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맞는 분자생물학 역사책

요즘 시대에 맞는 분자생물학 역사책을 찾아서

님 뭐하는 사람임? 하면 여러가지 분류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저기여, 전업블로거는 아니거던?) 결국은 ‘분자생물학자’ 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사람으로써 자연히 분자생물학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이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나온 분자생물학 관련 역사서 및 관련 논문을 취미삼아 탐독하고 있는데..(이 블로그에도 그 흔적이 좀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막상 분자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분자생물학의 역사와 이론을 개관할 수 있는 책 하나 추천해 보쇼’ 하고 질문하면 추천할 책이 그리 여의치 않다.  현대생물학 연구의 기본 패러다임이 된 분자생물학이 과학 교양서 쪽에서는 그닥 대접이 신통찮은 것이 일차적인 불만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썰을 풀도록 하고..

분자생물학의 주요 이정표에서 활약한 사람들에 의해서 씌여진, 혹은 그 사람의 일생을 대상으로 씌여진 책 : 짐 왓슨의 ‘이중나선 (Double Helix)‘, 프랜시스 크릭의 ‘열광의 탐구(What a mad pursuit)‘, 브랜다 매덕스가 쓴 ‘로잘린드 프랭클린 : DNA 다크레이디(Rosalind Franklin: The Dark Lady of DNA)‘, 하다못해 크레이그 벤터의 ‘Life at the Speed of Light: From the Double Helix to the Dawn of Digital Life‘ 혹은 스반테 파보의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Neanderthal man)‘에 이르기까지 심심치 않게 많은 책이 나와 있다. 문제는 어떤 분야의 역사나 마찬가지지만 ‘위인전’ 내지는 ‘자서전’ 으로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면 해당 사람의 주관에 따라서 역사를 해석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가령 짐 왓슨의 ‘이중나선’ 은 흔히 이 분야의 ‘고전’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짐 왓슨의 이중나선은 좀 심하게 말하면 몇가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쓴 ‘픽션’ 에 더 가깝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후세의 사가/연구자에 의해 씌여진 역사서 : 호레이스 저드슨의 ‘창조의 제 8일’ (The Eighth Day of Creation:Makers of the Revolution in Biology) 이나 미셀 모랑주의 ‘분자생물학 – 실험과 사유의 역사(A History of Molecular Biology)‘ 같은 책은 옛날부터 좋은 평을 듣고 있다. 문제는 책이 번역이 되지 않았거나, 절판이거나 등등의 이유로 쉽게 구해서 읽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대개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대개의 책들이 1960년대 말 유전암호의 규명 정도를 결말로 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상당수의 분자생물학자는 60년대 말 유전 암호가 규명되자, ‘아 이제 우리가 할 게 별로 없잖아?’ 하고 분자생물학에 흥미를 잃고 다른 분야로 전업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에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 즉 엑손-인트론의 발견, 유전자 조작기술의 도래와 진핵생물 분자생물학의 시대, DNA 시퀀싱, 지놈 시퀀싱, 휴먼 지놈 프로젝트, 역유전학과 펑셔널 지노믹시대, 차세대시퀀싱과 개인지놈, 합성생물학과 인공생명체, 유전체 편집에 이르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컴퓨터의 역사를 다룬다고 하면서 1970년대 말 애플 II 의 도래로 컴퓨터가 개인에게 보급되기 시작하였다..가 끝인 컴퓨터 관련 역사책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 갈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해 줄 책이 나왔다! 2015년 집필된 최신간이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동물학과에 근무하는 매튜 콥 (Mathew cobb) 이라는 사람이 지은 책으로써

생명체의 가장 위대한 비밀 : 유전암호 규명을 위한 경쟁에 대한 이야기 (Life’s Greatest Secret: The Story of the Race to Crack the Genetic 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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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 없다.

그래서 간략한 서평..은 아니고 ‘느낌적 느낌’을 써보도록 하자.

멘델부터 CRISPR까지 

일단 등짝목차를 보자.

Foreword

  1. Genes before DNA  DNA이전의 유전자
  2. Information is everywhere  정보는 어디에나
  3. The transformation of genes  유전자의 형질전환
  4. A slow revolution  느린 혁명
  5. The age of control  조절의 시대
  6. The double helix  이중나선
  7. Genetic information 유전정보
  8. The central dogma 센트럴 도그마
  9. Enzyme cybernetics  효소 사이버네틱스
  10. Either the outsider 외부인의 등장
  11. The race 경쟁
  12. Surpises and sequences  놀라움과 시퀀스
  13. The central dogma revisited   다시 돌아본 센트럴 도그마
  14. Brave New world 멋진 신세계
  15. Origins and meaning  근원과 의미
  16. Conclusion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유전’ 이라는 의미를 처음 생각하기 시작한 19세기의 양 육종업자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장에서는 멘델부터 시작하여 토마스 헌트 모건, 허만 뮬러, 니콜라이 콜트소프(Nikolai Koltsov), 조지 비들을 거쳐서 에르윈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What is the Life?) 강연에 이른다. 여기서  슈뢰딩거가 ‘유전자의 본질’ 이라고 ‘일종의 코드’ 에 주목한다. 비록 슈뢰딩거는 유전자의 본질을 수백개 정도의 원자로 이루어진 ‘비주기적 결정’ 이라고 (잘못) 추측하긴 햇지만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슈뢰딩거가 언급한 ‘염색체에는  개개인 생명체의 미리의 발달과 성숙상태에서의 기능이 일종의 코드로 저장되어 있다’ 라는 언급이다.  (당시 슈뢰딩거의 강연이 그 강연이 열린 아일랜드의 로컬 신문에서는 돼지축제(..)와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어져 있다는 언급은 재미있다)  이후의 분자생물학자들이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에 영향받아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정작 슈뢰딩거가 이들 분자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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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본 책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

2장에서 저자는 대개의 분자생물학 역사서에는 별로 등장한 적이 없는 인물 두 명, 아니 세 명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이 세 명은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자인 노버트 위너 (Norbert Weiner), 정보이론의 창시자인 클로드 섀넌 (Claude Shannon), 그리고 존 폰 노이만 (John Von Neumann)이다. 언뜻 분자생물학의 발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 사람들 IT쟁이의 조상님들을 끌어들인 이유는 이후에 네가티브 피드백에 의해 조절되는 생명의 특징, 정보이론으로 유전암호를 풀어보려는 시도등을 위한 좋은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3,4장에서의 주역은 오스왈드 에버리 (Oswald Avery) 이다. 사실 오스왈드 에버리는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을 1943년 매우 정교한 생화학적 실험을 통해서 최초로 규명했지만 당대에는 그 중요성이 잘 인식되지 못했고 DNA가 유전정보로 알려지는데에는 1950년대 이후는 되어서였다..가 분자생물학을 다루는 기존의 역사서들의 프레임이었지만 매튜 콥은 이러한 기존의 견해에 반발한다. 즉 오스왈드 에버리의 결과는 즉각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폐렴균에서 실험한 에버리의 결과를 대장균에서 재현한 실험 역시 곧 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오스왈드 에버리가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도 추천된 적이 있고, 또한 1950년대 DNA 구조를 놓고 라이너스 폴링 – 킹스컬리지 – 캠브릿지의 왓&클이 과연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이 인정되지 않고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겠냐고..그리고 매튜 콥은 흔히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을 결정적으로 확인했다고 보통 교과서에 실리는 허쉬-체이스의 실험은 에버리와 그 후속 연구자들이 보여준 이상으로 DNA가 유전물질임을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새로 안 점이라면 어윈 샤가프가 에버리의 연구를 지지한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정작 어윈 샤가프는 ‘샤가프의 규칙’ 이라는 것에 그닥 확신이 없었고 ‘샤가프의 규칙’ 이 ‘샤가프의 규칙’ 이 된 것은 이중나선 모델의 발표 이후라는 언급이다. (역시 어윈 샤가프 아저씨는 ㅉㅈ이 맞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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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전반부의 주인공은 오스왈드 에버리

그 이후에는 당연히 이중나선의 발견이다. 사실 이중나선의 발견 과정은 짐 왓슨 (Jim Watson) 의 ‘이중나선’ 이라는 책에 의해서 상당히 극적으로 왜곡되어 있는데,  짐 왓슨이 마치 월킨스가 보여준 프랭클린이 찍은 사진을 몰래 보고, 그리고 자기 보스였던 막스 퍼루츠가 보여준 킹스컬리지의 보고서 데이터에 결정적으로 힌트를 얻어서 모델을 만들었고,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데이터를 해석할 생각도 못했다라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쓴 이야기지만) 프랭클린이 찍은 사진은 단지 DNA가 나선형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정도일 뿐이며 (이것을 해석하는 이론은 크릭이 만들었다)  윌킨스는 프랭클린이 찍은 사진을 몰래 보여준 것이 아니라 프랭클린과 같이 일하다가 프랭클린이 떠나게 되서 맡게 된 학생인 고슬링이 찍은 사진을 왓슨에게 보여준 것 뿐이다. 그리고 막스 퍼루츠가 보여준 데이터(결정학적인 정보)는 이미 프랭클린이 1년 반 전에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고 왓슨은 그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왓슨은 결정학못 (..) 이고 메모도 안해서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는데 결정학에 조예가 깊은 크릭은 그 의미(Monoclinic Crystal이므로 내부적으로 symmetry가 있을 것이라는)를 깨닫고 나선이 다른 방향으로 엇갈리는 이중나선을 착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의 중심 인물은 프랜시스 크릭과 조지 가모프 (George Gamov) 이다. 분자생물학의 역사를 좀 공부한 분이라면 왓슨과 크릭을 같이 쌍으로 부르지만 왓슨에 비해서 크릭의 업적이 상대가 안되게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크릭이 제창한 많은 가설들, 즉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표한 이후에 제창한 DNA의 역할 및 복제기전에 대한 가설, 메신저 가설 (messanger hypothesis), 어댑터 가설 (Adapter Hypothesis), 와블 가설 (Wobble Hypothesis) 등 많은 종류의 가설들을 만들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소위 ‘센트럴 도그마’ (Central Dogma) 라고 불리는 분자생물학의 정보의 흐름의 기본방향을 제시했다는 것 때문이다.

여기서 등장한 재미있는 인물이 전직 우주론자인 조지 가모프 (George Gamov) 인데 이는 유전암호와 아미노산간의 암호를 푸는 것을 순수한 정보학적, 혹은 수학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 믿고 나름의 정교한(?) 모델을 제시하고 크릭 등등의 분자생물학자들에게 접근한다. 이렇게 해서 생긴 비공식적인 디스커션 모임이 유명한 RNA Tie Club 이다. 여기서 재미있게 읽은 언급은 이들은 한번도 공식적으로 모인적이 없고 거의 모든 의사 교환을 편지로 했었고 과연 이들이 지금 현대에 이메일로 정보를 교환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보고 있다. 즉, 의사 및 정보교환의 속도는 빨라졌겠지만, 응답을 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생각할 여유는 편지로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던 시대에 비해서 분명 없어졌을텐데 과연 지금 현대에도 이런 깊은 아이디어의 교류가 이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여튼 조지 가모프 등이 시도한 정보학적, 혹은 이론생물학적으로 모델을 만들어서 유전암호를 규명해보려는 모든 노력은 수포로 끝나고, 그 해결은 엉뚱한 데서 갑툭튀한 무명의 생화학자인 마샬 니렌버그(Marshall Nirenberg)와 하인리히 멘타이의 In vitro translation 실험에서 나오는 것을 극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한 니렌버그와 멘타이의 실험을 유전암호에 대해서 십년 넘게 고민하던 초기의 ‘이너서클’ 멤버들은 시도할 생각도 못했을까? 저자는 이것을 니렌브그와 멘타이가 이들 ‘이너서클’ 이 이야기하던 이론적인 논의에 무지한 ‘아웃사이더’ 였기 때문에 이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실험에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기존에 이것저것 제시되던 가설에 의거하면 니렌버그처럼 Poly-U를 직접 Translation시스템에 넣어서 폴리펩타이드가 만들어질 수가 없었기에 이들은 시도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즉 이렇게 해서 밝혀진 유전암호는 가모프 등이 제시한 우아한 모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암호표이며, 이러한 자연의 복잡다난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모델 아무리 만들어 봐야 쓸모없으며 결국 잘 디자인된 실험을 해야 한다는 실험가들의 실험부심 돋는 이야기를 한다!  봤냐, 실험도 안하면서 입 터는 족속들아! 님 진정쫌..

여튼 이 책의 클라이맥스는 모스크바 국제생화학회에서 당시 듣보였던 니렌버그가 발표한 Poly-U 넣으면 페닐알라닌 나온다는 결과를 몇 명 안되는 사람이 들었었는데, 그것을 듣고 뒤집어진 크릭 등이 전체 학회의 플레너리 세션에 ‘듣보’ 니렌버그를 끼워넣어 수천명의 청중 앞에서 발표를 다시 하게 하고 수천명의 청중들이 일제히 경악 – 물개박수를 보였다는 장면이다. 당시 청중으로 있던 영문학 전공 학부생 해롤드 바무스 (Harold Vamus)는 여기에 너무 감명을 받아 영문학 하다가 의대 진학하고, 다시 연구로진로를 바꾸었다나 근데 영문학 전공 학부생이 애초에 모스크바 생화학회는 왜 간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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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또다른 ‘주연’ 마셜 니렌버그

여튼 이 책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것은 왓&클 등에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업적을 세웠음에도 대중들에게는 웬지 듣보로 무시되는 (심지어 N모상도 탔는데도) 마샬 니렌버그일것이다. N모상 못탄 포닥 멘타이는요? ……그러니 포닥으로 아무리 열심히 일해봐야 죽쒀서 멍멍이 주는 거라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죠. ㅋㅋ  이때 마샬 니렌버그와 경쟁하던 사람이 세베로 오초아(Severo Ochoa)라는 사람이 있고, 그 이후에는 주로 할 고빈드 코라나(Hal Gobind Khorana)와 경쟁을 했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글을 썼었다. 세베로 오초아는 N모상 수상자이자 NAS 멤버로써 꼬꼬마마샬 니렌버그와 경쟁해서 먼저 유전암호를 풀기 위해서 6개월 동안 무려 9개 논문을 PNAS에 폭격하였고 니렌버그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빅 가이라는 닝겐들은 예나 지금이나. 

흔히 영-미 중심의 분자생물학 역사에서 종종 소외되지만 실질적으로 ‘조절되는 기계’ 라는 생명체의 특징을 분자생물학적으로 제일 먼저 보여준 ‘프랑스 학파’, 즉 자크 모노와 프랑소와 야곱의 연구 역시 한 장을 할애하여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앞서서 언급한 노버트 위너와 네가티브 피드백 콘트롤 (내가 노버트 위너를 언급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개념이 이들의 인듀서-리프레서 개념을 형성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으며, 결국 생명체를 조절가능한 사이버네틱스로 이해하는 개념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의 배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통 대개의 분자생물학 역사에 관련된 서적은 유전암호의 규명, 좀 더 나가봐야 스플라이싱 – 엑손 – 인트론 정도까지 하고 헉헉대고 마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후반부의 몇 챕터를 할애하여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 ‘생명체의 기원’, ‘CRISPR’, ‘휴먼 지놈 프로젝트’ ‘C값 패러독스’, ‘에피제네틱스’ 등등에 대해서 주구장창 설명한다. 사실 이러한 것에 익숙한 현대 분자생물학자인 본인에게야 ‘아 이 이야기 또 하심?’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학책을 읽는 대개의 독자들에게 있어서 이런 것들은 그리 잘 알려진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책에서 후반부에 다루는 내용들은 이 블로그를 열독하시는 독자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일수도 있으므로 좀 식상할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과학책으로 과학공부하시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올 내용일수도 있다. 즉 대개의 분자생물학에 관련된 일반인을 위한 입문서는 대개 “유전암호의 규명, 자 유전암호는 미생물부터 사람까지 다 동일한 겁니다. 자크 모노의 ‘대장균에서 사실인 것은 코끼리에서도 사실이다’ 라는 말씀 들어보셨죠? 자 분자생물학은 여기서 끝!  ” 으로 끝나는데, 보다 정확한 언급은 “대장균에서 사실인 것 중 코끼리에서 사실인 것도 물론 많이 있지만 우리는 대장균을 대장균답게, 코끼리를 코끼리답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릅니다” 일 것이다. 즉 20세기 분자생물학의 역사가 “대장균과 코끼리에서 공통적인 부분” 에 대한 탐구라면 21세기 분자생물학의 사명은 “대장균을 대장균답게, 코끼리를 코끼리답게” 만드는 것에 대한 탐구이며, 여기에는 아직도 많은 미지수가 남겨져 있으며 본 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그동안 이루어진 분자생물학의 발전과정을 통사적으로 잘 다루고 있는 매우 훌륭한 분자생물학 역사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후반부’ 의 ‘유전암호 이후의 분자생물학’ 에 대해서는 어째 너무 주마간산처럼 넘어가는 느낌적 느낌이 강렬하게 들지만, 사실 그 이후를 다루는 책들은 따로 있기도 하고….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길게 쓰면 아마 천 페이지 넘어가는 베게가 나올거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특정한 한두 인물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많은 당시 문헌들을 읽어가며 그 연구의 파급효과가 학계에 어떻게 미치는지를 잘 연구한 흔적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즉 하나의 이론이 형성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흔히 과학책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나님이 이런 논문을 내셨으니 모두 경배하라~” 가 아니라 “님 그 이야기 맞음? 아닌것 같은데…” 와 같은 학계에서의 다양한 피드백과 새로운 결과의 등장에 의한 정반합에 의해 하나의 과학적 이론이 성립되는 과정을 매우 실감나게 보여준다.

여튼 21세기를 맞아 15년도 더 지난 지금, 일반인들에게 권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에 대한 역사서로 이 책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번역서가 없는게 문제다만, 좀 누가 번역 좀 하세염. 전 귀찮고..

2 thoughts on “21세기에 맞는 분자생물학 역사책

  1. 벌써 책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ㅋㅋㅋ 왓크에서 멈추는 역사책이 아니라니….. 한번 학교측에 사달라고 졸라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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