 및 이 유전자에 일어나는 돌연변이만 수천개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즉 이전에는 ‘유전병’ 이라고 여겨지지 않던 병들도 여기에 관련된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유전병’ 이 되는 셈이지요.) 이런 유전자들을 모조리 모아서 제대로 수정하기 위해서는..어마어마한 양의 DNA를 체외에서 (In vitro) 화학적으로 합성한 다음 이를 수정란에 전달해야 될 것입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우수한 형질을 가진 사람들을 좀 골라서 그들의 유전자를 ‘전통적인 방법’ (?) 으로 섞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2) 암과 같은 난치병을 원천봉쇄하도록 유전자 수준에서 조작을 해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특이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도록 면역체계 (Cellular Immune Response) 를 강화시킨다던가, 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DNA 손상을 보호하는 단백질계를 강화시킨다든가…아무튼 인간의 게놈에 원래 있지 않은 ‘새로운 코드’ 를 추가하는 방향이 보다 효율적이겠지요.

(3) 마찬가지로 노화를 예방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 (산화 스트레스 방지라든지, 세포 재생/사멸 시스템의 최적화(?) 라든지..) 을 수행할 타겟 유전자를 정하고 이에 맞도록 도입되거나 수정될 유전자를 합성합니다.

(4) 도입될 유전자가 다 정해진다면 생체 외에서 이 모든 유전자를 화학적으로 합성합니다. 지금 현재는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유전자의 길이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대장균 (Escherichia coli) 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증폭하지만 아마 이때쯤이면 완벽하게 모든 유전자 조작을 체외에서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해야지만 모든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고 모든 공정이 자동화되어야지만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유전자 조작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이렇게 새롭게 구성된 유전자를 수정란 상태에서 도입합니다. 옆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무리 이런 유전자 조작 기술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장한 생물의 모든 세포의 유전자를 갈아끼우는 것은 힘들 것이기 때문에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 조작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지금은 미세한 관을 이용하여 직접 유전자를 주사기로 찔러 넣는 조금은 무식한(?) 방법을 이용하지만 미래에는 보다 효율좋은 유전자 도입 방식이 나오겠지요. 그리고 지금의 외래 유전자 도입 효율은 극히 낮습니다만 (100번 시도하여 1번 성공하면 아주 효율이 높다고 생각할 정도이니) 인간의 수정란을 가지고 하는 미래의 ‘유전자 조작’ 사업에는 100% 의 효율일 필요합니다. 즉 100번 하면 100번 다 성공할 정도의 효율이 보장되어야 겠지요. 어떻게? 뭐 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무책임하군!)

이렇게 아브의 프로토 타입(?)이 만들어진 다음에 세부적인 버전업(?)은 세대를 나가며 천천히 해도 됩니다.  지금 앞에서 설명한 방법만 가지고 확실히 ‘불로장생’ 의 아브를 만든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제대로만 작동해 준다면 지금 평균 수명보다 몇십년은 올라가겠죠. 200살이나는 아브의 평균 수명에 도달하려면..다 시긴이 해결해 줄 겁니다. (역시 무책임한 설명..^^;)

사실 무병장수를 이룩하는 것에 비해서 ‘미남 미녀’ 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소설의 설정상 아브의 ‘프로토타입’ 을 만들때 자신의 민족에서 우수한 형질을 가진 사람들만을 선별하여 이 사람들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아브를 만들었다고 하니까요..특별한 일이 없는 한 쭉쭉빵빵 미남 미녀 자식이 못난이가 나올 확률은 별로 없으니까..

그렇지만 아브를 처음 만들 때가 아니고 아브 제국의 시대가 되어서 스스로 얼굴 생김새를 고쳐나가야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서 틀려지기 마련이므로) 물론 인간의 노화와 수명 연장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모두 알려지고 이를 어떻게 수정하면 늙지 않고 병에도 걸리지 않는지가 알려졌다면 인간의 겉 생김새를 결정하는 유전자들이 어떤 것들이며, 이것들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작용하는지에 따라서 어떻게 생김새가 달라지는지도 잘 알려져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애를 가지게 되는 아브의 부모는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식의 유전자 조작을 요청하게 되겠죠.

“눈은 좀 더 가늘게 하구요..입술은 조금 더 갸름하고 저보다 색이 더 짙게..키는 한 172cm 정도가 어떨까?” (어이, 무슨 가구 주문하나?)

이렇게 주문하면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눈의 형상을 조절하는 유전자’ 들을 어느 정도, 어떻게 발현시킬 것인지를 결정한 다음 발현 조절을 담당하는 조절 영역 DNA (대개 ‘프로모터’ – Promoter – 라고 불리는 전사 조절 영역이겠죠?) 과 해당하는 유전자를 융합시켜 수정란의 전반적인 유전자 조작시에 추가해 주면 되겠죠. (물론 이렇게 되려면 어떤 유전자를 어떻게 바꾸면 실제 생김새가 어떤 식으로 될 것인지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될 것입니다)

웬지 모르게 좀 싫은 느낌이라구요? 글쎄요. 이런 기술이 일반화되면 지금은 거부감을 느끼는 ‘인간 유전자 패치’ (..) 기술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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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머리는 어떻게?

자..이렇게 해서 무병장수의 아브를 만들어 냈습니다. 너무 심각한 내용이었나요? 이번에는 조금 가벼운 것들을 생각해 봅시다.

‘아브’ 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특유한 ‘파란 머리카락’ 을 들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캐릭터마다 조금씩 색이 틀리긴 하지만..원작 소설을 보면 아브의 머리카락 색에 대해서 이런 유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브를 처음 ‘만들어 낸’ 사람들은 아브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인간에게는 자연적으로 있을 수 없는 파란 머리카락이 나도록 하여 인간과 구별되도록 했다”

모리오카 히로유키씨의 말대로 인간은 염색을 하지 않는 이상 (..) 파란 머리카락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흑색, 흰색, 노란색, 빨강색, 은색, 고동색까지는 여러 인종을 훑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파란색 머리카락이란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하셨죠? 물론 애니메이션에서는 ‘아야나미 레이’ 를 필두로 하여 반드레드의 ‘메이아’ , 나데시코의 ‘루리’, 천지무용의 ‘료코’  등 파란색 계열의 머리카락이 수두룩하지만…이거야 뭐 ‘만화’ 이야기니까..

‘인간에게 파란색 머리카락이 없다’ 라는 이야기는 현생 인류의 유전체 내에는 머리카락이 파란 색이 나도록 해 주는 파란 색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가? 파란색 색소를 만들어 주는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찾아서 인간의 유전자에 삽입해 주면 되겠지요? 그렇지만 단순히 유전자를 삽입해 주는 것 만으로는 곤란하고 이 ‘파란색 색소’ 가 머리카락을 생성하는 모근 세포에서만 정확하게 만들어지도록 이 유전자가 모근 세포에서만 발현되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자가 모근 세포에서만 발현되도록 해 주는 ‘프로모터’ (Promoter) 라는 DNA의 제어 영역도 같이 찾아야 하는데..사실 이런 것은 현재의 기술로도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파란색 색소가 아무데서나 발현된다면 옆에서 보시는 것처럼 라피르의 얼굴에 푸른 반점이 곰팡이 핀 듯 돋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파란색 색소’ 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사실 현재에도 ‘색’ 을 내는 단백질 내지는 색소를 만들어 주는 효소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 중의 하나로는 GFP (Green Floresence Protein) 이라는 단백질인데 이것은 해파리 유래의 단백질로써 자외선을 받으면 초록색 형광을 내는 단백질입니다.

‘형광까지는 필요없다’ 라구요?…에이, 형광이 어떄서.어쩄든  가장 손쉬운 방법은 파란색 털을 가진 동물을 찾아서 그 동물에서 ‘파란색 색소’ 를 만들어 주는 유전자를 찾아서 도입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파란색 털을 가진 동물은 무엇이 있을까..주로 조류 계통에 이런 것이 많군요. ‘파랑새’ (Bluebird) 라는 것도 있고..공작의 꼬리에도 파란색 털이 있었죠? 이런 생물 유래의 유전자를 찾아서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도입해 주기만 한다면 그 이후에는 OK!  필요하다면 검은 색을 내는 색소 (멜라닌이던가요?) 의 유전자의 기능을 불활성시키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좀 더 미묘한 색깔이 필요하다구요? 가령 ‘문장’ 에 보면 라피르가 진트에게 ‘나는 내 머리 색이 좋아, 너무 진하지도 않고 옅지도 않은 파란색이라구’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사람마다 좋아하는 머리 색이 있나 봅니다. 이런 것은 어떻게 하는가? 파란색 색소의 발현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즉 보다 진한 파란색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약간만 색소를 만들어 주는 유전자가 조금 더 많이 작동하도록 만들어 주고..옅은 색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발현 레벨을 줄이고..물론 현재에는 말처럼 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고등생물에서 유전자의 발현 강도를 정확하게 조절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뭐 아브 제국의 시대에는 안될 게 없겠지요.

음..너무 허황된 이야기라구요? 글쎄요.

제가 몇년 전에 학술대회 (분자생물학 학술대회였고 무슨 아니메 포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에 참석했을 때 어떤 양반이 연구 발표를 하는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성함은 잊어버렸고 아마 독일의 Max Flank Institute 에 근무하시던 분이라고 생각되는데..이 양반은 장미와 같은 꽃의 색상을 바꾸는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이런 말을 하던 것이 기억나네요.

“지금 헤네시 코냑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파란 장미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색과는 달리 파란 장미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다른 색의 장미를 만드는 것은 기존에 있는 색소 유전자를 불활성화하거나 발현 정도를 조절하면 가능한데 파란 색 색소는 장미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다른 생물에서 찾아서 도입해야 되는데 파란 색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는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라서 동시에 여러 가지 유전자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 헤네시 코냑에서 파란 장미를 만드는 연구를 지원하는지는 알수 없고 (아마도 광고에 쓰려고 한 것이 아닐까요? 헤네시 코냑에는 파란 장미를…뭐 이런 카피와 함께) 이 양반의 연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 후에 듣지 못했지만..파란색 장미를 만들 수 있다면 ‘파란색 머리카락’의 아브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사실 장미와 같은 식물이나 사람 등의 동물이나 유전체의 복잡성은 거의 거기서 거기기 때문에 장미의 색을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여 바꿀 수 있다면 사람의 머리카락이라고 기술적으로 안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식물의 경우에는 윤리적으로 실험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함부로 유전자 조작을 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 뿐이죠. (모르죠..세계의 어느 한 구석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지금도 이런 연구를 하고 있는지는…저는 아닙니다. ^^;)

결론적으로..아브의 가장 큰 특징인 ‘푸른 머리카락’ 은 현재의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도 그렇게 구현하기가 불가능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유전자 조작을 통해 푸른 머리카락을 만드느니..저 같으면 그냥 좋은 염색약이나 만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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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귀와 붉은 눈은?

머리색에 이어서 이번에는 라피르 등의 ‘아브리얼’  가문의 ‘큼직한 귀’ 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실 귀 모양을 바꾸는 것은 머리색을 바꾸는 것에 비해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현재까지는 귀와 같은 기관들이 어떻게 해서 이런 모양을 형성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생화학적/분자생물학적 기작이 밝혀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만 모르고 있고 연구 결과가 다 나와 있을지도…그러나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런 것은 사실 발생 생물학 (Developmental Biology) 의 영역인데, 기관이 만들어지면서 어떤 유전자가 순서대로 발현되어 기관의 정확한 모양을 형성하는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그나마 비슷한 부분에 대해서 연구가 되어 있는 부분이 초파리 (Drosophila Melanogaster) 의 경우인데 이전부터 유전적인 모델로 사용된 초파리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를 가진 돌연변이체들이 알려져 왔고 이런 돌연변이가 어떤 유전자에 존재하는지도 알려져 왔습니다. 이 유전자 대부분은 전사 인자 (Transcription Factor) 라든지 단백질 인산화 효소 (Protein Kinase) 등의 단백질로써 주로 특정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역활을 수행합니다. 즉 어떠한 단백질이 기관의 발생 단계에서 어느 정도 (혹은 언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서 이런 기관의 모양이 조절되게 된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조작이 성형수술보다 더 손쉬운 아브의 시대에서는 물론 인간의 여러 가지 기관의 모양과 크기를 결정하는 유전자도 다 결정되어 있을 테니까..애를 낳기 전에 적절히 귀 모양도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흥미있는 것은 라피르의 귀는 다른 아브리얼 가문의 사람들보다 작은데..그 이유는 라피르의 유전자 제공자 (어머니 격에 해당하는) 프라키아 렉슈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귀 모양을 제대로 바로잡는’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뭐 그거야 개인의 취향이니까.

아브리얼의 ‘큰 귀’ 에 비하면 스폴의 ‘붉은 눈동자’ 쯤이야 아주 손쉽게 만들 수 있는데..기관의 모양을 조절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홍채의 색소만 조절해 주는 것이니까 다른 동물류에서 붉은색 홍채를 가진 동물의 유전자만 그대로 도입해 주면 금방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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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I-Link (?) 를 달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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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ink는 IEEE1394의 애플에서 당시 부르던 상표명을 의미함

 

다음에 알아볼 것은 아브의 특징인 ‘공식각’ (空識覺              : Spatial Sensor)입니다.

아브는 인류에 비해 다른 하나의 감각 기관이 더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공식각’ 입니다. 이것은 우주선을 조종할 때는 배의 사고 결정 (컴퓨터인 셈이겠죠?) 과 연결하여 우주선의 외부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사용하고, 우주선에 탑승하지 않을 때는 전방위를 탐지하는 센서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아브가 머리에 쓰는 관 같은 것인 ‘알파’ 와 연결되어 기능을 수행한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이 기관은 디지털 데이터 (설마…유전자를 떡주무르듯 하고 초광속 이동을 현실화된 시대에 아날로그 데이터를 이용하지야 않을 것이고) 를 아날로그 데이터로 변환하는 일종의 D/A 컨버터 (DVDP나 A/V 리시버에도 들어있는..^^;) 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인간의 대뇌에서의 인지,기억이 어떠한 물리화학적인 방식으로 기억되어 있는지는 아직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이런 것은 디지털 데이터라기보다는 화학적 (이온 농도 구배에 의한 전위 포텐셜이 되었건 어쨌건)인 아날로그적인 데이터입니다.

이런 것을 구현하는데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대뇌의 ‘정보’ 가 어떤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인데…앞에서 말했다시피 현재는 이런 것에 대한 연구가 그리 많이 되어 있지 않으므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뇌과학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면 밝혀지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현재 뇌과학 분야의 연구 수준은 분자생물학으로 따지자면 1950년대 이전에 ‘유전 정보가 어떻게 담겨져 있는지’ 를 모르던 시대의 수준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뇌의 기억이 어떤 물리화학적인 방법으로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 규명된다면 그 뒤를 이어서 외부의 시그널을 인위적으로 대뇌의 기억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아브의 ‘공식각’ 도 꿈은 아니겠지요.

암튼 ‘아브의 공식각’ 은 현재로써는 그리 쉽게 구현하기 힘들다는 것이 결론이고..한 가지 여담 하나를 하자면 아브는 A/V 시스템 장만할 것 없이 그냥 디지털로 대뇌에 A/V 시그널을 링크시키기만 하면 홈 시어터가 구축되겠네요. 우주선 아랫층의 사람이 쿵쿵거린다고 항의하러 올 일도 없겠고…^^; 실제로  성계의 전기 II 에서는 비보스 제독이 공식각을 이용하여 소위 ‘공식각 예술’ 을 감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보아하니 무슨 스크린 세이버 같은 것이더군요…음..우주를 호령하는 아브의 취미 생활이 기껏해야 수천년 전의 스크린 세이버 수준의 그림 감상이라..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이전에 소프트웨어나 좀 제대로 해야 될 것 같네요.

The End..(Really?)

결론적으로 성계 시리즈 내에서 그려진 ‘아브’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영역도 있지만 어쨌든 과학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된다면 전혀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즉 설정에 있어서 그리 과학적 상식을 뒤엎는 황당한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유전자 조작을 마치 프로그램을 패치하듯 뚝딱뚝딱 고치는 시대는 살아 생전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Part II’ 는 여기서 끝입니다. ‘성계 시리즈’ 를 접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별로 재미없을 내용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만..어쨌든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Part III 는 없냐구요?…그것도 역시 ‘이 글이 어떤 반향을 일으키느냐’ 보다는 ‘이런 글을 쓸 시간이 또 생기느냐’ 에 달린 문제겠지요. 사실 영화도 Part II 까지는 괜찮다가 Part III 가 되면 이상하게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무슨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이냐?..^^;) 어쨌든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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