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어떻게 실제로 일어나는가 : 암 정복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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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펙테이터에 연재하고 있는 ‘신약연구사’ 중에서 3종의 항암제를 다룬 부분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단독으로는 두 번째의 과학 관련 단행본입니다. 

 
책의 제목은
암 정복 연대기 : 암과 싸운 과학자들입니다.
 
책의 구입 링크는
 
책에서 다룬 내용은 책의 구입 링크에도 있습니다만, 왜 이런 책을 썼는지에 대해서 잠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글리벡 (표적항암제), 허셉틴 (항체의약품), 옵디보/키트루다 (면역체크포인트억제제) 와 같이 항암치료제 개발의 역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약물이 개발되기 위하여 어떤 연구의 배경이 필요했는가, 그리고 실제 그 개발과정은 어떤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졌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연구의 배경’ 이라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약의 개발의 배경보다는 조금 넓은 배경일지도 모릅니다. 가령 글리벡의 경우 ‘필라델피아 염색체’ 와 같은 염색체의 이상이 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밝혀지기까지의 과정, 허셉틴의 경우 항체와 단일 항원 항체가 어떤 과정으로 발견되었는지, 그리고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에서는 암과 면역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해되기 시작되었는지 실제 약이 탄생하는 것보다 적어도 수십년 이전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다루게 됩니다.
 
사실 이 책을 쓰기 시작할때는 항암제 연구와는 큰 관련이 없었습니다만 (지금은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ㅋ) 굳이 항암제라는 토픽을 선택한 이유는 대충 이러합니다.
 
암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전부터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 노력을 한 분야이고 – 어쩌면 인간이 여태까지 인간의 질병에 관련된 문제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한 문제일지도 – 그 해결책을 찾아내기가 엄청나게 어렵다고 알려진 문제입니다. 그렇게 하여 나온 몇 가지 솔루션도 완벽한 해답을 주지는 못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분야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한 어려운 난제가 극복되는 과정의 하나의 예로써 항암제의 개발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좋은 ‘케이스 스터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답이 안 보이는 문제를 이해하고, 여기에 대한 (부분적인) 해답을 인류가 어떻게 찾아왔나를 잘 보여주는 과정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항암치료제의 개발의 역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특히 한국의 독자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어떻게 기존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이 과학의 연구를 배경지식으로 하여 등장하느냐’ 의 과정을 보여주는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매우 빠른 추격성장을 통하여 급속한 산업화를 이룩해 왔습니다만, 여태까지 한국이 능했던 것은 이미 개념이 등장한 ‘물건’ 을 어떻게 값싸고 효율적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최적화’ 의 과정이었고, 세상에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산물을 만들어서 상업화한 경험은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험의 부재는 어떻게 기초과학의 성과가 실제로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는 산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경험 부재와도 연결됩니다.
 
이 책에서 다룬 몇 가지의 항암제는 기초과학을 통하여 발굴된 지식이 어떻게 경제적으로 파급효과를 낳는 ‘혁신적인 산물’ 로 변모하는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어떻게 기초과학의 지식이 경제적 가치를 낳는 세상에 없던 산물로 변모할까요? 그 과정의 한 예를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인플루엔자는 일으키지 않는 ‘그 세균’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 된 생물의 지놈 시퀀싱이지만 한때는 하나의 생물의 지놈을 완전히 시퀀싱한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을 만한 거대한 일인 것처럼 생각되던 적도 있었다. 혹시 이 포스팅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최초로 지놈 시퀀싱이 된 생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이러스 말고)

대장균, 바실러스, 효소, 예쁜꼬마선충, 애기장대?….
네, 정답은 Haemophilus influenzae 라는 1.8Mb 의 지놈을 가진 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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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균과 같은 전통적인 모델 생물에 비해서 이 세균이 왜 제일 먼저 시퀀싱이 되었을까? 사실 대장균의 지놈 프로젝트는 위스콘신 대학의 프레데릭 블래트너 (Frederic Blattner)랩에서 훨씬 먼저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놈 시퀀싱을 전통적인 동위원소 (…) 로 하다가 중간에 전략을 바꾸는 등의 혼란을 겪은 후에 대장균 지놈 프로젝트는 훨씬 늦은 1997년에야 완료되었고 이는 진핵생물인 효모 지놈 프로젝트보다도 느린 것이었다.
이 생물이 가장 빠르게 시퀀싱된 것은 그 당시 다른 지놈 프로젝트는 맵 기반 시퀀싱으로 일단 지놈을 큰 조작으로 나눈 다음 이것을 잘게 잘라서 시퀀싱하려고 한 반면, Haemophilus influenzae지놈 프로젝트에서는 샷건 시퀀싱 (Shotgun Sequencing) 이라는 전략으로 일단 DNA 를 잘게 자른 다음 왕창 시퀀싱한 후, 이것을 지놈 어셈블러로 어셈블리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전략 – 지금은 표준적인 전략- 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세균은 무슨 세균인가? 이름처럼 인플루엔자와 관련이 있나? 그런데 인플루엔자는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서 전파된다. 이 세균은 호흡기에서 많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무해하지만 상황이 안좋아지면 척수염, 폐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위 ‘ 기회주의적 병원균 Opportunistic pathogens’으로 분류되는 넘들이다. 한마디로 별로 대단치 않은 넘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나?

여기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

이 세균은 1892년 독일의 미생물학자 리차드 프리드리히 요하네스 파이퍼 (Richard Pfeiffer)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그는 만병 병원균설의 대부인 로베르토 코흐의 제자로써 많은 업적을 냈다. 그의 업적 중의 대표적인 것은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한 것이다. 그 다음의 타겟으로는 당시에도 심각한 질환으로 여겨졌던 인플루엔자였다. 그는 인플루엔자를 유발하는 박테리아 를 찾으려고 했다 (바이러스에 의해서 질병이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1902년 황열병, 1908년 소아마비로써 훨씬 뒤의 일이다) 그는 인플루엔자 환자의 인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세균을 분리하였고, 처음에는 ‘파이퍼의 바실러스’ 라고 불리던 이 박테리아는 나중에 Haemophilus influenzae 라고 이름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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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세균학의 전성시대로써 수많은 질병, 가령 콜레라, 장티푸스 등이 세균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었으며 파이퍼의 발견 역시 의심받지 않고 넘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으로 알려진 전세계적인 인플루엔자 대유행에서 일어났다. 약 5천만에서 1억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산되는 인플루엔자의 유행에서 의학자들이 그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이전에 발견된 Haemophilus influenzae 의 변종을 찾아서 이를 이용하여 약독화 백신을 만들면 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인플루엔자 환자 중에서 Haemophilus influenzae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세균이 인플루엔자의 병원균이라는 것은 의심받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세균은 배양이 매우 까다로운 세균이라서 발견을 못 한 것은 세균 배양 기술이 미숙했기 때문이라고 퉁치면 됐기 때문이다 (….)

그러나 1921년 미국 록펠러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인플루엔자 환자에서 회수되어 감염됨 실험동물의 폐 추출액에서 박테리아를 걸러낼 수 있는 필터를 통과한 물질이 인플루엔자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이 박테리아가 진짜로 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것인지데 대한 의구심이 커져갔다. 그러나 아직도 Haemophilus influenzae 가 인플루엔자를 일으킨다고 믿는 사람들은 줄지 않았다 (…)

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또 10년이 지난 이후였다. 리처드 슬로프 (Richard Slope)라는 연구자가 돼지에서 필터를 통과하는 감염물질을 찾아냈고, 같은 돼지에서 발견된 Haemophilus influenza는 인플루엔자 감염을 일으키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1933년 잉간에서 같은 바이러스가 발견됨으로써 드디어 Haemophilus influenzae는 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병원균이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름에 붙은 ‘인플루엔자’ 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 이유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Haemophilus influenzae라는 세균은 인플루엔자는 일으키지 못하지만 대신 최초로 지놈 서열이 밝혀진 독립 생존 생물로써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이정도면 억울한 게 풀릴까?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제가 인플루엔자라는 거 거짓말인것 다 아시죠?

 

 

결정에서 구조까지 83년 걸린 단백질

지금은 효소(Enzyme)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학부 1학년생도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그 상식은 언제부터 상식이었는가? 적어도 20세기 초반에는 이것이 상식이 아니었다.

사실 세포를 깨서 나온 물질이나 혹은 생물에서 분비된 물질이 시험관 내에서 화학 반응을 촉매한다는 것은 19세기 중반부터 알려져 있었다. 가령 위액에 존재하는 물질인 ‘펩신’ (Pepsin)이 단백질을 분해한다거나, 효소 추출물에서 존재하는 인버타아제 (Invertase)가 설탕 (Sucrose)를 글루코스 (Glucose)와 과당 (fructose)로 분해한다는 것은 20세기 이전에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화학 반응 자체가 단백질이라는 물질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도 축적되어갔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촉매 반응 자체가 단백질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지금의 생화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놀랄만한 일이지만, 20세기 초반에만 하더라도 이러한 효소의 촉매 반응이 단백질에 의해서 일어나는지, 아니면 단백질은 실제로 촉매 작용을 수행하는 화학 물질에 붙어 있는 ‘군더더기’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 20세기 초까지 가장 활발히 연구되던 단백질인 헤모글로빈⁠1이 산소를 결합하는데는 별도의 화학물질인 헴 (Heme)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효소의 화학 반응에는 단백질은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며, 단백질은 단지 이러한 촉매 반응을 수행하는 촉매단 (Prosthetic Group)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의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20세기 독일을 중심으로 한 학계에서는 주류 학설이 되었다.

이를 반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촉매 반응을 수행할 수 있는 소분자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단백질을 순수 정제하여 순수한 단백질만으로 화학 촉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밝혀야만 했다. 그리고 당시에 단백질이 순수 정제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백질의 결정화였다. 알다시피 결정은 단일한 물질이 격자를 형성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어떤 물질이 결정을 이룬다는 것은 해당 물질이 순수 정제되었다는 궁극적인 증명이 되는 셈이다.

최초로 효소를 정제하여 이를 결정화하고, 순수한 단백질로만 된 효소가 촉매 활성을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은 미국의 생화학자인 제임스 섬너 (James B Sumner, 1887-1955)이다. 코넬 대학의 교수였던 섬너는 작두콩 (Jack Bean)에서 요소를 분해하는 요소분해효소 (Urease)를 정제하고 이를 결정화하였다.⁠2 섬너가 요소분해효소를 정제할 때 사용한 방법은 지금 보기에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데, 그는 작두콩을 아세톤과 물을 섞은 액체에 갈아서 추출물을 얻고, 이를 밤새도록 방치해 두어 생기는 결정을 거름종이에 여과하여 분리하였고, 이 결정이 바로 요소분해효소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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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B Sumner, 1887-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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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너가 얻은 요소분해효소의 결정..결정 얻는게 어렵다구요? 난 콩 갈아서 걍 물하고 아세톤 하고 섞어서 슥슥 놔두니 결정이 막 깔리던데 

그러나 섬너의 결과는 당시 주류 학계인 독일 학계에서는 잘 받아들여져지지 않았다. 섬너는 후속 논문으로 그가 얻은 결정을 녹인 액체에 펩신이나 파파인과 같은 단백질 분해 효소를 처리하니 요소분해효소의 활성이 없어진다는 논문을 발표하여 그의 요소분해효소 활성이 단백질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3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장한 효소 = 단백질이라는 이론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효소가 단백질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후 록펠러 연구소의 존 노스롭 (John H Northrop, 1891-1987) 이 단백질 분해효소 펩신을 결정화한 이후에⁠4 비로소 인정되기 시작하였다. 섬너와 노스롭은 1946년 효소를 최초로 결정화하여, 효소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고, 효소=단백질이라는 것은 그제서야 모든 사람이 받아들이는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섬너가 1926년 결정화한 최초의 효소 유래의 결정인 콩 유래의 요소분해효소의 구조는 2010년(!)까지도 규명되지 않았다! 2010년 발표된 JMB의 이 논문에서 ‘결정이 만들어진 이후 83년 만에’ 규명된 Jack Bean 유래의 요소분해효소에 대한 기술을 하고 있다. 물론 다른 생물 유래, 특히 미생물 요소분해효소의 구조는 이전에 풀렸고, 콩 유래의 요소분해요소 역시 다른 구조와 그닥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흔히 단백질 결정학에서 가장 병목이 결정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당수의 단백질들이 아주 멋있게 결정을 이루지만, 제대로 회절을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이유로 구조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이 예가 아마 가장 적절한 예가 될지도 모른다. 결정 만든 후에 구조를 푸는데까지 83년 걸린 경우도 있으니 결정 만들고 회절을 안 한다고 울지 마세염..내가 결정 만든 후에 구조 푸는데까지 3년 걸려봐서 아는데 

1 헤모글로빈이 가장 활발히 연구된 이유는 혈액에서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으며, 아주 손쉽게 결정화하여 결정 형태의 순수 정제된 단백질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Sumner, J. B. (1926). The isolation and crystallization of the enzyme urease preliminary paper.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69(2), 435-4

3 Sumner, J. B., Kirk, J. S., & Howell, S. F. (1932). The digestion and inactivation of crystalline urease by pepsin and by papain. J. Biol. Chem, 98, 543-552.

4 Northrop, J. H. (1930). Crystalline pepsin: I. Isolation and tests of purity. The Journal of general physiology, 13(6), 739-766.

‘센돌이’의 은밀한 역사

원심 분리(Centrifugation) 원리 : 더욱 강한 중력이 필요해!

현대 생물학 실험의 상당 부분은 ‘서로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는 혼합물에서 특정한 물질만을 분리하는 것’ 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는 혼합물’ 이란 무엇을 말하는가?일단 혈액을 생각해보자.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다양한 혈구세포와 액체 성분인 혈장 (Plasma)으로 구성되고, 혈장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단백질이 들어 있다. 세포를 깬 추출물을 생각해보자. 핵이나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다양한 세포 소기관이 있을 것이고, 단백질이나 생체막 등의 여러가지 성질을 가진 성분이 있다. 아니면 우유도 여러가지 성분이 섞여 있는 액체의 좋은 예이다. 유지방 성분이 미셀 (michelle) 형태로 존재하고,물에 잘 녹는 단백질과 함께 퍼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성분을 분리할 수 있을까?

액체 안에 무거운 입자와 가벼운 입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무거운 입자는 빨리 침강하여 가라앉을 것이고, 가벼운 입자는 거의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막걸리를 생각해보자. 여러가지 물질이 섞여 있는 막걸리를 가만히 세워두면 입자는 가라앉아 침전한다. 막걸리를 다시 뒤섞어서 막걸리의 성분을 혼합한 다음 입자가 모두 다 가라앉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혹시 이 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없을까?

막걸리의 입자가 가라앉게 되는 근본적인 힘은 중력이다. 그렇다면 만약 지구에 비해서 중력이 훨씬 센 행성이라면 막걸리 입자는 훨씬 더 짧은 시간내에 가라앉을 것이다. 우리가 고작 막걸리를 침전시키기 위해서 지구보다 몇 배 중력이 센 행성에 갈 여유는 없겠지만, 인위적으로 ‘중력’ 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원심력을 이용하면 된다.

즉, 특정한 물체가 어떠한 중심을 두고 고속으로 회전한다면, 해당하는 물체가 받는 원심력은 다음과 같다.

* 원심력 = 물질의 질량 x 원의 반지름 x (각속도)2 *

즉 원심력은 물질의 질량이 클수록, 회전 반경이 클수록, 더 빨리 회전할수록 강해진다. 그 이야기는 회전 반경이 크게 회전을 빨리 할 수록 물체가 받는 힘은 커지고, 액체 안에 있는 물질은 질량, 반지름, 속도^2 에 비례하여 빨리 가라않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중력을 높여 지구상의 중력에서는 가라앉는데 매우 오래 걸리거나 아예 가라앉지 않을 물질을 가라앉히는 것’ 이 바로 원심 분리의 원리이다.이러한 원심분리기 (Centrifuge)는 오늘날의 웬만한 생명과학 실험실이건 갖추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실험 기구가 되었다. 요즘의 젊은 과학도들은 ‘센돌이’ 라고도 부르는 이 실험 기구의 역사를 알아보도록 하자.

원시적인 원심 분리기

그렇다면 언제부터 연구실에 원심분리기가 등장하였을까? 파이펫의 등장 과정에서 파이펫의 할아버지로 생각될 수 있는 기구가 옷감을 탈색하기 위하여 표백제를 넣는 것과 같은 극히 실용적인 용도로 만들어진 것처럼 원심 분리기의 조상 역시 ‘실용적인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한 데서 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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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먹는 냥이 시강

생크림 (Cream) 은 우유에 들어 있는 지방을 모아서 만들어진 식재료이다. 우리가 마시는 일반적인 우유는 균질화 (Homogenising)과정을 통하여 지방 미셀이 매우 작은 크기로 쪼개져서 크림층이 나뉘지 않지만, 소에서 갓 채취한 원유는 가만히 놓아두면 우유의 위쪽에 크림층이 저절로 나누어진다. 아래층의 우유는 탈지우유가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크림을 보다 효과적으로 회수할 수는 없을까?

19세기의 스웨덴의 엔지니어인 구스타프 드 라발 (Gustav de laval (1845-1913) 은 액체를 높은 속도로 회전시키면 중력보다 높은 원심력이 가해지고, 이를 이용하여 우유에서 크림을 좀 더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알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우유에서 크림을 분리해내는 기계를 만들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우유를 담는  항아리가 있고, 손으로 돌릴 수 있는 핸들로 이 항아리를 회전시키는 것인데, 항아리에 우유를 담고, 핸들을 손으로 열심히 돌리면, 크림층은 위로 떠오르고, 탈지우유는 아래쪽으로 나오는데, 이들이 각각 다른 쪽으로 분리되도록 하여 한 쪽에서는 크림이, 다른 쪽에서는 탈지우유가 나온다!

실제로 이 원리를 사용한 산업용 원심분리기는 아직도 산업현장에서 식품 제조 등에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구스타프 드 라발의 회사는 아직도 알파 라발 (Alpha Laval Inc)로 산업용 원심분리장치의 명가로 남아 있다.

이렇게 산업계, 특히 식품산업계에서는 원심분리기기의 원리가 일찍 알려졌고, 널리 사용되었지만 학게에서 원심분리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데에는 20세기 초반의  스웨덴 과학자의 영향이 크다.  사람은 테오도르 스베드버그 (Theodor Svedberg, 1884-1971)라고 한다. 

센돌이로 N모상을 받은 사나이, 스베드버그와 분석 초원심분리기 Analytical Ultracentrifu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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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dor Svedberg (1884-1971)

스웨덴의 테오도르 스베드버그라는 사람은 원래 콜로이드 화학 (Colloid Chemistry)  전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콜로이드란 무엇인가?  콜로이드는  10-5㎝에서 10-7㎝ 정도 직경을 가진 비교적  입자가 용매에 퍼져 있는 용액으로 교질 (膠質) 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사람은 액체에 녹아 있는 콜로이드 입자의 질량을 알아낼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입자가 침강하는 속도는 입자의 질량에 비례하고, 중력보다 높은 원심력을 얻기 위해서 회전하는 물체에 콜로이드 용액을 넣으면 입자는 침강할 것이고  침강속도는 질량과 관계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사람은 최초의 ‘Analytical Ultracentfuge’  분석용 초원심분리기를 만들었다.

로터에 콜로이드 샘플을 넣고, 매우 빠른 속도 (분당 42,000회전, rpm : rotation per minite)로 돌린다. 콜로이드 용액에 들어있는 입자의 질량이 클 수록 좀 더 빨리 침강될 것이고 시간에 따라서 점점 침강이 진행될 것이다. 사실 우유에 있는 유지방 미셀과 같이 매우 덩치가 큰 덩어리는 손으로 돌릴 수 있는 분당 수백 회전 정도로도 충분히 침강했다. 그러나 입자가 작아질수록 침강되는 속도는 느려질 것이며, 생체고분자는 매우 느리게 침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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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에서 빨간색이 콜로이드 입자라면 처음에는 퍼져있던 입자가 계속 시간에 따라서 침강될 것이다. 빛을 통해서 흡광도를 측정하면 특정한 시간대에서 입자가 퍼져있는 위치를   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위의 프로파일에서 중력가속도가 가해지는 방향으로 커브가 이동하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스베드버그는 이렇게 매우 빠른 속도로 원심분리를 함으로써, 지구 중력의 수십만배에 달하는 원심력을 얻을 수 있었고, 지구 중력 하에서는 절대 침강하지 않을 작은 질량을 가진 입자도 침강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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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입자의 질량에 따라서 침강하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렇게 각각 다른 입자가 가지는 고유한 침강하는 성질을 침강계수 (Sedimentation coefficient)로 표현하였다. 침강계수는 침강 속도를 침강 가속도 (원심분리기의 회전 반경과 각속도로 표현되는) 로 나눈 숫자이며, 이 단위는 스베드버그의 이름을 따서 S 로 불린다. 1S는 10^-13 초로 정의되며, 질량이 큰 입자일수록 큰 수치를 가지게 된다. 가령 생물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거대한 생체 고분자인 리보좀 (Ribosome) 의 침강 계수는 70S이며, 리보좀은 두 개의 덩어리로 나뉘는데 큰 덩어리의 침강 계수는 50S, 작은 덩어리는 30S이다.

스베드버그는 이미 분자량을 알고 있는 화학 물질의 침강 계수를 계산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 (Hemoglobin)이나 우유의 카세인 (Casein)과 같은 단백질의 분자량을 최초로 측정하였다. 단백질의 분자량이 그때까지 알려진 소분자 물질처럼 1,000 이하보다 수십배가 큰 수 만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결국 스베드버그의 원심분리기의 덕이다.

이러한 공로로 스베드버그는 192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원심 분리를 이용한 시료의 분리 

스베드버그가 초원심분리 (Ultracentrifuge)를 만들어서 입자의 질량을 추정했지만, 그것은 시료의 성질을 파악하는 분석기기의 차원이었고, 오늘날 원심분리기에서 흔히 기대되는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진 샘플을 분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늘날 샘플을 분리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원심분리기 (Preparative Centrifuge) 는 분석용 원심분리기가 개발된 1920년대 이후에 출현하였다. 이러한 원심분리기의 개발로 인해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하던 발견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미토콘드리아, ER, 라이소솜 (Lysosome) 등 세포 안에 여러가지 생체막으로 둘러싸인 구성성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알버트 클라우드 (Albert Claude, 1899-1983)는 벨기에 출신의 생물학자로 1929년 미국의 록펠러 의학연구소 (지금의 록펠러 대학) 에서 세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사실 많은 과학 발견과 마찬가지로 클라우드의 원래 연구 목적은 세포의 구성 성분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바이러[3]가 세포내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 화학적인 실체를 밝히는 것이었다.

바이러스이건 무엇이건 세포 안의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세포를 파쇄하여 세포 내의 구성물을 꺼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포를 부수는가? 클라우드는 고기 그라인더 (Meat Grinder)로 세포를 갈아서 세포가 가지고 있는 성분들을 액체 상태로 만들었다. 그 다음 저속으로 원심분리들 돌려서 (1500xg, 지구 중력의 1500배에 해당하는 원심력) 아직 깨지지 않은 세포와 세포핵 (nucleus) 를 침전시켰다. 아직 침전되지 않은 ‘국물’ 을 가지고 이번에는 좀 더 높은 속도인 중력 대비 2000배에 해당하는 원심력으로 원심분리기를 돌렸다. 그러자 이전에 1500xg 에서 아직 침전되지 않은 세포내의 좀 더 작은 물질들이 침전되었다. 그는 여기서 얻은 ‘국물’ 을 가지고 18,000xg 의 원심력이 적용되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원심분리기를 돌려서 침전물을 얻었다.

즉, 1500xg 에서 침전되는 매우 큰 덩치의 물질 : 깨지지 않은 세포 및 세포핵

2000xg 에서 침전되는 조금 작은 입자  : 세포 소기관

18000xg에서 침전되는 좀 더 작은 입자 : 더 작은 세포 구성물  

18000xg 에서도 침전되지 않는 물질 : 단백질 등

과 같이 원심분리 속도에 따라서 세포 내의 물질을 부피(=질량) 에 따라서 분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침전된 물질을 어떤 조성을 가진 액체로 녹여내느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세포내의 구성성분을 추가적으로 분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식으로 미토콘드리아, ER, 라이소솜 등의 세포 구성물을 최초로 분리하였고, 이렇게 원심분리 속도에 따라서 다른 세포 구성성분을 분리하는 기술을 분별 원심분리 (Differential Centrifuge)라고 부른다.[4] 이런 분별 원심분리는 세포의 구성물을 가능케 하여 세포가 단순히 물질이 균질하게 섞여 있는 ‘가죽 백’ 이 아니라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는 부품으로 구성된 복잡한 구성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해주는 기술이 된 셈이다.

알버트 클라우드는 1974년 다른 두 명의 과학자들과 세포 내의 구조물을 최초로 분리하고, 이를 확인했다는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타게 된다. 요즘 연구자들은 실험실의 필수 요소라고만 생각하는 그 ‘센돌이’ 덕에 벌써 두 명이 노벨상을 타게 되었다는 것은 놀랍지 아니한가!

초원심분리의 보급과 전성시대 

일단 스베드버그가 만든 분석용 초원심분리기는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실험 장비라기보다는 ‘실험 시설’ 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원심분리기가 실험실에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실험실에서 작동할 만큼 소형화되어야 했었다.

버지니아 대학의 연구자인 에드워드 피켈은 고속으로 돌아가는 원심분리기, 특히 초원심분리기와 같이 1분에 수만번이 돌아가는 기구에서 공기에 의한 마찰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열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원심분리기에서 실제로 회전하는 부분이 있는 챔버를 진공 상태로 유지하면 공기에 의한 마찰이 줄어들 것이므로 훨씬 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고속 회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5]

피켈은 1940년대에 자신의 발견을 상업화하기 위하여 스핀코 (SPINCO)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1940년 최초의 개인 연구실에 비치할 만한 크기의 초원심분리기를 개발하였으며, 스핀코는 1950년대에 베크만 (Beckman)사에 인수되어 초원심분리기가 연구실에 보급되기 시작되었다.

이제 실험실에 비치할 수준의 초원심분리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생명과학, 특히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요즘 연구자들은  인식하지 못할수도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세포와 분자생물학적 발견이 초원심분리기가 없었으면 가능하지 못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DNA의 반 보존적 복제 (Semiconservative replication of DNA) 이다. 고등학교 생명과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유명한 실험이미지만 한번 다시 알아보도록 하자.

생명의 설계도를 담고 있는 DNA 는 이중나선으로 되어 있다. 세포가 증식할 때는 DNA의 복제가 이루어져서 정확하게 그 내용이 두 딸 세포에 분배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의 복제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DNA의 이중나선 모델이 제창된 1950년대 이후에 DNA가 복제되는 방식에 대해서 여러가지 모델들이 있어왔다. 첫번째는 이중나선이 풀리지 않은채로 복제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보존적 복제’ (Conservative replication) 라고 하며, 최초의 부모가 가지고 있는 DNA는 항상 간직되고 이에 대한 정확한 복제가 생기는 것이다. 반 보전적 복제 (Semiconservative replication)은 DNA의 이중 나선이 풀려서, 각각의 가닥을 주형으로 새로운 DNA 가닥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히 후자라는 것이 ‘교과서에 나와 있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상식으로 받아들이지만, DNA라는 것이 유전 물질이라는 것이 처음 밝혀지는 시점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어떻게 두 가닥의 DNA 이중나선이 풀리고, 각각의 나선을 주형으로 DNA가 합성된다는 것을 밝힐 수 있을까?

그렇다면 원래의 DNA 를 절반씩 주형으로 하여 DNA가 합성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메셀슨과 스탈은 대장균 DNA의 복제 과정을 추적하여 이를 증명하려고 했다. 일단 기존에 합성된 DNA와 새롭게 합성된 DNA를 서로 ‘구분’ 하기 위하여 그들은 대장균을 일단 동위원소 질소 (정상적인 원자량인 14가 아닌 원자량이 15인 질소, 15N)가 함유된 배지에 키워서 DNA를 모두 ‘무거운’ DNA로 대치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무거운 DNA’ 를 가진 대장균을 정상적인 질소 (원자량이 14인 질소, 14N) 가 함유된 배지에서 키우게 되면, 새롭게 합성된 DNA는 ‘가벼운’ DNA를 가지게 된다.

만약 DNA의 이중 나선이 각각 새로운 DNA의 주형이 된다면, 그림   에서 보는 것처럼 DNA 중에는 기존의 ‘무거운’ 가닥과 ‘가벼운’ 가닥이 같이 하나씩 존재하는, 중간 무게를 가진 것이 있을 것이고, 그 비율은 점점 세대가 지날수록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DNA의 이중 나선이 풀리지 않고 복제되는 ‘보존적 복제’ 에서는 ‘무거운 가닥’ 과 ‘가벼운 가닥’ 을 동시에 가진 것은 없고 ‘무거운’ DNA와 ‘가벼운’ DNA만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거운’ DNA와 ‘가벼운’ DNA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DNA의 질소를 15N으로 모두 치환한다고 해봐야 이는 그리 큰 무게의 차이는 아니다. 어차피 동위 원소가 들어간 DNA이건 그렇지 않은 DNA이건 대장균의 DNA 길이는 같으므로, 무게 자체에서는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침강 계수의 차이만으로 DNA의 무게 차이를 구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이 두 물질 간의 밀도의 차이는 상당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들은 밀도 구배 원심분리 (Density-gradient centrifugation)이라는 것을 사용했다. 이의 원리는 대략적으로 이렇다. 염화세슘 (CsCl) 은 분자량이 168.36에 달하는 물질로 소금 (Sodium chloride) 등에 비해서 매우 무거운 물질이다. 약 6M 정도가 되는 높은 농도의 염화세슘 용액을 약 200,000xg (중력의 20만배, 로터에 따라 다르지만 분당 4-5만회) 정도로 돌리면 무거운 세슘 이온은 원심력이 작용하는 바깥쪽으로 침강할 것이고, 따라서 바깥쪽으로부터 안쪽으로 (튜브 아래쪽부터 위까지) 더 높은 세슘 이온 농도에서 낮은 농도로의 농도 구배 (Gradient)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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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와 같은 고분자 물질 역시 침강할 것이다. 그러나 세슘 이온과 같은 것들이 침강하면서 점점 더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면 저항을 받을 것이고, 점점 증가하는 세슘의 밀도와 DNA의 밀도가 같은 지점에서 침강을 멈추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15N 이 들어간 ‘무거운 DNA’와 14N을 가지는 ‘가벼운 DNA’, 그리고 15N과 14N이 반반으로 구성된 ‘한 쪽은 무거운 DNA 가닥, 다른 쪽은 가벼운 DNA 가닥’ 으로 이루어진 DNA를 각각 밴드 형태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반 보존적 복제 기작이 맞다면 ’15N과 14N 밴드 사이에 다른 밴드가 보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메셀슨과 스탈은 이 실험 기법을 이용하여 15N과 14N으로 반반 구성된 DNA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고, DNA는 반 보전적으로 복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DNA 의 이중 나선 구조와 함께 왓슨과 크릭이 주장했던 DNA의 이중 나선에 의한 복제 기작 역시 초원심분리기 덕에 확증된 것이다. 

이러한 세슘 밀도 구배 원심분리는 이 연구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체 고분자의 분리에 응용되었다. 뒤에 DNA의 분리 과정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덩치가 큰 염색체 DNA와 그 외에 들어 있는 자그마한 DNA인 플라스미드 (Plasmids)를 분리하는 것도 맨 처음에는 초원심분리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그리고 수많은 바이러스들을 순수 정제하는데도 원심분리기는 필수적이었다.

밀도 구배 원심분리기와 초원심분리기는 여러가지 단백질 복합체나 세포 소기관, 혹은 리보솜 등을 분리하는데도 이용되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우리가 리보솜 두 덩어리가 합쳐진 것을 70S (진핵생물에서 80S), 큰 덩어리를 50S, 작은 덩어리를 30S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리보좀을 초원심분리를 이용하여 분리할 때 리보좀의 침강 계수에 의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초원심분리기로 쉽게 분리되는 생체고분자의 하나가 세포 내에서 세포골격의 하나인 마이크로필라멘트 (microfilaments)를 형성하는 단백질인 액틴 필라멘트이다. 액틴 자체는 42kDa (분자량 42,000) 정도의 단백질이지만, 이 단백질은 여러 개의 액틴 필라멘트와 결합하여 매우 긴 필라멘트를 형성한다. 어떻게 세포 중에서 액틴을 순수히 분리할 수 있을까? 액틴은 어느 정도 농도가 높아지고, 염 용액 상태에서 필라멘트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형성된 필라멘트는 수백, 수천개 이상의 단량체가 결합된 초 거대 고분자이기 때문에 초원심분리기로 30,000xg 정도의 원심력으로 돌려주면 쉽게 침강되어 침전물 (펠렛 Pellet)을 형성한다. 이렇게 얻은 침전물에는 액틴과 함께 몇 종류의 액틴에 결합하는 단백질이 같이 붙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순수한 액틴만을 얻어내려면 어떻게 할까? 침전물을 저염 용액 상태에서 녹여주면, 액틴은 필라멘트를 형성하지 못하게 되고 대부분 단량체로 해리되게 된다. 이것을 다시 초원심분리기로 돌려주어, 이번에는 상층액만을 취해주면 필라멘트 형태로 남아있는 소수의 액틴과 액틴에 붙어있는 단백질, 그리고 소수의 초고분자 단백질 등은 펠렛에 남아 있을 것이므로 이제 순수한 액틴만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원심분리기는 DNA와 RNA, 액틴과 같은 고분자 생체물질을 분리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성질을 파악하는데도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물론 전기 영동 (Electrophoresis) 이 생체 고분자의 성질을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60년대 말 – 1970년대 말에는 분석 기기로써의 원심분리기의 역할은 이전보다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원심 분리기는 중요한 생체 고분자를 분리하는데에 필수적인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에펜돌프 튜브 (E-tube) 탁상용 미니 원심분리기의 등장

이전 파이펫을 다룰 때 우리는 에펜돌프사가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파이펫을 개발하였지만, 볼륨을 조정할 수 있는 파이펫은 길슨에 뒤늦어서 마이크로파이펫을 처음 개발해 두고도, 마이크로파이펫의 대명사로써의 위치는 길슨 사에 양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에펜돌프 사는 마이크로파이펫 이외에 오늘날의 생물학 연구에 절대 필요불가결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용화하였는데, 그것은 1.7ml 용량의 플라스틱으로 된  원심분리 튜브, 흔히 말하는 ‘에펜돌프 튜브’ (Eppendorp Tube, E-Tube) 와 이를 원심분리할 수 있는 탁상용 원심분리기이다.

그전까지 생화학/생명과학 실험에 사용하던 작은 용량의 액체는 당연히 유리 시험관에 담겨져 있었다. 이것을 옮기는 것은 당연히 마우스 파이펫이나 파스퇴르 파이펫을 이용하였을 것이고, 그 속도 역시 엄청나게 느렸고, 그러나 신속하게 1ml 이하의 적은 용량의 액체를 이동하는 것이 마이크로파이펫의 등장 이후 동시에 많은 샘플에 대한 실험이 가능해졌고, 이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작은 용량의 1회용 튜브와 이것을 원심분리할 수 있는 탁상용 원심분리기가 개발되었다.

1963년 최초의 에펜돌프 튜브인 ‘3810’ 모델이 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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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에 유리시험관에 들어 있는 시료를 마우스 파이펫으로 입으로 빨아서 실험을 하던 연구자들에게 엄청난 편의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분자생물학의 도래와 더불어 1ml 이하의 소량의 시료를 가지고 실험이 보편화된 원동력은 이러한 1ml 이하의 시료를 효율적으로 다룰  있는 실험기구들의 등장에 있다고   있을 것이다.

실험실의 필수 장비가  원심분리기

이렇게 원심분리기는 현대 실험 생물학 연구실에 필수불가결한 장비가 된다. 그러나 그 역사에서 보듯이 원심분리기가 실험실의 필수 장비로 합류한 것은 채 50여년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연구실에서 실제로 실험을 하는 연구자들에게는 더 없이 익숙한 장비이나,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그닥 익숙하지 않은, ‘인지도에서의 갭’ 이 현격한 장비가 아마 원심분리기일지도 모른다.  ‘스테레오타입의 과학자’ 가 (색이 나는 지시약이 들어 있는) 플라스크를 흔들거나 현미경을 들여다보거나, 아니면 파이펫을 사용하는 척(?) 하는 연출 사진은 매스미디어에 많이 등장하지만, 원심분리기를 사용하는 장면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영원히 조연에 머무르는 원심분리기…”다시는 원심분리기를 무시하지 마라”

과학상을 그룹에게

올해도 10월이 되니 멀리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오는 계절병이 몰려온다. 특히 옆 열도국에 한번 거치기라도 하면 각종 합병증 (이라고 쓰고 열폭이라고 읽는다) 이 반도국에서 적어도 한달 정도는 가는 듯하다. 이 사이트에서 한국 왜 아직도 N모상 못 타냐 같은 뻔한 주제의 이야기를 또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사실 개인적으로 과학자에게 상을 주고 그게 사회적인 화제가 되는 것에 그리 불만은 없다. 아니 솔까말 그런 것이라도 없으면 머글 일반 대중들이 과학에 대해서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겠냐는 게 현실적인 생각이다. 아마 한국 같은데는 그나마 이런거라도 없으면 과학에 1도 관심이 없지 않을까도 싶다. 적어도 필요악적인 기능으로 대중의 과학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의미 정도는 인정할 용의가 있다. 문제는 N모상 및 여기에 영향받은 여러가지 잡스러운 과학상이 상을 주는 방법이 과연 현대에 과학이 행해지는 방식에 부합하며, 상이 수상되는 토픽이 과연 현대의 과학 발전을 잘 반영하느냐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저언혀 그렇지 못하다.

N모상이 처음 출범하던 1901년만 하더라도 과학 연구는 대개 혼자, 잘해봐야 조수 한둘 정도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그런 일이었다. 그리고 N모상 물주 노모 영감도 유언장에서 이야기했듯이 N모상이 출범하던 시기의 N모상은 지금의 ‘평생 공로상’ 이 아니라 ‘연말 가요대상’ 같이 그 전해 혹은 몇 해 이내에 가장 현격한 공헌을 한 과학자에게 상을 주는 것이었다. 가령 1901년 1회 N모 물리학상을 수상한 뢴트겐의 경우 그 유명한 논문을 1895년에 냈으므로 당시의 뉴스 전파 속도를 생각하면 ‘극히 최신’ 의 연구결과에 상이 수여된 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학은 더이상 한두명의 노력으로 수행되지는 않는다. 중력파 발견 논문 처럼 공식적으로 논문에 천명 이상의 저자가 들어가는 거대과학이 아니더라도 N모상을 수상할 만한 업적은 적어도 수십 명의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가령 이번 생리의학상을 받은 혼조 타스쿠 연구실에서 직접적으로 연구에 관련된 핵심 논문(N모상 수상위원회서 공식적으로 나열한 것만 잡아도)은 (1) PD-1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한 논문 (2) PD-1 유전자를 낙아웃한 생쥐에서 자가면역질환이 나온다는 논문 (3) PD-1 단백질이 PD-L1 이라는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여 면역세포의 스위치로 작용한다는 논문 (4) PD-L1 항체가 실제로 항암효과가 있고 PD-1 낙아웃 마우스에서 실제로 암세포가 죽는다는 논문 만 해도 4개이고, 이 논문의 제 1저자는 각각 다르다. 이 논문들의 저자들만 해도 약 20여명이 넘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연구논문들을 따져보면 비교적 가내수공업적으로 이루어지는 의생명과학 연구라고 하더라도 해당 발견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의 숫자는 백여명은 훨씬 넘을 것이다.

그런데 딱 2명에게 상을 준다?

이것은 대충 이런 분위기일 것이다. 연말의 가요대상에서 올해의 가수왕을 뽑는데 트와이스의 음반이 가장 많이 팔려서 상을 준다고 하자. (BTS라도 상관없다) 그런데 수상자를 딱 한명에게만 주는 격일 것이다. 즉 트와이스와 BTS를 공동 수상으로 하고 박진영과 방시혁씨에게 상을 주는 식? 트와이스나 BTS에서 멤버 3명이라도 골라서 주면 다행일 것이다. 즉 참가자는 다 최소 수십명의 다인원 그룹 두세개를 공동수상으로 주고, 그것도 해당 그룹의 대표/프로듀서에게만 주는 그런 상이 바로 현재의 N모상이다.

보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대부분의 N모상 수상 업적은 적어도 10여년, 심할 경우에는 20-30년 전 업적에 대한 상이므로 매년 가요대상을 주는데, 조용필 선생님, 이미자 선생님 같은 분들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셈일 것이다. 즉 상을 굳이 안 받아도 누구나 다 킹왕짱인지 아는 사람들. 과학상이라면 해마다 상을 주는 종목을 바꾸므로 운동 경기에 비유하면 이런 식이다. 올해는 축구에 대한 상을 주기 때문에 마라도나에게 상을 주고, 내년에는 농구에 대한 상을 줄 것이므로 마이클 조던, 그 후년에는 단거리 육상에 대해서 상을 주는….이런 상 재미있나?

아마 가요대상이나 스포츠 대상을 이런 식으로 상을 주면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제일 권위있다는 과학상은 지금의 과학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으로 상을 주고 있으며, 더 안좋은 것은 많은 과학상들이 이 방식을 따라서 한다는 것이다.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가장 간단하고 깔끔한 것은 N모상 포함 모든 유사품을 폐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없으면 대중의 과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고? 그런 것이 정 걱정되면 현행 과학의 흐름에 맞게 상을 바꿔라! 상 안 줘도 업계에서는 킹왕짱이라고 다 아는 사람들에게 훈장 하나 더 달아주는 낭비적인 행사에 신경쓰지 말고 진정으로 상이 필요할 만한 과학자를 선발해라! 지금처럼 특정한 분야를 골라서 상을 준다면 째째하게 3명 하지 말고 3명은 ‘김시스터즈’ 시대나 어울렸지, 지금은 다인원 그룹 시대 아닌가? 최소한 12명의 해당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 과학자에게 상을 주자! 기왕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부양하려면 1년 전에 특정한 분야 젊은 과학자 대상으로 상 준다고 공고하고 전세계적으로 모집을 하자! 그래서 101명 (특정 프로그램과는 관계가 없을수도 있다 ㅋ) 의 후보자를 가지고 발표를 하고, 뭐 ncbi 같은데 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줘서 공개 오디션을 하등가..그래서 1차 순발식, 2차 순발식, 3차 순발식을 마친 20명의 최종 후보자 중에서 12명의 과학자를 선발하는 식으로 해도 되고..그래서 ‘데뷔조’는 5년동안 어느정도의 연구비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수준의) 를 받으면서 연구를 한다.적어도 지금의 노잼 경로잔치 N모상 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제도를 이렇게 바꾸면 한국 과학자는 과연 최종 순발식 가나, 아마 가봐야 정병존이겠지만

여튼 이런 것은 그냥 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누가 돈을 대야 하지 원 결과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현행의 과학상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현재 과학이 진행되는 방식에 어울리지 않는 19세기적 시상방법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공동작업인 과학 연구를 몇 명에 의해서 수행되는 구닥다리의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현대의 과학은 그룹이 대세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니 인류의 미래를 이끈다는 과학의 상이 가요대상보다 시대적응을 못하면 이거 무엇? 그런데 이제 또 어딘가에서는 ‘한국 왜 노벨 과학상 못타나’ 대담이나 열 것이고…아이고 인간들아 갈길이 멀다 멀어.

암 정복 연대기 : 혁신 신약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발표자료)

바이오스펙테이터에 연재하는 이 기사를 바탕으로 단행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책은 아직 작업중입니다만, 해당 내용에 대해서 9월 3일, 혁신신약살롱에서 세미나를 했습니다.  싱글발표전인데 벌써 공연을 하나요 님 쇼케이스라고 들어보심?

그 발표자료는 여기에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대략적으로 책의 내용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료는 출처 인용후 부분 혹은 전체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책은 아마 금년 말까지는 나올 것을 목표로 작업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