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치엔 (Roger Y. Tsien:1952-2016) :툴 개발자의 일생

N모상은 거들 뿐

2008년 GFP로 시모무라 오사무, 마틴 챌피와 함께 스웨덴에 갔다온 UCSD의 로저 치엔 (Roger Tsien)이 6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의 과학자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3-18-51

그의 갑작스러운 별세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그가 과연 뭐하던 과학자였는지를 한번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이미 이 블로그에서는 얼마 전에 GFP를 처음 발견한 시모무라 오사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고,  GFP 유전자를 처음 클로닝했지만 그 이후에 잘 풀리지 않아서 셔틀버스를 운전하게 된 더글러스 프레셔에 대한 이야기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으로는 로저 치엔의 이야기를 할 차례가 아닌가?  특히 시모무라 오사무나 마친 챌피는 이전에도 글을 썼지만 어디까지나 GFP는 자신의 연구의 메인 토픽이 아니었던 반면, 로저 치엔은 GFP 관련 연구에 뛰어든 이후, 형광단백질의 응용에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연구를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사람 역시 GFP 만을 연구한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하다가 GFP 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특히 GFP 관련 연구는 어떻게 전혀 다른 분야의 연구가 다른 분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아무런 응용목적을 가지고 수행된 것이 아닌 기초연구의 성과가 어떻게 응용연구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게다가 매년 가을만 되면 스웨덴에서 날아오는 소식에 종종 ‘열폭’ 을 하는 어떤 반도국에서는 과연 N모상을 받을만한 연구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할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과학신동 

유명한 과학자 중에서는 종종 ‘학교시절에는 공부를 별로 잘 하지 못했거나 심지어 저능아 취급을 받았는데 커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런 일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마 전수조사를 해보면 ‘학교시절에도 공부를 꽤 잘하거나 신동이라고 불리던 사람’ 의 비율이 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런데 왜 공부 못한 사람 이야기만 하냐고 – 그거야 과학자가 될려면 어렸을때부터 공부 잘해야 한다 같은 뻔한 이야기를 하면 애들이 겁먹고 과학 안할거아뇨. 

로저 치엔 역시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하는 그런 수재 타입의 과학자였다. 그는 1952년 MIT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중국 유학생 출신의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사촌형 중에서는 2차대전 전에 제트추진연구소 (JPL) 에서 로켓연구를 하다가 매카시즘 때문에 중국으로 추방되어 나중에 중국 로켓연구의 대부가 된 치엔수첸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영화 ‘마션’에서 JPL 책임자로 나오는 중국인 과학자는 아마 그의 오마주일 것이다). 아무튼 공부 쫌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3-33-35

엄마 왼쪽에 있는 어린이가 그다.

그는 어려서부터 과학, 특히 화학에 흥미가 있는 ‘과학신동’ 이었으며 집에서 화학실험을 하기도 하던 ‘화학덕후’ 였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3-36-19

매드사이언티스트 조기교육

그는 고등학교 시절인 1967년 미국과학재단에서 지원하는 여름방학 연구 프로그램에참여하여 오하이오대학의 화학 연구실에서 처음 연구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 후에 고등학교 3학년때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웨스팅하우스 사이언스 탤런트 서치‘에 참여하여 미국 전역의 고등학생들과 경쟁하여 1등상을 수상하고, 1만불의 상금을 받는다. 과잘잘

그리고 그는 메사추세츠에 있는 H모대학에 입학하여 학부과정을 하던 중, 뉴로사이언스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졸업후에 대학원 진학을 어디로 할까 망설였는데, 결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캠브리지’ 로 갈지 아니면 영국에 있는 ‘캠브리지’로 갈지 정도의 고민이었다. 그는 장학금을 받아 영국에 가기로 한다.

그는 캠브리지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허가를 받은 다음 지도교수가 R.H. Adrian 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사람에 대해서 별로 들어본적이 었어서 방금 전에 옥스포드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예일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형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형은 “에라 이 무식한 자슥아, R.H. Adrian은 영국에서 제일 유명한 근육생리학자고 노벨상 수상자 E.D. Adrian 의 아들이다” 라고 답해주었다. 그러나 로저는 “흥, 근육은 한물간 주제잖아! 난 뇌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다고!” 라고 형한테 말했다.

그리고 영국에 가서 지도교수가 될 R.H. Adrian 을 만나니 그는 로저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자네, 근육이 한물갔다고 생각한다며?”

(형인지 웬수인지 그걸 다 꼰지르냐 ㅠ.ㅠ) 

“…아 그게 사실은..” (버버벅)

그러나 R.H.Adrian은 대인배였으며  로저가 원하는 주제를 연구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로저 역시 원래 관심있다고 생각했던 뇌 전기생리학이 지루하다고 생각해서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뉴런이 어떻게 세포간에서 신호를 전달하느냐의 주제였다. 그는 뉴런에서 방출되는 화학적 신호전달을 발색, 혹은 형광으로 변환하여 이를 염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찰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러려면 기존에 없는 화합물을 만들 필요가 있고, 그를 위해서는 유기합성을 배워야 하는데? 다행히 그는 지도교수인 R.H.Adrian의 친구인 화학과 교수인 Ian Baxter 라는 사람과 연결되어 그의 비공식적인 지도학생이 되었다.

칼슘

그가 처음 성공적으로 수행한 연구주제는 생체내의 칼슘을 측정할 수 있는 화합물의 개발이었다. 생체 내에는 칼슘 (Ca2+), 마그네슘 (Mg2+), 소듐  (Na+), 포타슘 (K+) 의 많은 양이온이 존재하며, 이들은 각각 세포내에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양이온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을까? 특히 칼슘과 마그네슘과 같은 2가 양이온간의 차이를 구별하여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화합물은 없을까?

그는 마그네슘보다는 칼슘에 더 친화도가 높은 킬레이터인 EGTA 의 구조에 착안하여 칼슘에 좀 더 특이적인 화합물을 개발하였으며, 그 화합물을 BAPTA (1,2-bis(oaminophenoxy)ethaneN,N,N′,N′tetraacetic acid) is a calcium-specific aminopolycarboxylic acid)라고 명명했다. 그의 결과는 1980년에 Biochemistry에 출판된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4-00-47 

대학원생 단독저자 논문 ㅎㄷㄷ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4-00-42%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4-02-52

즉 EGTA와 구조적으로 흡사하지만 칼슘과 결합시에 흡광 스펙트럼이 달라지는 물질이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4-00-56

 

그는 캠브리지에서 이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포닥을 하다가 버클리 대학에 교수로 임용된다.거기서 칼슘을 정량할 수 있는 더 개선된 형광프로브를 개발하는쪽에 집중하여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1985년 fura-2라고 불리는 지금도 널리 사용되는 칼슘 인디케이터를 개발한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4-09-09

이렇게 합성된 물질 중에서 fura-2 는 칼슘과 결합하면 다음과 같이 착물을 형성하게 되는데,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4-11-43

칼슘이 결합한 형태와, 그렇지 않은 형태는 흡광 스펙트럼이 변한다! 즉 칼슘이 없는 상태에서는 380nm 의 빛을 흡수하여 510nm을 내게 되는데, 칼슘에 결합한 버전은 340nm의 파장을 흡수하도록 흡광 스펙트럼이 변하게 된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4-32-13

게다가  화합물은 기존의 칼슘 인디케이터에 비해서 훨씬 밝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서 1986년 살아있는 세포에서 최초로 칼슘의 수준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였고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칼슘 검출시약이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4-39-38

즉, 칼슘이 없는 상태에서는 380nm 파장의 빛을 흡수하여 510nm 의 빛을 내보내나, 칼슘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340nm에서의 흡수능력이 늘어나는 것을 이용하여 두 가지 다른 파장을 조사하여 나오는 형광을 모니터링한 후, 380nm과 340nm에서의 시그널 비를 계산하면, 살아있는 세포에서 칼슘 농도 증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이는 현재까지도 세포내의 칼슘 농도를 측정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 되겠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4-39-45

출처

cAMP

이렇게 칼슘을 성공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로저는 꽤 유명해졌다. 그렇다면 칼슘과 같은 이온 말고 중요한 신호전달물질인 세포내의 사이클릭 AMP (cAMP)를 칼슘과 비슷한 방식으로 측정해보려고 했다. 그러던 와중 1989년 좀 더 좋은 연구조건을 제시한 UCSD로 이적하여 그는 버클리에서 샌디에고로 랩을 옮긴다.

칼슘의 경우에는 칼슘에 결합함에 따라서 흡광 형태가 틀려지는 유기화합물을 개발하는 것으로 정량이 가능하였다. 그렇다면 칼슘에 비해서 훨씬 더 복잡한 cAMP 와 같은 물질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그의 최초의 아이디어는 cAMP 에 의해서 반응하는 단백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단백질의 가장 좋은 예는 Protein Kinase A 이다. 즉,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5-06-52

출처

즉 Protein Kinase A는 원래는 조절서브유니트와 결합하여 그 활성이 억제되어 있는데, cAMP 의 농도가 높아지면, cAMP는 조절서브유니트에 결합하여 실제 단백질 인산화 서브유니트를 활성화시키게 되고, 단백질 인산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그들은 조절 서브유니트와 단백질 인산화 서브유니트에 대한 재조합 단백질을 만들고, 여기에 화학적으로 두 가지 다른 형광다이 (Fluorescein과 Rhodamine) 을 결합시켰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5-09-59

즉, cAMP가 없는 상태에서는 조절서브유니트와 인산화 서브유니트가 결합해 있고, 두 개의 형광단이 근접해 있으므로 FRET (Förster resonance energy transfer)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즉 490nm 의 빛을 주면 580nm 의 형광이 나온다. 그러나 cAMP 를 첨가하면 조절서브유니트와 인산화 서브유니트가 떨어지고, 더이상 FRET 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490nm 의 빛을 주면 520nm 의 형광이 나오게 될 것이다.

세포에 형광다이가 결합된 단백질을 미세주입하여 490nm 의 빛을 떄리고 나오는 형광을 580nm 과 520nm 에서 각각 측정해서, 이것의 비율에 따라서 cAMP의 농도를 측정! 이러한 원리에 기반하여 그들은 1991년 N모잡지에 다음과 같은 논문을 출판한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5-18-38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5-19-07

그렇지만 사실 이 방법은 상당히 불편한 방법인 셈이다. 즉 대장균에서 두 개의 단백질을 정제한 다음, 효소의 활성을 해치지 않는 상태에서 단백질에 형광물질을 결합시키고, 두 개의 단백질을 복합체를 만든 다음 세포 내에 미세주입을 해야 가능했다. 만약 미세주입이 어려운 세포라든지, 전체 생물에서의 cAMP 의 농도 등은 측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실험을 하려면 단백질을 만들어서 형광물질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다음에 세포내에 찔러넣어야 하잖아. 만약 세포내에서 발현되서 형광이 나는 단백질 같은 게 있으면 이런 삽질을 안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단백질은 없잖아. 우린 아마 안될거야

그러던 와중 그는 해파리에 GFP 라는 형광을 내는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그 유전자는?

GFP

그는 1992년, 당시 UCSD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지 얼마 안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인 “MedLine” (현재의 PubMed의 전신) 에 “green fluorescent protein” 을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더글러스 프레셔(Douglas Prasher)라는 사람이 발표한 GFP 유전자 클로닝 논문이 얼마전에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더글러스 프레셔에게 연락해 보았고, 그는 더 이상 연구비 사정으로 해당 연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논문이 나오면 자신의 이름을 넣어달라는 것을 조건으로 GFP 유전자를 제공해 준다고 했었다. 그러나 로저 치엔의 랩에서는 당시 DNA 관련된 일을 해본 사람이 없었고, 1992년 로저 헤임 (Roger Heim) 이라는 스위스 출신 포닥이 와서야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더글러스 프레셔에게 다시 연락하고 GFP 클론을 받게 되었다.

그 와중에 콜롬비아대학의 꼬마선충 연구자 마틴 챌피 역시 GFP 유전자를 받았다는 것을 알았고, 뒤에 학회에서 만난 챌피와 이야기해본 결과 GFP 를 대장균에서 발현하면 형광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GFP 가 형광을 내기 위해서는 외부의 물질이 필요한지 아닐지를 몰랐는데,  그 결과로 GFP 유전자만 발현하면 형광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그는 이미 챌피가 대장균과 꼬마선충에서 GFP를 발현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다른 생물에서 GFP를 이용하여 다른 단백질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했다. 효모를 연구하는 옆 랩에서 관심이 있는 효모의 세포내 물질수송에 관련된 실험을 해봤다. 그러나 GFP 의 시그널 자체는 너무 약해서 원하는 시그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즉, GFP를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GFP 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로저 첸 랩에서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은 cAMP를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FRET이 일어나냐 하므로, 녹색 이외의 다른 색의 형광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GFP의 색을 바꿀 수 있을까? 이미 GFP의 형광발색단이 어떤 아미노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지는 알려져 있었다. 즉 발색단의 형성에서 66번 타이로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포닥에게 66번 타이로신을 원래 형광을 내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으로 변경해 보라고 했었다. 그런데 66번 타이로신을 트립토판으로 변경하니 단백질은 형광이 나지 않았다! 교수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맞는 적은 별로 없지요

해당 실험을 하던 포닥인 로저 헤임은 대신 무작위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방법으로 GFP 에 돌연변이를 유도함으로써 초록색 형광이 아닌 파랑색 형광이 나는 GFP 돌연변이를 찾았다! 시퀀싱을 해보니 66번 타이로신이 히스티딘으로 바뀐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그는 GFP의 발색단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면 산소에 의한 산화가 필요하며, 다른 부위의 아미노산의 변화에 따라서 파장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기존에 66번 타이로신만을 변형해서 트립토판을 넣었을때는 형광이 나지 않았지만, 이것은 갑자기 덩치가 큰 트립토판을 넣었기 때문이며, 다른 부위에 이 덩치가 큰 트립토판이 들어갈 수 있도록 별도의 돌연변이가 들어가면, 파장이 틀려진 Cyan Floresence Protein 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게다가 65번의 세린을 쓰레오닌으로 바꾸면 좀 더 형광이 강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5-59-08

즉 발색단의 생성에 관여하는 아미노산을 뜯어고치는 것을 통해서 조금씩 다른 파장의 형광, 빛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GFP의 발색단은 생성될까? 이미 발색단의 구조와 어떤 아미노산이 이 발색단을 형성하는데 관여하는지는 시모무라의 선행 연구에 의해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 발색단이 정확히 어떤 화학반응에 의해서 생기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로저 헤임은 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연구를 했는데, GFP를 발현하는 대장균을 완전히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키우면, 단백질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전혀 색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단백질을 산소 상태에서 산화시키면 다시 형광이 되돌아왔다. 이 의미는 GFP 의 발색단을 형성하는데에는 산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GFP의 발색단은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을 밝혔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1-44-33

그리하여 로저 첸 그룹은 GFP를 좀 더 쓸모있게 만드는 첫 단계로 GFP의 형광 발색단의 형성에는 산소가 필요하다는 것과 발색단을 형성하는 아미노산을 바꿈으로써 다른 파장을 지니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밝혀서 논문을 낸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1-50-23

원래의 약속대로 더글러스 프레셔의 이름도 저자로 올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조로의 길

지금까지의 단백질 개량 작업은 단백질의 구조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GFP를 뼛속까지 깊숙히 해부하여 이를 원하는 성질을 가지도록 고치기 위해서는 역시 단백질 구조가 필요했다. 사실 GFP자체는 유전자가 클로닝되기도 전인 1988년, 시모무라가 해파리에서 정제한 단백질을 이용하여 결정화되고 심지어 고해상도로 회절한다는 것도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위상결정의 문제 때문인지 구조는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자연산 단백질인 관계로 셀레노메티오닌을 치환하여 중금속이온을 도입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없고 대신 중금속 메탈을 이용하여 위상을 결정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는지도 모른다. 여튼 구조는 풀리지 않고 있었고, GFP의 중요성이 점점 알려진 이때에 여러 랩이 이 구조를 먼저 풀려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로저 치엔은 구조생물학자인 오레곤대학의 짐 레밍턴에게 GFP 클론을 주었는데, 야생형 대신 S65T 돌연변이, 즉 야생형보다 더 밝은 돌연변이의 클론을 주었다. 아마 이미 여러 사람이 경쟁하는 연구주제인 관계로 구조를 뒤늦게 풀어도 적어도 논문을 낼 수 있게 된다는 배려였던듯하다. 그러나 예상외로(?) 구조는 빨리 풀렸고, 다음과 같은 베타 배럴 형태의 구조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발색단은 베타 베럴의 드럼통(?)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PDB:1EMA

이 논문이 매우 중요한 논문이라고 생각한 치엔과 레밍턴은 이 논문을 S모 저널에 투고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논문은 매우 부정적인 리뷰를 받았다! 한 리뷰어는 구조를 제대로 푼 것은 인정하나, 왜 이 단백질의 구조가 그리 중요한지 난 모르겠슴! 하는 리뷰를 보냈고, 다른 리뷰어는 왜 해파리가 초록색 형광을 내는 것이 해파리가 살아가는데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냐, 그런데 왜 너네들은 그걸 규명 못함? 하는 뜬금없다면 뜬금없는 리뷰를 보냈다. 그렇게 해서 저널에서 논문이 리젝되었다. 빡친 치엔은 “아니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생태학적인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라는 게 말이 됨? 이런 이유로 논문이 거절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함!” 하고 S모 잡지 편집장에게 항의편지를 보냈다. 그 항의가 받아들여졌는지 편집장은 다른 제 3의 리뷰어에게 논문을 보내고 이걸 보고서 결정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세 번째 리뷰어로부터의 응답은  시간이 꽤 지나도 오지 않았고 논문의 향방은 아직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어떤 인터넷 뉴스그룹에 다른 실험실에서 GFP 구조를 풀었으며, 이 논문은 곧 Nature Biotechnology에 게재된다는 포스팅을 보았다. 치엔은 이 내용을 이메일로 S모잡지 편집장에게 보내자, 기다리던 논문은 제 3의 리뷰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다음날 바로 어셉트되었다. -.-;;

리빙포인트 : S모잡지에 논문을 내면 편집장과 키배를 벌여서 이길 책임저자면 된다

 

cAMP, Ca2+, Protease

이렇게 원래 계획한 FRET에 의한 바이오센서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가지 파장을 흡수해서 내보내는 다양한 형광단백질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원래 계획대로 cAMP 등을 FRET을 이용하여 검출하는 센서를 만들 차례이다. 원래 계획한 cAMP 이외에도 칼슘, 단백질 분해효소 활성, 단백질 인산화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다른 파장의 형광단백질 간에서 일어나는 FRET에 의해서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속속 만들어졌다.

스크린샷 2016-09-27 22.25.04.png

기존의 화학적 시약을 사용하는 방법에 비해서 이러한 유전학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센서의 경우 실제 살아있는 생물에서의 칼슘농도 등을 측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가령 날아다니는 초파리의 대가리 속의 칼슘 변화를 잰다거나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2-31-28

살아있는 세포에서 단백질 인산화 활성을 잰다든가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2-38-05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2-38-28

등의 다양한 응용방법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팔레트

그래서 치엔 랩에서는 GFP에서 유래된 여러가지 다른 파장의 형광단백질, 즉 노란색, 파란색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빨간색은 어떻게 하는가? 형광현미경 사진 쫌 찍어본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초록색 형광을 내는 것과 다른 것을 같이 찍으려면 빨간색 형광을 내는 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빨간색 형광단백질은 어디 없을까? GFP가 흥한 다음 많은 사람들은 다른 성질을 가지는 형광단백질을 찾았다. 그런데 형광단백질은 엉뚱하게도 러시아에서 발견되었다. 러시아 연구자들이 모스크바 수족관에서 찾은 산호에서 형광단백질을 발견하였으며, 이 단백질은 dsRed 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크린샷 2016-09-27 22.48.21.png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2-50-16

그러나 DsRed 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GFP와는 달리 형광을 내기 위해서는 4개의 서브유니트가 테트라머를 형성해야 했다는 것이고, 이는 융합파트너로 목적단백질을 붙였을때 의도하지 않게 단백질이 테트라머가 되버리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러한 단점을 고치기 위하여 여러가지 돌연변이를 스크리닝하여 모노머 상태에서도 붉은색 형광을 유지하도록 단백질을 뜯어고쳤으며 

스크린샷 2016-09-27 22.53.47.png

GFP에서 하던 방법대로 발색단을 이루는 아미노산 잔기와 그 근처를 뜯어고쳐서 다음과 같이 다양한 색의 형광단백질을 만들었다!

스크린샷 2016-09-27 22.55.51.png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08-15-55-13

이로써 가시광선 영역의 빨주노초파~ 까지 모든 색의 형광을 커버할 수 있는 팔레트를 만들었다. 이러한 팔레트를 가지고는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2-57-28

각각의 색을 발현하는 대장균을 가지고 이런 잉여짓도 가능하다 ㅋ

이렇게 적색과 녹색의 형광단백질을 가지게 됨으로써 아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게 되는데,

세포주기에 맞추어서 각각 다른 색을 내는 리포터 시스템도 존재한다. 즉 G1 기와 S/G2/M 기에 각각 존재하고 세포주기가 넘어가면 분해되는 단백질인 Cdt1과 Geminin 의 degron 영역에 초록과 녹색의 형광단백질을 달아서, 세포주기에 따라 다른 색을 내도록 설계된 리포터 시스템을 이용하여 세포주기를 판별할 수 있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3-01-15

 

맥주통을 넘어서

GFP이건 dsRed이건 이렇게 발견된 형광단백질은 대개 ‘맥주통’ 모양의 베타 베럴 형태의 구조를 띄고 있는 단백질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600nm 이하의 파장의 빛을 내는 단백질로써 생체내에서 피부를 관통하여 빛을 내려면 적외선과 같은 긴 파장의 빛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2009년 치엔 랩에서는 기존의 ‘맥주통’ 모양의 형광단백질이 아닌, 박테리아 유래의 피토크롬 단백질을 뜯어고쳐서 이것을 684nm 의 빛을 받아들여서 708nm 의 빛을 내는 ‘적외선 발광’ 단백질을 만들었다. 그래서 쥐의 간에 단백질을 발현하여 살아있는 쥐에서 간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촬영!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3-08-10

S모잡지는 하도 많이 내서 카운트가 안된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3-08-16

단백질을 뜯어고치고

%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7-23-08-34

간뗑이가 부은 이 단백질을 발현하는 간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살아있는 쥐에서 측정!

에필로그

그는 아직 창창한 64세의 나이에 이렇게 여전히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는 랩을 두고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의 연구인생을 되집어 보면, 그의 연구자체가 바로 “도구”, 즉 생명현상을 볼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저분자 형광물질이건, GFP이건, FRET을 이용한 센서이건,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 몰두하던 자외선 단백질이건 말이다.

현대 생물학의 많은 발전은 결국은 이전에는 관찰할 수 없었던 생명의 ‘일부분’ 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생물학을 하던 사람 밖의 힘이 필요하다. 가령 로저 치엔과 같이 화학덕후로써 생체물질과 반응하여 이를 형광으로 표현하는 것에 도가 튼 사람이라든지, 기존의 현미경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방식의 현미경을 만들던 어떤 물리학자라든지  생물학자의 새로운 발견에는 어디까지나 인접학문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로저 치엔의 연구인생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하나의 기술이 기초연구의 결과로부터 출발하여 완성되기까지 어떠한 최적화 과정이 필요한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가 있다. 비록 로저 치엔은 제일 먼저 GFP를 마커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가 GFP 및 다른 형광 단백질을 지금 우리가 쓰는 형태로 최적화하지 않았더라면 형광단백질이 지금과 같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흔히 기초과학자들은 최초의 발견에는 큰 의미를 두지만, 이것을 ‘실제로 널리 쓸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것에는 크게 가치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지 마라. 최적화의 달인인 ‘엔지니어’ 에게 경의를.

 

P.S. 위 글의 대개의 내용은 로저 치엔의 노벨 렉처에 다 나온다.

7 thoughts on “로저 치엔 (Roger Y. Tsien:1952-2016) :툴 개발자의 일생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건필을 기원합니다.
    P.S. 장파장을 발광하는 단백질은 ‘적외선 단백질’ 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중간의 치엔수첸은 한국에는 보통 전학삼/첸쉐쎈 등으로 불리는데,
    영어이름을 그대로 한글로 옮기니 약간 혼란스럽습니다.

  3. 페북 통해서 주로 들어오는데 유익한 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광 단백질 그림 그리기 재미있을 것 같네요 ㅋㅋ
    다만 틀려진다->달라진다로 맞게 고쳐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4. 프레셔 근황 찾아보다가 로저 치엔의 랩 홈페이지까지 갔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 듣고 잉 싶었었는데, 포스팅까지 해주셨네요. 요즘 프레셔는 뭐 하고 있을까요..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