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의 박테리오파지

이 블로그에서 지겹게 볼 수 있는 글 유형들

이 블로그를 좀 지속적으로 읽은 분이라면 어떤 유형의 글이 엄청 많이 나오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가령,

  1. 처음에는 전혀 응용가치가 없을 것 같은 덕후스러운 연구를 누군가가 열라 함

  2.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나중에 그게 뭔가 대단한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3. 그러니까 님들은 기초연구를 위해서 열심히 세금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4. 물론 기초과학 연구는 상업적인 가치를 위해 하는 건 아니다. 걍 덕후짓 기초과학 자체의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거지. 그리고 리처드 파인만의 “Physics is like sex: sure, it may give some practical results, but that’s not why we do it” 을 인용하고 마무리~

이런 패턴 식상한가? 이번에도 전형적인 똑같은 패턴이다.

‘너의 패턴은 이미 파악되었다, 강약약 중약약’ 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패턴을 알아도 언제나 같은 패턴에 쳐맞는 경우도 있다!

“박테리오파지? 그건 이전에 끝났어. 이젠 다 돈 때문에 하는 거지. 그래서 빌어먹을 내 암연구 과제나 펀딩하라고”

1960년대말. DNA가 그토록 찾아헤메던 유전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DNA 정보를 단백질 정보로 바꿔주는 ‘로제타 스톤’ 인 유전암호가 다 규명되고, DNA가 어떻게 복제되는지도 대충 알려지고, DNA 유전정보는 RNA를 거쳐 단백질로 번역된다는 것과 같은 분자생물학의 근간은 사실 박테리오파지라는 세균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로 거진 다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직 물리학자로 생물학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리 원리가 있을것이라고 확신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간단한 생명체’ 라고 생각하는 박테리오파지에 관심을 가졌던 물리학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막스 델뷰릭 (Max Delbruck). 이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된 몇몇의 과학자를 ‘파아지 그룹’ (Phage Group) 이라고 불렀다. 막스 델뷰릭은 1940년대 후반에 파지 그룹 과학자들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

“음…내가 요즘에 파아지 연구를 해 보니까,
생각해 보니 우린 자기가 좋아하는 파아지만 넘 중구난방으로 파는 것 같아..
너무 중구난방으로 연구를 하면 안되잖아?
우리 몇몇 파아지만 선별해서 이것들만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 봐야 될 거 같애.”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안하잖아? 우린 아마 안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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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델뷰릭은 위의 분 이사람이 아닙니다 

본좌 파지 덕후인 델뷰릭 횽의 호소가 통했는지 콜드스프링스하버라는 곳에 모인 파지를 연구하는 덕후학자들은 몇 가지 선별된 파지들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기로 하는 ‘신사협정’ 을 맺게 되었는데 이것을 후대사람들은 “Phage Treaty” 라고 불렀다.

여튼 그들은 연구대상의 박테리오파지들을 비슷한 특성을 가진 두 부류로 분류했는데, T2, T4, T6…과 같은 그룹을 Even Phage 짝수파지, T1, T3, T5, T7 과 같은 넘들을 Odd Phage 홀수파지  라고 분류했다. 우리가 박테리오파아지를 연상하면 흔히 생각하는 다음과 같은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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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T4 다.  라이게이즈셔틀

여튼 이렇게 시작된 박테리오파지 연구는 1960년대 말까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분자생물학의 초창기에 벌어진 많은 연구들, 즉 DNA 에 저장된 유전정보가 어떻게 RNA를 거쳐서 단백질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그리고 DNA는 어떻게 복제되는가 등의 대부분의 소위 ‘센트럴 도그마’ 에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여 진행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어떤 핵산 서열이 어떤 아미노산을 코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유전정보의 전달에 관련된 기본적인 밑그림이 그려진 다음에는 서서히 사람들은 박테리오파지를 버리고 다른 분야로 떠나기 시작한다. 신경생물학이라든가, 아니면 박테리오파지 대신 동물바이러스로 연구를 전환해서 사실은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그러니 나에게 돈을 모아달라는! 하는 드립을 하는 부류가 있지 않나, 아니면 박테리오파지 연구는 이제 뒷전으로 넘겨버리고 다른 모델생물로 넘어간다든지..박테리오파지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로 가면서 점점 그 인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유행에 늦었던 어떤 젊은이

그러나 이렇게 파장 분위기의 박테리오파지 연구 바닥에 자신의 최애캐 박테리오파지를 끝까지 뒤벼보겠다고 등장한 최신 유행에 둔감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F.W. Studier 라는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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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라고 했는데 왜 이리 늙었냐면 젊은이 시절 사진을 못 구했거든

이 F.W.Studier라는 사람은 원래 의대진학을 꿈꾸고 학부에 들어왔지만 학부시절 읽었던 엔리코 페르미의 책에 감명받아 낚였네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칼텍 박사과정에서 생물물리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이때가 1950년 후반. 박사과정에서 그는 평생의 연구대상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박테리오파지 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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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T7 Phage  앞에 나온 T4 보다는 어째 좀 글래머러스하다. T4는 40kg T7는 70kg

이 사람이 이 T7 파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64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포닥을 할때였고, 물리학 출신의 생물물리학자답게, 이 사람이 처음 수행한 연구는, 여러가지 파지 유래의 DNA를 초원심분리기를 이용하여 그냥 센돌이를 돌리기 시작해서 많이 돌렸습니다 침강계수를 계산하고 (쉬운말로 ‘센돌이 돌려서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가’) 이를 이용하여 분자량을 측정하는 연구였다.

사실 전기영동이라는 도구로 단백질과 핵산의 대략적인 분자량을 측정하는 오늘날의 분자생물학자에게 ‘초원심분리기’ (Ultracentrifuge) 혹은 ‘분석용 초원심분리기’ (AUC:Analytical Ultracentrifuge) 는 그닥 익숙하지 않은 도구이다. 단백질을 연구하는 생화학자면 모를까. 그러나 1960년대만 하더라도 초원심분리기와 AUC는 분자생물학자의 기본 도구였다! 즉 그 당시 하던 대개의 실험은 파아지를 키워서 동위원소로 표지한 다음 그것을 초원심분리기로 돌려서 얼마나 침강이 되는지에 따라서 단백질 혹은 핵산의 크기를 추정하던 방식이었다. 즉 요즘 전기영동 돌리던 식으로 몇 시간 – 수십 시간씩 원심분리를 돌리던 것이 1960년대 분자생물학자의 일상이었다!  얼마나 지겹겠어 젤 내리는 것도 지겨운데 

그래서 이런 논문을 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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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의 분자생물학 논문을 보면 그냥 줄창 이렇게 센돌이 돌린 데이터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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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 당시의 최신 기술에 의해서 이 양반은 열심히 실험을 하였고, 뉴욕근처에 있는 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라는 곳에서 스탭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이전에 연구하던 T7 파지를 좀 더 파보려고 했는데..

전기영동과 판때기 젤(Slab Gel)

그래서 이 사람은 이전에는 생물물리학적인 연구만 했지만 이제 유전학과 생화학적인 기법을 통합해서 T7 파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뒤벼보려고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보고자 했던 것은 T7 파지가 대장균에 감염되면 어떤 단백질과 RNA가 나오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RNA를 동위원소 32P로 라벨링해서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인큐베이터에 ATP 32P를 P1000으로 퍽퍽~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게 들리지만 당시에는 이런 것이 상당히 흔한 실험이었다) 이것을 크기별로 분리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당시에도 ‘전기영동’ (electrophoresis) 라는 것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전기영동의 경우 지금과 같은 형식의 판때기 형식의 젤이 아닌, 다음 그림과 같은 튜브 형태로 만든 아크릴아마이드 매트릭스에 샘플을 로딩하고, 전기를 흘리는 식으로 런닝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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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결과를 보냐고? 젤을 꺼내서 사시미치듯 샤샤샤 자른다음에 방사능을 잴 수 있는 섬광계수기(scintillation counter) 바이얼에 담은 후 방사능을 잰다. 그렇게 cpm 값으로 표현된 방사능을 바이얼에 따라서 플롯하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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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1965년도에 최초로 수행된 SDS-PAGE 젤 데이터이다. 다만 요즘처럼 판때기 젤이 아닌 관계로 전기영동이 끝난 샘플을 잘게 회쳐서 방사능을 재고, 이 값을 그래프로 그려야 했으니 단 하나의 샘플에 수십개의 바이얼이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샘플이 10개가 되면 어떻게 될지는..

그래도 사람들은 이전에 사용하던 AUC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높은 해상도로 단백질을 분석하는 방법이라고 좋다고 (..)사용했다.

Studier역시 이 테크닉을 이용해서 자신의 파지 단백질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여러 샘플을 동시에 분석하는것은 짐작하겠지만 매우 노가다스러웠다. 만약 이런 식으로 방사능을 안 재려면 원통형의 튜브에 든 잴을 잘 잘라서 필터페이퍼에 붙인 다음 엑스레이 필름에 감광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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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기구로 원통형의 젤의 중앙부를 잘 회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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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페이퍼에 붙여서 말린 후 감광. 만약 샘플이 12개가 있다면 12번 회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노가다를 하던 중, 이 사람은 ‘아예 젤을 판때기처럼 만들어서 전기영동을 하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했고, 이것을 실제로 해 봤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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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최초의 판때기 젤로 전기영동하는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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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분리한 T7 파지의 단백질!

그래서 그는 지금도 단백질, 혹은 핵산을 분리할 때 사용하는 젤판때기를 인류 최초로 고안해 낸 사람이 되었다. 그의 T7 단백질 결과는 1973년에 Journal of Molecular Biology에 출판되었다.

그의 ‘판때기 젤’ 은 곧 분자생물학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비슷한 기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판때기 젤’ 이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의 전기영동보다 훨씬 고해상도로 단백질 및 핵산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기존에 상상하지 못하던 실험을 가능케 했는데 이 중의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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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등장한 프레데릭 생거의 생거 DNA 시퀀싱!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유전자의 시퀀스가 ACGT의 디지털 정보로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 역시 ‘판때기 젤’ 에 의한 전기영동이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Studier 는 어디까지나 T7 파지의 연구를 위해서 그 ‘판때기 젤’ 을 만들었을 뿐이고, 그는 계속 T7 파지의 연구에 집중했다.

T7 RNA Polymerase

그리하여 1983년 Studier는 39,936bp에 달하는 T7 파지의 전체 염기서열을 결정하여 발표한다. 수십억 bp의 개개인 사람의 지놈도 하루면 시퀀싱이 끝나는 시대에 고작 박테리오파지 하나의 시퀀스를 결정하는 것이 대단하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1983년이고, 잘 알려진 단백질의 유전자 하나를 클로닝해서 시퀀싱하여 전체 염기서열을 결정하면, 박사학위 논문으로 충분할 뿐더러 매우 좋은 저널에 논문을 내던 시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튼 그는 생거의 시퀀싱 (그가 만든 ‘판때기 젤’ 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이 나온지 6년도 안 되서 그의 완소 박테리오파지의 전체 지놈 서열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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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의 Fig.1 을 보면..스크린샷 2016-08-03 17.09.26

으로 시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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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끝난다! 즉 논문의 10페이지까지 약 40kb의 서열이 논문에 주르르 나와있다. 나는 누군가 여기는 어디인가

여튼 이 지놈에 들어있는 약 50여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바로 발현되는 몇 개의 유전자를 제외하고는 대장균의 RNA Polymerase는 인식하지 못하는 고유의 프로모터를 가진 유전자가 존재하며, 이들은 T7 파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RNA Polymerase에 의해서 RNA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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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T7 파지의 RNA Polymerase는 어떤 유전자인가?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워낙 서열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유전자 서열을 모두 알고 있더라도 이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T7 RNA Polymerase 에 대한 논문은 다음해인 1984년도에 나왔다. 그리고 곧 이 T7 RNA Polymerase를 클로닝하여 과발현한 후 정제하면 이것을 이용하여 T7 Promoter 가 달려있는 DNA 서열에 상응하는 RNA를 시험관 내에서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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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단백질과 이를 이용한 체외에서의 전사,

그리고 이 시험관 내에서의 RNA 전사가 매우 효율이 좋음이 발견되었다. 즉 약 20bp 에 상응하는 T 7 프로모터 하위에 원하는 어떤 DNA를 넣으면 이것에 상응하는 수백에서 수천bp에 달하는 RNA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 전에 가능하지 못하던 수많은 일들이 가능해졌다. 가령

  • T7 프로모터를 이용하여 특정한 유전자에 대한 RNA Probe 제작 : 노던 블랏 등에 사용할 수 있는 RNA Probe를 제작하여 이를 동위원소로 쉽게 라벨링할 수 있게 되었다.
  • 벡터에 클로닝된 RNA 바이러스를 세포외에서 전사하여 RNA를 제작함으로써 감염력 있는 RNA 바이러스를 제작 : 일단 바이러스의 클론을 플라스미드 형태로 확보하면 RNA 형태의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특정한 유전자를 변형하여 해당 유전자가 바이러스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RNA를 생화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RNA의 대량 합성 : 아미노산이 단백질 생합성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아미노산은 해당하는 아미노산에 고유한 안티코돈을 가지는 tRNA에 붙어야 되며, 이는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 (aminoacyl-tRNA synthetase)에 의해서 수행된다. 그렇다면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는 어떻게 제 짝인 tRNA를 인식하는가? 이러한 것을 위해서는 tRNA의 돌연변이를 만들어 이들이 체외에서 tRNA에 아미노산을 달아주는지와 같은 실험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합성 올리고를 이용하여 특정한 돌연변이를 가진 tRNA 유전자를 만들고, 이를 T7 RNA Polymerase에 의해 전사하여 생화학 반응을 검사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 RNA의 구조생물학 : 가장 최초로 풀린 핵산 (DNA-RNA를 막론하고) 의 입체구조는 효모의 tRNA구조이고, 이는 효모로부터 정제하였다. 그러나 다른 구조를 가진 RNA는?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RNA를 결정화하려면 순수정제된 RNA가 mg 단위로 필요하며 이를 세포내에서 정제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RNA를 만들 수 있도록 RNA에 해당하는 DNA를 T7 프로모터 아래에 넣고, 이를 T7 RNA Polymerase를 이용하여 전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크린샷 2016-08-03 17.51.57저자의 이름이 상당히 친숙 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원래 RNA의 구조생물학을 하는 사람이다! 즉 T7 RNA Polymerase가 없었다면 이 사람의 캐리어도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으리라. 여튼 그리하여 1990년대 초부터 다음과 같은 RNA 구조들이 결정학으로 풀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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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merhead riboz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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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I In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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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9-sgRNA Complex

즉 Hammerhead 리보자임부터 Cas9 RNA 복합체에 이르기까지 T7 RNA Polymerase에 의해서 만들어진 RNA가 없었다면 RNA 구조생물학, RNA 관련 생화학이라는 분야 자체의 존재가 불가능했다. 즉 Studier가 발견한 ‘요상한 파지’ 에서 유래된 그 별난 RNA Polymerase가 참으로 많은 일을 가능케 한 것이다.

pET vector와 단백질 발현

여기서 끝난 줄 알았지? Studier는 T7 RNA Polymerase가 자기 자신의 프로모터만을 인식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고, 매우 RNA를 강the력하게 만들어낼수 있다는 성질이 재조합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장균에서 재조합 단백질을 많이 만들다 보면 세포에 해가 되는 경우도 있고, 이는 세포성장을 억제하여 단백질 생산 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가끔은 이러한 유전자를 대장균에서 클로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수도 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생각한 것은 이러했다.

(1) 원하는 목적 유전자에 T7 프로모터를 달아서 플라스미드에 넣어둔다. 보통의 균주는 T7 RNA Polymerase 유전자가 없으므로 해당 유전자는 전사되지 않으므로 플라스미드는 안정되게 유지된다.

(2) 플라스미드 제작이 끝나고 단백질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T7 RNA Polymerase 유전자가 들어있는 플라스미드와 같이 형질전환을 한다. 단, T7 RNA Polymerase의 유전자 앞에는 E.coli 프로모터를 붙여두고, 이는 가장 잘 알려진 Lac 프로모터, 즉 락토스 혹은 IPTG에 의해서 발현이 유도될 수 있도록 한다.

(3) 발현을 개시하려면 IPTG를 넣어준다. 그러면 (1) IPTG는 먼저 T7 RNA Polymerase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여 단백질을 만들고, (2) 이렇게 만들어진 T7 RNA Polymerase는 T7 프로모터가 달려있는 원하는 목적 유전자를 발현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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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는 1986년에 이러한 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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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처음 시스템에서는 T7 RNA Polymerase유전자는 별도의 플라스미드에 존재했다. 그런데 단백질을 발현하기 위해서 항상 두 개의 플라스미드를 형질전환하는 것은 불편하다. 그래서 이 사람은 람다 파아지를 이용하여 크로모좀 안에 T7 RNA Polymerase (DE3라고도 불리는 유전자 이름) 유전자를 집어넣은 대장균 스트레인을 개발하였다. 이것이 바로 대장균에서 단백질을 만들어 봤으면 안 써봤을 수 없는 BL21(DE3) 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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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재 대장균에서 단백질을 과발현할때 대부분의 경우 사용되는 pET 시스템과 T7 프로모터 시스템의 개발자가 바로 이 ‘파지덕후’ F.W. Studier 이다.

사실 이 사람은 어디까지나 T7 파지의 연구에 꽂혀서 T7 파지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연구했을 뿐인데도, 이런 상업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그의 기술은 BrookHaven National Lab 을 통해서 상업적으로 사용될때는 기술이전되었고, 현재까지 BNL이 T7 발현시스템의 라이센스료로 받은 금액은 5500만불에 달한다. 이것은 BNL 연구소 역사상 여태까지 가장 큰 상업적인 기술이전료 수입이다.

T7 Lysozyme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겠지만 그의 연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만해 영감님…

그는 1987년 T7 파지에 있는 라이소자임, 즉 박테리아에 감염된 이후 세포의 펩타이도글리칸 층을 분해하는 효소가 엉뚱한 또 다른 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T7 RNA Polymerase의 전사를 저해하는 것. 

그게 T7 파지를 연구하는 사람 이외에는 뭐가 중요하겠냐고 하지만, 이게 또 중요해진다! pET 단백질 발현 시스템에서 T7 RNA Polymerase의 발현은 대장균의 프로모터인 lac 프로모터에 의해서 유도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했다. 이게 교과서에서처럼 락토스가 없으면 전혀 발현을 하지 못하면 차암 좋겠지만 현실은 교과서와는 틀려서, lac 프로모터는 인듀서인 락토스나 IPTG가 없어도 찔끔찔끔 발현이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업자 용어로는 ‘leaky’하다는 표현을 쓴다) 따라서 인듀서를 넣지 않아도 T7 RNA Polymerase는 약간씩 발현이 되며, 만약 발현하려는 목적 단백질이 호스트 세포에 매우 독성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발현하려는 플라스미드가 아예 사라진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찔끔찔끔 발현되는 T7 RNA Polymerase’ 를 막을 수 있을까? 그래서 그가 이전에 발견한 T7 파지의 라이소자임이 등장한다!

즉 T7 파지의 라이소자임 (pLys) 유전자를 아주 미세량 발현하는 플라스미드를 T7 발현시스템에 넣어두면, 이렇게 찔끔찔금 발현되는 T7 RNA Polymerase의 발현은 T7 Lysozyme에 의해 차단되고 인듀서를 넣어서 T7 RNA Polymerase가 본격적으로 발현되면 그제서야 단백질 발현을 개시하는 시스템을 1991년 발표하였다.

Auto-induction Medium 

이 할배는 쉬지 않는다 ㄷㄷㄷ

아마 단백질을 대장균에서 T7 발현시스템 (pET 계열 벡터) 을 이용해서 발현해 보신 사람이라면 생각처럼 이 시스템이 IPTG에 의해서 타이트하게 콘트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하셨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IPTG 안 넣고 키우는 것이 원하는 목적 단백질이 더 많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냥 오버나잇으로 IPTG도 안 넣고 키웠더니 발현이 훨씬 더 많이 되는 경우도 경험하기도 한다.

왜 이런 것일까?

이 영감님은 2005년에 이 문제를 연구하여 논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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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N-Z amine이라는 미생물배지에 들어가는 성분의 배치에 따라서 T7 시스템이 인듀서를 추가하지 않아도 발현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알고보니 인듀서를 추가하지 않아도 발현이 되는 배지에는 미량의 락토스가 들어있었다! 락토스가 들어있는 이유는 N-Z amine은 우유의 카세인의 가수분해물이므로 제조과정 중에서 미량의 락토스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이러한 우연한 발견과 어떻게 하면 박테리아를 좀 더 고농도로 키울 수 있을까를 여러 조건으로 검사하여, 인듀서가 없이 그냥 오버나잇으로 박테리아를 키우면 기존의 IPTG 를 넣는 것에 비해서 훨씬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고, 세포도 더 많이 자라는 배지조건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지 조성은 ‘Overnight Express‘ 라는 이름으로 상업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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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FW Studier의 논문을 찾아보면 거의 1명, 혹은 2명의 저자에 의해 이루어진 연구가 수행되었다. 사실 누가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그런 연구에 돈을 많이 대 줄까.  그리고 이 글에서 처음부터 이야기했지만 그는 1960년대 중반에 시작했던 T7 파지에 대한 연구를 캐리어의 시작부터 끝까지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러가지의 다른 연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기술을 (Slab Gel, T7 RNA Polymerase, T7 Expression System) 개발해냈고, 이들의 파급효과는 가히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한마디로 대의 분자생물학 연구 기반의 상당부분을 혼자서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F.W. Studier이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 그저 T7 파지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던 파지덕후였을 뿐..그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한다.

“It’s to everyone’s benefit to patent discoveries that have commercial application, and it’s a good idea to make it easy for researchers to apply for a patent, but my work is not aimed at commercial application. I’m interested in basic research.

 

One thought on “그와 그의 박테리오파지

  1. 인문계 전공 인문계 직업에 종사하는 뼛속까지 문과체질인 1인이 늘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비록 이해는 잘 못하겠지만… ( -> 이부분 줄 긋고 싶은데 댓글에선 왜 안될까여 ㅋㅋㅋ) 기초연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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