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일은 로봇에게

알파고가 도전을 하는 분야와 앞으로 새롭게 도전을 한다는 분야가

(1) 바둑

(2) 스타크래프트

가 있는데, 여기에는 뭔가 공통점이 있다.

 

(1) 현재 두 게임의 세계 정상권 플레이어는 한국인이다. (물론 바둑은 중국, 일본인도 있긴 하지만 넘어가자)

(2) 둘 다 한국에서 유래되고 규칙이 정립된 게임은 아니다.

(3) 어렸을 때부터 다른 것은 안하고 오로지 해당 게임에만 올인해서 전력투구한  ‘천재’ 들이 성공해온 분야이다.

상당히 일반화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한국은 이미 체계가 확립되고 룰이 정립되어 있는 경쟁체계에서 여기에 최적화되도록 사람을 어린 시절부터 훈련시키는데는 매우 익숙하며 (바둑의 경우 연구생 제도가 있다) 이러한 훈련체계가 잘 확립되어 있는 곳에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를 좀 심하게 말하자면 사람을 로봇화하는데에는 능하다는 말이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분야를 찾아보면 어느 정도는 비슷한 특성을 보일 것이다. 정규 교육은 거의 작파한 채 초등학생때부터 ‘연습생’으로 해당 술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비단 바둑, 스타크래프트뿐만이 아니다. 케이팝, 양궁 등은 물론이고 결국 사교육도 그러하지 아니한가. 특정한 경쟁에 특화되도록 사람을 올인하여 양성하는 과정은 결국 알파고가 수천만국의 기보를 통해서 학습을 시키는것 과 근본적으로 그닥 큰 차이가 있지 않다.

결국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알파고가 한치도 쉬지 않고 수천만 국의 기보을 학습해서 바둑을 배우듯 어린 시절부터 특정 분야에만 올인하여 해당 분야에만 능숙한 ‘인간 로봇’ 을 만들수 있는, 룰이 잘 정립된 경쟁분야이다. 실제로 한국 바둑이 일본이나 중국을 누르고 세계 정상에 선 시점도 학업 등은 작파하고 바둑에만 집중하는 ‘이창호 및 이창호 키드’ 들이 나오기 시작했던 시점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게임의 룰을 정립하거나 아예 새로운 게임 자체를 만드는 데에는 그닥 재미를 못 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이세돌이 알파고에 2연패를 했고, 사회 전체적으로 ‘멘붕’에 빠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것이 암시하는 의미 중 하나는 한국의 나름 독창적인 성공전략, 즉 ‘인간의 로봇화‘가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 아닐까.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바둑만 두는 ‘바둑로봇화’ 된 인간이 진짜 로봇에게 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어쩔 것인가. 어쩌긴 어째 바둑판 엎고 종목을 알까기로 바꾸자고 우겨야지

로봇이 인간의 밥그릇을 뺏는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서 로봇의 인간지배를 염려하기 이전에, 지금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원래는 로봇이 했어야 하는 일이 아닐지, 그리고 그동안 정립된 한국사회의 ‘성공의 방정식’ 이 사람을 아무 감정도 없는 로봇, 혹은 조직의 부품처럼 양성하고 부리다가 성능이 떨어지면 폐기하게 만든 것이 아닌지를 깊이 반성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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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포스트닥의 흔한 스테레오타입적 이미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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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가 잘 된 연구그룹 만들기

학교 혹은 연구소에서 연구그룹을 이끄는 과학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
“우리 학생 (연구원 or 포닥) 들은 당췌 연구에 의욕이 없어. 그냥 내가 지시한 것 이상은 하지 않고…”
물론 그것이 그 랩에 들어간 학생 or 연구원 or 포닥의 개인성향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요즘의 암울한 과학계의 세태에 의해서 전반적으로 동기부여가 안되는 부분도 있고(이 연구실 나간 선배들은 다 닭 튀기고 있더라 하면 무슨 놈의 동기부여가 될 것인가), 요인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소속기관과 랩 구성원을 가진 랩이라고 하더라도 랩의 분위기에 따라서 어느쪽은 비교적 랩 구성원들이 활기차게 일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아침에 랩에 나올때는 도축장 -.- 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랩도 분명히 존재한다. 과연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입을 많이 터시는 것으로 (..) 유명한 와이즈만 연구소의 유리 알론 (Uri Alon) 이라는 양반이 “어떻게 하면 동기부여된 연구그룹을 만들수 있나” 에 대해서 글을 쓴게 있으니 이것을 간단히 요약해서 소개하기로 한다. (음 이 글이 마음에 안들면 유리 알론에게 항의메일을 보내세요 저말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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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양반이다

이 양반에 따르면 랩의 구성원이 동기부여가 되는데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카드라.

(1) Competence
일단 연구를 하면서 동기부여가 되려면 주어진 프로젝트가 너무 쉽지도 않고, 그리고 너무 어렵지도 않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카드라. 사실 연구도 처음 해보는 석사 1학기 (혹은 학부생) 쪼랩 연구자에게 박사 말년차 혹은 포닥들이나 하는 그런 어마무시한 플젝을 주면 당장 멘붕할 것이다.  이 예를 들기 위해서 자신의 첫 대학원생을 지도할때 했던 실수를 인용하는데, 첫 대학원생을 받아서 이 사람이 준 토픽은 형광광도계를 개조해서 온도를 주기적으로 변화시키게 하고 여기서 박테리아를 키워서 그 영향을 보자 뭐 이런것을 줬나 봄. 그런데 이 학생은 박테리아 한번도 안키워본 학생. -.- 당연히 멘붕. 그래서 처음에는 일단 박테리아를 접종해서 키워보는 것을 가르키고 그 다음에는 생장곡선을 잡는 것을 가르키고 그다음에는 이를 반복해서 오차를 측정하고…뭐 이런식으로 단계적으로 일을 주니까 잘하드라 그런 예를 들고 있다.
랩원의 능력에 따라서 적절한 난이도 (넘 쉬워서 의욕을 감소시키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려워서 멘붕을 유발하지도 않는) 의 프로젝트를 주고, 상황에 따라서 이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2) Autonomy 

연구자의 자율성을 이야기하는데, 이것 역시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와 ‘방임’ 간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거 결과 안나오면 너님 랩에서 나가삼 뭐 이런 식으로 쪼는 환경이라면 자율성은 고사하고 의욕이라는 것이 고취될 수 없는 환경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랩에서 자율성이 제한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가령 학생과 디스커션을 한다고 할때, 연구책임자는 아무래도 학생보다 해당 토픽을 오래 연구했고, 경험도 많으니까 학생이 봉착한 문제라든가 앞으로 뭐 해야 할지에 대해서 더 잘 알겠죠?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너 이거하고 저거하고 요거하삼’ 을 맨날 떠먹여 주면 자율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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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을 업고가는 지도교수

이와 반대로 ‘아 우리 학생들은 가만히 두면 다 알아서 잘해요’ 라고 신뢰하면서 라고 쓰고 귀찮아서라고 읽을수도 있다. 연구에 대한 피드백도 제대로 안해주는 상황이라면 랩 구성원은 의욕을 쉽게 상실하기 쉽다.  물론 이것도 랩원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랩원의 성향 역시 제각각이기 때문에 거기에 잘 맞추는것은 필요하다.  사실 학위따고 포닥한지 4-5년 넘는 사람에게 1년차 대학원생처럼 이거하고 저거하고 요거해라 하는 식으로 마이크로매니징을 하는 것은 의욕 고취에 그닥 보탬이 되지 않겠지..

(3) Social Connectedness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뭐랄까, 사회적 연결성이라고 할까..‘랩 안에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PI말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랩들이 개개인의 프로젝트는 개개인이 알아서 하고, 그것을 디스커션하는 것은 오직 연구책임자하고만 하고, 어떤 경우에는 옆에 있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옆의 동료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프로젝트가 잘 진행이 되지 않을때 디스커션이 잘 되겠나.

특히 한국에서 일하다가 유학 – 포닥 등으로 외국 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인데,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 등으로 인해서 (원하지 않게) 과묵하고 자기 할일만 하는 사람들이라는 평판을 받는 경우가 많음.  이런 것을 극복하고 랩원들과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 ‘어제 TV에서 방영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 만큼이나 즐겨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자의 랩 구성원에게 걸맞는 프로젝트를 찾는 일종의 법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을 요 사람은 ‘TOP Model’ 이라고 칭하고 있다.  아따 이양반 잘도 갖다붙인다는 느낌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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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는 Talent의 약자로써 개개인의 역량이라고 구별할 수 있겠다. . 이 ‘역량’ 에는 실험적 스킬, 과학적 지식, 문제해결능력 여러가지가 있겠슴.
P는 Passion으로써 랩 구성원이 열정적으로 그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는가의 문제. 가끔은 랩 구성원이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능력을 고려해 볼때 버거운 프로젝트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프로젝트를 주면 안되겠죠. 반대로 그 사람의 능력에 비해서 넘 쉬워서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힘든 일을 주면 그것도 아니라는 이야기 되겟습니다.
마지막 O는 Objectives로써 해당 연구그룹의 과학적 목적과 해당 구성원이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얼마나 부합하느냐다. 즉, 특정 개인의 역량에도 걸맞고, 열정도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이지만, 해당 연구실에서 주로 수행하던 연구의 방향과 전혀 맞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을 이끌기도 힘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성이 있다. 한마디로 저 위에 설명한 ‘Social Connectness’를 형성하기에 힘든 상황이 된다고나 할까.  (물론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비슷비슷한 일을 하는 것도 좀 그렇겠지만)

암튼 이런 것을 고려하여 랩을 관리하는 싸장님연구책임자 – 교수님들은 랩 구성원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시길 바라며….물론 요것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는 건 잘 안다. 그런 건 알아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요.

동기부여가 잘 되면 나오지 말래도 월화수목금금금 랩에 학생들이 나온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