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로스 젤에서 DNA를 회수한 남자

너무나 흔할수록 그 원리가 아리까리한 실험들

생물학 관련 실험실, 특히 DNA를 가지고 뭔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하는 일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아가로스 젤 전기영동 (Agarose Gel Electrophoresis)이다. 이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업자’ 혹은 ‘업자’ 를 지망하는 전공학부생 수준의 사람들이 읽을 것을 간주하고 쓰는 곳이므로 그런말 언제했냐구요 물으시는 분이 계실텐데 지금 여기서 한 이야깁니다만  굳이 이게 뭐하는 물건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락하도록 한다. 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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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묵 같은 젤을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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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혹은 RNA를 크기별로 분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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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염색시약으로 크기별로 분류된 DNA를 확인하는 일은 아마 DNA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 사람이라면 안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기본적인 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크기를 확인하는 것 이외에도 이렇게 아가로스 젤 전기영동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특정한 크기의 DNA를 순수분리하는 일이다. 즉 PCR이나 제한효소 처리를 해서 생긴 특정한 크기의 밴드 형태의 DNA를 젤에서 회수하는 일..DNA 가지고 실험해본 사람이라면 안해본 사람 있는가?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냐고 하면…

“키트를 사서 하죠!” 라고 백이면 백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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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일단 젤을 만들어서 DNA를 분리하고, 젤을 자른 다음, E-Tube에 넣고 저 키트에 들어있는 ‘노란색’ 솔루션을 넣고 50몇도 정도에서 데워서 젤을 녹이고, 그 다음에는 컬럼에 넣어서…

그런데 여기서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 없는가?

(1) 아가로스 젤은 왜 저 ‘노란색’ 솔루션에 넣으면 녹는가?

(2) 저 컬럼에는 왜 DNA가 붙게 되는가?

물론 여기서 연식을 인증하고 싶으신 연구자라면 ‘아, 그것도 몰라…’ 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러한 형식의 키트가 나오기 이전부터 DNA 를 젤에서 분리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100중 90명 (상당히 낙관적인 추정 -.-;; ) 은 이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것에 뷁원 정도 걸 수 있다.

물론 그 원리를 아는 것이 지금 당장 젤에서 DNA 조각을 분리해 내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대개의 키트라는 것이 그냥 방법대로 따라하면 결과가 나오도록 오차와 마진을 고려하여 설계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과학자라는 사람이라면 뭔가 자신이 원리를 알 수 없는 ‘흑마술’ 에 의지해서 연구를 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보통 아닌가? 그래서 ‘아가로스 젤에서 DNA 추출’ 의 원리를 알아보고, 이 테크닉을 과연 누가 처음 개발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아가로스

그렇다면 우리가 젤을 만들 때 사용하는 아가로스란 무엇인가? 별거 아니다, 한천! 그렇다면 이의 화학식은? 이렇게 두 개의 다른 종류의 당이 무수히 반복되어 있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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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D-galactose와  3,6-anhydro-L-galactopyranose 가 서로 교차되면서 계속 연쇄되어 있는 선형의 중합체가 바로 아가로스이다.

그런데 왜 이게 젤 형태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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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도부터 100도 상태로 온도를 올리면 이 아가로스 중합체는 액체 상태로 되지만, 온도를 서서히 낮추면 지들끼리 서로 결합하여 일정한 구조를 이루게 되고, 이것이 지속되면 저렇게 각각의 분자들이 빽빽하게 결합된다. 여기에는 분자간의 수소결합과, 물분자와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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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런데 우리는 아가로스 젤을 통해 분리된 DNA 조각에서 DNA만을 회수하고 싶다. 그럴려면 젤을 녹여야겠지? 물론 아가로스 젤은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하여 가열하면 쉽게 액체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DNA는? DNA의 이중나선까지 풀려버리는 것은 피하고 싶다. 즉, 아가로스 젤의 녹는점을 낮추어서 DNA가 이중나선까지 풀리지 않을 온도, 즉 50-60도 정도에서 아가로스 젤을 녹이고 싶다. 어떻게?

저 위에서 아가로스 젤의 구조에는 물분자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만약 저기서 물 분자를 빼앗아버리면 어떻게 되나? 결합력이 낮아지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물 분자를 빼앗아버리나.

이런데 사용하는 화학물질로써 Chaotropic agent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물분자와 강한 수소결합을 함으로써 물분자 끼리, 혹은 다른 물질간의 수소결합을 아예 억제해 버리는 물질들이다. 이런 것의 좋은 예로써 이런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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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반적인 키트에 사용되는 Chaotropic agent 는 Guanidium chloride, 혹은 Sodium Iodine 등이 있다. 여튼 높은 농도의 이러한 솔트가 들어있는 솔루션에 아가로스 젤을 넣어버리면 아가로스 젤은 물을 빼앗기고, 정상적으로는 녹지 않을 50도 정도의 온도에서 완전히 녹아버린다! 이제 아가로스 젤을 녹이는 것은 끝. 그렇다면 DNA를 어떻게 회수하는가?

실리카 

원리는 몰라도 실험을 따라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가로스에 들어있는 DNA를 녹인 다음에는 요렇게 생긴 스핀 컬럼에 넣고 소형 원심분리기를 통해서 컬럼을 거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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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렇게 녹여진 DNA는 저 컬럼의 ‘하얀색’ 부분에 들어있는 물질에 흡착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저기에 들어있는 물질의 정체는 무엇인가? 실리카 (SiO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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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김 같은데 습기차지 말라고 실리카로 구성된 습기제거제를 넣는가? 저기서 보는 것처럼 실리카는 물을 아주 좍좍 흡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DNA는 아가로스 젤을 녹이느라, 수소결합을 거의 못하게 하는 매우 높은 농도의 chaotrophic salt 에 녹아 있는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DNA가 녹아있는 chaotrophic salt 를 실리카에 넣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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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한 인산기를 가지고 있는 DNA는 높은 농도의 salt 가 중매쟁이가 되어 실리카에 붙는다! 그 외에 용액에 들어있는 아가로스 등은 DNA처럼 강한 음성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붙지 않고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나서 salt 가 존재하지 않는 low salt buffer (‘거의’ 물) 를 가해주면 붙어있던 DNA는 회수되어 나간다.

이걸 처음 개발한 사람은 바로..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뭐 그런가부다 하자. 그렇다면 이 테크닉을 처음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고 계시는가? 이것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이런 논문이 나온다.

Vogelstein B and Gillespie D. Preparative and analytical purification of DNA from agarose. 1977 PNAS

이 사람이 개발한 것은 결국 오늘날 쓰이는 아가로스 젤에서 DNA를 정제하는 것과 틀리지 않다. 즉 DNA를 아가로스 젤로 전기영동을 내린 다음에 NaI 솔루션으로 아가로스를 녹인 다음 유리가루 (어차피 실리카 맞다) 에 DNA가 얼마나 흡착되는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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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소한 실험에도 동위원소로 표지된 DNA 를 쓰던 당시의 위엄 -.-;;;;

아무튼 이렇게 chaotrophic salt 존재하에 agarose를 녹이고, 이 상태에서 DNA가 sillica에 붙는다는 원리가 확립된 이후에 이 포맷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든 것이 요즈음의 소위 말하는 ‘키트’ 라는 것이다.

그런데….저자의 이름이 좀 익숙하지 않은가? 특히 암 연구자라면 말이다. 그 당시 이 사람은 NIH에서 포닥으로 연구를 하던 의사 출신 연구자였다. 그는 나중에 이런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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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t Vogelstein, Johns Hopkins University

암억제 유전자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Bert Vogelstein이 쪼랩 시절에는 DNA 를 Agarose에서 회수하는 방법도 만든 사람이라는 게 잘 상상이 안 갈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러하다. 즉 원래 의사였던 그는 NCI에서 연구를 하면서 분자생물학의 실험 기법을 배웠으며 그 기반은 나중에 그의 암 관련 유전자 연구로 이어진다.  그의 초창기 논문을 펍메드에서 뒤져보면 지금 그의 캐리어와는 별로 관련성이 없어보이는 뜬금없는(?)연구 들도 많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잘연 연구는 잘하던넘이 잘한다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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