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상을 그룹에게

올해도 10월이 되니 멀리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오는 계절병이 몰려온다. 특히 옆 열도국에 한번 거치기라도 하면 각종 합병증 (이라고 쓰고 열폭이라고 읽는다) 이 반도국에서 적어도 한달 정도는 가는 듯하다. 이 사이트에서 한국 왜 아직도 N모상 못 타냐 같은 뻔한 주제의 이야기를 또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사실 개인적으로 과학자에게 상을 주고 그게 사회적인 화제가 되는 것에 그리 불만은 없다. 아니 솔까말 그런 것이라도 없으면 머글 일반 대중들이 과학에 대해서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겠냐는 게 현실적인 생각이다. 아마 한국 같은데는 그나마 이런거라도 없으면 과학에 1도 관심이 없지 않을까도 싶다. 적어도 필요악적인 기능으로 대중의 과학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의미 정도는 인정할 용의가 있다. 문제는 N모상 및 여기에 영향받은 여러가지 잡스러운 과학상이 상을 주는 방법이 과연 현대에 과학이 행해지는 방식에 부합하며, 상이 수상되는 토픽이 과연 현대의 과학 발전을 잘 반영하느냐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저언혀 그렇지 못하다.

N모상이 처음 출범하던 1901년만 하더라도 과학 연구는 대개 혼자, 잘해봐야 조수 한둘 정도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그런 일이었다. 그리고 N모상 물주 노모 영감도 유언장에서 이야기했듯이 N모상이 출범하던 시기의 N모상은 지금의 ‘평생 공로상’ 이 아니라 ‘연말 가요대상’ 같이 그 전해 혹은 몇 해 이내에 가장 현격한 공헌을 한 과학자에게 상을 주는 것이었다. 가령 1901년 1회 N모 물리학상을 수상한 뢴트겐의 경우 그 유명한 논문을 1895년에 냈으므로 당시의 뉴스 전파 속도를 생각하면 ‘극히 최신’ 의 연구결과에 상이 수여된 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학은 더이상 한두명의 노력으로 수행되지는 않는다. 중력파 발견 논문 처럼 공식적으로 논문에 천명 이상의 저자가 들어가는 거대과학이 아니더라도 N모상을 수상할 만한 업적은 적어도 수십 명의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가령 이번 생리의학상을 받은 혼조 타스쿠 연구실에서 직접적으로 연구에 관련된 핵심 논문(N모상 수상위원회서 공식적으로 나열한 것만 잡아도)은 (1) PD-1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한 논문 (2) PD-1 유전자를 낙아웃한 생쥐에서 자가면역질환이 나온다는 논문 (3) PD-1 단백질이 PD-L1 이라는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여 면역세포의 스위치로 작용한다는 논문 (4) PD-L1 항체가 실제로 항암효과가 있고 PD-1 낙아웃 마우스에서 실제로 암세포가 죽는다는 논문 만 해도 4개이고, 이 논문의 제 1저자는 각각 다르다. 이 논문들의 저자들만 해도 약 20여명이 넘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연구논문들을 따져보면 비교적 가내수공업적으로 이루어지는 의생명과학 연구라고 하더라도 해당 발견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의 숫자는 백여명은 훨씬 넘을 것이다.

그런데 딱 2명에게 상을 준다?

이것은 대충 이런 분위기일 것이다. 연말의 가요대상에서 올해의 가수왕을 뽑는데 트와이스의 음반이 가장 많이 팔려서 상을 준다고 하자. (BTS라도 상관없다) 그런데 수상자를 딱 한명에게만 주는 격일 것이다. 즉 트와이스와 BTS를 공동 수상으로 하고 박진영과 방시혁씨에게 상을 주는 식? 트와이스나 BTS에서 멤버 3명이라도 골라서 주면 다행일 것이다. 즉 참가자는 다 최소 수십명의 다인원 그룹 두세개를 공동수상으로 주고, 그것도 해당 그룹의 대표/프로듀서에게만 주는 그런 상이 바로 현재의 N모상이다.

보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대부분의 N모상 수상 업적은 적어도 10여년, 심할 경우에는 20-30년 전 업적에 대한 상이므로 매년 가요대상을 주는데, 조용필 선생님, 이미자 선생님 같은 분들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셈일 것이다. 즉 상을 굳이 안 받아도 누구나 다 킹왕짱인지 아는 사람들. 과학상이라면 해마다 상을 주는 종목을 바꾸므로 운동 경기에 비유하면 이런 식이다. 올해는 축구에 대한 상을 주기 때문에 마라도나에게 상을 주고, 내년에는 농구에 대한 상을 줄 것이므로 마이클 조던, 그 후년에는 단거리 육상에 대해서 상을 주는….이런 상 재미있나?

아마 가요대상이나 스포츠 대상을 이런 식으로 상을 주면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제일 권위있다는 과학상은 지금의 과학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으로 상을 주고 있으며, 더 안좋은 것은 많은 과학상들이 이 방식을 따라서 한다는 것이다.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가장 간단하고 깔끔한 것은 N모상 포함 모든 유사품을 폐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없으면 대중의 과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고? 그런 것이 정 걱정되면 현행 과학의 흐름에 맞게 상을 바꿔라! 상 안 줘도 업계에서는 킹왕짱이라고 다 아는 사람들에게 훈장 하나 더 달아주는 낭비적인 행사에 신경쓰지 말고 진정으로 상이 필요할 만한 과학자를 선발해라! 지금처럼 특정한 분야를 골라서 상을 준다면 째째하게 3명 하지 말고 3명은 ‘김시스터즈’ 시대나 어울렸지, 지금은 다인원 그룹 시대 아닌가? 최소한 12명의 해당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 과학자에게 상을 주자! 기왕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부양하려면 1년 전에 특정한 분야 젊은 과학자 대상으로 상 준다고 공고하고 전세계적으로 모집을 하자! 그래서 101명 (특정 프로그램과는 관계가 없을수도 있다 ㅋ) 의 후보자를 가지고 발표를 하고, 뭐 ncbi 같은데 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줘서 공개 오디션을 하등가..그래서 1차 순발식, 2차 순발식, 3차 순발식을 마친 20명의 최종 후보자 중에서 12명의 과학자를 선발하는 식으로 해도 되고..그래서 ‘데뷔조’는 5년동안 어느정도의 연구비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수준의) 를 받으면서 연구를 한다.적어도 지금의 노잼 경로잔치 N모상 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제도를 이렇게 바꾸면 한국 과학자는 과연 최종 순발식 가나, 아마 가봐야 정병존이겠지만

여튼 이런 것은 그냥 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누가 돈을 대야 하지 원 결과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현행의 과학상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현재 과학이 진행되는 방식에 어울리지 않는 19세기적 시상방법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공동작업인 과학 연구를 몇 명에 의해서 수행되는 구닥다리의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현대의 과학은 그룹이 대세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니 인류의 미래를 이끈다는 과학의 상이 가요대상보다 시대적응을 못하면 이거 무엇? 그런데 이제 또 어딘가에서는 ‘한국 왜 노벨 과학상 못타나’ 대담이나 열 것이고…아이고 인간들아 갈길이 멀다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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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되는 방법’ 전자책 출간

이북으로도 이제 출간되었습니다. 혹시 해외 거주 혹은 이북만 보시느라 아직 책을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다음의 링크에서 이북으로 책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교보문고 https://bit.ly/2Oklh5r
알라딘 https://bit.ly/2Ol7awC
Yes24 https://bit.ly/2MpyXdK

리디북스 https://ridibooks.com/v2/Detail?id=2262000006

암 정복 연대기 : 혁신 신약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발표자료)

바이오스펙테이터에 연재하는 이 기사를 바탕으로 단행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책은 아직 작업중입니다만, 해당 내용에 대해서 9월 3일, 혁신신약살롱에서 세미나를 했습니다.  싱글발표전인데 벌써 공연을 하나요 님 쇼케이스라고 들어보심?

그 발표자료는 여기에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대략적으로 책의 내용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료는 출처 인용후 부분 혹은 전체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책은 아마 금년 말까지는 나올 것을 목표로 작업중입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북토크 자료

어제 있었던 과학자가 되는 방법 북토크 자료를 공개합니다.

여기 (주의 : 개드립)

애니메이션이 많으므로 가급적 다운받아서 파워포인트로 보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현재 이 내용으로 3곳에서 세미나 진행 예정입니다.

  • 2018년 9월 20일 : UNIST 헬스케어센터
  • 2018년 11월 1일 : DGIST 기초학부
  • 2018년 11월 21일 : ESC 북콘서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해당 세미나의 외부인 참석여부는 주최측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이 이야기를 굳이 직접 듣고 싶으신 단체(…) 라면 페북 페이지를 통해 메시지를 주시거나 개인 이메일 (suk.namgoong 앳 지메일) 로 연락하시면 협의 가능합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북토크

책이 나왔으니 북토크라는 것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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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여러가지 사정상 넣지 못했던 많은 드립 (…) 과 이런 괴서 (..) 를 왜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과정남의 과ㅈ, 오름테라퓨틱 창업자인 sj 님과 함께 하는 토크쇼 등등 여러가지 순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약은 여기에서 (근데 예약 없이 그냥 슬렁슬렁 오셔도 될듯)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104510/items/2858518

‘과학자 연습생’

이제 과학블로그에서 아이돌 전문 블로그로 전업합니다……는 아직 아닙니다

최근에 글로벌 걸그룹 발족을 목표로 진행되는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고 있다. 아이돌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다 알고 있을만한 사실이지만,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10대  초중반부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춤과 노래 등을 연습해야 하며, 그 중에 극히 일부만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고, 그 중에서도 역시 극히 일부만 데뷔의 꿈을 이룬다.  데뷔를 했다고 해서 모든 아이돌이 성공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화려한 무대에 서서 인기와 부를 쟁취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극소수이며 일부는 데뷔 이후에도 그룹이 해체되서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습생의 신분으로 다시 도전하기도 한다. 

설사 아이돌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직업의 수명은 그닥 길지 않다. 20대 중반만 넘어서면 아이돌이 아닌 다른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봉착하게 되며, 10대 중반부터 연마해온 춤과 노래 등의 스킬은 이제 앞으로의 인생에 큰 보탬이 안되는 스킬이 된다. 물론 솔로 가수나, 배우, 모델 등의 다른 직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아이돌 은퇴후 급속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진다. 한마디로 전반적인 성공의 확률이나 미래를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권하기 쉬운 직종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년소녀들은 외부에서 비치는 아이돌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불나방(?)처럼 아이돌 연습생의 길로 뛰어든다. 어쩌면 아이돌 산업 자체는 아이돌을 지망하는 수많은 소녀 소년들의 청춘을 불태우며 겨우 유지되는 산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아이돌 산업뿐만이 아니다. 많은 프로스포츠 산업, 이스포츠 산업, 예술계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허무하게 소모되고 해당하는 경로를 선택한 극히 일부만이 자신의 노력에 어느정도 부응하는 댓가, 혹은 범인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반대급부를 얻는 직군은 꽤나 많다. 

그렇다면 과학은 어떨까? 과학을 좋아하여 ‘연습생’ 의 길을 시작한 초보 과학자 지망생들중 일부는 유명한 스타 과학자의 모습을 롤 모델로 하여 꿈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일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안정적이고 고소득인 직장을 얻기 위한 발판으로 과학자가 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상당수의 ‘과학자 연습생’ 은 자신의 평생 직업을 과학연구자로 생각하고 과학자가 되기 위한 고된 훈련을 감내한다. 그리고 현대 과학의 상당부분이 바로 ‘과학자 연습생’ 의 희생과 노력에 기반되어 왔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 연습생들이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 과학연구자, 특히 대학 등에서 자신의 이름을 붙인 랩의 책임자로 일하는 것은 마치 아이돌 연습생이 정식으로 데뷔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책임자로 ‘데뷔’ 해도 자신이 꿈에 그리던 그런 중요한 연구업적을 내는 유명한 연구자의 길은 머나먼 길이고, 대부분은 생계를 유지하는데 급급한 평범한 연구자로 마감하게 된다. 아마도 상당수는 ‘과학자 연습생’ 신분을 마친 이후 곧바로 자신이 수년동안 연마한 과학과는 전혀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즉, 많은 사람들이 그닥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요즘 시대에서 ‘과학자 연습생’ 이 되는 것은 ‘아이돌 연습생’ 과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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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의 길은 언제나 험하고 힘들다

그러면 오늘날  ‘과학자 연습생’ 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는 무작정 뜯어말려야 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좀 미묘하다. 나라면 아이돌을 꿈꾸며 아이돌 연습생을 희망하는 소녀 소년들에게 ‘현실을 봐라, 니가 무슨 아이돌이 되겠느냐’ 라고 부정하는 것보다는 ‘원하면 해 보렴. 그러나 아이돌의 길은 쉽지는 않단다’ 라고 일단은 격려를 해 보겠다. 아마 과학자 연습생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 혹은 그 긴 여정에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일단은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젊은이가 자신의 꿈을 쫒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일단은 응원을 해 주는 것이 도리이다. 그러나 그 꿈을 쫒는 과정에서 치루어야 할 희생에 대해서는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고,  그 기나긴 과정 도중에서 한번쯤 자신의 꿈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것인지를 생각해보라고 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 연습생’ 과 과학자의 길을 미리 걸어본 선배라면 그 과정에서 얻은 자신의 경험을 조금쯤은 나눠줄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취지로 라고는 하지만 뭐 책은 용돈 벌려고 쓰는 거 아니었냐  최근에 ‘과학자가 되는 방법 :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알려주는 과학자 서바이벌 가이드’ 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과학자 연습생으로써 과학자의 꿈을 향해 쫒아가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대략의 ‘생존 가이드’ 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책을 쓰게 된 또 다른 경위는 흔히 대중에게 비추어진 성공한 극히 일부의 과학자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대부분의 ‘과학자 연습생’ 과 ‘생계형 과학자’ 들의 존재를 세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즉, TV와 무대 속에서 비추어진 화려한 아이돌의 뒤에는 부각되지 않은 수많은 아이돌 연습생과 비인기 아이돌의 존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과학자 연습생으로써 당신이 가게 될 현실적인 진로에 대해서 가늠을 하고 싶은 모든 젊은이들, 혹은 막연히 자신의 자녀가 과학자가 되었으면 하는 학부모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을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이 ‘과학자 연습생’ 의 앞으로의 진로 결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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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가 되는 방법 :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알려주는 과학자 서바이벌 가이드’ 
남궁석 저
이김, 2018

예스24 https://goo.gl/FBQVoX
알라딘 https://goo.gl/Mg38rW
교보문고 https://goo.gl/8AnA5q
인터파크 https://goo.gl/B3Ugi6
반디앤루니스 https://goo.gl/if4iX2

기승전 책광고 무엇

[논읽남] 호프 빠진 맥주를 만드는 법

오랫만에 논읽남으로 블로그에 글을 써보도록 하자. 오늘 읽어볼 논문은

Denby. CM, Industrial brewing yeast engineered for the production of primary flavor determinants in hopped beer, Nature Comm 2018

 

맥주를 좋아하는가? 사실 과학연구에 있어서 맥주는 창의력의 근원이 되는 마법의 물 (…) 과 같은 존재이다. 얼마나 많은 과학연구가 맥주잔을 들고 만난 두 명의 과학자가 썰푸는 도중에 개시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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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갈망하며 시위를 벌이는 과학자들 아냐

그러나 맥주의 이런 역할 말고, 맥주 자체에 대한 연구는…뭐 사실 맥주 제조라는 것이 이미 산업적으로 확립된 기술이기 때문에 특별히 맥주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연구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기껏해봐야 식품공학 쪽에서 맥주 생산 기술 관련해서 연구를 하는 정도면 모를까..

그런데 합성생물학, 특히 대사공학 (Metabolic Engineering) 쪽에서 유명한 연구자인 버클리대학의 제이 키슬링 (Jay Keasling)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맥덕으로 의심되는 연구자가 있었나보다. 참고로 제이 키슬링 연구실에서는 이전에 여러가지 연구를 했었고, 특히 효모로 복잡한 대사산물을 생산하는 연구들을 많이 했었다. 대표적인 예로 말라리야 치료제인 아르테미신 (Artemisin) 을 효모에서 생산하는 연구 (제약사인 Sanofi 에 기술이전을 했는데 천연물에서 추출하는 아르테미신이 가격이 싸져서 – 인도에서 엄청 나무심었다 – 별로 상업적인 재미는 못봤다는 것은 안자랑)등을 들 수 있다. 아무튼 효모를 이용하여 식물 등에서 있는 복잡한 대사경로를 효모에 도입해서 산물을 생산하는 일은 많이 해 왔다.

그런데 이게 맥주와는 뭔 상관?

맥주는 알다시피 맥아 (를 당화시킨) 와 효모, 그리고 호프 (Hops) 를 넣어서 만든다. 호프는 맥주의 향과 쓴 맛을 내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특히 요즘은 IPA와 같은 크래프트 맥주가 성행하고, 이 ‘호프맛’이 나는 맥주 (맥덕 표현으로는 ‘Hoppy’ 하다는 표현을 쓴다) 가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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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는 이런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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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개그는 신경쓰지말자

그런데 아마 맥덕으로 생각되는 연구의 제 1저자 양반이 이런 생각을 한 모양이다. “맥주를 만들때 꼭 호프를 넣어야 해?” 즉, 호프에서 맥주의 ‘호프맛’ 을 내는 성분만 찾아내고, 그 성분을 효모에서 맥주를 만들때 같이 만들 수 있으면 맥아 + 효모만 가지고도 맥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호프의 성분을 효모에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호프에서 ‘호프맛’ 을 내는 성분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이것을 생합성하는 유전자를 효모에 넣을 필요가 있다. 이미 호프에서 ‘호프맛/향’ 을 내는 성분이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다.

한 가지 물질은 ‘ linalool’ 이라는 물질이며 스크린샷 2018-03-23 19.14.33

화학식은 이렇다

다른 물질은 Geraniol 이라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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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효모에서 이 물질을 만들까? 흔히 생각하는 것은 호프에서 여기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얻어 발현…일 것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반드시 호프 유래의 유전자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호프는 지놈 시퀀싱도 되어 있지 않다!

이 연구자들은 이미 시퀀스가 알려진 식물 유래의 Linalool synthase 유전자들을 효모에 발현해 보았다. 그러나 전체 서열을 포함한 유전자를 발현해보니 거의 Linalool 이 생성되지 않았다! 왜? 식물에서 linalool 은 엽록체에서 생성되며, 따라서 단백질을 엽록체로 보내는 신호로 작용하는 Transit Sequence가 존재한다. 그러나 효모에는 엽록체가 없으므로 이 Transit Sequence는 무쓸모이며 오히려 단백질의 활성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을 잘라내야 한다. 이들은 여러가지 식물 유래의 Linalool synthase 에서 Transit Sequence 를 예측하고, 이것을 잘라서 그중 제일 활성이 잘나오는 넘을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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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Mentha citrata (민트의 일종인 듯하다) 라는 식물유래의 Linalool synthase 에서 RR 모티프가 있는 부분까지 잘라낸 넘이 제일 활성이 좋아서 그걸 썼다.

이제 효모에 없는 가장 결정적인 효소가 확보되었다. 그러면 이것만 발현하면 호프향이 철철 나는 맥주가 되는가? 이를 위해서는 Linalool 의 대사경로에서 전구체가 되는 넘들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하고, 가장 기초적인 대사경로로부터 Linalool 을 만들기까지 병목이 되는 대사경로를 확인하여 이를 증폭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전에 이 랩에서는 Artemisin 을 만들때, Artemisin 의 전구체가 되는 Geranyl pyrophosphate 라는 것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어떤 대사경로를 조절해야 하는지 연구를 많이 해 놨으며, Linalool 역시 동일한 전구체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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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훨씬 더 복잡한 넘도 만들어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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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allol 의 경우에는 위의 경로의 중간 단계인 GPP에서 Linalool synthase 로 한단계만 거치면 되는 것이므로 매우 간단! 흠 실험실에서 이미 해본 것에서 유전자 하나만 더 넣으면 된다는 것 을 알았으니까 프로젝트를 애초에 시작했겠지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총 4개의 유전자를 건드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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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존의 연구에서 이 생합성 경로로 대사산물을 끌어오는 (업자용어로 Carbon flux를 redirection 한다고 하는) 데 필요한 두가지 효소 (tHMGR과 FPPS) 와 함께 Linalool 과 Geraniol 을 만드는데 필요한 효소 2개, 총 4개를 발현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되는 것들은 해당 유전자들을 ‘얼마나 세게’ 발현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단백질 발현하는 것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존나 빵빵하게 RNA를 만드는’ 프로모터 쌔려넣고 유전자를 발현하면 되겠거니 하시겠지만, 대사산물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단백질을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즉, 대사경로를 최적하여 ‘원하는 만큼’ 만 단백질을 만들어야 대사산물이 최적화되어 만들어지며, 쓸데없이 단백질을 많이 발현하면 오히려 세포의 대사에 영향을 주고 전체적인 산물은 줄어든다. 그리고 어떤 대사경로를 강하게 발현하고, 어떤 것을 약하게 발현하는 것도 고려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다 확인하고 최적화하나? 이들은 여러가지 발현강도를 가진 프로모터와 발현시킬 유전자를 조합하여 카세트를 만들고, 다시 이 카세트를 조합하여 수많은 조합의 4가지 유전자 발현 카세트를 만들었다 (약 10kb  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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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을 효모 유전자의  ADE2 좌위에 싱글 카피로 CRISPR/Cas9 을 이용하여 집어넣었다. ‘왜 멀티카피 플라스미드를 넣으면 안되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맥주 발효와 같이 오랜 시간동안 발효하는 미생물에서 멀티카피 플라스미드를 넣으면 해당 플라스미드는 항생제와 같은 Selection Pressure 가 없으면 빠져버린다. 그렇다고 님 맥주에 항생제 넣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지 않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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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외래 유전자가 들어간 넘은 어떻게 선별하는가? 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효모에서 아데닌을 만드는 ADE2 유전자가 결여되면 콜로니는 뻘건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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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스몰스케일로 발효를 해서 대사산물의 생성을 체크한다. 그런데 알콜발효는 혐기성인 상태에서 일어나는데…어떻게 많은 샘플을 스크리닝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수백, 수천개를 크래프트 맥주만들듯이 수십리터 발효조에 발효해서 샘플링한다면 어이구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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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은 시험관에 고무마개로 막고, 알콜발효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옆에 물이 들어있는 시험관으로 방출하면서, 동시에 산소가 안 들어가게 한다. 이렇게 세워놓고 여러개의 샘플에서 측정하면서 각종 산물과 유전자의 발현에 따른 관계를 찾아본다. 스크린샷 2018-03-23 19.59.55

이런식으로 프로모터를 갈아가며, 최적의 생산이 되는 넘을 스크리닝했다. 특히 호프를 많이 넣고 만든 상업적인 맥주의 Linalool 과 Geraniol 과 비교하여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컨스트럭트를 스크리닝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이를 잘 조절함으로써 적절한 호프향을 조절한 다른 균주도 쉽게 선별할 수 있다는 것!  즉 맥주는 기호식품이기에 향을 내는 성분을 무작정 많이 생산한다고 좋은 게 아닐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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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맥주와 전통적인 방식으로 드라이 호프를 넣고 만든 맥주를 비교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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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한 맥주 (말린 호프를 넣는) 에 비해서 유전공학적으로 ‘호프 성분을 만들어 내는’ 맥주가 훨씬 더 균일한 호프 성분의 함량을 기록하였고, 실제로 사람이 평가한 호프향에 있어서도 실제로 호프성분을 넣은 것들보다 더 높게 측정되었다.

 

그래서 호프를 안 넣고 호프향을 낼 수 있는 효모를 고생해서 만들었다.근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물론 이것은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저자들은 ‘호프값’ 을 아낄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하지만 사실 호프값이 맥주의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히 어느정도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것이 얼마나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올지는 맥주공장 공장장 아니면 원가분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보다 호프향이 균질한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글쎄, 사실  호프를 섞어서 균일한 향과 맛을 내게 만드는 것은 아마 브류어리들의 기본적인 노하우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과연 맥주제조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이게 얼마나 큰 보탬이 될 지는 모르겠다.  그냥 호프 쌔려넣으면 안되나 

가장 큰 난점이라면 결국 해당하는 맥주는 GMO 효모에 의해서 만들어진 맥주인데, 이것이 과연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맥주에 사용될 수 있느냐일 것이다. 물론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을 거친 효모라고 하더라도 유전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 셈이므로 특별히 몸에 해가 있다거나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고, 게다가 여과를 통해서 효모가 제거되는 상업맥주의 경우에는 유전자 조작이 된 효모를 사람이 섭취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하겠지만, 이게 불치병을 고치는 항체의약품도 아니고 (…) 고작 기분좋다고 먹는 맥주를 굳이 유전자 조작이 수행된 효모를 이용하는게 소비자의 구미를 땡기게 만들지 아닐지는 솔까말 잘 모르겠다. 뭔가 기존에 도저히 나지 않던 향과 맛이 나는 맥주를 만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부 크래프트 맥주, 특히 벨기에 계통의 ‘Bottle Conditioned’ 맥주의 경우에는 맥주의 탄산화가 맥주에 남아있는 효모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고, 병 바닥에 효모가 깔려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맥주를 먹다 보면 GMO 효모를 먹게 되는데, 물론 항생제 마커가 들어있지 않긴 하지만 어떨런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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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맥주가 카스 (..) 처럼 깔끔하게 여과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