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페이스북 페이지 글 모음

페북을 잘 이용하지 않고 블로그에만 오시는 분도 많기 때문에 금년부터는 매달 말에 페북에 올려놓은 글들의 목록을 블로그에 정리하도록 합니다.

단백질 정제의 십계명 6. 마무으리에는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를 기억하라

참으로 오랫만에 쓰는 시리즈 최신판이다. 지금까지의 ‘계명’ 은..

1. 단백질은 단백질마다 다 다르니 그들의 특성을 잘 파악할지어다.

2. 폴리펩타이드 결합은 언젠가 끊어질지니 단백질 분해효소에 유의할지어다

3. 과발현을 경배하라

4.친화크로마토그래피와 친하게 지내라

5. 이온교환크로마토그래피를 사랑하라

오늘 소개할 계명은 6.마무으리에는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를 기억하라

일단은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 (Gel-filtration chromatography)를 설명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알아본 단백질 정제기술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3단계로 생각하는 단백질 정제과정

단백질 정제 과정을 크게 3단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개념적인 구분이고, 반드시 모든 정제가 딱 3스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아니므로 착각은 금물.

잡아서 (Capture)

이 단계에서는 세포를 파쇄하고, 단백질이 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도록 가능한 빠른 시간에 단백질을 농축해서 회수하는 것을 최우선적 목표로 삼는다.  아마도 재조합 단백질에 의해 친화태그를 달아서 발현하는 현대의 재조합 단백질 발현에서는 아마도 친화크로마토그래피에 의한 과정이 그 중요한 예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단백질의 purity 보다는 얼마나 최대한 많은 단백질을 회수하는 것이 중점이 될 수 있다. 만약 동물 조직과 같이 목적단백질이 적은 시작물질에서  단백질을 정제하는 경우에서는 bulk로 수행되는 이온교환크로마토그래피도 중요한 수단이 된다.

중간단계  정제 (intermediate purification)를 하고

이 과정에서는  위에서 ‘잡힌’ 목적단백질에서 대개의 불순물과 목적단백질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친화크로마토그래피 또는 이온교환크로마토그래피 가 주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친 다음에는 목적단백질은 적어도 단백질을 SDS-PAGE를 걸었을때  가장 주된 구성물이 있던가 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의 가장 큰 목표는 당연히 높은 정제율을 보이는 것이다. 일단 이온교환크로마토그래피를 넓은 범위의 염농도구배  (0-1M) 등으로 해서 초기조건을 잡은 다음에는, 목적 단백질이 새 나가지 않을 가장 stringent 한 조건에서 빡세게 워싱을 하고, 다른 단백질과 같이 딸려나오지 않는 조건에서 elution을 하는 등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광내기 (Polishing)

이제 여러분의 샘플에는 거의 목적 단백질이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젤을 걸면 몇 가지 잡밴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것을 제거하여 순수한 단백질을 만드는 단계이다.

그렇다면 젤을 걸어서 나의 목적단백질 이외의 다른 밴드가 보이지 않으면 정제는 성공한 것일까? 단백질의 용도에 따라서 ‘그 이상’ 의 정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가령 단백질 의약품 용도로 사용하는 단백질의 경우 ‘단백질이 아닌 다른 불순물’  (Endotoxin이라고도 불리는) 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구조생물학 용도로 단백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이 여러단계의 올리고머 상태로 존재하는 것들을 제거하고 업자용어로 ‘Monodispersed’ 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들만 골라낼 필요도 있다.

 

스크린샷 2016-01-27 21.12.32요런 것을 특정 업자들은 CIPP (Capture-Intermediate Purification – Polishing)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뭔가 영어 약자로 된 전략을 쓴다고 하면 간지가 난다는 것은 님의 착각  

아무튼 이번에 알아볼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 (Gel Filtration Chromatography) 는 주로 정제의 후반과정, 즉 ‘광내기’ (가끔은 중간단계 정제에 사용될 수도 있겠지만) 단계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다. 기억하라. 마무으으리에는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

단백질은 젤에 들러붙지 않아. 

일단 이온교환 크로마토그래피, 친화크로마토그래피와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의 근본적인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온교환 크로마토그래피나 친화크로마토그래피와 같은 방법은 근본적으로 특정한 단백질이 어떤 조건에서 레진에 흡착되어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이용하여 단백질을 정제한다. 가령 전체적으로 (+) 기를 띄고 있는 단백질이 (-) 기를 가지고 있는 양이온 교환수지에 철퍼덕 들러붙거나 혹은 GST같은 단백질이 GSH가 고정된 레진에 붙는 것과 같이 이렇게 붙은 단백질은 조건을 변화시키기 전에는 레진에 붙어있게 된다. 즉 좀 더 많은 양이온을 버퍼내에 흘려보내거나, 버퍼내에 GSH 의 농도를 증가시키거나 하는 식으로 붙어있는 단백질을 레진에서 해리시키는 조건이 주어지지 않는 한 이 단백질은 마냥 붙어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하여 단백질을 정제할 때는 단백질이 레진에 ‘붙는’ 조건에서 레진에 붙이고 버퍼를 가해서 안 붙은 것을 씻어내고, 원하는 단백질을 떨어트릴 수 있는 버퍼를 흘려내서 단백질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정제하게 된다. 즉 이런 크로마토그래피들은 근본적으로 ‘정제할 단백질과 붙는 성질’ 을 지닌다. 즉 일단 단백질이 레진에 붙은 다음에는 조건을 바꾸기 전에는 절대 안 떨어지므로 원한다면 천년만년 워싱을 해서 붙지 않는 단백질들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샘플 양이 매우 많은 경우 샘플을 로딩하면서 컬럼에 ‘붙일’ 수 있으므로 샘플 양이 얼마나 되느냐는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러나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의 경우 우리가 분리하려는 단백질이건, 그렇지 않은 단백질이건 절대 젤에 들러붙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가지 단백질의 성질에 따라서 ‘조금 천천히’ 젤을 거쳐서 나가거나 ‘바로’ 젤을 빠져나갈 뿐이다. 즉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는 절대로 특정한 단백질이 철퍼덕 달라붙어서 안 떨어져서는 안된다. 다만, 성질에 따라서 좀 더 빠르게 나가는 넘이 있고, 좀 더 느리게 나가는 넘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성질이 실제로 단백질 정제에 어떻게 작용하냐면, 이온교환크로마토그래피나 친화크로마토그래피는 일단 컬럼에 들어가면 원하는 단백질은 해당 컬럼에 붙기 때문에 샘플의 양이 많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이 계속 흘려주면 된다. 심지어 컬럼 볼륨의 수십배가 넘는 볼륨의 샘플을 흘려도 상관없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방식의 크로마토그래피는 정제하고자 하는 단백질이 많은 양의 볼륨의 용액 안에 들어있을 초기 단계의 단백질 정제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반면에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는 샘플 안에 들어있는 단백질들이 서로 얼마나 빨리 젤을 빠져나가느냐에 따라서 분리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온교환크로마토그래피와 같이 연속적으로 샘플을 로딩하면 전혀 분리의 의미가 없게 된다. 즉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는 최대한 농축된 샘플을 이용하여 컬럼의 부피에 비해서 최소한의 부피를 가진 샘플을 로딩한 후, 버퍼를 흘려주면서 이 안에 들어있는 샘플이 어떻게 분리되냐에 따라서 단백질을 정제한다.

즉, 이온교환/친화크로마토그래피를 위한 샘플의 경우

(1)볼륨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 단 샘플은 원하는 단백질이 붙을 수 있는 조건의 버퍼에 녹아 있어야 한다

(3) 따라서 투석이라든지 버퍼교환이 필요하다

가 중요한 반면

(1) 샘플이 어떤 버퍼에 들어있냐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버퍼는 자연스럽게 컬럼의 버퍼로 교환된다.

(2) 단 샘플이 녹아있는 부피는 최대한 작아야 한다 (최대 컬럼 부피의 5%에서 최적으로는 1% 미만).

(3) 따라서 단백질을 농축해야 한다.

이제는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가 어떠한 기준에 의해서 다양한 단백질을 선별하는지를 알아보자.

문제는 사이즈

결국 단백질 정제라는 것은 수많은 단백질이 가지는 다양한 성질을 이용하여 원하는 단백질을 골라내는 것인데 우리는 이미 특정한 리간드에 특이적으로 들러붙냐에 따라서 단백질을 분류하는 방법 단백질의 표면 극성에 따라서 단백질을 분리하는 법을 배웠다. 그 다음으로 단백질이 단백질마다 틀린 점은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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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S-PAGE만 한번 내려봐도 이렇게 다양한 크기를 가진 단백질이 여러분들의 시료 안에 디글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단백질을 그 크기에 따라서 분리하는 것 역시 단백질을 정제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단백질을 크기에 따라서 분리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서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 전기영동 (Electrophoresis)
  • 원심분리/초원심분리 (Centrifugation/Ultracentrifugation)
  •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 (Gel Filtration chromatographu)

이 중에서 가장 해상도 (Resolution) 이 높은 방법이라면 아무래도 전기영동(Electrophoresis) 이 될 것이다. 볼것도 없이 저 위에 있는 SDS-PAGE 젤만 보더라도 수많은 단백질들이 각각 다른 밴드로 분리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해당 단백질들을 크기에 의해서 잘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왜 여기서는 이 방법 대신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에 대해서 설명하는가? 그건 전기영동은 단백질내에 어떠한 단백질들이 들어 있는지를 분석하는데에는 매우 유용하지만, 대량의 단백질에서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만을 분리하는데는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백질을 정제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단백질의 고유한 활성을 이용하여 무언가 (생화학적인 실험이라든가) 를 하는 것이 상당수인데 SDS-PAGE 같은 denaturation gel 을 걸어버리면 단백질은 아주 멋있게 denature 되어버리고 대개의 생물학적인 활성은 남아나지 않는다. 분리를 할 수 있을지언정 쓸모가 없는데 어쩌라고. -.-;;;

물론 아주 한정된 경우에 한해서 SDS-PAGE와 같은 denaturation gel 으로 단백질을 분리하는 것이 쓸모가 있을 경우도 있다. 가령 항체를 제작하는 경우에, 항원 항체 반응에서 사용되는 에피토프의 경우에는 대개 짧은 시퀀스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백질의 3차원적 구조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경우도 꽤 있는데, 이런 경우에 SDS-PAGE 를 걸어서 밴드를 잘라서 항체제작의 항원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 (새로운 활성을 가진 미지의 단백질을 처음으로 정제했다든지, 단백질 상호작용을 하는 단백질을 알아내는 경우) 에는 해당 밴드를 자르거나, 혹은 SDS-PAGE를 내린 젤을 멤브레인에 트랜스퍼하여 단백질을 회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런 목적이 아니고 단백질의 3차 구조를 결정한다든지, 효소적 활성을 규명한다든지 하는 경우 denaturation gel 은 일단 정제 목적으로 쓰기는 쉽지 않다.

물론 전기영동 중에서도 SDS 를 넣어 단백질을 완전히 denaturation 시키고 charge를 sulfate 로 감싸버리는 SDS-PAGE 와는 달리 native 상태의 조건에서 단백질을 표면 극성에 따라서 분리를 하는 native gel 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단백질을 극성에 따라서 분리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이온교환크로마토그래피가 native gel 에 비해서 더 유리할수 있을 것이다.

원심분리? 물론 약 15,000rpm 정도의 속도를 가지는 고속원심분리기를 이용해서는 서로 다른 단백질간의 분리를 하는 것은 무리이고, 세포와 파쇄된 세포의 구성물까리의 분리 정도밖에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초원심분리기가 등장한다면? 약 100,000xG (중력의 10만배, 초원심분리기를 이용한다면 로터에 따라서 틀리지만 약 30,000-40,000rpm) 정도의 원심력으로 분리를 한다면 리보좀과 같은 거대고분자는 펠렛으로 떨어지고, 그보다 작은 단백질은 ‘국물’ 에 남게 된다. 이런 것을 S100 extract라고도 한다.

이보다 더 정밀한 분리가 필요하다면? 아직 크로마토그래피나 전기영동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생화학자/분자생물학자는 허구헌날 초원심분리기를 돌리면서 살았는데 초원심분리기 울트라센돌이 를 막 돌린 것이 아니라 이때는 Sucrose gradient centrifugation을 이용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찐한 설탕물을 튜브의 아래부터 위까지 농도구배를 해서 내려놓고, 샘플을 위에 슬쩍 깔아놓은 다음 죽어라 초원심분리기를 돌린 다음 분리된 샘플을 하나하나 프렉션을 받아서 단백질이나 생체고분자를 크기별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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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경우는 리보좀을 80S, 60S, 40S, 그리고 mRNA에 리보좀이 여러개 붙어서 번역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류하기 위하여 울트라센돌이를 열라 돌려서 위의 그림처럼 프렉션을 받은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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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것은 리보좀과 같은 거대복합체의 분리 정제에는 용하지만 이보다 작은 단백질의 분리에는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다. 따라서 단백질 정제에서 크기에 따라서 단백질을 분리한다면 대개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를 해야 하고, 대개의 경우 이는 단백질 정제의 막판에 해당한다는 이야기이다.

넘이 빨리 나오고 작은 넘이 늦게 나가는 희한한 동네

그런데 전기영동에 익숙하지만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에 잘 이해가 가지 않을수도 있는 것이 있다.

“전기영동에서는 큰 넘은 늦게 나오고, 작은 넘이 먼저 나오잖아요. 그런데 왜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에서는 큰 넘이 먼저 나오고, 작은 넘이 먼저 나오는건가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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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가 되었건, SDS-PAGE에서 내리는 단백질이 되었건, 전기영동에서는 분자량이 큰 넘은 아가로스 혹은 아크릴아마이드로 만들어진 젤을 통과하는데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속도에 지장을 받고, 따라서 분자량이 적은 넘부터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에서는 그 반대다. 왜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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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분자량이 큰 넘이 먼저 컬럼을 통과하고 작을 수록 천천히 나온다.

험난한 퇴근길, 직장과 사이에는 무엇이 놓여 있는가.

왜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를 하면 사이즈가 큰 단백질이 빨리 컬럼을 통과하고 작은 단백질 (및 저분자물질) 은 컬럼을 늦게 통과하는가?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에 사용되는 컬럼은 레진으로 구성된 작은 비드 (bead), 즉 구슬같은 미세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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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비드가 가지는 성질로는 일정한 크기 이하의 분자는 받아들이지만 그 이하의 분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Cutoff, 즉 입장가능한 분자량 기준이 200 kDa 인 비드가 충진된 컬럼이라면 크기가 200kDa 이하의 단백질이라면 비드 안에 들어가서 놀다가(?) 나오지만 200kDa가 넘는 단백질이라면 비드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하게 되므로 시간지연 없이 곧바로 컬럼에서 빠져나간다.

잘 이해가 안가는가? 가령 직장/학교에서 퇴근(?) 하여 집으로 귀가하는 과정과 비유해서 설명해 보자. 직장/학교와 집 사이에는 사람을 유혹하는 뭔가 – 뭐 가령 클럽 내지는 선술집이라고 치자- 가 놓여있다고 하자.  그런데 25세 이상은 ‘출입불가’ 한 클럽들만 즐비한 길을 거쳐 퇴근하는 40대 아저씨가 있다고 하자. 어차피 40대 아재 -.- 는 클럽에 들어가려고 해도 연령제한 때문에 뻰찌 -.- 를 맞으므로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퇴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20대 청춘이라면 클럽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므로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늦어지겠지? 좀 더 연령이 낮은 사람이라면 클럽에서 더 인기가 좋기 때문에 -.- 더 오랜 기간을 머무를 것이고…즉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의 레진은 유혹의 손길이 득시글한 퇴근길과 비슷하다! 아니 여기는 미성년자 출입은 없는건가염 30세 이하 출입불가인 성인나이트는요? 이런거 따지지 말자. 이 시리즈는 유흥업계의 십계명이 아니라니깐요

여기서 주목할 것은 Cutoff 가 75kDa인 비드가 충진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어차피 100kDa 이건 200kDa 이건 전혀 비드에 들어가지 못하므로 이들은 구분없이 그대로 컬럼에서 비드의 부피를 뺀 볼륨 (Void Volume이라고 칭한다) 에 나와버린다. 즉  Cutoff가 75kDa 인 컬럼에서 실제로 크기별로 분류가 가능한 것은 적어도 75kDa 이하, 현실적으로 원활한 분리가 가능한 것은 그보다 훨씬 작은 30kDa 이하의 단백질이다. 즉 75kDa 컷오프인 컬럼을 가지고 70kDa와 40KDa 를 아주 깔끔하게 분리할 것을 기대하지 말자. 이 경우에는 차라리 200kDa 컷오프를 가진 컬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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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경우에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젤 여과 컬럼인 Superdex 200 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양한 단백질을 내려본 것이다. 참고로 이 컬럼의 cutoff 는 200kDa 이므로 이 근처, 혹은 이보다 큰 단백질은 거의 지연시간 없이 컬럼의 공부피 (Void Volume : 컬럼의 패킹된 부피에서 비드가 차지하는 부피를 뺀 부피. 즉 패킹된 컬럼에서 ‘물’ 이 차지하는 볼륨) 에 해당하는 버퍼만 흘려보내면 그대로 용출되게 된다. 200kDa보다 큰 단백질이면 거의 여지없이 저기의 ‘금수저’ 440kDa 단백질과 같이 나오기 때문에 이 점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되었다고나 할까 ㅋ

거의 비슷한 단백질을 이번에는 Superdex 75 라는 컬럼, 즉 좀 더 컷오프가 낮은 컬럼으로 걸었다면 어떻게 나올까? 이 경우에는 충진된 비드가 좀 더 짤없이 덩치큰 단백질을 문전박대하므로, 75kDa 보다 큰 넘들은 여지없이 공부피에서 나와버리고, 다만 사이즈가 그보다 작은 단백질은 좀 더 정밀하게 분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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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컬럼에서는 75 혹은 그 근처에 있는 단백질의 경우는 그닥 분리가 좋지 못하다. 그러나 컷오프의 절반 이하에 해당하는 30-10kDa 정도의 작은 단백질은 Superdex 200에 비해서 훨씬 정밀하게 분리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길고 아름답습니다”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는 레진에 단백질이 흡착되지 않고 서서히 분리된다는 특성 때문에 물리적으로 다른 컬럼에 비해서 매우 긴 경우가 많다. 만약 단백질 정제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 단백질 연구하는 랩에 가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 다음 그림을 보고서 요렇게 긴 컬럼의 경우에는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넹~ 하고 아는척을 하면 오 님 완전 무식쟁이는 아닌듯 ㅋ 하는 눈길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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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오른쪽에 걸려 있는 것들이 다 그렇다. 길고 아름답습니다

그렇다면 저렇게 길고 아름다운 컬럼을 거쳐서 단백질들이 크기에 따라서 제대로 분리되기 위해서 필요한 선결조건이라면? 최소한의 볼륨으로 샘플을 로딩하는 것이다. 물론 단백질 정제단계를 거치다 보면 샘플이 희석되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존재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단백질을 최대한 농축하여 컬럼 부피의 최대 5%, 최적으로는 1% 미만으로 로딩 볼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만약 아무리 농축을 해도 한번에 로딩을 하지 못한다면? 두번해라 -.-;;

단백질의 농축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여기서 다루기에는 지면이 부족한 -.- 관계로 자세한 단백질의 농축에 대한 부분은 ‘계명’ 을 하나 할당해서 나중에 쓰기로 한다.

여튼 결론은 ‘길고 아름다운 컬럼’ 에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농축된 샘플을 최소볼륨으로 로딩’ 하는 것이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가 다 길고 아름답다는 것은 님의 오해

물론 대개의 단백질 정제에 사용되는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용 컬럼들은 저렇게 길고 아름답지만, 때로는 이런 귀여운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용 컬럼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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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대개 단백질을 사이즈로 분별하는데 사용하는 컬럼이 아니라 단백질에 들어있는 저분자 물질을 제거하여 단백질이 녹여져 있는 버퍼를 제거하는데 사용된다. 저런 귀여운 컬럼에 들어있는 bead 역시 단백질 분리에 사용되는 bead 와 마찬가지로 어느 일정 크기의 분자는 들어가서 오래 체류하지만 그 이상의 덩치의 것들은 빨리 빠져나가는 성질을 지닌다. 다만, 이 컷오프가 매우 작아서 일반적인 단백질 크기의 분자는 아예 비드 안에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백질 정제에 사용되는 컬럼에는 ’30세 이상 출입금지 클럽’ 이 들어있다면 저기는 ‘8세 이상 출입금지 유아원’ 이 들어있는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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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래프에서는 고분자인 단백질이 슥 빠져나가고 (단백질의 크기에 따른 분별은 거의 되지 않는다) 그 뒤에 로딩한 샘플 안에 들어있는 NaCl 이 빠져나간다. 물론 컬럼은 NaCl 이 포함되지 않은 버퍼로 충전해 두어야 하는 것은 기본.

이전의 이온교환크로마토그래피에서 누누히 이야기한 것이 이온교환크로마토그래피에 샘플을 로딩하기 위해서는 탈염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었는데, 탈염과정으로 가장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은 투석 (Dialysis)이다. 그러나 만약 단백질이 불안정하여 장시간 투석을 한다든지 하면 분해되기 시작한다면? 이런 경우에는 이런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한 탈염을 수행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을 크기대로 분리하는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는 장시간이 걸리지만, 이렇게 탈염을 목적으로 하는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는 매우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여튼 이러한 탈염에 사용되는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용 레진으로 대표적인 것은 Sephadex G-25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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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을 패킹하여 다양한 사이즈로 판매하고 있다.

SDS-PAGE의 밴드가 하나라고 다가 아니다.  

대개의 단백질 정제에서 단백질이 얼마나 정제되었는지는 보통 SDS-PAGE에서 목적단백질 밴드 이외의 다른 밴드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가지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목적단백질 밴드 이외에 다른 밴드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이제 단백질 정제는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경우에 따라서 틀리다.

때로는 SDS-PAGE에서 하나의 밴드로만 보이는 단백질이라도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를 걸어보면 여러개의 피크가 출현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각각의 피크를 다시 젤을 걸어보면 동일한 사이즈의 단백질이고…이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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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단백질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응집되어 응집체를 형성하는 것이 절반이라면 위의 크로마토그램과 같이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에서는 매우 빨리 용출될 것이다. 만약 이합체(dimer) 와 단량체 (monomer)가 섞여있는 경우에도 저렇게 구분 가능하다.

용도에 따라서 틀리지만 저 위에서 보는 것처럼 SDS-PAGE 상에서는 순수하게 보이는 단백질의 경우에도 서로 다른 상태, 즉 단량체, 이합체, 혹은 올리고머, 아니면 응집된 상태의 서로 다른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상태로 존재하는 것을 업자용어로 polydispersed 라고 하며, 반면에 단백질이 동일한 상태 (이합체면 모두 이합체, 단량체면 모두 단량체) 로 존재하는 경우라면 monodispersed 라고 한다.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가 보통 단백질의 자연상태에서의 분자량을 반영하기 때문에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는 특정한 단백질이 수용액 상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즉 단백질의 이론상 분자량이 40,000Da 라고 모든 단백질이 수용액 상에서 40,000Da 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단백질이 이합체를 이룬다면 80,000Da, 삼합체면 120,000….요즘은 좀 더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대략적인’ 단백질의 자연상태에서의 분자량을 추정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저 위의 이미 알려진 크기의 단백질 마커를 젤 여과 크로마토그래피에 걸고, 정제된 나의 단백질이 언제 용출되는지 그 시간을 비교하여 단백질의 자연상태에서의 크기를 잴 수 있다. 만약 나의 이론적인 분자량이 40,000 인데 100,000 인 마커보다 좀 더 빨리 나온다면 나의 단백질은 아마 테트라머가 아닐까 하고 유추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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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식으로 이미 분자량을 알고 있는 단백질의 용출시간과 분자량의 로그를 취해서 커브를 그리고..

그러나 단백질의 모양과 구조에 따라서 이 용출시간은 꼭 분자량에 정비례하지 않을수도 있으므로 이렇게 측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요즘은 Multi-Angle Light Scattering (MALS) 혹은 Analytical Ultracentrifugation (AUC)과 같이 좀 더 정밀하게 단백질의 수용액상에서의 분자량을 측정하는 분석방법이 있으므로 자신이 새로운 단백질을 정제해서 이것들의 4차구조에 대해서 좀 빡세게 썰을 풀려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마 좀 빡센 저널에 투고하면 어련히 당연히 리뷰어가 하라고 시킬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10계명의 6계명까지 돌파했다. 그렇다면 남은 4개의 계명은? 그건 좀 기다리삼..어허 단백질이 재촉한다고 정제되나

어떤 현미경 덕후의 삶

아래의 글은 뉴욕타임즈의 2015년 8월 28일자에 실린 기사대충 번역한 그리고 쓸데없는 잡설을 붙인 내용이다.  번역 불평하려면 원문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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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베치그 (Eric Betzig)

2014년 10월 노벨화학상은 세포내에서 벌어지는 생명현상을 보다 높은 해상도로 관찰하여 생물학 연구를 변모시킬 수 있을지도 모를 새로운 종류의 현미경을 개발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이중 한명은 에릭 베치크 (55,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자넬리아 캠퍼스 그룹리더) 이다. 이번주 사이언스에는 살아있는 세포를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디테일로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에 대한 논문이 나왔는데 이것은 이 사람이 몇십년동안 추구하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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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주간지의 표지

베치그 박사와 인터뷰한 내용이 아래에 있다.

당신이 새로 만들었다는 그 현미경이 현재 사용되는 것과 어떻게 틀린가요?

현재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실에서 사용되는 광학현미경은 세포내에 있는 개별 분자를 볼만큼 충분히 확대를 할 수 없습니다.우리는 세포 내를 매우 자세히 관찰할 수 있지만 개별 분자를 보려면 이것보다 더 100배는 확대해서 봐야됩니다.최신의 전자현미경을 이용하면 분자 수준의 관찰을 할 수 있죠.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강한 전자로 세포를 쪼여야 하기때문에 간단하게 말해서 살아있는 세포를 실시간으로 볼 수는 없어요.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은 세포 내의 구성요소들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현미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궁극적인 목적은 분자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을 통합해서 어떻게 생명이 없는 분자들이 모여서 생명을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박사님은 자신을 생물학자라고 생각하시나요?

근데, 사실 저는 뭐라고 제 자신을 규정하는건 좀 별로예요. 원래 물리학을 공부했지만 내 자신을 물리학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노벨 화학상을 받았지만 전 화학을 전혀 몰라요. 저는 생물학자들하고 노상 같이 일하지만, 제가 아는 생물학 지식은 모두 일천한 수준입니다. 내 자신을 꼭 규정해야 한다면 ‘발명가’ 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제 아버지도 발명가였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자동차업계에서 필요한 기계 및 장비를 발명하고 개발하는데 평생을 보냈습니다. 즉 저는 발명가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현미경을 만들기 시작하셨나요?

저는 코넬대학교의 원생이던 1982년부터 이 분야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1992년에 벨 연구소 (Bell Laboratory)에 제 실험실을 차리게 되었죠. 거기서 니어-필드 현미경 (near-field microscope) 라는 장치를 개발했는데 어느 정도는 작동을 한 셈입니다. 그렇지만 그 장비는 너무 복잡하고, 느리고, 샘플에게 손상을 많이 주기 때문에 살아있는 조직에 사용하기는 너무 어려웠어요. 저는 여기에 실망하고 1994년에 벨 연구소를 그만두었습니다.

(역자주 : ‘에이..연구업적 없어서 쫒겨난거 아냐’ 라고 생각할 분이 있을텐데 회사 중에 요런 논문도 내고 죠런 논문도 내고 했으므로 적어도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자신이 추구한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다고 빡쳐서 그만두었다는 이야기 ㄷㄷㄷ)

회사를 그만둔 직후에 회사에서 만든 실험에 착안하여 간단한 논문을 1995년에 썼는데, 이게 결국 10년 후에 photoactivated localization microscopy – PALM 의 근간이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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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백수(…)라서 그냥 자기 집주소 쓰고 가공의 회사 이름 하나 넣어서 논문을 냈다. ;;;;;

10년이요? 왜 이렇게 오래걸렸나요?

글쎄요, 한가지를 말씀드리면 벨 연구소를 그만둔 다음에 저는 매우 우울한 상태였습니다. 전처와 저는 그때 첫 애를 가졌고, 집에서 주부로 애 보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했습니다. 의전원이나 갈까? 요리사가 될까? 저는 더이상 현미경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것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놀랍게도, 회사를 그만둔 지 몇달후에 어떻게 내가 꿈꾸던 현미경을 만들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애기 유모차를 끌고있던 도중에 말이죠. 그 아이디어는 각각 떨어져 있는 분자간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대한 것이었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3페이지짜리 논문을 써서 냈는데, 나중에 노벨 위원회가 저한테 노벨상을 준 것은 바로 그 논문 때문이라고 그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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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설명자료에서도 분명히 1995년 논문이 중요하다고 나와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논문 자체는 별로 인용이 안 되었습니다. 아마 20년 동안 100번 정도? 이걸 보면 인용빈도를 가지고 연구의 임팩트를 따지는 것에 대해서 좀 뭔가 생각해볼 게 있는 것 같아요.

그 다음에 8년동안 저는 민간산업계에서 일했는데요, 민간산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과학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자주 : 이 양반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자동차 제조장비 회사에서 일했다. 그래서 집채만한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기기를 차 한대 크기로 축소한 기계를 만들었다. 수백만불의 개발비를 들여서 개발된 기계는 아주 잘 작동했다. 그런데 딱 두 대 팔렸고 상업적으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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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 만들다가 아버지 회사 말아먹었다

(아버지 회사 말아먹은다음에 무직으로) 2004년에 개인적으로 또 해메고 있었는데요, 벨 연구소에 같이 다니던 동료인 헤럴드 헤스를 찾아갔습니다. 헤럴드는 제가 벨 연구소를 퇴직한 몇 년 후에 역시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그 당시 디스크 드라이브를 테스트하는 장비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역시 현재 하고 있던 일에 만족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둘이서 같이 요세미테 산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하면서 앞으로 도대체 뭐 하고 살아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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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에서도 실직한 아빠들은 회사가는척 하고 산에 올라간다

그러다가 지난 10년 동안 현미경 분야에서 나온 여러가지 논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는 헤럴드의 거실에서 10 년전에 제가 애기 유모차를 밀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한 현미경인 PALM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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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집 거실에서 만든 현미경 (역자주 : 자기 집에서 만들지 않고 친구 거실에서 만든 이유는 헤럴드 헤스는 당시 싱글이고 이 사람은 유부남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원히 고통받는 솔로부대)

그렇게 만든 것에 만족했습니까?

어느정도는요. PALM 은 이전에 말한 한계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2008년이 되서 저는 또 (!) 싫증이 나서 좌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자주 : 이 사람이 2014년에 노벨상을 받은 업적은 PALM 개발까지이다) 그래서 PAM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현미경에 대해서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때는  저는 이미 하워드 휴즈 연구소에 취직이 되서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냥 하면 되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래티스 라이트쉬트 현미경 (lattice light sheet microscope) 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이 현미경을 이용해서 기존에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살아있는 세포를 촬영할 수 있지만 세포에는 손상을 거의 안 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해상도 수준에서는 그 당시에 있던 다른 현미경에 비해서 특별히 나을 게 없었지요.

그래서 저는 매우 발전된 SIM microscope 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하워드 휴즈 연구소의 동료인 맷 구스타프손 (Mats Gustafsson) 에 의해서 시작된 것으로써 샘플을 고해상도로 찍으면서도 매우 높은 속도로 샘플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맷은 제 사무실 옆에 있었고, 제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똑똑한 – 참고로 저는 아무한테나 이런 말 안합니다만 –  사람이었어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맷은 뇌종양에 걸려서 2011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맷이 세상을 떠난 후에 저는 맷이 하던 그 프로젝트를 인계받아서 현미경을 개선시켰습니다. 그 이후에 우리는 그가 만든 고해상도 현미경을 살아있는 세포를 촬영할 수 있을만큼 빠르고 세포에 해를 주지 않게 개선했어요.

이제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사이언스에 나온 논문입니다. 우리는 마침내 세포의 복잡성과 역동성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진 셈입니다.

대충 이런 것들을 찍을 수 있다.

노벨상을 탄 게 인생에 영향을 주었나요?

사실 노벨상을 타서 저의 행복한 생활에 지장이 꽤 많아요. 전 여행다니기 싫어하는데 와서 강연해 달라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재혼해서 2살, 5살짜리 애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유명해진 바람에 해야 하는 여행들, 수많은 이메일 때문에 제가 제일 사랑하는 두 가지에 지장을 받습니다. 제 가족과 제 일 말이죠. 뭐 근데 이게 다 제가 자초한 일이죠. 저는 요즘 “안되겠는데요” 를 좀 더 자주 말하는 데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원래 안정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최근의 성공이 자신감을 좀 더 가지게 된 점은 있죠. 반면에, 장래가 불안정하다는 것은 언제나 저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왔습니다. 요즘 저는 제 뺨을 때리며 혼잣말하곤 합니다. “넌 계속 나아가야해. 이게 끝이 아니야. 이것은 그냥 인생의 한 챕터일 뿐이야

강연 재미있으니 한번 보시라.

연구소 구조의 정답을 찾아서

난 연구자가 되고 싶었는데 어느날 눈떠보니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대학교의 연구실의 조직은 국가별로 좀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의 대학 이공계 연구실은 미국 대학과 대개 유사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교수 한사람이 연구책임자 (Principal Invesitgator:PI) 로써 연구비를 수주하고,포닥 혹은 대학원생들이 소속되어 일을 수행하고,대개의 연구에 수행되는 장비 혹은 비용은 교수 개인이 수주해 온 연구비로 해결하고…간단하게 말해서 “개인 PI가 창업한 ‘연구기업’의 연합체” 비슷한 성격을 띄는게 미국 혹은 대개의 한국대학의 연구실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

이러한 시스템이 가지는 강점이라면  PI 개인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시스템이므로 초기 정착연구비를 받아서 연구실을 ‘창업’ 한 PI가 능력이 좋아서 좋은 결과를 내고, 그 내용을 좋은 논문 (혹은 특허) 화하여 결과화하고, 그걸 기반으로 다시 연구비를 수혜해서…의 사이클을 잘 따르는 사람이라면 랩 규모를 키우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PI 개인의 아이디어를 가장 빠르게 실현시키는데 최적화된 시스템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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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흔한랩의 직원 구성원 단체사진 (이 랩이다)

반면 이렇게 성공적으로 규모를 불린 극소수의 랩을 제외한 대개의 연구실에서는 항상 연구비 획득에 골몰하게 되며, 치열한 경쟁에 시달려야 한다는 문제를 가진다.

또한 랩 개별적으로 독립적인 연구토픽을 수행하다 보니 비슷한 연구토픽을 수행하지 않는 이상 랩 별로 그닥 교류가 없으며, 연구장비, 시약 등등을 공유하는 것도 상당히 제한적이게 된다. (그 이야기는 중복되서 연구장비를 랩별로 구매하고, 시약을 사는 데서 오는 낭비 또한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업무는 각각의 연구실에서 알아서 하세요가 되기 때문에, 별도의 행정원을 고용하는 것도 그 랩에서 알아서 할 문제가 되고, 그럴 여유가 없는 랩이라면 행정업무가 PI,  혹은 연구원, 대학원생들의 몫으로 떨어지는 상황도 종종 생긴다. 그리고 PI의 입장에서는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한 그랜트작성등과 같은 것이 최우선 업무가 되고, 여기에 행정관련 업무 (조직의 장이 된 셈이니 피할 수 없다), 논문작성 업무,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강의부담까지 지게 되므로 실제로 연구를 직접 수행할 시간은 현실적으로 극히 제한되게 된다.

즉 이런 상황이랄까.

난 안정되게 연구를 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실험하고 논문써서 좋은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나는 내가 사장님이 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나는 누군가 여기는 어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답은 한가지는 아니다. 그러나 어떤 제안 

물론 이런 식의 연구실 구조가 분명히 장점이 있으므로 미국, 혹은 한국에서 (한국은 걍 미쿡물 드시고 온 분들이 교수가 많이 되셨으니까 미쿡에서 본 거 걍 따라한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들긴 하지만)지배적인 연구실 구조가 되었을 것이다. 가령 왕년에 미국의 생명과학 연구비가 몇 년에 한번씩 두배로 늘어나던 좋은 시절에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토픽으로 연구실을 차려서 니네 멋대로 해보셈 식으로 지원하고 이중에서 살아남는 랩들만을 골라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좋은시절은 이제 천조국미국에서도 다 끝났고 제한된 연구비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성공적이었던 연구소, 즉 벨 랩,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Marine Biology Institute 와 같은 연구소의 성공비결을 접목하여 미래의 연구소 모델을 만들려는 시험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의 모델을 기술한 글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Can Small Institutes address some problems facing biomedical researchers

이 글을 쓴 Micheal P Sheetz는 콜롬비아대학의 명예교수로써 소위 ‘Mechanobiology’ 의 선구자라고 간주되는 사람으로 myosin에 의한 actin filament motility assay를 개발한 공로로  2012년 Lasker Award를 수상했다.  현재는 싱가폴의 NUS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에 존재하는 Mechanobiology Institute 를 설립하여 소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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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al P Sheetz

이 연구소는 2009년 NUS안에 설립된 연구소로써 약 20명 정도의 연구책임자 (PI) 가 존재하고, 전체 근무하는 연구원 (절반은 학생, 포스트닥) 은 약 200명 정도의 연구소이다.  ‘Small Institute’ 라고 하긴 좀 덩치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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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hanobiology Institute

이 사람이 말하는 이 연구소의 특징은

  1. Open Lab

흔히 요즘 만드는 연구소 건물은 대개 랩 간의 벽이 없는 터져있는 공간으로 되어 있고 이것을 통상적으로 ‘Open Lab’ 이라고 하므로 뭐 흔한게 아니겠느냐 하겠지만 여기는 단순히 공간이 그렇게 터져있는 것을 떠나서 랩 벤치 자체에 구획이 없다고 한다. 모든 장비와 시약은 공유 가능. 포닥의 고용은 각각 연구책임자가 하지만, 후보자를 선정할때 다른 연구책임자가 관여한다. 그리고 연구자끼리의 협업을 권장하기 위해서 연구자의 책상의 배치는 제비를 뽑아 (…) 섞어서 배치 ㅋㅋ 즉 이 연구소는 연구책임자가 다스리는 랩의 ‘왕국’ 을 만들기보다는 특정한 과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정 규모의 연구집단을 만들려고 한단다.

2. Focused Institute

대개의 대학 연구소, 특히 한국같은 경우는 학과내에 온갖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랩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한 랩에서는 암의 신호전달 기전을 연구하고, 그 옆 랩은 식물의 개화관련 유전자를 연구하고, 또 다른 랩은 단백질의 구조를…그러나 이 연구소의 경우 약 20명의 PI들이 주로 세포이동, cytoskeleton 등에 한정된 연구를 수행한다. (물론 찾아보면 여기서 조금 벗어난 사람들도 있긴 하더라) 단, 다양한 툴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 구조생물학, 이미징, 유전학 등등, 그러나 생물학적인 토픽의 경우에 콘센서스를 가질 수 있도록 연구책임자들을 구성한 듯 하다.

3. Core Lab

많은 한국의 대학에도 연구장비를 공동활용하기 위한 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는 각각의 코어랩 (Computational Core, Nanofabrication Core, Bioimaging Center, Protein Expression/Cloning Core)이 여러가지 서포트를 제공하며, 각각의 코어랩은 박사급 매니저와 연구원에 의해 관리되어 연구자들의 교육훈련 및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4. 연구관련 잡무의 처리 

연구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수많은 잡무 (라고는 하지만 실제 연구실 운영에 필요한 일들) 들은 별도의 행정직원들에 의해 처리되고, 연구자나 PI는 이런데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가령, 안전교육, 시약/소모품구입, 동물관리등 실제 별도의 연구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신경써야 하는 모든 잡무들은 별도의 행정/보조인력들에 의해 처리되며, 학생-포닥등은 연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PI는 행정관련 잡무는 이런 서포트 파트에게 맡기고 연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님은 논문쓰는 기계일 뿐이지 딴일 하지마삼

5. 혁신은 다른 분야와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진다

학제적 연구가 대세이니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협업을 해야하네 하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실제로 제대로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왜 그런가. 일단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학제적 연구한다고 모여봐야 회의할때 만날때 그 뿐이고 헤어지면 다 잊어버리고… 근데, 새로운 아이디어는 엉뚱할 때 튀어나온다. 즉 같이 점심, 커피, 맥주를 마실때. 근데 그럴려면 서로 다른 백그라운드를 하는 사람과 자주 만나야 할 테고, 일단 서로 친해져야겠지?

(1)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끼리 친해져야 한다. 책상 제비뽑기 배치 ㅋㅋ

(2) 연구하는 것들이 서로 어느정도는 다르지만 콘센서스가 있어야 한다.

(3) 너무 많은 분야의 연구를 하면 안되니 약 20명 정도로 PI의 숫자를 한정한다.

물론 이것은 연구소 소장님이 하시는 말씀이고 지금 글을 쓰는 이 사람이 해당 연구소에 근무한 적도 없고 근무하는 사람을 아는 것도 아니므로, 실제 저 연구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협업을 하는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서 충분히 많이 고민한 흔적은 엿보이는 것 같다.

 

누군가는 이런 시도를 할 여력이 있다.

물론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있어야 하고, 그 돈은 누가 대주나요? 님? 돈 없으면 찌그러지셈’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돈,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에서도 해마다 적지 않은 금액이 연구에 투자되고 있으며, 지역마다 수십,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서 무슨 연구소를 짓네 하는 이야기는 항상 나온다. 그리고 IBS와 같은 조직을 통하여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 기초연구에 투자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돈이 쓰여진다는 이야기, 어디에 연구소를 짓는다는 이야기는 무성한데, 정작 어떤 연구소를 만들어서 어떤 연구를 할 것냐에 대한 철학, 기존의 학교나 정출연에서 수행되지 못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 어떤 식의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이야기는 그닥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거든요, 근데 님이 무식해서 모르는거지라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면 좀 알려주시라. 열심히 홍보해 드릴께. 봐서 

적어도 한국 실정에 맞는 연구소를 만드는 것을 떠나서, 해외에서는 어떠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냐에 대해서 벤치마킹이라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벤치마킹 좋아하는 민족이잖냐. 패스트 팔로윙도 좋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