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출판계를 바꾸고 싶은가? 그냥 ‘노’ 라고 해라.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에 실린 “Want to Change Academic Publishing? Just Say No”  라는 글을 대충 번역한 글임다.

Hugh Gusterson

20년 전에 내가 교수가 됐을때, 나는 내가 그 당시 재직하고 있던 MIT 근처에 사는 한 여성으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여성은 내 전공분야인 고고학과 관련하여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상의를 했으면 했고, 향후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 나의 조언을 얻고자 했다. 우리는 내 사무실에서 45분 정도 대화를 했고, 대화를 마칠 즈음에 그 여성은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얼마쯤 드리면 될까요?”

이 여성은 치료요법사(therapist)로써 고객으로부터 일한 시간에 근거하여 시간당 요금을 고객에게 청구한다. 따라서 다른 전문직종 종사자의 시간을 45분 동안 할애받아 상담을 받았으면 여기에 대한 댓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변호사나 치료요법사와 전문적인 상담을 하면 시간에 따라서 돈을 당연히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나는 교수로써 이러한 상담을 하는데 돈을 받는 것은 좀 이상하게 느꼈다. 나는 교수 특히 인문사회과학분야의 교수는 연봉으로 급료를 받고, 이 댓가로 우리의 지식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지도한다고 설명하였다. 즉 학계의 인사들은 이러한 소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날, 나는 이러한 설명에 대해서 이전만큼 확신이 없다. 내가 학계 사회과학자로써 일하면서 버는 소득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출판에 관련되서인데, 가령 내가 신문에 서평을 쓰거나 대학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리뷰하게 되면 여기에 대한 금전적인 댓가를 받는다. 그러나 내가 저널에 투고된 논문을 리뷰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댓가를 받지 못한다. 만약 내가 책을 출판하게 되면 인세를 받는다. 만약 신문에 기고를 하면 몇백불 정도의 기고료를 받는다. 어떤 잡지에서는 기고 하나에 5,000달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글쓰기의 댓가로는 한푼도 받지 못한다. 즉 동료평가를 받는 학술논문 말이다. 실제로 내가 쓴 글을 내 책에 다시 게재하는 허가를 받기 위해서  나는 내 논문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저널의 출판사에 400달러를 지불해야 했었다.

내가 학계에 처음 들어왔을때만 하더라도 이러한 모순은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었다. 대개의 학술저널, 특히 사회과학 분야의 저널들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비영리 대학출판사에 의해서 출판되고 이들은 여기에 게재되는 내용을 편집하고 리뷰하는데 따로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었다. 즉 우리의 대학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대학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그 댓가로 우리가 쓴 학술논문과 이를 리뷰하는 전문적인 지식을 재능기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즉 어차피 우리 학계 인사들이 재능 기부를 하더라도 대학출판사는 그닥 큰 경제적인 이득을 보지 못하고, 결국 학계를 구성하는 구성원들끼리의 상호부조적인 정신에 의해서 이러한 시스템이 성립되서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많은 학술저널들은 상업적인 거대출판사인 Elsevier, Taylor & Francis, Wiley-Blackwell 등에 넘어갔고, 이 출판사들은 학술저널 출판으로 인해서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 2010년 Elsevier 는 3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36% 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작년 (2011년) 사장인 Eric Engstrom은 460만불을 벌었다.

이 출판사들이 이렇게 높은 이익을 보고, 경영진들에게 높은 연봉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마음대로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오픈 억세스 관련 논쟁은 주로 이 거대  출판사들이 대학 등의 도서관에 터무니없이 높은 저널 구독료를 요구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지만, 나는 일반인들이 내 저널 논문을 읽는데 얼마나 비용을 요구하는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서, 대학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 중 내가 작년에 Bulletin of Atomic Scientist 라는 저널에 (무료로) 기고한 9페이지짜리 논문을 읽으려면 Sage 출판사에 하루에 32불을 내야 한다. 이 비용은 내가 최근에 쓴 책을 구입하는 비용보다도 높다. 당연히 Sage 는 이렇게 받을 32불 중에서 나한테 한푼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상업 거대출판사가 그렇게 이익을 볼 수 있는 이유는, 그런 높은 구독료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수천 명의 학계의 저널 리뷰어가 무료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상품’ 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학술출판물을 검사할 자질이 있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저널에 투고되는 논문들을 검사해서 이 중 최고의 ‘품질’ 을 지니는 10-20% 를 골라내야만 한다. 만약 저널 리뷰어의 무료봉사가 아니라면 저널을 운영하는 출판사업 자체가 붕괴될 것이다.

내가 저널의 요청으로 원고 하나를 리뷰하는데는 보통 3-4시간 정도가 걸린다. 최근에 Taylor & Francis에서 나오는 두 저널에서 나한테 리뷰 요청을 해온적이 있다. 두 경우 모두 나는 이 논문이 제대로 문헌을 인용했는지, 학문분야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는지, 학계에 고유한 기여를 하였는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세계에 아마 20-30명 밖에 없을 전문가 중의 한 명이다.

만약 당신이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서 발견된 점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하는지가 궁금하다면, 혹은 지금 구입하고자 하는 주택이 제대로 등록되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니면 집의 연통이 제대로 되어있는지 등등을 알고 싶다면 당신은 해당 분야에서 수년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Taylor & Francis 출판사는 내가 수행한 논문 리뷰, 즉 나의 전문지식에 의해서  4시간 이상 들여서 수행된 노력에 대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만약 학술논문이 상업적인 출판사에 의해서 이익을 창출하는데 이용되고, 그 이익이 그 출판사의 주주와 최고경영진에게 막대한 보상을 하는데 사용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학술저널에 관련되서 생각해왔던 아나키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생각은 이제 포기하고,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처럼 우리의 전문적인 공헌에 대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경우에도 리뷰를 공짜로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즉 변호사가 회사의 고객에게는 높은 보수를 받지만 교도소에 수용된 정치범에 대해서는 무료로 변론을 해 줄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비영리적인 출판사에 대해서는 무료로 리뷰를 해줄 수도 있지만, 영리를 위해서 운영되는 출판사를 위해서 하는 리뷰라면 반드시 보수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는 출판사 경영진이나 주주들의 막대한 보수를 위해서 재능기부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상업적인 출판사들이 우리가 쓴 논문을 출판하려고 하면 우리의 지적 재산을 가져가는 댓가로 적당한 요금을 우리에게 지불하기를 요구해야 할것이다.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학회가 앞장서서 리뷰 비용과 출판시 논문 저자에게 지급될 원고료에 대한 표준 요금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대개의 상업적인 출판사들은 이런 제안을 당연히 싫어할 것이다.즉 이것이 실현된다면 그들의 이익은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익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회계사와 알아서 상의할 문제다.  그러나 만약 어떤 공장이 최저임금 이하로 월급을 주면 회사가 이익을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종업원을 최저 임금 이하로 주면서 일을 시키는 회사는 부도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특정 영리 산업계가 누군가의 무료봉사가 없이는 존속할 수 없다면 , 그 산업계를 구성하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완전히 다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만약 충분히 많은 학계 교수들이 상업적인 저널에서 요청하는 보수 없는 리뷰를 거부하기 시작한다면 이러한 상업출판사와 저널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혁은 시작될 것이다.

Hugh Gusterson는 조지 메이슨 대학의 문화연구 및 문화인류학 교수이다. 

2 thoughts on “학술 출판계를 바꾸고 싶은가? 그냥 ‘노’ 라고 해라.

  1. 안녕하세요
    뜬금없는 질문 죄송합니다
    뇌과학자가 되고싶은 15살 학생입니다
    어떤 공부를하고 어떤 대학을 들어가고 무슨 전공을
    해야되나요?

  2. 이렇게 되면 투고료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일리있는 말이고, 소신이네요. 리뷰어들도 돈 받는 만큼 더 꼼꼼하게 리뷰할테고, 좋은 의견이라 생각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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