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출판계를 바꾸고 싶은가? 그냥 ‘노’ 라고 해라.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에 실린 “Want to Change Academic Publishing? Just Say No”  라는 글을 대충 번역한 글임다.

Hugh Gusterson

20년 전에 내가 교수가 됐을때, 나는 내가 그 당시 재직하고 있던 MIT 근처에 사는 한 여성으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여성은 내 전공분야인 고고학과 관련하여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상의를 했으면 했고, 향후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 나의 조언을 얻고자 했다. 우리는 내 사무실에서 45분 정도 대화를 했고, 대화를 마칠 즈음에 그 여성은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얼마쯤 드리면 될까요?”

이 여성은 치료요법사(therapist)로써 고객으로부터 일한 시간에 근거하여 시간당 요금을 고객에게 청구한다. 따라서 다른 전문직종 종사자의 시간을 45분 동안 할애받아 상담을 받았으면 여기에 대한 댓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변호사나 치료요법사와 전문적인 상담을 하면 시간에 따라서 돈을 당연히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나는 교수로써 이러한 상담을 하는데 돈을 받는 것은 좀 이상하게 느꼈다. 나는 교수 특히 인문사회과학분야의 교수는 연봉으로 급료를 받고, 이 댓가로 우리의 지식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지도한다고 설명하였다. 즉 학계의 인사들은 이러한 소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날, 나는 이러한 설명에 대해서 이전만큼 확신이 없다. 내가 학계 사회과학자로써 일하면서 버는 소득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출판에 관련되서인데, 가령 내가 신문에 서평을 쓰거나 대학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리뷰하게 되면 여기에 대한 금전적인 댓가를 받는다. 그러나 내가 저널에 투고된 논문을 리뷰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댓가를 받지 못한다. 만약 내가 책을 출판하게 되면 인세를 받는다. 만약 신문에 기고를 하면 몇백불 정도의 기고료를 받는다. 어떤 잡지에서는 기고 하나에 5,000달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글쓰기의 댓가로는 한푼도 받지 못한다. 즉 동료평가를 받는 학술논문 말이다. 실제로 내가 쓴 글을 내 책에 다시 게재하는 허가를 받기 위해서  나는 내 논문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저널의 출판사에 400달러를 지불해야 했었다.

내가 학계에 처음 들어왔을때만 하더라도 이러한 모순은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었다. 대개의 학술저널, 특히 사회과학 분야의 저널들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비영리 대학출판사에 의해서 출판되고 이들은 여기에 게재되는 내용을 편집하고 리뷰하는데 따로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었다. 즉 우리의 대학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대학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그 댓가로 우리가 쓴 학술논문과 이를 리뷰하는 전문적인 지식을 재능기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즉 어차피 우리 학계 인사들이 재능 기부를 하더라도 대학출판사는 그닥 큰 경제적인 이득을 보지 못하고, 결국 학계를 구성하는 구성원들끼리의 상호부조적인 정신에 의해서 이러한 시스템이 성립되서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많은 학술저널들은 상업적인 거대출판사인 Elsevier, Taylor & Francis, Wiley-Blackwell 등에 넘어갔고, 이 출판사들은 학술저널 출판으로 인해서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 2010년 Elsevier 는 3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36% 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작년 (2011년) 사장인 Eric Engstrom은 460만불을 벌었다.

이 출판사들이 이렇게 높은 이익을 보고, 경영진들에게 높은 연봉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마음대로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오픈 억세스 관련 논쟁은 주로 이 거대  출판사들이 대학 등의 도서관에 터무니없이 높은 저널 구독료를 요구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지만, 나는 일반인들이 내 저널 논문을 읽는데 얼마나 비용을 요구하는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서, 대학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 중 내가 작년에 Bulletin of Atomic Scientist 라는 저널에 (무료로) 기고한 9페이지짜리 논문을 읽으려면 Sage 출판사에 하루에 32불을 내야 한다. 이 비용은 내가 최근에 쓴 책을 구입하는 비용보다도 높다. 당연히 Sage 는 이렇게 받을 32불 중에서 나한테 한푼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상업 거대출판사가 그렇게 이익을 볼 수 있는 이유는, 그런 높은 구독료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수천 명의 학계의 저널 리뷰어가 무료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상품’ 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학술출판물을 검사할 자질이 있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저널에 투고되는 논문들을 검사해서 이 중 최고의 ‘품질’ 을 지니는 10-20% 를 골라내야만 한다. 만약 저널 리뷰어의 무료봉사가 아니라면 저널을 운영하는 출판사업 자체가 붕괴될 것이다.

내가 저널의 요청으로 원고 하나를 리뷰하는데는 보통 3-4시간 정도가 걸린다. 최근에 Taylor & Francis에서 나오는 두 저널에서 나한테 리뷰 요청을 해온적이 있다. 두 경우 모두 나는 이 논문이 제대로 문헌을 인용했는지, 학문분야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는지, 학계에 고유한 기여를 하였는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세계에 아마 20-30명 밖에 없을 전문가 중의 한 명이다.

만약 당신이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서 발견된 점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하는지가 궁금하다면, 혹은 지금 구입하고자 하는 주택이 제대로 등록되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니면 집의 연통이 제대로 되어있는지 등등을 알고 싶다면 당신은 해당 분야에서 수년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Taylor & Francis 출판사는 내가 수행한 논문 리뷰, 즉 나의 전문지식에 의해서  4시간 이상 들여서 수행된 노력에 대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만약 학술논문이 상업적인 출판사에 의해서 이익을 창출하는데 이용되고, 그 이익이 그 출판사의 주주와 최고경영진에게 막대한 보상을 하는데 사용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학술저널에 관련되서 생각해왔던 아나키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생각은 이제 포기하고,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처럼 우리의 전문적인 공헌에 대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경우에도 리뷰를 공짜로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즉 변호사가 회사의 고객에게는 높은 보수를 받지만 교도소에 수용된 정치범에 대해서는 무료로 변론을 해 줄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비영리적인 출판사에 대해서는 무료로 리뷰를 해줄 수도 있지만, 영리를 위해서 운영되는 출판사를 위해서 하는 리뷰라면 반드시 보수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는 출판사 경영진이나 주주들의 막대한 보수를 위해서 재능기부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상업적인 출판사들이 우리가 쓴 논문을 출판하려고 하면 우리의 지적 재산을 가져가는 댓가로 적당한 요금을 우리에게 지불하기를 요구해야 할것이다.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학회가 앞장서서 리뷰 비용과 출판시 논문 저자에게 지급될 원고료에 대한 표준 요금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대개의 상업적인 출판사들은 이런 제안을 당연히 싫어할 것이다.즉 이것이 실현된다면 그들의 이익은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익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회계사와 알아서 상의할 문제다.  그러나 만약 어떤 공장이 최저임금 이하로 월급을 주면 회사가 이익을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종업원을 최저 임금 이하로 주면서 일을 시키는 회사는 부도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특정 영리 산업계가 누군가의 무료봉사가 없이는 존속할 수 없다면 , 그 산업계를 구성하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완전히 다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만약 충분히 많은 학계 교수들이 상업적인 저널에서 요청하는 보수 없는 리뷰를 거부하기 시작한다면 이러한 상업출판사와 저널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혁은 시작될 것이다.

Hugh Gusterson는 조지 메이슨 대학의 문화연구 및 문화인류학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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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읽남]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유전암호는 영속적인가?

최고 존엄 유전암호

물리나 화학 등의 다른 자연과학에는 ‘이것은 건드릴 수 없는 최고존엄 성배!’ 비슷하게 간주되는 법칙들이 많이 있다. 가령 열역학 제 1,2,3법칙, 주기율표, E=mc^2  이러한 것들..그러나 생물학에는 그런 게 과연 많이 있는가? 그래서 많은 물리,화학도쟁이 는 생물학에 비해서 자신의 학문부심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로 생물학자에게 어그로를 끌어 왔다. “에이~ 제대로 된 법칙도 없는 생물학이 무슨 자연과학이야~ 우표수집, 나비수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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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김성모      생물학자를 놀리는 물리.화학자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의해  DNA-RNA-단백질로 이어지는 소위 ‘센트럴 도그마’ (Central Dogma)가 확립되고, DNA의 염기서열이 어떻게 단백질로 번역되느냐 하는 유전 암호는 모든 생물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생물학은 뭐 그때 그때 다른 나비수집이지’ 하는 비아냥에서 약간은 자유로와질 수 있었다. 즉 생물학도 그 내면을 잘 뒤벼보면 생물의 종에 상관없이 일관된 기본원리가 존재한다! 하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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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쟁이들이여 이것은 너님들의 주기율표이니 외워라! 시험문제로 낸다

그러나 오늘 할 이야기는 ‘과연 유전 암호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생물종에서 공통적이며 변하지 않는가?’ 이다.

 유전암호는 모든 생물종에서 보존되어 있다!  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1960년대 후반에 유전암호가 처음 규명된 이후 유전암호의 생물학적인 의의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계속되었다. 과연 유전암호는 식물, 동물, 미생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물종에서 보존되어 있을까?

니렌버그 등에 의한  유명한 유전암호를 결정짓는 ‘In vitro translation’ 실험은 대장균을 이용했지만 후속 연구에서는 동물세포혹은 식물세포 유래의 추출물을 이용했는데, 여기서도 대장균에서와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따라서 유전암호는 미생물 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에서도 보존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1968년 프랜시스 크릭은 “원래 유전 암호에는 몇 가지 아미노산만 넣는데 사용되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조금 다른 코드에는 유사한 아미노산이 들어가도록 변화되었다. 그래서 유전 암호는 현재의 상태로 고정되어서 모든 생물종에서 보존되게 되었다” 라는 주장을 했다. 즉 생물의 모든 단백질에서 유전암호는 공통적으로 작용하게 되고, 만약 유전암호 자체가 바뀌게 되면 해당 유전암호를 사용하는 모든 단백질에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유전암호 자체가 바뀌는것은 매우 강한 선택압 (Selection Pressure) 로 작용되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이다. 즉 개별적인 유전암호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우연의 산물이지만 이것은 이미 확고하게 고정되어 있다 (The Frozen Accident Theory) 라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개별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알려지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에는 유전 암호가 생물종에 상관없이 공통적이라는 것은 교과서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유전암호의 예외

미토콘드리아는 핵과 별도의 유전정보시스템, 즉 DNA-RNA-단백질로 전달되는 시스템이 별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1979년에 인간 미토콘드리아 시퀀스가 결정되고 이것을 미토콘드리아 유래 단백질인 시토크롬 옥시다아제 II의 아미노산 서열과 비교를 해보니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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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존에 단백질 시퀀싱으로 알고 있던 아미노산 서열과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비교해 본 결과 트립토판이 들어있어야 할 영역에 TGA, 즉 스탑코돈이 떡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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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개시코돈이 AUA이고 이것이 이소류신이 아니라 메티오닌이라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것으로써 유전암호가 유니버셜한 것은 아니고 약간의 사투리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물론 “뭐 미토콘드리아는 어차피 완전한 생물체가 아니잖아! 핵에 있는 DNA가 중요한거지! 핵에서 다른 코드가 사용안된다면 인정못한다능!” 과 같이 여전히 유전암호느님은 완벽히 보존되어 있으시다는~ 을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1985년 원핵생물인 섬모충 (Ciliate)의 일종인 짚신벌레 (Paramecium)의 표면에 있는 어떤 단백질의 유전자, 즉 핵 안의 염색체에 코딩되어 있는 유전자 시퀀스를 살펴보니 역시 유전자 안에 TGA 코돈이 떡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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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거의 동시에 같은 섬모충류 원생동물인 테트라하이메나 (Tetrahymena) 의 히스톤 유전자를 살펴보니 역시 TAA 코돈이 스톱코돈대신 글루타민으로 역할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적어도 섬모충에서는 UAA 코돈이 글루타민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섬모충만 그런가? 효모의 일종인 Candida albicans에서는 ‘유니버셜 유전암호’ 인 류신의 코돈인 CUG코돈이 류신대신 세린에 사용된다는 것도 1995년 확인되었다.

즉 유전 암호는 거의 유니버셜하게 보존되어 있는 ‘편’ 이지만 생물종의 극히 일부에서는 ‘사투리’ 처럼 서로 다른 유전 암호를 쓴다는 사례는 이렇게 심심치 않게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즉 유전 암호의 변화에서 이미 다른 아미노산으로 사용되고 있는 코드가 다른 것으로 치환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부분 보이는 것은 종결 코돈으로 사용되는 UAA, UGA, UAG 중 일부가 종결 코돈 대신 아미노산을 의미하는 코돈으로 사용되는 상황이 종종 나온다. 이제 종결 코돈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종결 코돈의 함정 :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그러나 사실 종결 코돈이 종결코돈 대신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1979년보다 훨씬 이전에 알려졌다. 세균유전학 연구가 활발하던 시기에 넌센스 돌연변이, 즉 단백질 중간에 스톱코돈이 생기는 돌연변이가 독립적인 다른 돌연변이에 의해서 다시 회복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이 다른 돌연변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서프레서’ 돌연변이가 존재하면 새로 생긴 스톱코돈에 대신 세린을 집어넣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 활성은 tRNA와 관계가 있었다. 스크린샷 2016-07-21 14.16.20

그리고 나중에 DNA Sequencing이 일반화되고 해당 tRNA 의 염기서열들을 조사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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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안티코돈 영역에 변화가 있어서 스톱코돈을 인식할 수 있는 돌연변이 tRNA였다. 즉 tRNA의 서열에 작은 변화만 있으면 스톱 코돈은 언제라도 아미노산을 다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유니버셜’ 한 유전암호라는 것은 사실 ‘언제나 항상 그러하다’ 하고는 좀 거리가 먼 사실이다.

“에이, 이것은 그냥 돌연변이가 있을때나 그런 거고..돌연변이 tRNA 같은게 없는 상황에서는 일어날 일이 없는 거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도 ‘대개는’ 그렇다. 그러나 같은 생물에서 스톱 코돈이 대개는 스톱 코돈으로 사용되지만 그러지 않을 때가 있고, 일부 생물이 아닌 거의 대부분의 생물에서 이런 기전이 있다는 게 발견되는데..

 

셀레노시스테인 (Selenocysteine)과 파이로라이신 (Pyrrolysine) : 21, 22번째 아미노산 

유전암호가 결정될 때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총 20가지라고 생각했다. 사실 단백질을 가수분해해서 어떤 아미노산이 있는지를 조사해 보면 이것보다 많다! 가령 흔히 볼 수 있는 세린/쓰레오닌/타이로신에 인산화된 넘, 라이신에 메틸레이션이 된 넘, 콜라겐에 존재하는 하이드록시프롤린 등..그러나 이런 것을 단백질을 구성하는 ‘표준 아미노산’ 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이넘들은 단백질에 들어간 다음 변형되서 다른 아미노산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전 암호를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유전암호에 의해 코딩되는 아미노산은 20개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3개의 스톱 코돈을 제외하고서는 모든 코돈은 이런 표준 아미노산 20개에 상응하게 된다..

…라고 생각했으나 예외가 존재했다.

셀레늄 (Se, Selenium, 원자번호 34) 는 이전부터 인체에 필요한 미량원소라는 것이 알려져 왔다. 1960년대 말에는 셀레늄이 들어있는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려졌다. 그리고 메티오닌의 황을 셀레늄으로 치환한 셀레노메티오닌을 배지에 넣으면 대장균의 메티오닌을 모두 셀레노메티오닌으로 치환할 수 있다는 것도 꽤 이전에 알려졌다.

그러나 시스테인의 황 대신 셀레늄이 치환되어 있는 셀레노시스테인 역시 자연적인 단백질에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으며,1986년 셀레노시스테인이 들어있는 단백질 중의 하나인 글루타치온 페록시데이즈 (Glutathione peroxidase)의 유전자를 클로닝하여 확인해보니..

셀레노시스테인의 위치에 있는 코돈은 TG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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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사이트에 TGA가 똭!

그 이야기는 TGA에 셀레노시스테인을 넣어주는 tRNA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그러한 tRNA가 1988년 발견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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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UGA를 인식하는 안티코돈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속 연구에 의해서 tRNA(Sec)은 일단 세린이 tRNA에 붙은 다음에 셀레노메티오닌으로 전환되고, 이후에 단백질에 삽입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단백질에 일단 들어간 상태에서 변형되는 것이 아니라, 전용 유전암호 (UGA)와 전용 tRNA에 의해 단백질에 번역과정을 통해서 삽입되므로 20개의 ‘스탠다드’ 아미노산에 이은 21번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으로 확정!  단, 다른 아미노산 20가지는 생물의 거의 모든 단백질에 존재하지만 이 경우에는 몇 가지의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틀리다.

그렇게 해서 20개의 아미노산에 새로 1개의 멤버가 추가된 다음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1997년 오하이오 대학의 Joseph Kryzycki 라는 미생물학자는 Methanosarcina barkeri라는 Archaea가 어떻게 메탄을 대사하는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여기에 관련된 단백질인 모노메틸아민 메틸트렌스퍼레이즈 (Monomethylamine Methyltransferase)라는 효소를 연구하기 위해서 유전자를 클로닝해서 시퀀스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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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로 예측된 아미노산 시퀀스보다 실제 단백질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았다. 알고보니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중간에 있는 스탑코돈 UAG가 스탑코돈이 아닌 아미노산으로 치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아미노산이 무엇인지 보니..

일반적인 아미노산도 아닌 변형된 라이신인 파이로라이신(Pyrrolysine)이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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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rrole ring이 라이신 꼬다리에 붙어있는 이게 바로 파이로라이신.

차후의 연구에 의해 파이로라이신 역시 전용 tRNA – tRNA(Pyr)를 가지고 있고, Pyrrolysine tRNA ligase에 의해 부착되어 전용 유전암호인 UAG에 들어가는 명실상부한 ‘진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단, 수많은 미생물과 진핵생물에 존재하는 셀레노시스테인과는 달리 Pyrrolysine은 Methanosarcina barkeri를 포함한 몇 가지의 생물에만 존재하는 극히 마이너한 아미노산이고, 그 생물체에서도 몇 가지 단백질에서만 들어가는 아미노산이 되겠다.

이렇듯 셀레노시스테인과 파이로라이신의 발견은 기존에 ‘스톱코돈’ 으로 알려진 코돈들이 어떤 경우에서는 기존의 20가지 아미노산이 아닌 ‘새로운’ 아미노산을 암호화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전의 서프레서 tRNA 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한가지 생물에서 하나의 코돈이 스톱코돈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아미노산을 코딩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유전 암호는 항상 동일한 뜻을 가진 것이 아니라 문맥 특이적으로 작동할 수있다는 의미이다. 즉 ‘생명체에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최고존엄 법칙인 유전암호’ 와는 이미 좀 통념적으로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즉, 지금 우리가 ‘스톱코돈’ 으로 생각되는 코돈이 다른 아미노산을 코딩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면, 현재까지 자연계에 알려지지 않은 아미노산을 스톱코돈을 이용하여 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런 상상을 20여년 전에 하시고 그것을 이룩하신 분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피터 슐츠와 비표준 아미노산

미국 샌디에고 근처에 있는 스크립스 연구소 (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 라는 네임드 연구소가 있다. 여기에 보면 소위 화학생물학 (Chemical Biology)의 대가라고 칭해지는 양반이 한 분 있는데, 이 사람의 이름이 피터 슐츠 (Peter G Schultz)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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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슐츠

이 양반은 여러가지 연구를 해 왔지만, 여기서 관련이 있는 연구라면, 역시 유전암호 확장에 대한 연구일 것이다. 원리는 이전에 쓴 서프레서 tRNA 와 동일하다. 즉 원하는 단백질에 자연계에 없는 새로운 아미노산을 넣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한 것은 3가지가 있다.

(1) 해당 단백질 유전자. 단, 새로운 아미노산을 넣고 싶은 위치에 스톱코돈을 넣는다.

(2) 해당 스톱코돈을 인지하는 tRNA

(3) 해당 tRNA 에  새로운 아미노산을 달아주는 효소.

참 쉽죠? -.-;;; 즉 이 사람은 기존의 tRNA-아미노아실 tRNA 라이게이즈 조합을 변형하여 단백질공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새로운 성질을 가진 아미노산을 달아주도록 변형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수많은 종류의 자연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미노산을 달 수 있는 tRNA와 효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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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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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많은 아미노산을 단백질에 구겨넣었다!

이렇게 자연계에 볼 수 없는 아미노산을 단백질에 넣어서 뭘 하냐고 묻고 싶겠지만 (왜 하긴 왜 해 다 필요가 있으니까 하는거지) 거기에 대해서는 요기의 리뷰를 참조하면 되고,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요점은 이미 유전암호는 우리 인간의 손으로도 어느정도까지는 변형가능한 그런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을 가진 분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스톱 코돈에 새로운 아미노산을 넣을 수 있는 건 좋다고 쳐요. 그렇다면 원래 다른 유전자에 있는 스탑코돈은 어떻게 되나요? 거기에도 새로운 아미노산이 덕지덕지 달려서 그냥 단백질 C-말단으로 번역이 계속되나요? 그래도 생물이 사는데는 문제가 없나요?” 

물론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넌센스 서프레서 tRNA이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유전암호 확장이건, 스톱코돈을 인지하는 tRNA와 여기에 아미노산을 달아주는 tRNA 라이게이즈를 발현한다고 세포가 죽어버릴 정도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랬으니 생물이 살아있겠지) 그럼 왜 그런가?

유전 암호는 고정된 것이 아니느니라 

그래서 마침내 오늘 볼 논문이 나왔다.

Swart et al., Genetic Codes with No Dedicated Stop Codon: Context-Dependent Translation Termination, Cel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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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장으로 요약. 이것만 보면 다 이해되죠 그럼 안뇽

 

이들은 해양 진핵생물의 트랜스크립톰 데이터를 뒤져봤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섬모충에서는 UAA가 UAG가 스톱코돈 대신 글루타민으로 이용된다는 것은 알았다. 그렇다면 UGA코돈이 전용의 스톱코돈으로 이용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더라! 즉 UGA 코돈의 경우 비록 빈도는 낮지만 트립토판 코돈으로 이용되는 생물도 있긴 하더라 이 이야기 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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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어떤 넘은 UAA, UAG를 글루타민으로, UGA는 트립토판과 스톱코돈으로 동시에 이용하는 넘도 있다. 또 다른 넘은 UAA, UAG에 타이로신을 붙이기도 한다. 글루탐산을 붙이는 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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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magnum 이라는 넘은 이 3가지 스톱코돈을 아미노산을 코딩하는데도 쓰고, 스톱코돈으로도 쓴다. 특히 UGA 코돈은 아주 빈도는 낮지만 트립토판을 넣는데도 쓴다.

“단순히 코딩리전 가운데에 스톱코돈이 있다고 그걸 실제로 아미노산을 코딩하는데 쓴다고 할 수 있느냐, 걍 뮤테이션 되서 중간이 뎅겅 잘린거 아니냐. 그냥 없어도 되는 유전자고” 라고 물을 수 있다. 그래서 찾아보니 특정한 단백질 인산화효소는 시퀀스 상동성이 있는 보존된 위치에서 ‘스톱코돈’ 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 이러한 코돈 사용은 보존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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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없으면 안되는 유전자 (트립토판을 tRNA에 붙이는 효소, 혹은 히스톤 H4) 도 찾아보니 내부에 UGA 코돈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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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퀀싱 커버리지를 볼때 시퀀싱 에러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건 기본.

스톱코돈을 읽으려면 해당하는 스톱코돈에 상응하는 tRNA가 있어야겠지?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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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UGA 코돈이 어떤 경우에는 스톱코돈으로 사용되고 어떤 경우에는 트립토판으로 사용되는지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트랜스크립톰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까 이 생물에서는 극단적으로 3′ UTR이 짧다는 것을 확인했다.진핵생물에서 어떤 생물은 수백bp의 UTR이 있기도 하는데 이건 끽해야 10-30bp. 중간은 20bp. 즉 단백질을 만들다가 거의 mRNA가 끝에 도달했고, UGA 코돈이 나오면 ‘아 너 스탑코돈? 단백질 합성 이제 끝!’ 이러고, mRNA 중간에서 UGA 코돈이 나오면 ‘어, 님 아직 멀었는데, 걍 좀 더 번역을 하시지?’ 하고서 트립토판을 붙여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친절한 리보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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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리보좀은 ‘가짜’ 스톱코돈과 ‘진짜’ 스톱코돈을 구별할까? 이사람들의 주장은 대충 이러하다. 즉 mRNA말단에 붙은 PolyA 꼬랑지에 붙는 PolyA Binding Protein (PABP)가 스톱코돈을 인지하여 번역을 중단시키는  eukaryotic release factor (eRF)를 도와준다고. 즉 진짜 mRNA 끝에 있는 스톱코돈은 PolyA와 가까우니까 PABP-eRF와 상호작용해서 스톱코돈을 인지할 수 있지만 코딩리전 중간에 있는 스톱코돈은 그렇지 못하니까 그냥 스톱코돈을 인식하는 tRNA 에 의해서 ‘안 스톱’ 코돈으로 인식되서 그냥 단백질 번역을 달리게 된다고..

 

여튼 여기서 이야기하는 요점은 그렇다. 스탑 코돈이 있다고 무조건 단백질 번역이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물론 이런 기전이 섬모충 따위에만 있을 것이니 우리 위대한 닝겐, 쥐, 초파리 등의 고등생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신경 안쓰면 되겠네 흥~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또 아는가? 이러한 친숙한 생물에도 불의로 생긴 스탑 코돈을 회복할 수 있는 그런 비상기전 같은 것이 있을지..즉 유전 암호는 유니버셜하므로 항상 동일하게 해석된다! 라고 100% 신뢰하지 말지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며 엄연히 코딩 리전에 생긴 스톱코돈을 생까고 번역을 계속하는 유전자가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 유전자가 발견되면 Sangsoo Hong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고소크리를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