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읽남] 호프 빠진 맥주를 만드는 법

오랫만에 논읽남으로 블로그에 글을 써보도록 하자. 오늘 읽어볼 논문은

Denby. CM, Industrial brewing yeast engineered for the production of primary flavor determinants in hopped beer, Nature Comm 2018

 

맥주를 좋아하는가? 사실 과학연구에 있어서 맥주는 창의력의 근원이 되는 마법의 물 (…) 과 같은 존재이다. 얼마나 많은 과학연구가 맥주잔을 들고 만난 두 명의 과학자가 썰푸는 도중에 개시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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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갈망하며 시위를 벌이는 과학자들 아냐

그러나 맥주의 이런 역할 말고, 맥주 자체에 대한 연구는…뭐 사실 맥주 제조라는 것이 이미 산업적으로 확립된 기술이기 때문에 특별히 맥주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연구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기껏해봐야 식품공학 쪽에서 맥주 생산 기술 관련해서 연구를 하는 정도면 모를까..

그런데 합성생물학, 특히 대사공학 (Metabolic Engineering) 쪽에서 유명한 연구자인 버클리대학의 제이 키슬링 (Jay Keasling)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맥덕으로 의심되는 연구자가 있었나보다. 참고로 제이 키슬링 연구실에서는 이전에 여러가지 연구를 했었고, 특히 효모로 복잡한 대사산물을 생산하는 연구들을 많이 했었다. 대표적인 예로 말라리야 치료제인 아르테미신 (Artemisin) 을 효모에서 생산하는 연구 (제약사인 Sanofi 에 기술이전을 했는데 천연물에서 추출하는 아르테미신이 가격이 싸져서 – 인도에서 엄청 나무심었다 – 별로 상업적인 재미는 못봤다는 것은 안자랑)등을 들 수 있다. 아무튼 효모를 이용하여 식물 등에서 있는 복잡한 대사경로를 효모에 도입해서 산물을 생산하는 일은 많이 해 왔다.

그런데 이게 맥주와는 뭔 상관?

맥주는 알다시피 맥아 (를 당화시킨) 와 효모, 그리고 호프 (Hops) 를 넣어서 만든다. 호프는 맥주의 향과 쓴 맛을 내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특히 요즘은 IPA와 같은 크래프트 맥주가 성행하고, 이 ‘호프맛’이 나는 맥주 (맥덕 표현으로는 ‘Hoppy’ 하다는 표현을 쓴다) 가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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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는 이런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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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개그는 신경쓰지말자

그런데 아마 맥덕으로 생각되는 연구의 제 1저자 양반이 이런 생각을 한 모양이다. “맥주를 만들때 꼭 호프를 넣어야 해?” 즉, 호프에서 맥주의 ‘호프맛’ 을 내는 성분만 찾아내고, 그 성분을 효모에서 맥주를 만들때 같이 만들 수 있으면 맥아 + 효모만 가지고도 맥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호프의 성분을 효모에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호프에서 ‘호프맛’ 을 내는 성분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이것을 생합성하는 유전자를 효모에 넣을 필요가 있다. 이미 호프에서 ‘호프맛/향’ 을 내는 성분이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다.

한 가지 물질은 ‘ linalool’ 이라는 물질이며 스크린샷 2018-03-23 19.14.33

화학식은 이렇다

다른 물질은 Geraniol 이라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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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효모에서 이 물질을 만들까? 흔히 생각하는 것은 호프에서 여기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얻어 발현…일 것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반드시 호프 유래의 유전자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호프는 지놈 시퀀싱도 되어 있지 않다!

이 연구자들은 이미 시퀀스가 알려진 식물 유래의 Linalool synthase 유전자들을 효모에 발현해 보았다. 그러나 전체 서열을 포함한 유전자를 발현해보니 거의 Linalool 이 생성되지 않았다! 왜? 식물에서 linalool 은 엽록체에서 생성되며, 따라서 단백질을 엽록체로 보내는 신호로 작용하는 Transit Sequence가 존재한다. 그러나 효모에는 엽록체가 없으므로 이 Transit Sequence는 무쓸모이며 오히려 단백질의 활성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을 잘라내야 한다. 이들은 여러가지 식물 유래의 Linalool synthase 에서 Transit Sequence 를 예측하고, 이것을 잘라서 그중 제일 활성이 잘나오는 넘을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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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Mentha citrata (민트의 일종인 듯하다) 라는 식물유래의 Linalool synthase 에서 RR 모티프가 있는 부분까지 잘라낸 넘이 제일 활성이 좋아서 그걸 썼다.

이제 효모에 없는 가장 결정적인 효소가 확보되었다. 그러면 이것만 발현하면 호프향이 철철 나는 맥주가 되는가? 이를 위해서는 Linalool 의 대사경로에서 전구체가 되는 넘들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하고, 가장 기초적인 대사경로로부터 Linalool 을 만들기까지 병목이 되는 대사경로를 확인하여 이를 증폭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전에 이 랩에서는 Artemisin 을 만들때, Artemisin 의 전구체가 되는 Geranyl pyrophosphate 라는 것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어떤 대사경로를 조절해야 하는지 연구를 많이 해 놨으며, Linalool 역시 동일한 전구체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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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훨씬 더 복잡한 넘도 만들어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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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allol 의 경우에는 위의 경로의 중간 단계인 GPP에서 Linalool synthase 로 한단계만 거치면 되는 것이므로 매우 간단! 흠 실험실에서 이미 해본 것에서 유전자 하나만 더 넣으면 된다는 것 을 알았으니까 프로젝트를 애초에 시작했겠지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총 4개의 유전자를 건드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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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존의 연구에서 이 생합성 경로로 대사산물을 끌어오는 (업자용어로 Carbon flux를 redirection 한다고 하는) 데 필요한 두가지 효소 (tHMGR과 FPPS) 와 함께 Linalool 과 Geraniol 을 만드는데 필요한 효소 2개, 총 4개를 발현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되는 것들은 해당 유전자들을 ‘얼마나 세게’ 발현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단백질 발현하는 것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존나 빵빵하게 RNA를 만드는’ 프로모터 쌔려넣고 유전자를 발현하면 되겠거니 하시겠지만, 대사산물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단백질을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즉, 대사경로를 최적하여 ‘원하는 만큼’ 만 단백질을 만들어야 대사산물이 최적화되어 만들어지며, 쓸데없이 단백질을 많이 발현하면 오히려 세포의 대사에 영향을 주고 전체적인 산물은 줄어든다. 그리고 어떤 대사경로를 강하게 발현하고, 어떤 것을 약하게 발현하는 것도 고려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다 확인하고 최적화하나? 이들은 여러가지 발현강도를 가진 프로모터와 발현시킬 유전자를 조합하여 카세트를 만들고, 다시 이 카세트를 조합하여 수많은 조합의 4가지 유전자 발현 카세트를 만들었다 (약 10kb  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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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을 효모 유전자의  ADE2 좌위에 싱글 카피로 CRISPR/Cas9 을 이용하여 집어넣었다. ‘왜 멀티카피 플라스미드를 넣으면 안되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맥주 발효와 같이 오랜 시간동안 발효하는 미생물에서 멀티카피 플라스미드를 넣으면 해당 플라스미드는 항생제와 같은 Selection Pressure 가 없으면 빠져버린다. 그렇다고 님 맥주에 항생제 넣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지 않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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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외래 유전자가 들어간 넘은 어떻게 선별하는가? 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효모에서 아데닌을 만드는 ADE2 유전자가 결여되면 콜로니는 뻘건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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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스몰스케일로 발효를 해서 대사산물의 생성을 체크한다. 그런데 알콜발효는 혐기성인 상태에서 일어나는데…어떻게 많은 샘플을 스크리닝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수백, 수천개를 크래프트 맥주만들듯이 수십리터 발효조에 발효해서 샘플링한다면 어이구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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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은 시험관에 고무마개로 막고, 알콜발효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옆에 물이 들어있는 시험관으로 방출하면서, 동시에 산소가 안 들어가게 한다. 이렇게 세워놓고 여러개의 샘플에서 측정하면서 각종 산물과 유전자의 발현에 따른 관계를 찾아본다. 스크린샷 2018-03-23 19.59.55

이런식으로 프로모터를 갈아가며, 최적의 생산이 되는 넘을 스크리닝했다. 특히 호프를 많이 넣고 만든 상업적인 맥주의 Linalool 과 Geraniol 과 비교하여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컨스트럭트를 스크리닝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이를 잘 조절함으로써 적절한 호프향을 조절한 다른 균주도 쉽게 선별할 수 있다는 것!  즉 맥주는 기호식품이기에 향을 내는 성분을 무작정 많이 생산한다고 좋은 게 아닐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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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맥주와 전통적인 방식으로 드라이 호프를 넣고 만든 맥주를 비교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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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한 맥주 (말린 호프를 넣는) 에 비해서 유전공학적으로 ‘호프 성분을 만들어 내는’ 맥주가 훨씬 더 균일한 호프 성분의 함량을 기록하였고, 실제로 사람이 평가한 호프향에 있어서도 실제로 호프성분을 넣은 것들보다 더 높게 측정되었다.

 

그래서 호프를 안 넣고 호프향을 낼 수 있는 효모를 고생해서 만들었다.근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물론 이것은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저자들은 ‘호프값’ 을 아낄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하지만 사실 호프값이 맥주의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히 어느정도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것이 얼마나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올지는 맥주공장 공장장 아니면 원가분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보다 호프향이 균질한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글쎄, 사실  호프를 섞어서 균일한 향과 맛을 내게 만드는 것은 아마 브류어리들의 기본적인 노하우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과연 맥주제조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이게 얼마나 큰 보탬이 될 지는 모르겠다.  그냥 호프 쌔려넣으면 안되나 

가장 큰 난점이라면 결국 해당하는 맥주는 GMO 효모에 의해서 만들어진 맥주인데, 이것이 과연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맥주에 사용될 수 있느냐일 것이다. 물론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을 거친 효모라고 하더라도 유전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 셈이므로 특별히 몸에 해가 있다거나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고, 게다가 여과를 통해서 효모가 제거되는 상업맥주의 경우에는 유전자 조작이 된 효모를 사람이 섭취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하겠지만, 이게 불치병을 고치는 항체의약품도 아니고 (…) 고작 기분좋다고 먹는 맥주를 굳이 유전자 조작이 수행된 효모를 이용하는게 소비자의 구미를 땡기게 만들지 아닐지는 솔까말 잘 모르겠다. 뭔가 기존에 도저히 나지 않던 향과 맛이 나는 맥주를 만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부 크래프트 맥주, 특히 벨기에 계통의 ‘Bottle Conditioned’ 맥주의 경우에는 맥주의 탄산화가 맥주에 남아있는 효모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고, 병 바닥에 효모가 깔려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맥주를 먹다 보면 GMO 효모를 먹게 되는데, 물론 항생제 마커가 들어있지 않긴 하지만 어떨런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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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맥주가 카스 (..) 처럼 깔끔하게 여과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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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논읽남] 호프 빠진 맥주를 만드는 법

  1. 앜ㅋ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말씀처럼 잘 여과된 브랜드의 맥주로는 제법 재밌겠네요. ㅋㅋㅋㅋㅋ

  2. 별로 중요한 질문은 아니고 답변을 주실 수 있는 시간이 되시는지도 몰라서 조심스럽게 질문 올려보는데요. 읽다가 문득 궁금해졌는데, 예전에 yeast transformation 할 때, electroporation 이라든가 LiOAC 용액에 heat shock 준다든가 암튼 그런 방법들을 썼던 거 같은데요. CRISPR/Cas9 를 쓰는 이유는 protocol이 간편하거나 아님 효율이 훨씬 좋아서 그런건가요? 제가 더이상 실험을 하지 않아서 CRISPR/Cas9에 대해서 잘 몰라서 급 궁금해졌습니다.

    • 그냥 transformation을 하면 아마도 염색체와 별도류 episome 형태로 유전자가 들어갈텐데요, 선택마커 없이 맥주와 같이 오래 발효를 하다보면 외래유전자가 소실될 수 있습니다. 이런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예 크로모좀에 사용된 외래유전자를 박아넣었고 이를 위해서 크로모좀을 자르는 cas9을 써서 지놈상 특정위치에 끼워넣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별도의 플라스미드 형태로 있는것보다 훨씬 외래유전자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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