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구조의 정답을 찾아서

난 연구자가 되고 싶었는데 어느날 눈떠보니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대학교의 연구실의 조직은 국가별로 좀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의 대학 이공계 연구실은 미국 대학과 대개 유사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교수 한사람이 연구책임자 (Principal Invesitgator:PI) 로써 연구비를 수주하고,포닥 혹은 대학원생들이 소속되어 일을 수행하고,대개의 연구에 수행되는 장비 혹은 비용은 교수 개인이 수주해 온 연구비로 해결하고…간단하게 말해서 “개인 PI가 창업한 ‘연구기업’의 연합체” 비슷한 성격을 띄는게 미국 혹은 대개의 한국대학의 연구실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

이러한 시스템이 가지는 강점이라면  PI 개인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시스템이므로 초기 정착연구비를 받아서 연구실을 ‘창업’ 한 PI가 능력이 좋아서 좋은 결과를 내고, 그 내용을 좋은 논문 (혹은 특허) 화하여 결과화하고, 그걸 기반으로 다시 연구비를 수혜해서…의 사이클을 잘 따르는 사람이라면 랩 규모를 키우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PI 개인의 아이디어를 가장 빠르게 실현시키는데 최적화된 시스템이랄까.

스크린샷 2016-01-07 17.26.31

미국의 흔한랩의 직원 구성원 단체사진 (이 랩이다)

반면 이렇게 성공적으로 규모를 불린 극소수의 랩을 제외한 대개의 연구실에서는 항상 연구비 획득에 골몰하게 되며, 치열한 경쟁에 시달려야 한다는 문제를 가진다.

또한 랩 개별적으로 독립적인 연구토픽을 수행하다 보니 비슷한 연구토픽을 수행하지 않는 이상 랩 별로 그닥 교류가 없으며, 연구장비, 시약 등등을 공유하는 것도 상당히 제한적이게 된다. (그 이야기는 중복되서 연구장비를 랩별로 구매하고, 시약을 사는 데서 오는 낭비 또한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업무는 각각의 연구실에서 알아서 하세요가 되기 때문에, 별도의 행정원을 고용하는 것도 그 랩에서 알아서 할 문제가 되고, 그럴 여유가 없는 랩이라면 행정업무가 PI,  혹은 연구원, 대학원생들의 몫으로 떨어지는 상황도 종종 생긴다. 그리고 PI의 입장에서는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한 그랜트작성등과 같은 것이 최우선 업무가 되고, 여기에 행정관련 업무 (조직의 장이 된 셈이니 피할 수 없다), 논문작성 업무,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강의부담까지 지게 되므로 실제로 연구를 직접 수행할 시간은 현실적으로 극히 제한되게 된다.

즉 이런 상황이랄까.

난 안정되게 연구를 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실험하고 논문써서 좋은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나는 내가 사장님이 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나는 누군가 여기는 어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답은 한가지는 아니다. 그러나 어떤 제안 

물론 이런 식의 연구실 구조가 분명히 장점이 있으므로 미국, 혹은 한국에서 (한국은 걍 미쿡물 드시고 온 분들이 교수가 많이 되셨으니까 미쿡에서 본 거 걍 따라한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들긴 하지만)지배적인 연구실 구조가 되었을 것이다. 가령 왕년에 미국의 생명과학 연구비가 몇 년에 한번씩 두배로 늘어나던 좋은 시절에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토픽으로 연구실을 차려서 니네 멋대로 해보셈 식으로 지원하고 이중에서 살아남는 랩들만을 골라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좋은시절은 이제 천조국미국에서도 다 끝났고 제한된 연구비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성공적이었던 연구소, 즉 벨 랩,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Marine Biology Institute 와 같은 연구소의 성공비결을 접목하여 미래의 연구소 모델을 만들려는 시험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의 모델을 기술한 글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Can Small Institutes address some problems facing biomedical researchers

이 글을 쓴 Micheal P Sheetz는 콜롬비아대학의 명예교수로써 소위 ‘Mechanobiology’ 의 선구자라고 간주되는 사람으로 myosin에 의한 actin filament motility assay를 개발한 공로로  2012년 Lasker Award를 수상했다.  현재는 싱가폴의 NUS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에 존재하는 Mechanobiology Institute 를 설립하여 소장을 하고 있다.

스크린샷 2016-01-07 17.55.17

Micheal P Sheetz

이 연구소는 2009년 NUS안에 설립된 연구소로써 약 20명 정도의 연구책임자 (PI) 가 존재하고, 전체 근무하는 연구원 (절반은 학생, 포스트닥) 은 약 200명 정도의 연구소이다.  ‘Small Institute’ 라고 하긴 좀 덩치가 있긴 하다.

스크린샷 2016-01-07 17.56.13

Mechanobiology Institute

이 사람이 말하는 이 연구소의 특징은

  1. Open Lab

흔히 요즘 만드는 연구소 건물은 대개 랩 간의 벽이 없는 터져있는 공간으로 되어 있고 이것을 통상적으로 ‘Open Lab’ 이라고 하므로 뭐 흔한게 아니겠느냐 하겠지만 여기는 단순히 공간이 그렇게 터져있는 것을 떠나서 랩 벤치 자체에 구획이 없다고 한다. 모든 장비와 시약은 공유 가능. 포닥의 고용은 각각 연구책임자가 하지만, 후보자를 선정할때 다른 연구책임자가 관여한다. 그리고 연구자끼리의 협업을 권장하기 위해서 연구자의 책상의 배치는 제비를 뽑아 (…) 섞어서 배치 ㅋㅋ 즉 이 연구소는 연구책임자가 다스리는 랩의 ‘왕국’ 을 만들기보다는 특정한 과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정 규모의 연구집단을 만들려고 한단다.

2. Focused Institute

대개의 대학 연구소, 특히 한국같은 경우는 학과내에 온갖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랩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한 랩에서는 암의 신호전달 기전을 연구하고, 그 옆 랩은 식물의 개화관련 유전자를 연구하고, 또 다른 랩은 단백질의 구조를…그러나 이 연구소의 경우 약 20명의 PI들이 주로 세포이동, cytoskeleton 등에 한정된 연구를 수행한다. (물론 찾아보면 여기서 조금 벗어난 사람들도 있긴 하더라) 단, 다양한 툴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 구조생물학, 이미징, 유전학 등등, 그러나 생물학적인 토픽의 경우에 콘센서스를 가질 수 있도록 연구책임자들을 구성한 듯 하다.

3. Core Lab

많은 한국의 대학에도 연구장비를 공동활용하기 위한 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는 각각의 코어랩 (Computational Core, Nanofabrication Core, Bioimaging Center, Protein Expression/Cloning Core)이 여러가지 서포트를 제공하며, 각각의 코어랩은 박사급 매니저와 연구원에 의해 관리되어 연구자들의 교육훈련 및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4. 연구관련 잡무의 처리 

연구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수많은 잡무 (라고는 하지만 실제 연구실 운영에 필요한 일들) 들은 별도의 행정직원들에 의해 처리되고, 연구자나 PI는 이런데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가령, 안전교육, 시약/소모품구입, 동물관리등 실제 별도의 연구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신경써야 하는 모든 잡무들은 별도의 행정/보조인력들에 의해 처리되며, 학생-포닥등은 연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PI는 행정관련 잡무는 이런 서포트 파트에게 맡기고 연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님은 논문쓰는 기계일 뿐이지 딴일 하지마삼

5. 혁신은 다른 분야와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진다

학제적 연구가 대세이니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협업을 해야하네 하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실제로 제대로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왜 그런가. 일단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학제적 연구한다고 모여봐야 회의할때 만날때 그 뿐이고 헤어지면 다 잊어버리고… 근데, 새로운 아이디어는 엉뚱할 때 튀어나온다. 즉 같이 점심, 커피, 맥주를 마실때. 근데 그럴려면 서로 다른 백그라운드를 하는 사람과 자주 만나야 할 테고, 일단 서로 친해져야겠지?

(1)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끼리 친해져야 한다. 책상 제비뽑기 배치 ㅋㅋ

(2) 연구하는 것들이 서로 어느정도는 다르지만 콘센서스가 있어야 한다.

(3) 너무 많은 분야의 연구를 하면 안되니 약 20명 정도로 PI의 숫자를 한정한다.

물론 이것은 연구소 소장님이 하시는 말씀이고 지금 글을 쓰는 이 사람이 해당 연구소에 근무한 적도 없고 근무하는 사람을 아는 것도 아니므로, 실제 저 연구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협업을 하는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서 충분히 많이 고민한 흔적은 엿보이는 것 같다.

 

누군가는 이런 시도를 할 여력이 있다.

물론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있어야 하고, 그 돈은 누가 대주나요? 님? 돈 없으면 찌그러지셈’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돈,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에서도 해마다 적지 않은 금액이 연구에 투자되고 있으며, 지역마다 수십,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서 무슨 연구소를 짓네 하는 이야기는 항상 나온다. 그리고 IBS와 같은 조직을 통하여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 기초연구에 투자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돈이 쓰여진다는 이야기, 어디에 연구소를 짓는다는 이야기는 무성한데, 정작 어떤 연구소를 만들어서 어떤 연구를 할 것냐에 대한 철학, 기존의 학교나 정출연에서 수행되지 못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 어떤 식의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이야기는 그닥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거든요, 근데 님이 무식해서 모르는거지라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면 좀 알려주시라. 열심히 홍보해 드릴께. 봐서 

적어도 한국 실정에 맞는 연구소를 만드는 것을 떠나서, 해외에서는 어떠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냐에 대해서 벤치마킹이라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벤치마킹 좋아하는 민족이잖냐. 패스트 팔로윙도 좋아하고.

One thought on “연구소 구조의 정답을 찾아서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