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갤러와 한국 정부 R&D가 돈을 못 버는 이유

한국 정부 R&D가 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요.그런 집단이 하나 더 있지. 

요즘 흔히 나오는 기사 중에서 한국의 국가 R&D 투자 규모가 세계에서 몇 위, GDP대비 세계 1위에 가까운데 왜 이리 경제적인 성과가 안 나오는거냐 과학자 공학자 네 넘들이 그냥 놀기 때문이냐 등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실 이런 수치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것인가에도 좀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R&D 예산 분배의 비효율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는데 왜 성과가 안 나오나!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왜 한국의 정부 R&D 투자가 원하는 경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느냐에 대해서 근원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이 전에 어쩌면 전혀 관계없을 집단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주갤러. 그냥 일반적인 개미 주식투자가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최근의 탄핵 정국을 보면 과연 주갤에는 능력자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주갤에서 주식으로 돈 많이 벌었다는 사람 본 적이 있는가. (물론 가끔 인증하는 사람 있다는 정도는 안다)  오죽하면 ‘주식 뺴고 다른 것은 다 잘하는 주갤러’ 라는 이야기가 상식이 되는가.

그렇다면 한국 정부 R&D와 주갤러가 왜 돈을 못 버는가? 이 둘이 생각만큼 돈을 못 버는 데는 하나의 이유를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빨리 돈을 버는데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무슨 뻘 소리여!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정부 R&D로 국부를 창조하는 데 집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주갤러가 주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 라고 반문하실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돈을 못 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대한 (과다한) 집착 때문인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잠시 부연설명하도록 한다.

성장동력과 경제 발전을 이끄는 정부 R&D?

한국의 정부 R&D 투자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의 발굴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주력 산업인 전자, 기계, 조선 (..벌써 한물갔지만) 등이 한물갔을때 대.한.민.쿡.을 먹여살릴 산업기술의 근간이 될 뭔가를 발굴하려는 것이 국가 R&D의 정책기조라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 ‘성장동력’ 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목하에 많은 연구비가 투자되어 왔다. 그러나 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국가 R&D 를 통해서 이렇다할 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만한 과학발견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아직 성숙단계가 아니지만 미래에는 그런 것으로 성장할 ‘뭔가’ 가 있을지는 모른다.

그럼 왜 그러한가? 그 전에 우리는 어떤 것을 ‘성장동력’ 이 될만한 연구주제라고 생각하는지를 생각해 보자. ‘경제적인 성장을 이끌 원천기술이 나올만한 연구주제’ 는 아직 해당하는 토픽이 산업적인 효과를 창출하지는 못했지만 그럴 만한 비전이 보여지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비전’ 은 어디서 나오냐는 것이다. 누군가가 연구를 해서 그런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오! 이 분야가 앞으로 비전이 있겠군! 여기에 연구비 올! 인!’ 을 외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그 연구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런 ‘비전’ 을 제시하고 ‘앞으로 돈 될 것 같은 연구분야’ 를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들은 한국의 정부 R&D를 수혜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 물 건너에 있는 연구자들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즉 그런 분야는 대개 누군가 선행연구를 해 두어서 비전을 제시한 것이고(그러니 한국 정부조차도 앞으로 잘나갈 분야라고 다 아는거지!), 당연히 응용분야에 대한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 역시 ‘다른 누군가’ 가 확보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야에 대해서 우리의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분야에 연구를 하여 대단한 성과를 내면  이것은 미래의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된다능!’ 하고 연구비를 왕창 때린다. 가령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면 ‘인공지능이 우리의 희망이라능!’ 하고 AI 분야에 연구비를 왕창 때리고 (들어는 봤나, 4차 산업혁명?), 이전에 톰슨 아저씨가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서 배아줄기세포가 화제가 되니 줄기세포 분야에 연구비를 왕창 때린다! 결국 한국의 대개의 정부 주도의 R&D는 이미 누군가가 선행 연구를 한참 해서 잘나간다고 크게 선전을 해 둔 분야에 집중되고, 그런 분야에서는 누군가가 이미 한참 전에 앞서가고 있다. 

물론 아주 운이 좋으면 분야에 따라서 부분적으로 1등을 쫒아가서 추월을 할 수도 있고 (뭐, 1등으로 달려가던 마라톤 주자가 갑툭튀한 자전거에 치일 수도 있지!)  한 5-10 등 정도 따라가서 1등이 흘리는 과자 부스러기 정도는 먹을 수 있을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개의 경우 출발시점이 틀리니 1등을 넘기는 힘들고, 힘은 힘대로 들고 (남 따라가는거 쉬운 거 아니다.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뚜렷한 경제적 성과가 나는 연구가 나오기도 힘들다.

그러다가 그 ‘일등’ 이 ‘이 길이 아닌가벼!’ 하고 중도포기할 수도 있고 (그런 분야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다가 다른 쪽에서 “이 분야가 뜬다더라!” 하면 우리의 대한민쿡 정부는 또 그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정하여 연구비를 몰빵! 그러면 대개의 연구자들은 연구비를 따라서 존나게….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결국 돈 되는 뭔가가 나오고 싶어도 나오기 힘든 것이다. 주갤러 이야기를 왜 했는지 이제 이해하는가? ‘무슨 주식이 뜬다더라!’  ‘누구는 이걸로 벌써 두 배 벌었더라!’ 하고 올리면 자극받아 그 주식 덥석 매수하고, 그러다 보면 상투잡은 우리의 주갤러 엉아들…한국의 정부 R&D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뭘 하면 진짜 대박이 터지나?

그걸 알면 내가 여기서 블로그나 하고 있지는 않는다 (..)  과학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고, 더우기 그 결과가 나중에 어떤 응용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다! 이 블로그에서 많이 이야기한 것들 (예 : 이 연구를 하면 밥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맥주집에서 쓸데없는 실험이야기 하던 더쿠들 온천에 사는 세균이나 찾던 미생물학자) 의 발견과정을 따라보면 이런 연구가 시작될 때 하등의 경제적 가치를 예상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개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는 처음에는 남이 돈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유래되고, 남들이 대개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자신이 특정한 발견에 대해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게 되는 편이다. 남들이 관심을 안 가졌는데 나는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아니까 권리도 취득하고, 한참 앞서나가게 되고, 뒤늦게 돈이 된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카피캣이 튀어나오지만 대개의 경우 이런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뛰어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면 남이 하지 않는 그런 연구를 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그러고 싶다! 그런데 그런 연구에 대해서 한국의 연구자 및 정부 R&D는 별로 관심이 없고 따라서 지원도 적다! 왜? 그 연구가 무슨 결과를 낼 지는 예측하기 어렵고, 지금은 당연히 돈 안 되는 쓸모없는 연구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혈세로 그런 쓸데없는 개인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연구를 지원할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혈세로 하는 연구로 국부를 창조해야지 어디 그런 쓸데없는 것을 해서 혈세를 낭비해?

…라는 마인드이기 때문에 이런 연구는 하기도 쉽지 않고, 해도 오랫동안 할 수가 없다. 그런 연구비가 책정되어도 앞에서 말한‘성장동력’ 내지는 ‘돈 되는 연구’ 라고 포장된 연구 (그러나 결국 돈 버는 사람은 바다 건너 따로 있는 분야의) 를 지원하느라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학계에서 연구한 것 중에서 실제로 돈이 될 만한 것, 독창적인 IP가 없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차피 정부과제를 하려면 ‘돈이 되는 분야’ 라고 생각되는 것에서 남이 이미 한 것에 조금 더 덧붙이는 수준의 연구밖에 할 수 없고, 그런 과제의 연구성과가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IP로 탈바꿈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남이 한 기초연구 성과를 가지고 잽싸게 응용 연구를 한다?

그래서 기초과학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하면 꼭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한국이 그리 돈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아무거나 연구를 다 하냐. 우리는 선진국의 기초연구를 잘 찾아보고 잽싸게 응용할 수 있는 것을 응용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돈을 못 벌어 본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ㅋㅋ

물론 기초연구를 하는 사람이 자신이 발견한 연구의 응용적 가치를 모르고 내버려두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그 가치를 발견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뭐랄까 산삼을 캐는 심마니가 산삼을 도라지인줄 알고 내다버린다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내다버린 산삼은 아마 산삼을 캐려는 다른 경쟁 심마니가 바로 가져가지 않을까?  요즘은 기초 연구를 하다가도 해당 연구가 돈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하면 잽싸게 태세전환을 하는 시스템이 매우 잘 되어 있다. 기초 연구자는 평생 너는 돈 되는 연구에는 관심없어용……만을 선서하고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 가위 때문에 세기의 특허분쟁이 일어난 CRISPR 특허 분쟁의 당사자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특허 분쟁의 두 당사자가 되는 과학자인 브로드 연구소의 펭 장이나 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는 응용 연구자였나? 펭 장은 원래 옵토제네틱을 박사과정때 연구한 연구자였고, 유전자 가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옵토제네틱을 연구하기 위해서 쥐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보니까 유전자 가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고 다우드나는 원래 유명한 RNA 분야의 구조생물학자이다. 원래 응용 연구하고는 관련이 1도 없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쩌다’ 돈 될 거리가 되는 발견을 하자 다 주변에서 알아서 몰려들고, 돈이 몰리고, 회사가 만들어지고 해서 응용 연구자처럼 된 것이다.

결국 남의 기초연구 성과를 잽싸게 응용하여 응용연구를 한다? 남이 (확인하지 않고) 버린 로또 1등 복권으로 벼락부자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와 별반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 잘 뒤져보면 로또 5등 정도는 버리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즉 주갤러의 경우에도 돈을 벌려고 주식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한강 정모 (…) 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한국정부의 국가 R&D도 마찬가지이다. 빠른 시일내에 (특히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라든지!)  가시적인 성장동력이나 경제적 효과를 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바로 이러한 성장동력이나 경제적 효과를 내는 연구를 막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그냥 그런 기대는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그럼 R&D 투자는 하지 말라고? 어허….그냥 지갑은 거기 두고 잊으시라고요. 뭐 그렇게 포기하다 어쩌다 한번 터질지 아나? 그냥 잊으시면 편해요. 돈은 내시고.

‘쓸모 없는 지식’ 의 쓸모 있음에 관하여

Nature Reviews Chemistry에 실린 ‘On the usefulness of useless knowlege’ 라는 에세이의 번역이다. 언제나 그렇듯 전문번역가가 아닌 내 번역은 틀릴 수 있으며, 생략일 수도 있고, 원문링크 걸어놨으니 번역 불평말고 원문 보삼.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있음에 관하여

헬무트 슈와르츠 (Helmut Schwartz)

Institut für Chemie Technische, Universität Berlin, Berlin 10623, Germany.

Alexander von Humboldt-Stiftung, Bonn 53173, Germany.

3줄 요약

기초 연구는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도박이다. 이런 도박에서 가장 안전하게 베팅하는 방법이라면 가장 똘똘한 인재에게 그의 큰 꿈을 펼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뭘 하든 마음대로 해 보슈 하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과학 연구를 발전시키는 돌파구는 대개 계획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며, 계획될수도 없다. 이런 돌파구들은 오히려 전혀 예상치 않던 변방에서 나타나기 마련이다. 주요한 과학적인 발견이나 발전을 촉발시킨 것은 연구자 개인의 열정이기 때문에 어떤 학술기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사람을 골라어 이들에게 지적 자유와 넉넉한 펀딩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프린스턴대의 고등과학원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의 초대 사무총장인 아브라함 플렉스너 (Abraham Flexner) 는 1939년 기초연구의 의의를 설명하는 수필을 하나 썼다. “쓸모 없는 지식의 유용성 The Usefulness of Useless Knowledge” 이라는 제목의 산문에서 그는 별로 목적이 없어보이는 몇 가지의 연구가 어떻게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과학연구의 진흥과 연구비 배분에 있어서 과학 연구의 “유용성” 에 대해서 강하게 논박했다. 그는 과학 연구가 얼마나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지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해방” 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호소했다. 그의 수필은 자유로운 과학 연구의 장점과 미덕을 웅변적으로 대변해 주는 담론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글은 이미 나온지 75년이나 된 글이지만, 기초 연구의 필수적인 역할, 즉 기초 연구의 문화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기초 연구가 인류에 주는 장점에 대해서 가장 잘 묘사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연구자의 역할

기초 연구는 과학자들이 아직 인류가 모르는 새로운 영역 – terra incognita – 을 탐험하려는 욕망을 통해서 발전하게 된다. 즉 인류가 잘 모르는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발견하고, 이를 조사하여 설명하고, 이것을 이용하여 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초연구의 특성을 말하자면 매우 오랜 기간 한번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고 반드시 좌절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즉 연구에서의 돌파구라는 것은 이루고 싶다고 계획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설령 연구에서의 돌파구를 이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가치와 유용성은 처음에는 잘 알기 힘들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과학의 발전과정에서 계속해서 알려져 왔다. 비록 과학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수많은 개인 연구자들의 업적과 열정에 의해서 만들어져 왔지만 이러한 돌파구들은 창의성, 지성, 호기심, 끈질김 그리고 우연의 복합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돌파구들을 만들어내는 개인 연구자들은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장소, 자유 및 신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들이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3년 안에 SCI 논문 10편 안내면 님 재암용 빠이빠이 하면서 무슨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나오겠냐즉, 연구원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근시안적인 일정과 매우 협소하게 정의된 목표에 의해서 제한되서는 안되고,  연구자금의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유럽의 13,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서명하고 유럽의 기관들과 의회에 제출 한 성명서인 ‘연구자를 신뢰하라 Trust Researchers‘ 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기초 연구 (Fundamental Research)란 

인류에게 새로운 지식은 연구자가 미지의 사실을 이해하려고 하는 욕망, 즉 구체적인 응용이나 확고하게 고정된 목표의 제약에서 벗어난 순수한 지적추구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1차 대전 직후 유럽을 덮고 있는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막스 플랑크는 “지식은 응용에 선행되어야 한다” 라고 선언하였으며, 이것은 막스플랑크 협회 (Max-Planck-Gesellschaft “MPG)가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모토로 남아있다. 충분한 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기초 연구에 대한 집중, 그리고 타협하지 않고 가장 뛰어난 과학자를 고용하겠다는 것이 바로 막스플랑크 협회를 세계최고의 연구소로 유지하고 있는 동력이다. 1948년 이후 막스플랑크  소속 연구자 중 18명 이상의 노벨 수상자가 나왔다. 이와 비슷한 성공 사례는 영국 캠브리지의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LMB), AT&T의 벨 연구소, 혹은 미국 국립보건원 (NIH) 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연구소가 가지는 공통점은 이들 연구소가 ‘탁월함의 원칙’ 에 기반하여 운영된다는 것이다.

기초 연구에서부터 혁신까지

과학자의 호기심에 기반한 연구가 결국은 혁신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이런 연구의 초반에는 처음 멀고 험한 길을 거쳐야 하고, 조류를 거슬러서 헤엄쳐야만 하고, 지금 당장 지름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물을 극복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기초 연구는 시간이 많이 소모되며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과학자들이 기초 연구의 중요성을 일반 대중이나 정치가, 정책을 결정하는 관료에게 이런 기초 과학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상, 많은 국가에서 기초 연구는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정당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기초과학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취약해지고 있다. 오늘날 여러 국가에서 지배적인 정책은 연구의 가치를 그 연구가 “유용한지” 의 여부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다. 즉, 연구의 목적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몇 년 안에 시장성이 있는 ‘제품’ 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따라서 연구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항하기 위하여 영국의 많은 학자들은 영국 대학 수호 협의회 (Council of Defence of British Univerities) 라는 것을 설립하여 과거에 고등교육기관의 성공에 핵심적인 정신 및 지적분위기를 복원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네트워크에서 기초연구의 노드가 삭제되는 경우 응용 연구와 산업 역시 타협받게 되며, 네트워크에서 하나의 노드에서 다른 노드로의 경로가 선형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전체의 네트워크가 위험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기초 연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가장 비용 효율적인 공공재로 작용한다.

기초 연구에서 혁신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는 사회에서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실은 기초 연구에서 기인한 여러가지 지식이 없이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불편할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은 분명히 어떤 실용적인 응용과도 관계없어 보였지만, 상대성 이론이 없이는 GPS 기기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었다.또한 뢴트겐의 X선의 발견은 분명히 우연한 실험에서 기인한 것이고,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의 규명은 완벽히 호기심에 의거한 일이었지만, 이러한 발견은 생명과학계를 뒤흔드는 혁명적인 발견이었다.  레이저의 발견은 ‘특정한 문제를 찾기 위한 해결책’ 정도로 간주되었으며, 폴 디락의 1927년의 반물질 예측 (양전자 등의)은 당시에는 거의 쓸모없고 중요하지 않은 요상한 연구의 일화로만 여겨졌지만, 수십년 후 대개의 병원에서는 암 조기 진단을 위하여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이 이용된다.  마이클 페러데이가 수행한 전기와 자기에 대한 수수께끼에 대한 연구를 생각해보자. 그의 전자기학에 대한 과학적인 흥미가 없었다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19세기 전반기에만 해도 재미있긴 하나 대개 실용적인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그의 연구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전기 없는 어둠의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영국의 글래드스톤 총리가 패러데이에게 “국민의 혈세로 지원한 전기 연구가 과연 무슨 쓸모가 있을 것이냐” 라고 물었을때 페러데이는 “언젠가 이걸로 세금을 걷을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고, 그런데 진짜로 그것이 일어났다. 물론 글래드스톤 자신은 전기 산업의 발전과 여기에 따른 세수증가를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여기서 주는 교훈은 연구 투자에 따른 수익은 장기적이고 막대할 수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세계 경제의 약 20% 가 어떤 방식이건 화학 촉매와 관련이 있다. 즉 처음에는 분자내의 결합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파괴되는지에 관련한 순수한 학문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렇게 된 것이다. 또한 전자의 파동 특성을 설명하기 위한  슈뢰딩거 (Schrödinger)의 1926년 공식 (방정식 1) 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기초 이론 물리학 연구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생산의 약 20 %가 양자 역학의 응용에 근거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목록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의심을 가지지 말지어다. 즉 기초 연구는 조만간 더 많은 발견이나 발명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에 도움이되는 응용을 창출하는 공익 활동이다. 기초 연구의 지원에 관하여, 기초연구의 지원은 궁극적으로 공익의 문제로 남아 있어야 한다. 기초연구의 지원은 이를 통해 얼마나 신속하게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정치적인 기회주의적인 고려와는 무관해야만 한다.

연구지원기관의 역할 

독일의 혁신가인 Erich Staudt는 “Innovation im Konsens ist Nonsens”(consensus innovation is nonsense 모두가 공감하는 혁신이란 말도 안된다) 라는 말로, 혁신은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서 잘 닦여진 길을 피해갈때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Staudt는 기술적인 결과에 의해서만 동기부여된 프로젝트는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프로젝트 자체에는 전혀 집중하지 않고,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들과 이들의 전문성에 중점을 두는 것을 옹호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진정한 혁신을 일으키는 것은 항상 개인 또는 소수의견 소유자일 것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대담한 아이디어 중 많은 아이디어는 대개 실패할 것이지만, 몇 가지는 성공할 것이다.

필자가 소속된 알렉산더 폰 훔볼트 재단 (Alexander von Humboldt Stiftung)의 경험에 따르면,  연구자 개인에 대한 지속가능한 충분한 지원은 이러한 연구의 실패에 대한 위험과 변화에서 범위를 제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재단은 60년 전 설립된 이래로 연구에 대한 지원 원칙이 변하지 않았다. 이 원칙은 그동안 시간의 테스트를 견뎌왔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를 지원하는 것
  • 최고의 연구자를 찾는것
  • 균일한 배분 – 국가, 분야, 성별, 연령 등은 고려하지 않는 것
  • 유행에 따라 변화하는 단기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는 것

우리는 개인 연구자를 지원하고, 이것이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가장 좋은 정책이라는 데에 대해서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자, 특히 젊은 과학자들에게 꿈을 실현할 수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열심히 노오오력한다.결국 사회의 꿈과 희망은 젊은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공간과 창의적인 기회를 제공받는가에 달려 있다.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으며,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방해받지 않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젊은 과학자와 학자들은 지식에 대한 탐구를 추구하고 자신과 아이디어를 시험할 공간이 필요하다. 너무 많은 통제와 너무 많은 제한은 여기에 치명적으로 작용된다. 결국 젊은 사람들은 특별히 열정적일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열정이야말로 진정한 과학에 대한 사람으로 꽃필수 있다. 그들의 능력이 펼쳐지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다. 이러한 젊은 재능은 창의적인 환경에서 양성되어야 한다. 그들의 능력을 논문 몇 편 냈나, 혹은 얼마나 연구비가 많냐로 평가하는 것은 정말 몰지각한 행위인데, 그 이유는 이러한 수치는 그들의 과학적인 업적의 창의성이나 독창성을 표현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학교에서 사람을 고용하거나 테뉴어를 줄때의 기준을 맥스월, 피셔, 파울링, 크릭, 하이젠베르그에게 적용한다고 해 보자. 이들 중 몇 명이 아카데믹 잡을 잡을 수 있을까? 평생 논문 몇 편 밖에 못 낸 프레데릭 생거 (DNA 시퀀싱의 개발자) 한테 매년 결과보고서를 쓰라고 하고, 논문 편수를 채우라고 했다면 그가 과연 현대 과학에서 생존할 수 있었을까?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지도와 지원, 이들이 일할 자리의 확보, 개성 존중과 개성의 강화, 그리고 개인 네트워크의 강화는 젊은 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모두 다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두 연결되어 있는 요소이다. 이러한 것을 중견급 학자들에게나 허용되는 사치로 간주되서는 안된다. 만약 이러한 태도가 학계에 만연한다면 과학의 장래를 해롭게 할 뿐만 아니라, 대학이라는 존재 이유를 수십년 후에는 위태롭게 할 것이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이다. 기초 연구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해안’ 으로 향하는 기회를 준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젊은 사람들의 열정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가장 안전한 재산인 것이다.

기초 연구는, 마치 오페라 창작과 비슷하게 일종의 문화적인 사업이며, 이것은 사치라기보다는 사회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더우기 기초연구의 진흥에는 지속성과 인내가 필요하다.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고 감시하는 것보다는 사람의 신뢰에 기반하는 시스템은 충분히 그동안 가치가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프로젝트 자체보다는 연구자를 지원한다는 원칙은 시간의 테스트를 거친 검증된 시스템이다. 이러한 것을 가장 확실하게 요약한 것은 미국 국립과학재단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의 창립자이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자문위원이었던 바네바 부시(Vannevar Bush)의 이야기이다. 즉 “과학적인 진보는 자신이 선택된 주제에 따라서,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 이끄는대로 행해질 때 발생된다”

과학자의 커뮤니케이션과 매사페

커뮤니케이션의 양쪽 말단

과학자는 골방 연구실에 처박혀서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나, 여튼 현대사회에서 과학자가 자신의 일을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어느 레벨의 과학자이건 결국 타인과 자신의 직업에 관련된 일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여러가지 다양한 층위를 가진다. 가령 자신이 하는 연구분야를 논문 형태로 출판할때 거치는 피어리뷰 과정의 리뷰라든가, 학술대회에서의 학술 발표등은 극히 한정된 대상, 그리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소수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사실상 이런 논문, 학술 발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 자체가 직업인으로써의 과학자를 기르는 트레이닝 과정에서의 주된 목표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과학자의 본연의 밥벌이’ 로써의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게 되는데는 과학자로써의 트레이닝에 소요되는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지만, 일단 이러한 트레이닝 과정을 제대로 마친 사람이라면 이러한 자신의 본업 관련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여러가지 과학자가 해야 하는 다양한 층위의 커뮤니케이션 중 가장 편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의 제일 반대편 극단에는 직업이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 혹은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사람들에게 과학을 이해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흥, 난 그런 거 잘 못하는데’ 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라도 설, 추석명절때 오랫만에 만난 친인척에게 “내가 뭐를 하면서 밥 벌어먹고 살고 있다” 를 설명할 일이 가끔은 있을 것이다. 한번 오랫만에 만난 삼촌, 큰아버지에게 ‘그래, 자네가 하는 일이 뭐라고 했지?” 라는 물음을 들었을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 했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대중을 위한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과학자 

가끔 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고서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데 관심이 높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진짜로 그러한가? 사실을 말하자면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MadScientist라는 필명을 쓰는 자는 그닥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여기서 분명히 ‘큰 관심이 없다’ 라고 했지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즉, 내가 관심이 없는 것과 중요하지 않다는 같지 않다! 오히려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심이 없는 이유라면 그것은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며, 대중에게 과학을 설명하는 일 이외에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잠깐 부연설명을 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로써의 트레이닝 과정이 높아갈수록 대중의 눈높이로 맞춘 설명을 제대로 하기는 힘들어진다. 이는 높은 산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인적이 드물고, 사람이 많이 사는 평지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그리고 그런 산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람이 많은 평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깨닫기는 힘든 노릇이고, 자칫 딴 생각을 하다가는 천길만길 벼랑으로 떨어지기 쉽상이다. 게다가 어떤 봉우리이건 먼저 올라가려는 경쟁 ‘등산가’ 가 붙어있다는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물론 직업적인 과학자이고, 일류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커뮤니케이션에도 능한 과학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극히 일부의 예외적인 존재이고 일반화되기 힘들다.가령 NFL과 MLB 에 동시에 뛰었던 보 잭슨이나 디온 샌더스 같은 별종의 사람, 혹은 MIT 수학박사과정과 NFL 선수생활을 동시에 하는 존 어셀 같은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은 소수의 아웃라이어며 이들의 사례를 가지고 이런 것이 모든 과학자들에게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무리이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24시간이 주어지며,  그 사람이 얼마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건,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즉, 대중의 눈높이로 과학을 설명하려는 노력에 시간을 들인 만큼, 세상의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지점에 올라가려는 노력은 그만큼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과학자 중에서는 이미 오를 봉우리를 다 오른 이후에 과학커뮤니케이션 등의 활동에 치우치는 분도 계시고, 혹은 높은 봉우리를 굳이 오르는데 집착하기보다는 적당히 낮은 산을 오르는 것을 즐기면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을 겸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것은 개인의 선택이며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튼 직업적인 과학자이고 지금 당장 생산력이 최상의 상태에 오른 그런 과학자들에게 굳이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압박을 크게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이 그럴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를 넘어서, 이들은 대중에게 과학을 설명하는데 최적의 당사자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 해설자 

그리하여 과학을 대중에게 해설하는 사람은 반드시 현업 과학자일 필요는 없다. 과학저술가, 과학저널리스트, 과학커뮤니케이터 등 여러가지 이름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아무튼 ‘해설가’ 의 노릇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야구 중계를 할 때 반드시 현역의 선수가 나와서 중계를 할 필요는 없다. 이대호나 오승환이 자신이 등판하지 않는 경기에 나와서 해설을 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일류의 과학자에게 중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을 수준으로 최신 과학연구 결과를 설명하라는 요구를 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중계와 해설은 이전에 선수 경력이 있고 해설 경력이 있는 해설위원이 하면 되는 것이다. 혹은 선수 경력이 없더라도 적어도 경기에 대해서 규칙은 이해하고 있는 수준의 아나운서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전문인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높은 산 위에 올라가 있는 현업의 과학자는 사실 평지의 일반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모른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최신의 과학정보를 설명하는 것은 비단한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며, 이것은 어쩌면 특정한 전공에 대한 전문지식에 추가적으로 더해져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특정한 전공에 대해서 잘 아는 것, 혹은 새로운 연구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과 이를 제대로 설명하는 재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물론 한국 현실상 이러한 ‘중간 지식 거래상’ 이 제대로 설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끔은 현업의 과학자에게 과학 해설자의 역할을 종용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업의 과학자가 과학 해설자를 겸업하는 것은 과연 과학자에게 이득이 되는가? 물론 사회에 대한 봉사와 공헌의 차원에서 현업 과학자가 과학 해설자로 일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있으며, 바쁜 시간을 쪼개서 대중에 대한 과학해설을 하는 분들에게는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개의 경우 이러한 ‘사회봉사’ 활동은 이들의 과학자로써의 캐리어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서를 많이 출판한들, 혹은 대중강연을 아무리 많이 한들 그 사람이 정규직 일자리를 잡거나 승진을 하는 평가에는 그닥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 (연구보다는 ‘딴일’ 에 관심이 더 많다는 시선 -.- ) 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다.

즉, 직업과학자가 과학해설자를 겸임하는 것은 어느정도 크던 적든 과학자로써의 캐리어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하는 희생에 가까우며, 현실적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금전적인 보상도 지금의 한국 현실에서는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들어봤나 김영란법? 그런 상황에서 직업과학자들에게 ‘왜 대중에게 나서서 적극적으로 교류하지 않는가?‘ 라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영화 속의 이런 대사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

물론 굳이 희생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대중에게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이를 취미삼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바쳐가면서 시간을 내는 과학자들의 대부분이 이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과학자의 취미활동도 지속적으로 계속되기 위해서는 과학자도 이런 행사에 참여해서  지적인 면에서 얻어가는 ‘보상’ 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즉 ‘어, 당신이 뭐에 대해서 잘 안다는데, 우리가 알아듣기 쉽게 한번 썰 좀 풀어 보소’ 로 지식을 쪽쪽 빨아먹는 것으로 대중에 대한 과학 해설이 그치기보다는 과학자도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여 뭔가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이런 것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과학 이외의 전문분야와 교류하여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든지 등등..이러한 것이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인 과학 교양의 전달을 직업과학자에게 원한다면 그러한 ‘봉사’ 를 계속할 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연애관계에서 비대칭적인 정성과 사랑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대개 경험한 사람이면 알고 있듯이 말이다. 세상만사 대개 다 그렇지만 기브 앤 테이크이다. 과학자가 자신에게 그가 알고 있는 전문지식을 설명해 줄 것을 기대하는 당신은 무엇을 그에게 줄 수 있는가? 

그 중간의 커뮤니케이션  

물론 과학자가 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이 ‘자기와 동일한 분야를 전공하는 전공자’ 와 ‘과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일반인’ 의 두 가지 분야로 딱 구분되서 나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는 수많은 다른 층위의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며, 사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자기와 동일한 분야를 전공하는 전공자, 즉 자신이 쓴 논문에 대해서 피어리뷰를 할 수준의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아닌 다른 과학자와도 과학자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경우가 빈번하게 생긴다.

  • 가령 같은 분과학문이지만 다른 주제를 하는 연구자가 있을 수 있을 것이며,
  •  조금 다른 분과학문이지만 크게 퉁치면 큰 분야로 포함될 수 있는 학문 (광의의 생명과학, 물리학, 화학 등)
  • 그냥 자연과학 (생명과학+물리학+화학)
  •  자연과학 및 공학
  •  그냥 과학 (자연과학 + 사회과학 + 공학)
  • 학계
  • 기타 전문인, 학생

어쩌면 과학자가 직업적으로 더 중시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은 이런 중간 단계의 커뮤니케이션일수도 있다. 자신이 근무하는 세부분과에서는 난제로 생각되던 것이 조금 다른 분야에서는 그냥 학부 4학년생이 배우는 교과서의 테크닉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이지만, 학문분야별로의 교류가 부족하기 때문에 모르고 있을 겨우도 허다하며, 학문의 세분화에 따라서 조금만 세부분과가 틀려져도 해당 분야의 소식에 대해 그냥 ‘일반인’ 과 비슷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 때도 허다하다. 물론 이들 모두가 과학적인 방법론에 대해서 기본적인 트레이닝이 된 사람들이라고 전재한다면 과학자로 훈련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좀 더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알고 있을 것인가’ 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상호간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러한 서로 다른 과학분과, 세부분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자의 본업에도 시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일반적인 과학자가 중시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것인지는 명백하지 않은가? 그리고 일단 과학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쉽다!

매사페와 과학자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  

블로그를 읽던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얼마전에 Mad Science Fest 라는 약빤 이름의 행사를 개최했다. 이름만을 보고서 이 행사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하지 못한 분도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행사는 궁극적으로 과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특히 과학을 즐길 수 있는 과학덕후의 코미케 (…) 비슷한 느낌의 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즉, 과학을 하는 사람에 의한, 과학을 하는 사람을 위한, 과학을 하는 사람의 행사다. 이 행사는 결코 일반인에게 과학을 어떤 것이라는 것을 설명할 것을 기대하고 하는 행사가 아니다! 물론 ‘이 행사는 과학짬빰이 몇년 이상 된 업계 종사자만 오는 행사임! 문외한 꺼지셈!’ 하는 이야기가 아님을 유의하기 바란다. 과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 과학애호가라면 주저하지 말고 오라! 그래서 여기서 실제로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라!  과학저널리스트와 해설가에 의해서 대중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것이 아닌 날것으로써의 과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과학은 실제로 이렇게 진행된다에 대한 느낌이라도 얻고 가시라! 

물론 이 행사가 본질적으로 특정한 전공자들만이 모이는 장소가 아닌 다학제적인 과학자들이 모이는 행사이기에, 행사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그래도 특정한 전공자들만 모이는 전문학회에서 나오는 이야기보다는 그래도 일반인들이 접하기에 알아듣기 쉬운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한다. 각자 세부전공학회에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막 던지면 우리도 일반인처럼 멘붕할테니 적당히 쉽게 설명해야 하거던.

여튼 이 행사의 근본적인 목적은 비교적 넓은 분야의 과학자 (대략적으로 이 블로그에서 이야기되는 범생물학관련 이야기 정도가 되는) 들간의 상호교류와 친목, 그리고 분야의 장벽을 뛰어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장소는 장차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해설가를 꿈꾸는 과학자/과학도에게도 좋은 트레이닝 그라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지식과 중요성을 과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싶다면, 일단 자신과 조금 틀린 연구를 하는 사람에게 이것을 설명해 보아라! 만약 옆 방의 친구에게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어찌 수많은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으리? 

과학자가 가장 먼저 소통해야 할 대상은…동료 과학자. 

아마도 본 블로그, 혹은 ‘오마매의 바이오톡’ , 혹은 매사페와 같은 활동을 통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과학자는 소통이 필요하며, 그 우선 대상은 당신 주변에 있는 과학자라는 것이다. 수신제가후 치국평천하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굳이 하고 싶진 않다. 근데 이미 했잖아굳이 멀리서 소통의 대상을 찾지 말자. 손쉽게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소통을 통해서 뭔가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동료 과학자와의 소통부터 행하자. 그것에 성공한다면 한 걸음, 한 걸음 그 범위를 넒혀 나가자.

라고 쓰고 결국 기승전매사페광고 돋네

매사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후)

그리하여 시작!

배지 배부후 자신이 원하는 스티커를 붙여서 커스터마이징을 한다. 여기에는 각종 모델생물을 상징하는 그림, 테크닉을 상징하는 그림, 바이오톡, 과정남 애청자 모임, 백수당, 육아당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상징한다.

그렇게 하여 회장은 거의 꽉 찼다.

그리고 3명의 튜토리얼 스피커

그러나 매사페의 진정한 하일라이트는 라이트닝 톡이었다. 사실 라이트닝 톡이 이렇게 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30명의 발표자를 계획하였으나 약 26명 정도의 발표지원자만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과연 2분 안에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있었던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진행을 해보니 ‘앞으로는 의무적으로 모든 사람을 라이트닝 톡을 하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한 포맷이 되었다. 매사페의 진정한 주인공은 라이트닝 톡에 참여한 참여자라고 생각한다.

발표된 내용은 원숭이의 생태부터 암연구, 새로운 모델생물, 새로운 항암제를 찾고자 하는 노력 등등 거의 범생명과학을 막론하는 다양한 이야기였다. 아마도 많은 참가자가 느낀 것으로 ‘다음에는 나도 꼭 해 봐야지’ 와 같은 생각을 들게 하는 세션이었다.

그렇다면 진행은 어떻게 되는가? 원래는 모든 사람의 슬라이드를 취합하여 하나로 만들어두고, 자동재생을 돌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슬라이드 자동재생이 없이 보내오신 분, 그리고 16×9 와 4×3 포맷이 섞여있는 문제, 혹은 단순히 pdf 6장이 섞여있는 등의 문제로 인해 개별적인 사람이 슬라이드 교체를 하는데 다소의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부분은 앞으로의 행사에서는 포맷을 고정하든지 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된다. 그리고 슬라이드 분실 (..) 로 인하여 슬라이드 없이 발표를 하신 참가자분…죄송죄송죄송 ㅠㅠㅠ

그러면 진짜로 2분 되면 딱 끊는가? 그렇다. (…) 일단 진행요원이 2:00 로 세팅된 타이머가 띄워진 아이패드를 들고서 청중 혹은 연사가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나서 0:00 이 되면 감사합니다~ 와 함께 박수! 여기서 박수! 가 중요한데 중간에 완전히 끝내지 못한 분이라도 뻘쭘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더욱 더 열렬한 박수로 마감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네트워킹 세션. 두번으로 나눈 라이트닝 톡 시간 끝에는 약 20분 정도의 휴식 및 네트워킹 세션을 가졌다. 사실 장소가 다소 협소하여 네트워킹을 하기에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었고, 지금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가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테이블 배치의 경우에 미리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분들끼리 모일 수 있도록 테이블을 마크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럴려면 현재의 장소보다 더 넒은 곳이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오마매의 바이오톡’ 공개방송이 진행되었다. 이 공개방송은 레딧에서 유행하는 Ask me anything 의 방식을 차용하였는데, 즉 참가자가 패널 (발표자 3인을 포함한 오마매의 바이오톡 + 과정남 2인) 에게 아무거나 묻고 싶은 것을 질문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발표내용도 좋고, 어떠한 이슈에 대한 견해표명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라이트닝 톡에서 질문을 할 것이 있다면 이때 ‘청문회 즉석 증인소환’ 방식으로 (…)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라이트닝 톡의 경우 질문을 따로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합동 질문시간을 가지면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활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Pay everyone

일단 매사페의 경우 2만원 정도의 참가비를 받는 모임으로 기획되었다. 왜 참가비를 받는 모임이어야 하는가? 소액의 참가비를 받음으로써 불참을 줄이고, 동기부여를 하는데 필요하다 (..) 이것은 Pycon 의 원칙과 유사하다. 여기에는 주최측이든, 발표자이건, 자원봉사자이건 (..) 예외가 없다. 회비는 주로 대관료 + 배지 및 현수막 인쇄비 + 식비 + 간식비용 등으로 사용되었다. 아마도 나중에 조금 더 규모가 커지거나 강연자에게 김영란법 수준의 강연료를 지급한다든지 한다면 (이번에는 주최측만으로 준비되었으므로 그런 거 읍다) 스폰서라든가 이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만 현재까지는 거의 이정도의 소규모의 회비만으로도 Break even 이 거의 되는 모임이 가능하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래서 제 2회는 언제 하나요? 라는 질문을 벌써부터 받는다. 글쎄, 아마 지금과 같은 ‘주제 구별이 없는’ 매사페는 일년에 1-2회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전업행사러 (…)가 아닌 짬짬이 일을 하는 관계로 빈도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 특정한 토픽에 국한된 소규모의 메사페 – 뭐뭐뭐  혹은 메사페 – 지역이름 과 같은 행사는 여러번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첫번째 매세페에서 얻은 결론은 지금과 같은 라이트닝 톡이 매우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이런 것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이외에도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가령 제 1회 매사페에도 여러명의 관련산업계 종사자들이 참여하였고 이들 중에서는 ‘구인’ 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계셨다. 그리고 대학원생 혹은 포닥 레벨의 과학자들 중에서 ‘구직’ 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라이트닝 톡’ 형식으로 ‘구인자’ 혹은 ‘구직자’ 가 자신을 소개하는 세션을 만든다면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다음의 매사페에서는 강의 형식의 튜토리얼은 2명 정도로 줄이고, 가급적 라이트닝 톡에 중점을 두어서 진행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 네트워킹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별도의 자리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한 잉여의 발걸음이지만.. 

결론적으로 매사페의 구상부터 실행까지 두달도 안되는 기간을 되돌려 보면, 비교적 적절한 노력(?) 으로 행사를 개최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럴싸한 과학자의 모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것이 촉매가 되어 한국에 수많은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의 자생적인 모임이 생겨나길 바란다. 그리고 과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아닌 과학자 자신이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램이다. 매사페 유사품? 대항마? 내가 해도 저거보다는 잘할 수 있겠다? 특정한 분야에 포커스된 것이 열렸으면 좋겠다? 우리 지역, 우리 학교에서도 이런 것을 하면 좋겠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매사페가 이런 흐름을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면 매사페는 이미 제 1회로그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Credits 

기획 : mad scientist, 오지의 마법사, 팅커잭, 과정남

장소및 식사 섭외 및 총무 : 오지의 마법사

짤 제작 : 우울한 마빈, mad scientist, 오지의 마법사, 샘이

홍보 : 오지의 마법사, 과정남

스티커 제작 :  mad scientist, 흔한 기생인, 팅커잭

현수막 인쇄 : 오지의 마법사, 의대간공대생

배지 인쇄 및 제작, 안내문구 인쇄 : mad scientist, 이인원, 정승민

장내정리 및 세팅,등록지원 : 의대간공대생, 이인원, 정승민, spindlin1 과 2년, SLMS agent 1 , SLMS agent 2, 과정남

튜토리얼 발표자 (발표순)

mad scientist, 팅커잭, 오지의 마법사

라이트닝 톡 발표자 (발표순)

과ㅈ, 새미,김지영, 흔한 기생인, SLMS agent 1,기본,박현호,차용훈,알품는잎싹, 베트남갑오징어,이동희,이인원,임재혁,홍기범,기름통,turgenev,박성진,SLMS agent 2,우울한 마빈,SJ,준킴,구중회,JONG,nayeon,실험실을 나온 박사

오마매의 바이오톡 패널 

오지의 마법사, 우울한 마빈, mad scientist, 팅커잭, 과ㅈ, ㅓㅇ남

매사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

2017년 1월 21일, Mad Science Fest (약칭 매사페)라는 정체불명의 모임이 서울 모처에서 열렸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최측에서 하는 모임이고, 2만원의 참가비를 받는 유료모임, 그리고 그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120명에 달하는 참석자를 기록하였다. 매사페의 주최측 1인으로써, 이러한 정체불명의 모임이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현실화되었고,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후기를 써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참으로 소소한 시작

사실 PC통신이나 블로그, SNS 등에서 잉여질 (…)을 한지도 어언 이십수년이 지난 관계로 온라인에서 많은 부늘을 알게 되었고, 이들 중 꽤 많은 분들을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대면해서 교류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음, 랜선너머 아는 분들을 한자리에 모은 일종의 정모 비슷한 것 할 수 없을까?”

….님이 무슨 대단한 셀렙이라고 정모냐 (…) 라고 비웃으실 분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렇다. 무슨 아이돌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 블로그/SNS나 하는 잉여분자가 와 우리 모여서 같이 놀아봅시다 한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겠는가? 그런데 대개 요즘 교류하는 사람은 일단 과학에 관련된 글을 많이 쓰므로 동종업계 종사자분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런 분들을 모으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포맷, 즉  세미나를 하자! 근데 혼자서 하면 뻘쭘하니까 몇 명 다른 분을 꼬셔서 같이하면 덜 뻘쭘하겠지! 물귀신

….등의 막연한 생각을 한 1-2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그냥 그런 생각만 했다 ㅋ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몇 가지의 활동들을 추가적으로 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두가지는

오마매의 바이오톡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이고 (여기에 대해서 소개를 한 적이 없나? 아무튼 이것은 이 블로그를 읽을 특정업계 종사자를 위한 팟캐스트이다)

다른 하나는 Open Bio Korea라는 이름의 Slack 커뮤니티이다.

일단 오마매의 바이오톡을 개시한지가 약 6개월 정도가 되었으므로 일종의 공개방송 같은 행사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Slack 커뮤니티에서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2016년 12월 1일의 일이었다. 그러던 와중 high throughput.org 라는 블로그를 하고계시고 Open Bio Korea Slack 채널을 판 hyeshik (‘팅커잭’) 과 잡담중에

%ec%8a%a4%ed%81%ac%eb%a6%b0%ec%83%b7-2017-01-22-14-49-19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즉 기존의 학회와는 좀 다른 새로운 컨퍼런스!

Unconference 혹은 대안 학회, 혹은 정모 

사실 과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학회, 혹은 컨퍼런스라는 것으로 과학자들이 모이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이러한 학회나 컨퍼런스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마치 특정분야 덕후들이 코미케나 취미분야 모임을 참석하는 느낌으로 가는가? 물론 그런 느낌으로 진행되는 학회나 컨퍼런스도 분명히 많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많은 학화나 컨퍼런스는 그런 분위기일까? 국내의 학회는 유감스럽게도 대학원생이나 포닥, 혹은 갓 자리를 잡은 쪼랩교수 (..) 등 통상적으로 신진연구자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자리라고 보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동문회 (…) 내지는 학계의 중진 이상급의 교수들의 친목단체처럼 비추어질때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대개의 국내 학회는 재미가 없다! 그리고 쪼랩의 연구자는 대개 들러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금 더 재미있는 과학자들의 모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의 유수 대학등을 보면 각각 한인과학자 모임등이 조직되어서 정기적인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신약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혁신신약살롱’ 과 같은 모임이 수평적인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학계, 특히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이 관심이 있을만한 분야의 학회에서 그런 면을 찾아보기는 그렇다. 또한 해당하는 학회들은 너무나 세분화되어, 해당 전공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너무다 크다. 가령 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특정한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간다고 하자. 일단 발표는 해당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뭔 말인지 알아먹기가 힘들며, 대개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뻘쭘하다! 발표를 해도 별로 질문이 없으며 포스터는 걸어놓아도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다. 한마디로 그닥 재미가 없다. 

이러한 학회의 형식을 깨보기 위한 시도는 IT 분야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소위 언컨퍼런스 (Unconference) 라는 형식으로 국내에서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문화를 소위 바이오 분야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다행히 위에서 같이 채팅의 상대인 hyeshik (팅커잭) 님은 바이오 업계 투신 이전에 ‘대안언어축제‘ 등의 행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뭔가’ 를 해보자고 생각하고 슬랙 채널을 만든 것이 바로 2016년 12월 초였다.

Mad Science Fest

그런데 제목을 뭐라고 하지? 일단 슬랙 채널을 만들려면 영어로 된 단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냥 이 블로그 제목가지고 대충 막 정한 MadscienceFest 라는 이름의 슬랙채널을 만든 것이 바로 12월 1일이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7-01-22-15-12-55

이렇게 이야기하기로 시작해서 바이오톡의 ‘‘지의 마법사님과 우울한’‘빈님, 그리고 과학기술정책읽어주는남자들의 과ㅈ , ㅓㅇ남 등이 모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래서 약 수십 명 정도가 모여서 세미나를 몇 개 하는 모임을 하기로 하고, 일단 3인 (매싸, 오지의 마법사, 팅커잭) 이 발표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만인가? 일단 대개의 학회는 연사가 발표하는 거 듣다가 집에 가면 된다. 그러나 그러면 너무 기성 학회스럽지 않은가? 가능한 모든 참석자가 발표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페차쿠차라는 포맷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페차쿠차 (Pecha-Kucha) 는 20장의 슬라이드를 20초간 보여주는, 즉 400초간 약 6분 40초 동안 동안 이야기하는 발표방식이다. 

그래서 이것을 그대로 할까? 원래의 페차쿠차에서는 애니메이션 없이 그냥 그림 20장을 20초씩 보여주는 스타일로 진행을 하였다. 그러나 누군가 (…) 처럼 2초에 한장씩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어떨까? 혹은 슬라이드 만드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떠들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6분 40초는 어쩌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아예 20초간 6장 즉 2분씩 이야기하면 어떨까?

2분? 2분 동안 이야기를 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회장 등과 같은데서 만나서 이야기할때 자기가 뭐 하는 사람이냐를 소개하는 것은 때로는 30초, 1분밖에 시간이 없을 때도 있다. 가령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N모상 수상자와 인사를 나누고 엘리베이터 속에서 한두마디 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미국세포생물학회 (American Society for Cell Biology) 에서는 아예 60초간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는 엘리베이터 스피치 컨테스트를 열고 있다.

이런 것을 비주얼 에이드를 보여주면서 하면 어떨까? 즉 2분간 슬라이드 몇 장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으로써, 참석자들에게 내가 누구라는 것을 좀 더 쉽게 알릴 수 있다. 또한 가능한 참여자를 늘리려면 더 이상의 시간은 힘들다. 규칙이 있다면 2분 후에는 이야기를 끝내고 물러가야 한다는 것 뿐!

그렇다면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이미 우리는 엄밀한 의미의 ‘페차쿠차’ 와는 다른 포맷의 이야기 스타일을 만든 셈이다. 그냥 ‘라이트닝 톡’ 이라고 부르자. 그래서 이것을 참석자가 다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카이 마코토에게 라이트닝 톡을 부탁했더니 이런 것을 보내왔다 (재생시간 1:59)

수요 조사

그래서 잠정적으로 1월 중순에 서울 강남쯤에서 모임 대여장소를 잡고 수십명(?)정도가 모여서 그런 행사를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어차피 모임 대여장소를 잡아야 하므로 회비를 걷어야 하고, 약 2만원 정도의 회비를 걷으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얼마정도의 사람이 올 것인가? 괜히 코엑스 그랜드볼륨 (…) 을 대여했는데 딱 10명이 옹기종기 온다거나, 혹은 20명 정원의 세미나룸을 빌려놨는데 1000명이 몰려온다거나 (..) 하는 사태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일단 모임의 취지와 대략적인 장소, 회비 등을 알려주고 참석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일단 티저를 올린 것이 12월 14일.

https://www.facebook.com/plugins/post.php?href=https%3A%2F%2Fwww.facebook.com%2Fmadscietistwordpress%2Fposts%2F732538760226878%3A0&width=500

그리고 다음날 구글 폼을 이용하여 수요조사에 들어갔다.

수요조사

그러자 며칠만에 무려 100여명이 참석 의사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헐. 그러면 어디에서 해야 하나?

장소 섭외와 날짜 확정 

약 100여명의 사람이 모여서 모임을 하는 것은 그닥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일단 유료모임일 경우에 회비의 정산 등을 하는 것 역시 골치아픈 문제이다. 우리는 온오프믹스 (onoffmix) 의 모임관리 시스템을 이용하여 등록을 받기로 하였다. 온오프믹스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회비를 걷고 전체메일을 보내는 등의 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결제방법에 따라서 어느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것이며 모임 종료후 7일후 정산이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수수료는 다음과 같다.

– 카드 : 5.5%

– 실시간계좌이체 : 3.5%

– 가상계좌 : 2.5% + (300원)

– 현장결제지원 : 8%

– 온오프믹스 통장 직접 입금 : 3.5%

– 휴대전화 : 9%

그러면 장소는 어디가 좋은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교통편이 편한 곳은 가격이 비싸고, 저렴한 곳은 상대적으로 편하지 않을 수가 있다. 그리고 약 100여명의 수용이 가능한 곳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그리고 네트워킹을 위해서 저녁식사 정도를 같이 회비에서 집행한다면 그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이라고 해서 직접 찾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장소 섭외나 식사 어레인지,정산 등의 실무는 거의 ‘오지의 마법사’ 님이 하셨다 -.-) 곳은 양재동의 형지비전센터라는 곳이다.

위치는 지하철 3호선 매봉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므로 완전한 역세권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적절한 가격, 그리고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원래 기업연수원으로 마련된 곳인 관계로 교육 관련 시설도 잘 되어 있다. 그리하여 1월 21일로 확정! 계약!

%ec%8a%a4%ed%81%ac%eb%a6%b0%ec%83%b7-2017-01-22-15-53-50

행사장 모습 : 참고로 이것은 저희가 아닙니다 ;;;;

공지 

그러면 언제 공지와 등록을 시작하는가? 그러기 전에 일단 라이트닝 톡과 같이 생소한 발표순서에 대해서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행사 안내를 라이트닝 톡 방식으로 해서 동영상으로 제작한다! 그리고 3인의 튜토리얼 발표자 역시 ‘초록’ 을 라이트닝 톡 방식으로 제작하여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리하여 자동재생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이렇게 녹화한 동영상에 더빙을 하는 작업을 하고 유튜브에 올린 것이 2016년 12월 30일.

그리고 모임을 개설한 것도 12월 30일!

http://onoffmix.com/event/87637

자,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가 버린 셈이다. ㅋㅋ

홍보

이제 모임이 시작된 이후에는 가급적 많은 참여자가 올 수 있도록 (120명 정원이다) 홍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수요예측 상에서는 100여명 이상의 참석 희망자가 있었지만 이들이 뭐 다 온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고, 지속적인 홍보가 필수적이다. 이때 홍보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는바, ‘짤 깎는 장인’ 우울한 마빈님의 등장이다.

그래서 계속 이러한 것이 등장하였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7-01-22-16-02-57

(….)

%ec%8a%a4%ed%81%ac%eb%a6%b0%ec%83%b7-2017-01-22-16-05-01

%ec%8a%a4%ed%81%ac%eb%a6%b0%ec%83%b7-2017-01-22-16-12-59

(….)

이런 짤들의 폭발적인 인기와 홍보, 특히 과정남의 무차별 스팸 살포적 (..) 짤공유 (..) 에 의해서 참가인원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비디오 초록 

그리고 3편의 튜토리얼 비디오 초록이 업로드되었다.

https://www.facebook.com/plugins/video.php?href=https%3A%2F%2Fwww.facebook.com%2Fhyeshik%2Fvideos%2F10154994169382502%2F&show_text=0&width=400

이렇게 긴 발표의 ‘초록’ 을 라이트닝 톡 형식으로 제작함으로써, 긴 발표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는 것과 동시에 ‘라이트닝 톡’ 이라는 생소한 발표수단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배지와 스티커 

대개의 학회에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네임태그가 필요하다. 네임태그가 없이, 자신이 이전에 갔던 학회의 네임태그를 들고오자 (…)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일단 통일된 이름표가 있어야 출입증 내지 식권(..) 의 역할을 하므로 배지는 필요하다. 그렇다면 배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다른 학회들처럼 실명과 소속이 표기된 그런 배지는 좀 너무 고리타분하다.

매사페에서는 실명과 소속으로 활동해도 되지만, 닉네임이나 가상의 소속기관 (..) 으로 활동할 수도 있게 하였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의 기존의 학회등을 노잼으로 만드는 주된 원인은 학계의 권력구조 내지는 위계구조에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참석자들이 모두 닉네임이나 아이디로 통하는 ‘PC통신 동호회 정모’ 나 ‘인터넷 모임 정모’ 에서는 이러한 것이 상대적으로 덜하지 않는가? 그리하여 닉네임이나 가상의 소속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스크린샷 2017-01-22 16.24.38.png

만약 실명과 소속기관을 모른다면, 이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슨 연구를 하는지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이름표 아래에 스티커 형식으로, 자신이 연구하는 연구모델, 테크닉, 기타 관심사항 (..) 을 표시할 수 있는 여러가지 스티커를 만들었다. 참고로 스티커는 Formtec의 LS-3110이라는 라벨지에 출력을 하였고, 여기서 일러스트레이터용 템플리트에 불꽃 복붙 (…)을 통하여 붙여서 제작후 출력하였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7-01-22-16-27-11

이렇게 완성된 스티커에는 테크닉, 모델생물, 취미활동 (..) 등과 다양한 자신의 기호를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17-01-22-16-29-05

그리고 별도의 현수막과 각종 짤 (..) 을 확대출력하여 행사장 벽에 걸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당일

그리고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이 나타날까 하는 기대를 하고 회장으로 향했다. 세팅중인 회장은 다음과 같은 분위기.

그리고 시작되었고, 장내는 약 100여명의 과학더쿠들로 메워졌다. 그들은 잠시 후 닥쳐올 일에 대해서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계속)

줄기세포 혁명은 느으으으으리게 온다 : 야마나카 신야 인터뷰

어떤 반도국처럼 줄기세포에 열광적인 나라가 과연 또 있을까? 이제는 10년이 좀 된 모 사건 (…) 이나 최근의 ‘셀프 마루타’ 가 되신 높은 어르신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고도 이 블로그의 최다 방문자를 기록한 글도 바로 그넘의 STAP Cell 관련 글인 것을 봐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이웃 열도국의 야마나카 신야라는 양반에 대한 관심과 iPS 셀에 대한 관심도 결코 낮지 않다. 최근에 야마낚아 양반이 N모타임즈와 인터뷰한 기사가 있길래 역시 대충 번역해 보았다.

질. 지난 20년동안 줄기세포가 여러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강력한 새로운 치료법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관심도 지대했고 그렇게 확신했었죠. 이제 당신이 iPS 셀을 발견한지도 10년이 지났는데 이를 이용해서 어떤 치료법이 개발되었나요?

야 : 우리는 아직도 초기 단계이다. 2014년 리켄의 발생생물학센터 (Riken Center for Developmental Biology) 의 타카하시 마사요 박사팀은 iPS 세포를 이용해서 황반변성 (macular degeneration) 을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이 사람들은 70살 먹은 환자의 피부세포로부터 iPS 셀을 수립하고, 이를 성체망막세포로 분화시켜 환자의 눈에 이식했다. 이 치료 자체는 큰 성공이었고 환자는 이제 이전보다 훨씬 시력이 회복되었다.

질 : 이 방법으로  다른 환자도 치료받았나요?

야 : 두번째 환자에 이식수술을 하기전에 우리는 환자의 iPS  셀의 지놈시퀀스를 확인해보았고, 여기서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진행을 하지 않았다. 줄기페소는 매우 빨리, 무한히 증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일종의 양날의 검인데, 이렇게 여러번 세포주기를 거침에 따라서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도 늘어난다. 이렇게 발생된 돌연변이는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온코젠에 생길수도 있다.

질 : 그러면 이 치료방법은 현재 중단되어 있는 상태인가요?

야 : 맞다. 대신 우리는 기증자로부터 유래된 동종 줄기세포주 (allogenic stem cell)를 개발하고 있다. 이 기증자의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에게서 유래된 세포는 아니지만,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호환 가능한 세포로써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 수혈을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동종 줄기세포주의 지놈시퀀싱을 포함한 엄격한 품질검사를 해서, 이 세포에 유발하는 돌연변이가 없는지 확인한다. 이 줄기세포에서 생성된 성체 망막세포를 테스트하여 이들이 정상적인 망막 세포로 기능하는지 확인하고, 이 세포를 마우스나 래트에 이식하여 1년 동안 관찰하여 이들이 안전한지를 확인하게 된다.

질 :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줄기세포 치료가 원래 대중들에게 알려질때의 이야기하고는 많이 틀린 것 같습니다. 즉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이식해도 거부반응이 없는 맞춤형 세포를 만들어서 ‘맞춤형 치료’ 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야 : 글쎄, 현재로써는 우리는 환자 개개인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돌연변이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시퀀싱하고, 동물실험을 하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비싸고 너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현재의 판단이다.

질 : 일본의 전 인구를 커버할 수 있으려면 몇 종류의 기증된 줄기세포 라인이 필요할까요?

그리 많이는 필요없다. 특정한 줄기세포 라인 – 지금 한가지 라인 이야기인데 – 만 있으면 일본 인구의 17% 을 커버할 수 있다. 현재의 예측으로는 100종류의 라인만 있으면 일본인 1억명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 : 일본보다 훨씬 다양한 인종이 사는 미국이라면 어떨까요?

야 : 아마 200종?

질 : 줄기세포에 대한 기대가 너무 부풀려졌던 것일까요?

야 : 어떤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너무 부풀러져 있다. 예를 들어서, 세포치료의 대상이 되는 질병 자체가 그닥 많은 게 아니다. 아마 10종 되려나? 파킨슨병, 망막, 각막질병, 심부전, 간부전, 당뇨, 그리고 척수 손상, 관절 질환, 그리고 몇 가지 혈액이상 정도일것이다. 그러나 아마 이게 다일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질병은 얼마나 많나? 우리는 고작 이 중의 극히 일부 환자들에게 세포치료를 적용할 수 있을 뿐이다.

질 : 왜 그렇게 적은가요?

야:우리 몸에는 약 200종의 세포가 있다. 그러나 지금 세포치료의 대상이 되는 질병은 단지 한 종류의 세포의 이상에 의해서 유발되는 질병이다. 가령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특이적인 뇌 속의 세포가 잘못되서 생긴다. 심부전은 심근세포의 기능이상에 의해서 유발된다. 여기서 핵심은 이렇다. 우리는 줄기세포로부터 한 종류의 세포를 많이 만들어서 이식하여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질병은 여러가지 종류의 세포가 잘못되서 생기고, 이런 질병은 세포치료로 어쩔 수 없다.

질 : 그럼 지금 줄기세포로 치료 가능한 그 나머지 9개 정도의 질병에 대한 전망는 어떻게 될까요?

야 : 아마 이들 질병에 대해서는 향후 10년 내에 임상실험이 진행될 것 같다.

질 : 결국 당신의 발견은 이런 치료법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완전히 대치하지 못한 셈이네요.

야:다른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이 더 잘 작동한다.

질:성체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하는 새로운 전략, 즉 줄기세포까지 완전히 돌리지 않고, 세포가 유래된 기관에 특이한 상태로 돌리는 그 기술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야 : 그건 다이렉트 리프로그래밍 (direct cellular reprogramming) 이라고 하는데, 이 방법은 가령 나이많은 사람의 모든 연골을 교체해야한다 하는 경우에는 iPS 셀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무릎에 작은 상처가 있는 젊은 사람을 치료할 떄는 iPSC가 더 나을것이다. 우리는 이미 iPS 셀로부터 연골을 만들어서 이런 작은 상처에는 이식할 수 있다.

질 : 당신이 생각하기에, 앞으로 줄기세포 치료의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내가 보기에는 과학이 윤리문제보다 훨씬 앞서서 발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iPS셀을 만들었을때에는, 와, 이제 우리는 배아를 이용해서 줄기세포를 만드는것에 관련된 윤리문제를 극복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우리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윤리문제를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인간의 iPS세포를 돼지 배아에 집어넣으면 우리는 돼지에서 사람 신장이나 췌장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걸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은 윤리적으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이런 치료가 가능하다면 수천명 이상의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연구를 하기 이전에  윤리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중요해진다.

질 : 당신이 말한 10개 정도의 질병, 즉 앞으로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병의 환자가 치료가 가능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야 : 시간이다.

아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아버지는 작은 공장을 운영했다.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때 공장에서 다리를 다쳤고, 수혈을 받다가 C형 간염에 걸렸다. 아버지는 1989년에 돌아가셨다.그리고 25년후, 그러니까 바로 2년 전인데, 과학자들은 C형 간염의 특효약을 만들었다. 이제 알약으로 나와서 이 알약을 석달만 먹으면 바이러스는 없어진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는데 25년이나 걸렸다.

iPS 세포는 고작 나온지 10년 되었을 뿐이다. 연구에는 시간이 걸린다. 사람들은 이걸 이해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