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생물학 소비자 가이드

이전부터 직접 생체고분자 구조를 규명하지는 않지만 단백질 구조를 이용하여 자신의 연구에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내용들을 간단하게 정리를 해볼까 했슴다. 그런데 어떻게 발표를 할 기회가 생겨서 그 발표자료를 아래 공유합니다. 자료는 전체, 혹은 부분 자유롭게 이용가능합니다. 자료 만들다가 가끔 출처표기 빼놓은부분도 있을텐데 그건 님들이 알아서 쫌…

위의 ppt가 잘 안보이면 여기를 참조

첨언

  • 구조생물학을 해서 구조 한개 이상 풀어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일겁니다. 구조 생물학 진짜 쪼랩은 읽어도 됩니다. 근데 생산자가 소비자 가이드 읽고 있냐  생산자여 구조 생산을 해라!
  • 구조생물학을 해서 구조를 풀일은 없지만 여기의 산출물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두어야 할 최소한의 내용에 대해서만 정리했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구조생물학 대학강의를 들으세욧! (최소가 PPT 128장이냐 할 사람도 있겠지만) 

  • 제가 그나마 잘 아는 테크닉 (X-Ray Crystallography)를 중심으로 서술했으므로 잘 모르는 테크닉  에 대해서는 부정확한 이야기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지적질 대환영 (아님 님들이 쓰든지)

참고로 위의 발표는 생물정보학/시스템생물학 관련 전공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여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유저 맞춤형 교육’ 가능합니다. (세부사항은 협의를 ㅋ)

 

 

 

발광선생과 그의 해파리

발광하네

일생 동안 발광을 하신 노인이 계시다.

아, 여기서 말하는 ‘발광’ 이란 発狂, 즉 미쳐 날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 發光 (luminescence), 즉 빛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람이 빛을 낼 수는 없으니까 (..) 당연히 발광 현상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다.

반딧불 (Firefly) 를 본 적이 있는가?  도시 지역, 특히 한국에는 그닥 많이 없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생물체가 빛을 내는 현상을 생물발광 (Bioluminescence)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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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로 본 사람들은 이렇게 반딧불이 이렇게 밝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그럼 저건 뭔데 뭐긴요 포샵이죠 고갱님

지금은 편의상 그를 ‘발광 선생’ 이라고 칭하도록 한다. 지금부터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평생 생물체의 발광 현상을 연구하다가 노인이 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갯반디

발광 선생은 일본사람이다. 1928년에 태어났다.조금만 빨리 태어났더라면 2차 대전에 징병되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으나 전쟁이 끝난 1945년도에는 아직 학생이었다. 살고 있던 곳은 원자폭탄이 터진 나가사키 근교 (..). 다행히 원폭이 떨어진 곳과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서 무사할 수 있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나가사키의 모든 고등교육기관은 원폭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렇게 파괴된 나가사키의 교육기관중 나가사키 의대의 약학대학은 발광 선생이 살고 있던 동네 근처로 임시교사를 열었다. 그는 약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나, 집도 가깝고 (..) 모든 다른 교육기관이 파괴되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중등교육을 마치고 이 약학대학에 진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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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을 맞고 박살난 대학 (..)

그렇게 대학은 졸업하였는데 전후에 그닥 취업 자리가 없었다.그래서 해당 대학의 실험실에 조교로써 몇 년 정도 근무하였다. 그러던 중 구 제국대학인 나고야 대학의 연구실에 연줄이 생겨서 여기서 연구할 기회가 생겼다. 여기서 그가 연구한 것은..

갯반디 (학명으로 Vargula hilgendorfii 혹은 Cypridina higendorfii)라는 빛을 내는 바다에 사는 갑각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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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일본 태평양 연안에 사는 넘이라고 한다. 2차 대전시 니뽕군대는 이 벌레를 말린 것을 밤에 지도를 읽는데 사용하였다고 한다 (..) 다음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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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말려놓은 것인데 막자사발에 갈면 빛이 난다!

그렇다면 이러한 발광의 원리는 무엇인가? 사실  ‘발광선생’ 이 갯반디의 발광에 대해서 연구되기 이전부터 생물발광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었다. 이것을 연구한 사람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뉴튼 하베이 (E. Newton Harvey, 1887-1959) 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프린스턴대학에서 발광현상에 대해서 연구를 하였고, 여기에는 루시페린 (Luciferin) 이라는 물질이 관여함을 발견하였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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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루시페린이 산소와 만나서 산화되면 옥시루시페린 (Oxyluciferin) 이라는 물질로 산화되며 빛을 내며, 이를 촉매하는 효소는 루시페라아제 (Luciferase) 라고 한다.

그런데 ‘발광선생’ 이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루시페린의 화학구조가 규명되지 않았다. 그런데 천연물에서 화학물질의 구조를 파악하려면 이를 순수정제해야 하며 화학물질의 순수정제의 끝판왕은 결정화이다. 그는 나고야 대학에서 이 갯반디 껍데기에서 루시페린을 정제하는 작업을 하였다.

스크린샷 2016-08-06 12.32.10즉 한번에 500g의 말린 갯반디 껍질 (2.5kg의 벌레로부터 얻었다고 한다 -.-;;; 설마 직접 잡으러 다닌 건 아니리라 믿는다) 을 메탄올과 황산을 이용하여 추출하는 작업을 하면 약 2mg 정도의 루시페린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이의 결정화는 쉽지 않았다! 대개의 조건에서 결정 대신 비특이적인 침전물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 다시 갯반디 껍질 한근을 기기에 넣고 반복…그러나 실험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고생을 반복하던 도중 어쩌다가 결정이 얻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결정은 매우 별난 조건에서 나왔으니 그 조건은 진한 염산 (..). 이것을 얻게 된 것도 샘플 내의 아미노산 함량을 조사하기 위해 그 안에 있을 단백질을 가수분해하기 위해서 염산을 가했는데, 다음날 보니 결정이 생겨있었다고 한다. 결정을 만들기 위해서 생고생을 10달 하던 도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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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발광선생. 여튼 저런 기기로 루시페린을 분리했다고 한다. 그가 분리한 갯반디의 루시페린의 구조는 1966년에 되서야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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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는 최초로 루시페린을 결정화한 사람이 되서 쬐끔(?) 유명해졌다! 그래서 당시 생물발광으로 유명한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프랭크 존슨 (Frank H. Johnson, 1908-1990)교수로부터 자신의 연구실에 포닥으로 연구를 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그래서 그는 1960년에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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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배 떠날 때마다 전송객과 함께 이런 세레모니(..)를 했었나보다.

여튼 미국의 프린스턴대학에 도착한 그는 새로운 연구 토픽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해파리

해파리 (Aequorea equorea) 는 이렇게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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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밝을 때와 어둠에서의 빛이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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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갯반디와 다른 구조를 가진 루시페린이 해파리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파리에서 루시페린을 분리 정제해서 이의 구조를 밝히고자 했다. 이미 발광선생은 일본에서 학위를 하면서 루시페린을 정제해 봤으니까 이런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갯반디에서 루시페린을 정제하려면 많은 양의 벌레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해파리에서 이 발광의 근원을 찾으려면 많은 양의 해파리가 필요로 했다. 그렇다면 그런 해파리는 어디서 얻나? 존슨 교수는 발광선생을 불러오기 전에 우연히 워싱턴주의 프라이데이 만 (Friday Harbor)에 해파리가 매우 많이 산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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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에서는 여기에 작은 실험실을 설치해 두고 있었다. 존슨 교수의 아이디어는 여기에 가서 루시페린을 정제할 만큼 많은 양의 해파리를 잡아서 실험을 하고자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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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곳은 뉴저지주에 있는 프린스턴 대학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Washington D.C. 가 아니라 서부의 워싱턴 주 (시애틀이 있는)이다! 이들은 해파리를 잡기 위해서 존슨 교수가 새로 장만한 자동차에 몸과 실험장비를 싣고 미국 대륙을 횡단하여 해파리 레이드를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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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위치와 목적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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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께스와 채를 들고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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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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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도 잡고 (아동노역의 현장)

그런데 해파리를 많이 잡는 것은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루시페린 등의 발광물질을 정제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러한 발광물질을 가진 샘플을 채취해서 이 발광작용을 가역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위의 루시페린의 반응처럼 계속 산화되서 발광물질이 다 소모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갯반디의 경우에는 일단 벌레를 말리면 발광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보존되지만 물에 적시면 다시 발광이 일어난다. 루시페린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메탄올을 이용하여 추출을 하면 루시페라아제가 비활성화되기 때문에 더이상 루시페린이 없어지지 않고 발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루시페라아제의 활성이 살아있는 추출물을 넣어주면 발광작용을 다시 시킬 수 있었다.

그들은 처음에 해파리에 있는 발광물질도 갯반디처럼 비슷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즉 루시페린과 같은 방법으로 가역적으로 다시 활성화를 시킬 수 없었다. 발광선생은 실험을 하면 할수록 해파리의 발광물질은 루시페린과 같이 작용하지 않다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존슨 교수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같은 테이블에서 아직도 루시페린이 있다고 생각한 존슨 교수와 조수는 루시페린을 추출하려는 시도를 했고, 다른 쪽에서 그는 ‘루시페린’ 은 아닌 뭔가 다른 발광물질을 추출하려고 했다. 보스와 이렇게 의견이 틀려지만 어색해지죠 ㅠ

그래서 시약장에 있는 모든 시약을 하나씩 넣어보면서 비활성화된 발광물질이 재활성화되나를 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그렇게 수많은 시도를 해 보았다. 그러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발광선생은 해변에서 보트에 누워서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만약 이 발광시스템이 루시페린과 루시페라아제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면, 발광작용 자체에 어떤 효소나 단백질이 작용할수도 있다. 혹시 효소의 활성을 가역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 pH를 조절해 보면 어떨까? 

그는 실험실로 돌아가서 해파리 추출물의 pH를 바꾸어 보았다. pH 6에서는 발광을 한다. 그러나 pH를 4로 낮추니 발광이 없어졌다. 그 다음에 해파리 으깬 걸 필터링해서 해파리 국물(?)을 만든 다음 중화시켜 pH를 다시 중성으로 만드니 다시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제 가역적으로 발광을 정지시켰다가 다시 재개하는 방법은 pH 조절임을 알았다. 그러므로 이제 이 미지의 발광물질을 정제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만족하고 이 국물을 싱크대에 버렸다.

그 순간 싱크대의 개수대에서 이전보다 훨씬 강한 파란 빛이 솟아나왔다! 싱크대에 바닷물이 흐르고 있으므로 바닷물이 발광을 유도한다는 것을 알았다. 바닷물에는 무슨 화학성분이 들어있는지는 알려져 있으므로 주 성분을 테스트해본결과  칼슘 Ca2+ 이 발광을 유도한다는 것을 알았다. 칼슘이 발광을 유도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칼슘을 킬레이팅해서 없애는 EDTA를 넣으면 pH 조절 없이도 발광을 가역적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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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하면 많은 양의 해파리 국물을 얻어서 발광을 정지시켰다가 다시 발광하도록 만드는지를 알았으므로 이제는 해파리를 많이 잡을 차례이다.

그래서 그들은 해파리를 잡기 시작해서 계속 많이 잡았다 (…) 즉 아침 6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해파리를 잡고, 아침을 먹은 다음 정오까지 해파리 자르기 작업을 하고, 점심먹고 오후에 해파리 추출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저녁 먹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다시 해파리를 잡은 다음 수족관에 보관해서 그 다음날 추출물을 만들었다. 그래서 1961년 여름 그들은 1만마리의 해파리를 잡고 (..) 이를 가지고 국물을 만들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단백질 정제작업을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5mg 의 단백질을 얻었다. 단백질을 정제하던 도중, 발광을 하는 단백질과는 다른 형광을 내는 단백질이 발견되서 이를 ‘초록색 단백질’ (Green Protein) 이라고 이름붙이고 따로 보관해 두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침내 한가지의 단일 단백질이 이러한 발광을 내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해파리의 이름을 따서 그 단백질을 aequorin 이라고 이름붙였고 이를 1962년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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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단백질 정제를 한다고 하면 대장균에서 과발현을 시키고, His tag과 같은 친화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하여 단백질을 정제한다. 그리고 얼마나 단백질이 정제되었는지는 SDS-PAGE 를 걸어서 확인한다. 그러나 이때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고사하고, SDS-PAGE도 없던 시절이다! 효소의 활성이 어디 있는지, 얼마나 활성이 높은지는 그저 컬럼을 걸고 활성 어세이 (여기서는 발광 활성) 를 해서 단백질당 가장 활성이 높은 분획을 찾아내고, 이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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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핵심

여튼 이런 식으로 해서 특정한 단백질이 해파리의 발광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결정적으로 빛을 내는 발색단 (Chromophore)의 화학구조는 어떻게 생겼나? 문제는 aequorin 에서 발색단만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들은 단백질을 불활성화시킨 후 발색단의 일부분이라도 정제하여 이의 화학적 구조를 밝히고자 했다. 1969년 이들은 단백질을 알칼리 상태에서 요소(Urea)와 이황화결합을 깨는 beta-mercaptoethanol을 처리해보니  350nm 대역에서 빛을 흡수하는 형광물질이 aequorin 단백질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을 AF-350 이라고 명명하였다. 이것의 구조를 규명하려면 역시 순수정제를 해야 한다. 그런데 1mg 의 AF-350 을 정제하려면 약 100-200mg의 순수한 aequorin 단백질이 필요하고 그 정도의 단백질을 해파리에서 얻으려면 약 5만 마리 (..)의 해파리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여름 한 철에 5만 마리의 해파리를 처리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에 잡던 해파리 생산기록인 1만 마리보다 5배 더 많은 해파리를 잡아서 처리해야 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들은 많은 양의 해파리를 처리하는 기계를 만들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해파리에서 발광을 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가장자리만 잘라내는 기계를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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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를 이용하여 공장돌리듯 해파리를 가공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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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을 추출하고 정제하고 여기서 다시 발색단의 일부를 정제하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1972년 드디어 그들은 AF-350의 구조를 규명했다. 그 결과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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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발광선생이 일본에서 갯반디에서 추출한 루시페린과 해파리의 aequorin 에 존재하는 AF-350의 화학구조를 비교해보니 둘다 동일한 2-aminopyrazine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즉, 두개의 발광물질은 그 작동원리가 틀리긴 하지만, 어느정도의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갯반디의 루시페린이 산화되어 옥시루시페린이 되는 것과 비슷하게 발광을 마친 aequorin에도 그런 물질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래서 1975년 이 물질을 찾아서 구조를 결정하였고, 이를 coelenterates 라는 이름으로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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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본의 별도의 연구자가 오징어에서도 비슷한 발광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조를 밝혔다.이러한 결과를 종합하여 그들은 그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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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발색단이 붙어 있지 않은 Apoaequorin 은 Coelenterazine 이라는 물질과 결합하여 Aequorin을 형성한다. 이 단백질에 칼슘이 붙으면 단백질의 구조가 변형되어 내부에 존재하는 coelenterazine 이 분해되면서 빛이 나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러한 반응 메커니즘을 확인사살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구조가 필요하다.

단백질 구조로의 길 

1970년대 유전자 클로닝과 DNA 시퀀싱이 개발된 이후 이 테크닉은 수많은 분야의 연구를 혁신시켰다. 발광선생의 해파리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1985년 일본미국의 연구자가 aequorin 유전자를 클로닝하고, 단백질을 대장균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제 해파리 안 잡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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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을 지속적으로 읽은 분이라면 제 1저자의 이름이 웬지 친숙할수도 있다. 그 느낌이 맞다. 바로 그 사람이다.  어째 항상 영원한 콩라인

그러나 묘한 일은 이제 해파리를 잡지 않아도 aequorin를 얻을 수 있게 된 1980년대 후반부터 이들이 많은 양의 해파리를 잡았던 워싱턴주의 프라이데이 만에서는 더이상 해파리가 잡히지 않기 시작했고 마침내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뭐긴 뭐야 그냥 너무 많이 잡아서 그런거 아니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더이상 해파리가 살기에 적절한 조건이 아니게 되어서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여튼 이제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되고 복수의 랩에서 aequorin 을 결정화하여 단백질 구조를 보는 시도를 하였다.그러나 그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러던 중 발광 선생의 나이도 70을 넘게 되었고, ‘에이 내가 직접 하고 만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1999년 결정화에 적절한 aequorin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실험법을 확립하고 2000년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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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뚜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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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구조가 똭! 여기서 노란색 막대기로 보이는 것이 발색단인 Coelenterazine이고 이것은 184번 타이로신 잔기와 서로 인터렉션하고 있다. 이 구조를 좀 더 자세히 보고자 PDB에 등록되어 있는 이 구조를 뒤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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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EJ3 이라는 인식부호로 등록된 이 구조를 보면 발색단인 Coelenterazine은 단백질 가운데 갇혀서 잘 보존되고 있다. 그러나 이 단백질은 칼슘을 결합하는 단백질이며, 이 단백질에 칼슘을 붙인 상태에서 결정한 구조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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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이 붙는 것에 따라서 단백질의 구조가 변경되어 발색단이 좀 더 쉽게 노출되게 된다! 그 이후에 발색단은 분해되고 빛을 내게 된다. 이렇듯 발광선생이 1960년에 미국에 건너가 시작된 연구는 2000년에 결정적인 구조가 나와서 어떻게 해파리가 빛을 내는지에 대한 분자적인 근원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40년..

그 초록색 단백질

이전에 aequorin을 해파리 국물에서 정제하던 도중에 별도의 초록색 형광을 내는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했었다. ‘발광’ 과 ‘형광’ 의 개념을 착각할 사람이 있을까마 미리 부연설명을 해 놓는다면

발광(Luminescence : 아무런 빛이 없는 상태에서 화학적인 변화를 통해 빛을 생성해 내는 반응)

형광 (Fluorescence :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받아서 다른 파장으로 변화시키는 반응)

이다. 즉 해파리에서는 발광 선생이 주로 연구한 aequorin 이외에도 aequorin 에서 내는 빛을 받아 초록색 형광을 내는 단백질이 있었다. 이미 1962년에 aequorin 을 정제할 때 이 단백질을 발견하였고, 상온에 놓아두면 초록색으로 침전하는 것을 발견하였으나,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발광’ 현상이지 ‘형광’ 이 아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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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962년 aequorin 을 정제하는 논문에서도 이렇게 잠깐 언급만 하고 만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 들 중에서도 이 단백질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즉 해파리에서 정제된 aequorin  의 경우 파란색 빛을 낸다. 그러나 어둠에서 해파리는 초록색 빛을 내는데 그러한 차이는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1971년 모린과 헤이스팅스라는 연구자는 aequorin 의 발광에 의해서 생성된 빛이 이 ‘초록색 단백질’ 에 의해서 전달되어 소위 ‘Förster resonance energy transfer’, 약칭 ‘FRET‘에 의해서 해파리의 초록색 발광이 나온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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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단백질 (in vitro) 에서의 파장과 해파리에서 나는 (in vivo) 의 파장의 차이

그래서 발광선생은 그동안 내버려두고 있던 이 ‘초록색 단백질’ 을 정제하고 결정화에 성공하여 단백질 자체만으로 형광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197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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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이 ‘초록색 단백질’ 의 형광을 내는 발색단을 1979년 결정하여 논문으로 출판하였다. 즉 단백질을 단백질 분해효소로 절단하여 발색단을 찾아서 다음과 같은 아미노산과 결합된 부분에 발색단이 공유결합으로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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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더 이상 이 ‘초록색 단백질’, 아니 그 당시에는 이미 ‘Green Fluorescence Protein’ (GFP) 이라는 단백질이라고 불리던 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발광선생’ 의 주 관심사는 ‘발광’ 이었고 ‘형광’ 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프린스턴대학의 존슨 교수가 은퇴한 후 발광선생은 보스턴의 해양생물학연구소 (Marine Biology Laboratory) 라는 곳으로 이적하게 되었고, 여기에는 저 앞에서 잠깐 언급한 Aequorin 유전자를 클로닝했던 더글러스 프래셔 (Douglas Prasher)라는 연구자가 있었다. 그는 GFP유전자를 클로닝하려고 하였고, 해파리 RNA 를 추출하여  cDNA 라이브러리를 만든 다음, GFP의 발색단을 결정할때 결정된 발색단에 붙어있는 아미노산 시퀀스 정보를 이용하여 프로브를 만들어 클론을 스크리닝하였고 GFP 유전자를 클로닝하여 1992년에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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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더글러스 프레셔는 연구비를 신청했지만 연구비 획득에 실패해서 연구소를 나가서 다른 기관으로 이적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대장균에서 단백질을 발현해보려고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단백질에서는 형광이 관찰되지 않았다. aeoquorin 의 경우처럼 외부에서 합성된 발색단이 들어와야만 형광이 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그는 더이상의 연구를 접었다. 그때 이전에 프레셔가 콜롬비아 대학에서 세미나를 할때 알게 되었던 어떤 꼬마선충을 연구하던 연구자세포내에서의 물질을 추적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생화학자 두 명이 논문을 읽고 GFP 유전자를 보내주게 되었다. 어차피 연구비도 없어서 연구도 계속할수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그 이후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스웨덴

프레셔로부터 그 유전자를 받은 꼬마선충 연구자는 프레셔와는 달리 대장균 및 꼬마선충에서 해당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것 만으로 형광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1994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었다.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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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프레셔는 대장균에서 형광을 보지 못하였을까? 그는 cDNA 라이브러리에서 얻은 유전자를 그대로 E.coli 에 넣어서 관찰을 하였다. 그러나 프레셔가 쓴 벡터와 GFP의 시작코돈사이에는 약 100bp 의 염기서열이 있었고 이것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발현을 저해했다. 그러나 꼬마선충 연구자, 즉 마틴 챌피의 랩에서 직접 실험을 한 로테이션 학생인 Euskirchen 이라는 학생은 그당시 그닥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았던 ‘Polymerase Chain Reaction’ 즉 PCR을 해본 적이 있었고 프라이머를 제작하여 정확히 ORF만을 증폭하여 대장균 발현벡터에 클로닝하였다. 결국 그 사소한 차이가 형광을 관찰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갈랐다.

그리하여 GFP는 유전자 발현을 확인하는 가장 일반적인 툴로 그 이후 10년 동안 발전하였으며, 거의 모든 생물에서 이 유전자만 발현하면 해파리처럼 초록색 형광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하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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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왼쪽의 예쁜꼬마선충 연구자 마틴 챌피 (Martin Chalfie), 오른쪽의 로저 치엔 (Roger Y Tsien), 그리고 가운데의 사람이 바로 우리가 이 글에서 ‘발광선생’ 이라고 부르는 시모무라 오사무 (Shimomura Osamu) 는 같이 어떤 상을 받으러 스웨덴에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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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을 받기 전에 하는 강연에서 그는 주머니에서 ‘해파리 2만 마리’ 에서 추출한 자연 유래의 GFP 바이얼을 청중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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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손에 들고 있는 것이 해파리 2만마리 유래의 GFP 바이얼 (..) 동영상은 여기(58초 지점부터 나온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한 일이라면 그는 일생 ‘형광’ 단백질이 아닌 ‘발광’ 단백질(aequorin) 을 연구한 것이고, 그가 거기 가서 상을 받게 된 것은 발광 단백질인 aequorin 을 연구하다가 곁다리로 발견한 단백질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거의 모든 사람에게 GFP의 발견자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마도 내 생각에는 그는 ‘발광 단백질’ 인 aequorin 을 처음 발견하고 이의 분자적인 기전을 뼈속까지 파고들어서 밝힌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을 ‘발광선생’ 이라고 부른 것이다. (직접 안 물어봐서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오래 전에 다니던 연구소에서 은퇴하고, 집의 지하에 실험실을 마련하여 아직도 뭔가를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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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랩에서 자연산 GFP를 과시하는 ‘발광선생’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

에필로그  

그래서 해파리에서 빛을 내는 것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려는 그의 노력은 결국 40년만에 aequorin이라는 단백질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것으로 끝났고, 그 과정에서 덤으로 발견된 GFP라는 부산물은 현대의 생명과학에 없어서는 안될 근본적인 도구가 되었다. 스웨덴 관광도 하셨고.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그의 연구 일생에서는 ‘덤’ 에 불과한 것이리라. 그는 아마도 aequorin 등의 생명발광현상의 원리를 규명한 연구자로 기억되어도 충분히 존경할 만한 과학자이다.

기초 연구에서 파생되는 결과물은 이와 같이 연구를 시작할 때는 전혀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저 ‘해파리가 왜 빛을 내는가’ 와 같은 간단한 물음을 답하다 보면 나오는 여러가지 지식 중에서 일부는 나중에 중요한 역할, 혹은 ‘돈이 되는 기술’ 이 될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인류가 발전해 온 방식이며, 이보다 더 나은 방식은 앞으로도 발견되기 힘들 것이다. 이것이 인류가 미래에 필요한 지식을 구매하는 방식이기에.

참고로 위의 글을 쓰기 위해 주로 참고한 자료는 아래의 두 문헌과 여기에서 찾은 참고문헌들에 있다. 대개의 오리지널 연구 논문은 하이퍼링크가 걸려 있다.

Shimomura O., The discovery of aequorin and green fluorescent protein. Journal of Microscopy 2015

Shimomura O., The Novel Lecture for Novel Prize in Chemistry 2008 

등이다. 그 외의 원 논문은 중간에 다 링크 있으니 찾아읽으시고

그와 그의 박테리오파지

이 블로그에서 지겹게 볼 수 있는 글 유형들

이 블로그를 좀 지속적으로 읽은 분이라면 어떤 유형의 글이 엄청 많이 나오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가령,

  1. 처음에는 전혀 응용가치가 없을 것 같은 덕후스러운 연구를 누군가가 열라 함

  2.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나중에 그게 뭔가 대단한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3. 그러니까 님들은 기초연구를 위해서 열심히 세금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4. 물론 기초과학 연구는 상업적인 가치를 위해 하는 건 아니다. 걍 덕후짓 기초과학 자체의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거지. 그리고 리처드 파인만의 “Physics is like sex: sure, it may give some practical results, but that’s not why we do it” 을 인용하고 마무리~

이런 패턴 식상한가? 이번에도 전형적인 똑같은 패턴이다.

‘너의 패턴은 이미 파악되었다, 강약약 중약약’ 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패턴을 알아도 언제나 같은 패턴에 쳐맞는 경우도 있다!

“박테리오파지? 그건 이전에 끝났어. 이젠 다 돈 때문에 하는 거지. 그래서 빌어먹을 내 암연구 과제나 펀딩하라고”

1960년대말. DNA가 그토록 찾아헤메던 유전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DNA 정보를 단백질 정보로 바꿔주는 ‘로제타 스톤’ 인 유전암호가 다 규명되고, DNA가 어떻게 복제되는지도 대충 알려지고, DNA 유전정보는 RNA를 거쳐 단백질로 번역된다는 것과 같은 분자생물학의 근간은 사실 박테리오파지라는 세균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로 거진 다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직 물리학자로 생물학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리 원리가 있을것이라고 확신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간단한 생명체’ 라고 생각하는 박테리오파지에 관심을 가졌던 물리학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막스 델뷰릭 (Max Delbruck). 이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된 몇몇의 과학자를 ‘파아지 그룹’ (Phage Group) 이라고 불렀다. 막스 델뷰릭은 1940년대 후반에 파지 그룹 과학자들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

“음…내가 요즘에 파아지 연구를 해 보니까,
생각해 보니 우린 자기가 좋아하는 파아지만 넘 중구난방으로 파는 것 같아..
너무 중구난방으로 연구를 하면 안되잖아?
우리 몇몇 파아지만 선별해서 이것들만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 봐야 될 거 같애.”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안하잖아? 우린 아마 안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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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델뷰릭은 위의 분 이사람이 아닙니다 

본좌 파지 덕후인 델뷰릭 횽의 호소가 통했는지 콜드스프링스하버라는 곳에 모인 파지를 연구하는 덕후학자들은 몇 가지 선별된 파지들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기로 하는 ‘신사협정’ 을 맺게 되었는데 이것을 후대사람들은 “Phage Treaty” 라고 불렀다.

여튼 그들은 연구대상의 박테리오파지들을 비슷한 특성을 가진 두 부류로 분류했는데, T2, T4, T6…과 같은 그룹을 Even Phage 짝수파지, T1, T3, T5, T7 과 같은 넘들을 Odd Phage 홀수파지  라고 분류했다. 우리가 박테리오파아지를 연상하면 흔히 생각하는 다음과 같은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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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T4 다.  라이게이즈셔틀

여튼 이렇게 시작된 박테리오파지 연구는 1960년대 말까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분자생물학의 초창기에 벌어진 많은 연구들, 즉 DNA 에 저장된 유전정보가 어떻게 RNA를 거쳐서 단백질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그리고 DNA는 어떻게 복제되는가 등의 대부분의 소위 ‘센트럴 도그마’ 에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여 진행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어떤 핵산 서열이 어떤 아미노산을 코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유전정보의 전달에 관련된 기본적인 밑그림이 그려진 다음에는 서서히 사람들은 박테리오파지를 버리고 다른 분야로 떠나기 시작한다. 신경생물학이라든가, 아니면 박테리오파지 대신 동물바이러스로 연구를 전환해서 사실은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그러니 나에게 돈을 모아달라는! 하는 드립을 하는 부류가 있지 않나, 아니면 박테리오파지 연구는 이제 뒷전으로 넘겨버리고 다른 모델생물로 넘어간다든지..박테리오파지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로 가면서 점점 그 인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유행에 늦었던 어떤 젊은이

그러나 이렇게 파장 분위기의 박테리오파지 연구 바닥에 자신의 최애캐 박테리오파지를 끝까지 뒤벼보겠다고 등장한 최신 유행에 둔감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F.W. Studier 라는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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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라고 했는데 왜 이리 늙었냐면 젊은이 시절 사진을 못 구했거든

이 F.W.Studier라는 사람은 원래 의대진학을 꿈꾸고 학부에 들어왔지만 학부시절 읽었던 엔리코 페르미의 책에 감명받아 낚였네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칼텍 박사과정에서 생물물리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이때가 1950년 후반. 박사과정에서 그는 평생의 연구대상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박테리오파지 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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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T7 Phage  앞에 나온 T4 보다는 어째 좀 글래머러스하다. T4는 40kg T7는 70kg

이 사람이 이 T7 파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64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포닥을 할때였고, 물리학 출신의 생물물리학자답게, 이 사람이 처음 수행한 연구는, 여러가지 파지 유래의 DNA를 초원심분리기를 이용하여 그냥 센돌이를 돌리기 시작해서 많이 돌렸습니다 침강계수를 계산하고 (쉬운말로 ‘센돌이 돌려서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가’) 이를 이용하여 분자량을 측정하는 연구였다.

사실 전기영동이라는 도구로 단백질과 핵산의 대략적인 분자량을 측정하는 오늘날의 분자생물학자에게 ‘초원심분리기’ (Ultracentrifuge) 혹은 ‘분석용 초원심분리기’ (AUC:Analytical Ultracentrifuge) 는 그닥 익숙하지 않은 도구이다. 단백질을 연구하는 생화학자면 모를까. 그러나 1960년대만 하더라도 초원심분리기와 AUC는 분자생물학자의 기본 도구였다! 즉 그 당시 하던 대개의 실험은 파아지를 키워서 동위원소로 표지한 다음 그것을 초원심분리기로 돌려서 얼마나 침강이 되는지에 따라서 단백질 혹은 핵산의 크기를 추정하던 방식이었다. 즉 요즘 전기영동 돌리던 식으로 몇 시간 – 수십 시간씩 원심분리를 돌리던 것이 1960년대 분자생물학자의 일상이었다!  얼마나 지겹겠어 젤 내리는 것도 지겨운데 

그래서 이런 논문을 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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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의 분자생물학 논문을 보면 그냥 줄창 이렇게 센돌이 돌린 데이터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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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 당시의 최신 기술에 의해서 이 양반은 열심히 실험을 하였고, 뉴욕근처에 있는 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라는 곳에서 스탭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이전에 연구하던 T7 파지를 좀 더 파보려고 했는데..

전기영동과 판때기 젤(Slab Gel)

그래서 이 사람은 이전에는 생물물리학적인 연구만 했지만 이제 유전학과 생화학적인 기법을 통합해서 T7 파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뒤벼보려고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보고자 했던 것은 T7 파지가 대장균에 감염되면 어떤 단백질과 RNA가 나오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RNA를 동위원소 32P로 라벨링해서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인큐베이터에 ATP 32P를 P1000으로 퍽퍽~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게 들리지만 당시에는 이런 것이 상당히 흔한 실험이었다) 이것을 크기별로 분리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당시에도 ‘전기영동’ (electrophoresis) 라는 것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전기영동의 경우 지금과 같은 형식의 판때기 형식의 젤이 아닌, 다음 그림과 같은 튜브 형태로 만든 아크릴아마이드 매트릭스에 샘플을 로딩하고, 전기를 흘리는 식으로 런닝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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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결과를 보냐고? 젤을 꺼내서 사시미치듯 샤샤샤 자른다음에 방사능을 잴 수 있는 섬광계수기(scintillation counter) 바이얼에 담은 후 방사능을 잰다. 그렇게 cpm 값으로 표현된 방사능을 바이얼에 따라서 플롯하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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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1965년도에 최초로 수행된 SDS-PAGE 젤 데이터이다. 다만 요즘처럼 판때기 젤이 아닌 관계로 전기영동이 끝난 샘플을 잘게 회쳐서 방사능을 재고, 이 값을 그래프로 그려야 했으니 단 하나의 샘플에 수십개의 바이얼이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샘플이 10개가 되면 어떻게 될지는..

그래도 사람들은 이전에 사용하던 AUC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높은 해상도로 단백질을 분석하는 방법이라고 좋다고 (..)사용했다.

Studier역시 이 테크닉을 이용해서 자신의 파지 단백질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여러 샘플을 동시에 분석하는것은 짐작하겠지만 매우 노가다스러웠다. 만약 이런 식으로 방사능을 안 재려면 원통형의 튜브에 든 잴을 잘 잘라서 필터페이퍼에 붙인 다음 엑스레이 필름에 감광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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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기구로 원통형의 젤의 중앙부를 잘 회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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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페이퍼에 붙여서 말린 후 감광. 만약 샘플이 12개가 있다면 12번 회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노가다를 하던 중, 이 사람은 ‘아예 젤을 판때기처럼 만들어서 전기영동을 하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했고, 이것을 실제로 해 봤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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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최초의 판때기 젤로 전기영동하는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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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분리한 T7 파지의 단백질!

그래서 그는 지금도 단백질, 혹은 핵산을 분리할 때 사용하는 젤판때기를 인류 최초로 고안해 낸 사람이 되었다. 그의 T7 단백질 결과는 1973년에 Journal of Molecular Biology에 출판되었다.

그의 ‘판때기 젤’ 은 곧 분자생물학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비슷한 기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판때기 젤’ 이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의 전기영동보다 훨씬 고해상도로 단백질 및 핵산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기존에 상상하지 못하던 실험을 가능케 했는데 이 중의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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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등장한 프레데릭 생거의 생거 DNA 시퀀싱!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유전자의 시퀀스가 ACGT의 디지털 정보로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 역시 ‘판때기 젤’ 에 의한 전기영동이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Studier 는 어디까지나 T7 파지의 연구를 위해서 그 ‘판때기 젤’ 을 만들었을 뿐이고, 그는 계속 T7 파지의 연구에 집중했다.

T7 RNA Polymerase

그리하여 1983년 Studier는 39,936bp에 달하는 T7 파지의 전체 염기서열을 결정하여 발표한다. 수십억 bp의 개개인 사람의 지놈도 하루면 시퀀싱이 끝나는 시대에 고작 박테리오파지 하나의 시퀀스를 결정하는 것이 대단하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1983년이고, 잘 알려진 단백질의 유전자 하나를 클로닝해서 시퀀싱하여 전체 염기서열을 결정하면, 박사학위 논문으로 충분할 뿐더러 매우 좋은 저널에 논문을 내던 시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튼 그는 생거의 시퀀싱 (그가 만든 ‘판때기 젤’ 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이 나온지 6년도 안 되서 그의 완소 박테리오파지의 전체 지놈 서열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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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의 Fig.1 을 보면..스크린샷 2016-08-03 17.09.26

으로 시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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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끝난다! 즉 논문의 10페이지까지 약 40kb의 서열이 논문에 주르르 나와있다. 나는 누군가 여기는 어디인가

여튼 이 지놈에 들어있는 약 50여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바로 발현되는 몇 개의 유전자를 제외하고는 대장균의 RNA Polymerase는 인식하지 못하는 고유의 프로모터를 가진 유전자가 존재하며, 이들은 T7 파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RNA Polymerase에 의해서 RNA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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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T7 파지의 RNA Polymerase는 어떤 유전자인가?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워낙 서열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유전자 서열을 모두 알고 있더라도 이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T7 RNA Polymerase 에 대한 논문은 다음해인 1984년도에 나왔다. 그리고 곧 이 T7 RNA Polymerase를 클로닝하여 과발현한 후 정제하면 이것을 이용하여 T7 Promoter 가 달려있는 DNA 서열에 상응하는 RNA를 시험관 내에서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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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단백질과 이를 이용한 체외에서의 전사,

그리고 이 시험관 내에서의 RNA 전사가 매우 효율이 좋음이 발견되었다. 즉 약 20bp 에 상응하는 T 7 프로모터 하위에 원하는 어떤 DNA를 넣으면 이것에 상응하는 수백에서 수천bp에 달하는 RNA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 전에 가능하지 못하던 수많은 일들이 가능해졌다. 가령

  • T7 프로모터를 이용하여 특정한 유전자에 대한 RNA Probe 제작 : 노던 블랏 등에 사용할 수 있는 RNA Probe를 제작하여 이를 동위원소로 쉽게 라벨링할 수 있게 되었다.
  • 벡터에 클로닝된 RNA 바이러스를 세포외에서 전사하여 RNA를 제작함으로써 감염력 있는 RNA 바이러스를 제작 : 일단 바이러스의 클론을 플라스미드 형태로 확보하면 RNA 형태의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특정한 유전자를 변형하여 해당 유전자가 바이러스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RNA를 생화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RNA의 대량 합성 : 아미노산이 단백질 생합성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아미노산은 해당하는 아미노산에 고유한 안티코돈을 가지는 tRNA에 붙어야 되며, 이는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 (aminoacyl-tRNA synthetase)에 의해서 수행된다. 그렇다면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는 어떻게 제 짝인 tRNA를 인식하는가? 이러한 것을 위해서는 tRNA의 돌연변이를 만들어 이들이 체외에서 tRNA에 아미노산을 달아주는지와 같은 실험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합성 올리고를 이용하여 특정한 돌연변이를 가진 tRNA 유전자를 만들고, 이를 T7 RNA Polymerase에 의해 전사하여 생화학 반응을 검사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 RNA의 구조생물학 : 가장 최초로 풀린 핵산 (DNA-RNA를 막론하고) 의 입체구조는 효모의 tRNA구조이고, 이는 효모로부터 정제하였다. 그러나 다른 구조를 가진 RNA는?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RNA를 결정화하려면 순수정제된 RNA가 mg 단위로 필요하며 이를 세포내에서 정제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RNA를 만들 수 있도록 RNA에 해당하는 DNA를 T7 프로모터 아래에 넣고, 이를 T7 RNA Polymerase를 이용하여 전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크린샷 2016-08-03 17.51.57저자의 이름이 상당히 친숙 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원래 RNA의 구조생물학을 하는 사람이다! 즉 T7 RNA Polymerase가 없었다면 이 사람의 캐리어도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으리라. 여튼 그리하여 1990년대 초부터 다음과 같은 RNA 구조들이 결정학으로 풀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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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merhead riboz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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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I In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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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9-sgRNA Complex

즉 Hammerhead 리보자임부터 Cas9 RNA 복합체에 이르기까지 T7 RNA Polymerase에 의해서 만들어진 RNA가 없었다면 RNA 구조생물학, RNA 관련 생화학이라는 분야 자체의 존재가 불가능했다. 즉 Studier가 발견한 ‘요상한 파지’ 에서 유래된 그 별난 RNA Polymerase가 참으로 많은 일을 가능케 한 것이다.

pET vector와 단백질 발현

여기서 끝난 줄 알았지? Studier는 T7 RNA Polymerase가 자기 자신의 프로모터만을 인식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고, 매우 RNA를 강the력하게 만들어낼수 있다는 성질이 재조합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장균에서 재조합 단백질을 많이 만들다 보면 세포에 해가 되는 경우도 있고, 이는 세포성장을 억제하여 단백질 생산 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가끔은 이러한 유전자를 대장균에서 클로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수도 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생각한 것은 이러했다.

(1) 원하는 목적 유전자에 T7 프로모터를 달아서 플라스미드에 넣어둔다. 보통의 균주는 T7 RNA Polymerase 유전자가 없으므로 해당 유전자는 전사되지 않으므로 플라스미드는 안정되게 유지된다.

(2) 플라스미드 제작이 끝나고 단백질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T7 RNA Polymerase 유전자가 들어있는 플라스미드와 같이 형질전환을 한다. 단, T7 RNA Polymerase의 유전자 앞에는 E.coli 프로모터를 붙여두고, 이는 가장 잘 알려진 Lac 프로모터, 즉 락토스 혹은 IPTG에 의해서 발현이 유도될 수 있도록 한다.

(3) 발현을 개시하려면 IPTG를 넣어준다. 그러면 (1) IPTG는 먼저 T7 RNA Polymerase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여 단백질을 만들고, (2) 이렇게 만들어진 T7 RNA Polymerase는 T7 프로모터가 달려있는 원하는 목적 유전자를 발현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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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는 1986년에 이러한 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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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처음 시스템에서는 T7 RNA Polymerase유전자는 별도의 플라스미드에 존재했다. 그런데 단백질을 발현하기 위해서 항상 두 개의 플라스미드를 형질전환하는 것은 불편하다. 그래서 이 사람은 람다 파아지를 이용하여 크로모좀 안에 T7 RNA Polymerase (DE3라고도 불리는 유전자 이름) 유전자를 집어넣은 대장균 스트레인을 개발하였다. 이것이 바로 대장균에서 단백질을 만들어 봤으면 안 써봤을 수 없는 BL21(DE3) 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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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재 대장균에서 단백질을 과발현할때 대부분의 경우 사용되는 pET 시스템과 T7 프로모터 시스템의 개발자가 바로 이 ‘파지덕후’ F.W. Studier 이다.

사실 이 사람은 어디까지나 T7 파지의 연구에 꽂혀서 T7 파지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연구했을 뿐인데도, 이런 상업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그의 기술은 BrookHaven National Lab 을 통해서 상업적으로 사용될때는 기술이전되었고, 현재까지 BNL이 T7 발현시스템의 라이센스료로 받은 금액은 5500만불에 달한다. 이것은 BNL 연구소 역사상 여태까지 가장 큰 상업적인 기술이전료 수입이다.

T7 Lysozyme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겠지만 그의 연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만해 영감님…

그는 1987년 T7 파지에 있는 라이소자임, 즉 박테리아에 감염된 이후 세포의 펩타이도글리칸 층을 분해하는 효소가 엉뚱한 또 다른 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T7 RNA Polymerase의 전사를 저해하는 것. 

그게 T7 파지를 연구하는 사람 이외에는 뭐가 중요하겠냐고 하지만, 이게 또 중요해진다! pET 단백질 발현 시스템에서 T7 RNA Polymerase의 발현은 대장균의 프로모터인 lac 프로모터에 의해서 유도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했다. 이게 교과서에서처럼 락토스가 없으면 전혀 발현을 하지 못하면 차암 좋겠지만 현실은 교과서와는 틀려서, lac 프로모터는 인듀서인 락토스나 IPTG가 없어도 찔끔찔끔 발현이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업자 용어로는 ‘leaky’하다는 표현을 쓴다) 따라서 인듀서를 넣지 않아도 T7 RNA Polymerase는 약간씩 발현이 되며, 만약 발현하려는 목적 단백질이 호스트 세포에 매우 독성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발현하려는 플라스미드가 아예 사라진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찔끔찔끔 발현되는 T7 RNA Polymerase’ 를 막을 수 있을까? 그래서 그가 이전에 발견한 T7 파지의 라이소자임이 등장한다!

즉 T7 파지의 라이소자임 (pLys) 유전자를 아주 미세량 발현하는 플라스미드를 T7 발현시스템에 넣어두면, 이렇게 찔끔찔금 발현되는 T7 RNA Polymerase의 발현은 T7 Lysozyme에 의해 차단되고 인듀서를 넣어서 T7 RNA Polymerase가 본격적으로 발현되면 그제서야 단백질 발현을 개시하는 시스템을 1991년 발표하였다.

Auto-induction Medium 

이 할배는 쉬지 않는다 ㄷㄷㄷ

아마 단백질을 대장균에서 T7 발현시스템 (pET 계열 벡터) 을 이용해서 발현해 보신 사람이라면 생각처럼 이 시스템이 IPTG에 의해서 타이트하게 콘트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하셨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IPTG 안 넣고 키우는 것이 원하는 목적 단백질이 더 많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냥 오버나잇으로 IPTG도 안 넣고 키웠더니 발현이 훨씬 더 많이 되는 경우도 경험하기도 한다.

왜 이런 것일까?

이 영감님은 2005년에 이 문제를 연구하여 논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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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N-Z amine이라는 미생물배지에 들어가는 성분의 배치에 따라서 T7 시스템이 인듀서를 추가하지 않아도 발현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알고보니 인듀서를 추가하지 않아도 발현이 되는 배지에는 미량의 락토스가 들어있었다! 락토스가 들어있는 이유는 N-Z amine은 우유의 카세인의 가수분해물이므로 제조과정 중에서 미량의 락토스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이러한 우연한 발견과 어떻게 하면 박테리아를 좀 더 고농도로 키울 수 있을까를 여러 조건으로 검사하여, 인듀서가 없이 그냥 오버나잇으로 박테리아를 키우면 기존의 IPTG 를 넣는 것에 비해서 훨씬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고, 세포도 더 많이 자라는 배지조건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지 조성은 ‘Overnight Express‘ 라는 이름으로 상업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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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FW Studier의 논문을 찾아보면 거의 1명, 혹은 2명의 저자에 의해 이루어진 연구가 수행되었다. 사실 누가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그런 연구에 돈을 많이 대 줄까.  그리고 이 글에서 처음부터 이야기했지만 그는 1960년대 중반에 시작했던 T7 파지에 대한 연구를 캐리어의 시작부터 끝까지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러가지의 다른 연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기술을 (Slab Gel, T7 RNA Polymerase, T7 Expression System) 개발해냈고, 이들의 파급효과는 가히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한마디로 대의 분자생물학 연구 기반의 상당부분을 혼자서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F.W. Studier이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 그저 T7 파지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던 파지덕후였을 뿐..그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한다.

“It’s to everyone’s benefit to patent discoveries that have commercial application, and it’s a good idea to make it easy for researchers to apply for a patent, but my work is not aimed at commercial application. I’m interested in basic research.

 

아가로스 젤에서 DNA를 회수한 남자

너무나 흔할수록 그 원리가 아리까리한 실험들

생물학 관련 실험실, 특히 DNA를 가지고 뭔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하는 일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아가로스 젤 전기영동 (Agarose Gel Electrophoresis)이다. 이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업자’ 혹은 ‘업자’ 를 지망하는 전공학부생 수준의 사람들이 읽을 것을 간주하고 쓰는 곳이므로 그런말 언제했냐구요 물으시는 분이 계실텐데 지금 여기서 한 이야깁니다만  굳이 이게 뭐하는 물건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락하도록 한다. 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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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묵 같은 젤을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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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혹은 RNA를 크기별로 분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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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염색시약으로 크기별로 분류된 DNA를 확인하는 일은 아마 DNA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 사람이라면 안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기본적인 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크기를 확인하는 것 이외에도 이렇게 아가로스 젤 전기영동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특정한 크기의 DNA를 순수분리하는 일이다. 즉 PCR이나 제한효소 처리를 해서 생긴 특정한 크기의 밴드 형태의 DNA를 젤에서 회수하는 일..DNA 가지고 실험해본 사람이라면 안해본 사람 있는가?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냐고 하면…

“키트를 사서 하죠!” 라고 백이면 백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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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일단 젤을 만들어서 DNA를 분리하고, 젤을 자른 다음, E-Tube에 넣고 저 키트에 들어있는 ‘노란색’ 솔루션을 넣고 50몇도 정도에서 데워서 젤을 녹이고, 그 다음에는 컬럼에 넣어서…

그런데 여기서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 없는가?

(1) 아가로스 젤은 왜 저 ‘노란색’ 솔루션에 넣으면 녹는가?

(2) 저 컬럼에는 왜 DNA가 붙게 되는가?

물론 여기서 연식을 인증하고 싶으신 연구자라면 ‘아, 그것도 몰라…’ 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러한 형식의 키트가 나오기 이전부터 DNA 를 젤에서 분리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100중 90명 (상당히 낙관적인 추정 -.-;; ) 은 이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것에 뷁원 정도 걸 수 있다.

물론 그 원리를 아는 것이 지금 당장 젤에서 DNA 조각을 분리해 내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대개의 키트라는 것이 그냥 방법대로 따라하면 결과가 나오도록 오차와 마진을 고려하여 설계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과학자라는 사람이라면 뭔가 자신이 원리를 알 수 없는 ‘흑마술’ 에 의지해서 연구를 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보통 아닌가? 그래서 ‘아가로스 젤에서 DNA 추출’ 의 원리를 알아보고, 이 테크닉을 과연 누가 처음 개발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아가로스

그렇다면 우리가 젤을 만들 때 사용하는 아가로스란 무엇인가? 별거 아니다, 한천! 그렇다면 이의 화학식은? 이렇게 두 개의 다른 종류의 당이 무수히 반복되어 있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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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D-galactose와  3,6-anhydro-L-galactopyranose 가 서로 교차되면서 계속 연쇄되어 있는 선형의 중합체가 바로 아가로스이다.

그런데 왜 이게 젤 형태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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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도부터 100도 상태로 온도를 올리면 이 아가로스 중합체는 액체 상태로 되지만, 온도를 서서히 낮추면 지들끼리 서로 결합하여 일정한 구조를 이루게 되고, 이것이 지속되면 저렇게 각각의 분자들이 빽빽하게 결합된다. 여기에는 분자간의 수소결합과, 물분자와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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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런데 우리는 아가로스 젤을 통해 분리된 DNA 조각에서 DNA만을 회수하고 싶다. 그럴려면 젤을 녹여야겠지? 물론 아가로스 젤은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하여 가열하면 쉽게 액체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DNA는? DNA의 이중나선까지 풀려버리는 것은 피하고 싶다. 즉, 아가로스 젤의 녹는점을 낮추어서 DNA가 이중나선까지 풀리지 않을 온도, 즉 50-60도 정도에서 아가로스 젤을 녹이고 싶다. 어떻게?

저 위에서 아가로스 젤의 구조에는 물분자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만약 저기서 물 분자를 빼앗아버리면 어떻게 되나? 결합력이 낮아지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물 분자를 빼앗아버리나.

이런데 사용하는 화학물질로써 Chaotropic agent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물분자와 강한 수소결합을 함으로써 물분자 끼리, 혹은 다른 물질간의 수소결합을 아예 억제해 버리는 물질들이다. 이런 것의 좋은 예로써 이런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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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반적인 키트에 사용되는 Chaotropic agent 는 Guanidium chloride, 혹은 Sodium Iodine 등이 있다. 여튼 높은 농도의 이러한 솔트가 들어있는 솔루션에 아가로스 젤을 넣어버리면 아가로스 젤은 물을 빼앗기고, 정상적으로는 녹지 않을 50도 정도의 온도에서 완전히 녹아버린다! 이제 아가로스 젤을 녹이는 것은 끝. 그렇다면 DNA를 어떻게 회수하는가?

실리카 

원리는 몰라도 실험을 따라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가로스에 들어있는 DNA를 녹인 다음에는 요렇게 생긴 스핀 컬럼에 넣고 소형 원심분리기를 통해서 컬럼을 거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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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렇게 녹여진 DNA는 저 컬럼의 ‘하얀색’ 부분에 들어있는 물질에 흡착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저기에 들어있는 물질의 정체는 무엇인가? 실리카 (SiO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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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김 같은데 습기차지 말라고 실리카로 구성된 습기제거제를 넣는가? 저기서 보는 것처럼 실리카는 물을 아주 좍좍 흡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DNA는 아가로스 젤을 녹이느라, 수소결합을 거의 못하게 하는 매우 높은 농도의 chaotrophic salt 에 녹아 있는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DNA가 녹아있는 chaotrophic salt 를 실리카에 넣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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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한 인산기를 가지고 있는 DNA는 높은 농도의 salt 가 중매쟁이가 되어 실리카에 붙는다! 그 외에 용액에 들어있는 아가로스 등은 DNA처럼 강한 음성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붙지 않고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나서 salt 가 존재하지 않는 low salt buffer (‘거의’ 물) 를 가해주면 붙어있던 DNA는 회수되어 나간다.

이걸 처음 개발한 사람은 바로..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뭐 그런가부다 하자. 그렇다면 이 테크닉을 처음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고 계시는가? 이것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이런 논문이 나온다.

Vogelstein B and Gillespie D. Preparative and analytical purification of DNA from agarose. 1977 PNAS

이 사람이 개발한 것은 결국 오늘날 쓰이는 아가로스 젤에서 DNA를 정제하는 것과 틀리지 않다. 즉 DNA를 아가로스 젤로 전기영동을 내린 다음에 NaI 솔루션으로 아가로스를 녹인 다음 유리가루 (어차피 실리카 맞다) 에 DNA가 얼마나 흡착되는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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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소한 실험에도 동위원소로 표지된 DNA 를 쓰던 당시의 위엄 -.-;;;;

아무튼 이렇게 chaotrophic salt 존재하에 agarose를 녹이고, 이 상태에서 DNA가 sillica에 붙는다는 원리가 확립된 이후에 이 포맷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든 것이 요즈음의 소위 말하는 ‘키트’ 라는 것이다.

그런데….저자의 이름이 좀 익숙하지 않은가? 특히 암 연구자라면 말이다. 그 당시 이 사람은 NIH에서 포닥으로 연구를 하던 의사 출신 연구자였다. 그는 나중에 이런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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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t Vogelstein, Johns Hopkins University

암억제 유전자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Bert Vogelstein이 쪼랩 시절에는 DNA 를 Agarose에서 회수하는 방법도 만든 사람이라는 게 잘 상상이 안 갈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러하다. 즉 원래 의사였던 그는 NCI에서 연구를 하면서 분자생물학의 실험 기법을 배웠으며 그 기반은 나중에 그의 암 관련 유전자 연구로 이어진다.  그의 초창기 논문을 펍메드에서 뒤져보면 지금 그의 캐리어와는 별로 관련성이 없어보이는 뜬금없는(?)연구 들도 많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잘연 연구는 잘하던넘이 잘한다고 ㅠ

학술 출판계를 바꾸고 싶은가? 그냥 ‘노’ 라고 해라.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에 실린 “Want to Change Academic Publishing? Just Say No”  라는 글을 대충 번역한 글임다.

Hugh Gusterson

20년 전에 내가 교수가 됐을때, 나는 내가 그 당시 재직하고 있던 MIT 근처에 사는 한 여성으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여성은 내 전공분야인 고고학과 관련하여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상의를 했으면 했고, 향후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 나의 조언을 얻고자 했다. 우리는 내 사무실에서 45분 정도 대화를 했고, 대화를 마칠 즈음에 그 여성은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얼마쯤 드리면 될까요?”

이 여성은 치료요법사(therapist)로써 고객으로부터 일한 시간에 근거하여 시간당 요금을 고객에게 청구한다. 따라서 다른 전문직종 종사자의 시간을 45분 동안 할애받아 상담을 받았으면 여기에 대한 댓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변호사나 치료요법사와 전문적인 상담을 하면 시간에 따라서 돈을 당연히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나는 교수로써 이러한 상담을 하는데 돈을 받는 것은 좀 이상하게 느꼈다. 나는 교수 특히 인문사회과학분야의 교수는 연봉으로 급료를 받고, 이 댓가로 우리의 지식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지도한다고 설명하였다. 즉 학계의 인사들은 이러한 소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날, 나는 이러한 설명에 대해서 이전만큼 확신이 없다. 내가 학계 사회과학자로써 일하면서 버는 소득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출판에 관련되서인데, 가령 내가 신문에 서평을 쓰거나 대학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리뷰하게 되면 여기에 대한 금전적인 댓가를 받는다. 그러나 내가 저널에 투고된 논문을 리뷰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댓가를 받지 못한다. 만약 내가 책을 출판하게 되면 인세를 받는다. 만약 신문에 기고를 하면 몇백불 정도의 기고료를 받는다. 어떤 잡지에서는 기고 하나에 5,000달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글쓰기의 댓가로는 한푼도 받지 못한다. 즉 동료평가를 받는 학술논문 말이다. 실제로 내가 쓴 글을 내 책에 다시 게재하는 허가를 받기 위해서  나는 내 논문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저널의 출판사에 400달러를 지불해야 했었다.

내가 학계에 처음 들어왔을때만 하더라도 이러한 모순은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었다. 대개의 학술저널, 특히 사회과학 분야의 저널들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비영리 대학출판사에 의해서 출판되고 이들은 여기에 게재되는 내용을 편집하고 리뷰하는데 따로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었다. 즉 우리의 대학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대학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그 댓가로 우리가 쓴 학술논문과 이를 리뷰하는 전문적인 지식을 재능기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즉 어차피 우리 학계 인사들이 재능 기부를 하더라도 대학출판사는 그닥 큰 경제적인 이득을 보지 못하고, 결국 학계를 구성하는 구성원들끼리의 상호부조적인 정신에 의해서 이러한 시스템이 성립되서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많은 학술저널들은 상업적인 거대출판사인 Elsevier, Taylor & Francis, Wiley-Blackwell 등에 넘어갔고, 이 출판사들은 학술저널 출판으로 인해서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 2010년 Elsevier 는 3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36% 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작년 (2011년) 사장인 Eric Engstrom은 460만불을 벌었다.

이 출판사들이 이렇게 높은 이익을 보고, 경영진들에게 높은 연봉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마음대로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오픈 억세스 관련 논쟁은 주로 이 거대  출판사들이 대학 등의 도서관에 터무니없이 높은 저널 구독료를 요구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지만, 나는 일반인들이 내 저널 논문을 읽는데 얼마나 비용을 요구하는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서, 대학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 중 내가 작년에 Bulletin of Atomic Scientist 라는 저널에 (무료로) 기고한 9페이지짜리 논문을 읽으려면 Sage 출판사에 하루에 32불을 내야 한다. 이 비용은 내가 최근에 쓴 책을 구입하는 비용보다도 높다. 당연히 Sage 는 이렇게 받을 32불 중에서 나한테 한푼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상업 거대출판사가 그렇게 이익을 볼 수 있는 이유는, 그런 높은 구독료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수천 명의 학계의 저널 리뷰어가 무료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상품’ 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학술출판물을 검사할 자질이 있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저널에 투고되는 논문들을 검사해서 이 중 최고의 ‘품질’ 을 지니는 10-20% 를 골라내야만 한다. 만약 저널 리뷰어의 무료봉사가 아니라면 저널을 운영하는 출판사업 자체가 붕괴될 것이다.

내가 저널의 요청으로 원고 하나를 리뷰하는데는 보통 3-4시간 정도가 걸린다. 최근에 Taylor & Francis에서 나오는 두 저널에서 나한테 리뷰 요청을 해온적이 있다. 두 경우 모두 나는 이 논문이 제대로 문헌을 인용했는지, 학문분야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는지, 학계에 고유한 기여를 하였는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세계에 아마 20-30명 밖에 없을 전문가 중의 한 명이다.

만약 당신이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서 발견된 점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하는지가 궁금하다면, 혹은 지금 구입하고자 하는 주택이 제대로 등록되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니면 집의 연통이 제대로 되어있는지 등등을 알고 싶다면 당신은 해당 분야에서 수년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Taylor & Francis 출판사는 내가 수행한 논문 리뷰, 즉 나의 전문지식에 의해서  4시간 이상 들여서 수행된 노력에 대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만약 학술논문이 상업적인 출판사에 의해서 이익을 창출하는데 이용되고, 그 이익이 그 출판사의 주주와 최고경영진에게 막대한 보상을 하는데 사용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학술저널에 관련되서 생각해왔던 아나키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생각은 이제 포기하고,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처럼 우리의 전문적인 공헌에 대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경우에도 리뷰를 공짜로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즉 변호사가 회사의 고객에게는 높은 보수를 받지만 교도소에 수용된 정치범에 대해서는 무료로 변론을 해 줄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비영리적인 출판사에 대해서는 무료로 리뷰를 해줄 수도 있지만, 영리를 위해서 운영되는 출판사를 위해서 하는 리뷰라면 반드시 보수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는 출판사 경영진이나 주주들의 막대한 보수를 위해서 재능기부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상업적인 출판사들이 우리가 쓴 논문을 출판하려고 하면 우리의 지적 재산을 가져가는 댓가로 적당한 요금을 우리에게 지불하기를 요구해야 할것이다.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학회가 앞장서서 리뷰 비용과 출판시 논문 저자에게 지급될 원고료에 대한 표준 요금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대개의 상업적인 출판사들은 이런 제안을 당연히 싫어할 것이다.즉 이것이 실현된다면 그들의 이익은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익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회계사와 알아서 상의할 문제다.  그러나 만약 어떤 공장이 최저임금 이하로 월급을 주면 회사가 이익을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종업원을 최저 임금 이하로 주면서 일을 시키는 회사는 부도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특정 영리 산업계가 누군가의 무료봉사가 없이는 존속할 수 없다면 , 그 산업계를 구성하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완전히 다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만약 충분히 많은 학계 교수들이 상업적인 저널에서 요청하는 보수 없는 리뷰를 거부하기 시작한다면 이러한 상업출판사와 저널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혁은 시작될 것이다.

Hugh Gusterson는 조지 메이슨 대학의 문화연구 및 문화인류학 교수이다. 

[오늘의 논읽남]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유전암호는 영속적인가?

최고 존엄 유전암호

물리나 화학 등의 다른 자연과학에는 ‘이것은 건드릴 수 없는 최고존엄 성배!’ 비슷하게 간주되는 법칙들이 많이 있다. 가령 열역학 제 1,2,3법칙, 주기율표, E=mc^2  이러한 것들..그러나 생물학에는 그런 게 과연 많이 있는가? 그래서 많은 물리,화학도쟁이 는 생물학에 비해서 자신의 학문부심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로 생물학자에게 어그로를 끌어 왔다. “에이~ 제대로 된 법칙도 없는 생물학이 무슨 자연과학이야~ 우표수집, 나비수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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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김성모      생물학자를 놀리는 물리.화학자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의해  DNA-RNA-단백질로 이어지는 소위 ‘센트럴 도그마’ (Central Dogma)가 확립되고, DNA의 염기서열이 어떻게 단백질로 번역되느냐 하는 유전 암호는 모든 생물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생물학은 뭐 그때 그때 다른 나비수집이지’ 하는 비아냥에서 약간은 자유로와질 수 있었다. 즉 생물학도 그 내면을 잘 뒤벼보면 생물의 종에 상관없이 일관된 기본원리가 존재한다! 하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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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쟁이들이여 이것은 너님들의 주기율표이니 외워라! 시험문제로 낸다

그러나 오늘 할 이야기는 ‘과연 유전 암호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생물종에서 공통적이며 변하지 않는가?’ 이다.

 유전암호는 모든 생물종에서 보존되어 있다!  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1960년대 후반에 유전암호가 처음 규명된 이후 유전암호의 생물학적인 의의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계속되었다. 과연 유전암호는 식물, 동물, 미생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물종에서 보존되어 있을까?

니렌버그 등에 의한  유명한 유전암호를 결정짓는 ‘In vitro translation’ 실험은 대장균을 이용했지만 후속 연구에서는 동물세포혹은 식물세포 유래의 추출물을 이용했는데, 여기서도 대장균에서와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따라서 유전암호는 미생물 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에서도 보존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1968년 프랜시스 크릭은 “원래 유전 암호에는 몇 가지 아미노산만 넣는데 사용되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조금 다른 코드에는 유사한 아미노산이 들어가도록 변화되었다. 그래서 유전 암호는 현재의 상태로 고정되어서 모든 생물종에서 보존되게 되었다” 라는 주장을 했다. 즉 생물의 모든 단백질에서 유전암호는 공통적으로 작용하게 되고, 만약 유전암호 자체가 바뀌게 되면 해당 유전암호를 사용하는 모든 단백질에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유전암호 자체가 바뀌는것은 매우 강한 선택압 (Selection Pressure) 로 작용되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이다. 즉 개별적인 유전암호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우연의 산물이지만 이것은 이미 확고하게 고정되어 있다 (The Frozen Accident Theory) 라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개별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알려지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에는 유전 암호가 생물종에 상관없이 공통적이라는 것은 교과서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유전암호의 예외

미토콘드리아는 핵과 별도의 유전정보시스템, 즉 DNA-RNA-단백질로 전달되는 시스템이 별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1979년에 인간 미토콘드리아 시퀀스가 결정되고 이것을 미토콘드리아 유래 단백질인 시토크롬 옥시다아제 II의 아미노산 서열과 비교를 해보니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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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존에 단백질 시퀀싱으로 알고 있던 아미노산 서열과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비교해 본 결과 트립토판이 들어있어야 할 영역에 TGA, 즉 스탑코돈이 떡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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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개시코돈이 AUA이고 이것이 이소류신이 아니라 메티오닌이라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것으로써 유전암호가 유니버셜한 것은 아니고 약간의 사투리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물론 “뭐 미토콘드리아는 어차피 완전한 생물체가 아니잖아! 핵에 있는 DNA가 중요한거지! 핵에서 다른 코드가 사용안된다면 인정못한다능!” 과 같이 여전히 유전암호느님은 완벽히 보존되어 있으시다는~ 을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1985년 원핵생물인 섬모충 (Ciliate)의 일종인 짚신벌레 (Paramecium)의 표면에 있는 어떤 단백질의 유전자, 즉 핵 안의 염색체에 코딩되어 있는 유전자 시퀀스를 살펴보니 역시 유전자 안에 TGA 코돈이 떡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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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거의 동시에 같은 섬모충류 원생동물인 테트라하이메나 (Tetrahymena) 의 히스톤 유전자를 살펴보니 역시 TAA 코돈이 스톱코돈대신 글루타민으로 역할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적어도 섬모충에서는 UAA 코돈이 글루타민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섬모충만 그런가? 효모의 일종인 Candida albicans에서는 ‘유니버셜 유전암호’ 인 류신의 코돈인 CUG코돈이 류신대신 세린에 사용된다는 것도 1995년 확인되었다.

즉 유전 암호는 거의 유니버셜하게 보존되어 있는 ‘편’ 이지만 생물종의 극히 일부에서는 ‘사투리’ 처럼 서로 다른 유전 암호를 쓴다는 사례는 이렇게 심심치 않게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즉 유전 암호의 변화에서 이미 다른 아미노산으로 사용되고 있는 코드가 다른 것으로 치환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부분 보이는 것은 종결 코돈으로 사용되는 UAA, UGA, UAG 중 일부가 종결 코돈 대신 아미노산을 의미하는 코돈으로 사용되는 상황이 종종 나온다. 이제 종결 코돈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종결 코돈의 함정 :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그러나 사실 종결 코돈이 종결코돈 대신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1979년보다 훨씬 이전에 알려졌다. 세균유전학 연구가 활발하던 시기에 넌센스 돌연변이, 즉 단백질 중간에 스톱코돈이 생기는 돌연변이가 독립적인 다른 돌연변이에 의해서 다시 회복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이 다른 돌연변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서프레서’ 돌연변이가 존재하면 새로 생긴 스톱코돈에 대신 세린을 집어넣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 활성은 tRNA와 관계가 있었다. 스크린샷 2016-07-21 14.16.20

그리고 나중에 DNA Sequencing이 일반화되고 해당 tRNA 의 염기서열들을 조사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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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안티코돈 영역에 변화가 있어서 스톱코돈을 인식할 수 있는 돌연변이 tRNA였다. 즉 tRNA의 서열에 작은 변화만 있으면 스톱 코돈은 언제라도 아미노산을 다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유니버셜’ 한 유전암호라는 것은 사실 ‘언제나 항상 그러하다’ 하고는 좀 거리가 먼 사실이다.

“에이, 이것은 그냥 돌연변이가 있을때나 그런 거고..돌연변이 tRNA 같은게 없는 상황에서는 일어날 일이 없는 거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도 ‘대개는’ 그렇다. 그러나 같은 생물에서 스톱 코돈이 대개는 스톱 코돈으로 사용되지만 그러지 않을 때가 있고, 일부 생물이 아닌 거의 대부분의 생물에서 이런 기전이 있다는 게 발견되는데..

 

셀레노시스테인 (Selenocysteine)과 파이로라이신 (Pyrrolysine) : 21, 22번째 아미노산 

유전암호가 결정될 때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총 20가지라고 생각했다. 사실 단백질을 가수분해해서 어떤 아미노산이 있는지를 조사해 보면 이것보다 많다! 가령 흔히 볼 수 있는 세린/쓰레오닌/타이로신에 인산화된 넘, 라이신에 메틸레이션이 된 넘, 콜라겐에 존재하는 하이드록시프롤린 등..그러나 이런 것을 단백질을 구성하는 ‘표준 아미노산’ 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이넘들은 단백질에 들어간 다음 변형되서 다른 아미노산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전 암호를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유전암호에 의해 코딩되는 아미노산은 20개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3개의 스톱 코돈을 제외하고서는 모든 코돈은 이런 표준 아미노산 20개에 상응하게 된다..

…라고 생각했으나 예외가 존재했다.

셀레늄 (Se, Selenium, 원자번호 34) 는 이전부터 인체에 필요한 미량원소라는 것이 알려져 왔다. 1960년대 말에는 셀레늄이 들어있는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려졌다. 그리고 메티오닌의 황을 셀레늄으로 치환한 셀레노메티오닌을 배지에 넣으면 대장균의 메티오닌을 모두 셀레노메티오닌으로 치환할 수 있다는 것도 꽤 이전에 알려졌다.

그러나 시스테인의 황 대신 셀레늄이 치환되어 있는 셀레노시스테인 역시 자연적인 단백질에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으며,1986년 셀레노시스테인이 들어있는 단백질 중의 하나인 글루타치온 페록시데이즈 (Glutathione peroxidase)의 유전자를 클로닝하여 확인해보니..

셀레노시스테인의 위치에 있는 코돈은 TG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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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사이트에 TGA가 똭!

그 이야기는 TGA에 셀레노시스테인을 넣어주는 tRNA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그러한 tRNA가 1988년 발견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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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UGA를 인식하는 안티코돈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속 연구에 의해서 tRNA(Sec)은 일단 세린이 tRNA에 붙은 다음에 셀레노메티오닌으로 전환되고, 이후에 단백질에 삽입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단백질에 일단 들어간 상태에서 변형되는 것이 아니라, 전용 유전암호 (UGA)와 전용 tRNA에 의해 단백질에 번역과정을 통해서 삽입되므로 20개의 ‘스탠다드’ 아미노산에 이은 21번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으로 확정!  단, 다른 아미노산 20가지는 생물의 거의 모든 단백질에 존재하지만 이 경우에는 몇 가지의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틀리다.

그렇게 해서 20개의 아미노산에 새로 1개의 멤버가 추가된 다음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1997년 오하이오 대학의 Joseph Kryzycki 라는 미생물학자는 Methanosarcina barkeri라는 Archaea가 어떻게 메탄을 대사하는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여기에 관련된 단백질인 모노메틸아민 메틸트렌스퍼레이즈 (Monomethylamine Methyltransferase)라는 효소를 연구하기 위해서 유전자를 클로닝해서 시퀀스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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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로 예측된 아미노산 시퀀스보다 실제 단백질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았다. 알고보니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중간에 있는 스탑코돈 UAG가 스탑코돈이 아닌 아미노산으로 치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아미노산이 무엇인지 보니..

일반적인 아미노산도 아닌 변형된 라이신인 파이로라이신(Pyrrolysine)이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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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rrole ring이 라이신 꼬다리에 붙어있는 이게 바로 파이로라이신.

차후의 연구에 의해 파이로라이신 역시 전용 tRNA – tRNA(Pyr)를 가지고 있고, Pyrrolysine tRNA ligase에 의해 부착되어 전용 유전암호인 UAG에 들어가는 명실상부한 ‘진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단, 수많은 미생물과 진핵생물에 존재하는 셀레노시스테인과는 달리 Pyrrolysine은 Methanosarcina barkeri를 포함한 몇 가지의 생물에만 존재하는 극히 마이너한 아미노산이고, 그 생물체에서도 몇 가지 단백질에서만 들어가는 아미노산이 되겠다.

이렇듯 셀레노시스테인과 파이로라이신의 발견은 기존에 ‘스톱코돈’ 으로 알려진 코돈들이 어떤 경우에서는 기존의 20가지 아미노산이 아닌 ‘새로운’ 아미노산을 암호화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전의 서프레서 tRNA 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한가지 생물에서 하나의 코돈이 스톱코돈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아미노산을 코딩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유전 암호는 항상 동일한 뜻을 가진 것이 아니라 문맥 특이적으로 작동할 수있다는 의미이다. 즉 ‘생명체에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최고존엄 법칙인 유전암호’ 와는 이미 좀 통념적으로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즉, 지금 우리가 ‘스톱코돈’ 으로 생각되는 코돈이 다른 아미노산을 코딩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면, 현재까지 자연계에 알려지지 않은 아미노산을 스톱코돈을 이용하여 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런 상상을 20여년 전에 하시고 그것을 이룩하신 분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피터 슐츠와 비표준 아미노산

미국 샌디에고 근처에 있는 스크립스 연구소 (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 라는 네임드 연구소가 있다. 여기에 보면 소위 화학생물학 (Chemical Biology)의 대가라고 칭해지는 양반이 한 분 있는데, 이 사람의 이름이 피터 슐츠 (Peter G Schultz)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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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슐츠

이 양반은 여러가지 연구를 해 왔지만, 여기서 관련이 있는 연구라면, 역시 유전암호 확장에 대한 연구일 것이다. 원리는 이전에 쓴 서프레서 tRNA 와 동일하다. 즉 원하는 단백질에 자연계에 없는 새로운 아미노산을 넣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한 것은 3가지가 있다.

(1) 해당 단백질 유전자. 단, 새로운 아미노산을 넣고 싶은 위치에 스톱코돈을 넣는다.

(2) 해당 스톱코돈을 인지하는 tRNA

(3) 해당 tRNA 에  새로운 아미노산을 달아주는 효소.

참 쉽죠? -.-;;; 즉 이 사람은 기존의 tRNA-아미노아실 tRNA 라이게이즈 조합을 변형하여 단백질공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새로운 성질을 가진 아미노산을 달아주도록 변형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수많은 종류의 자연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미노산을 달 수 있는 tRNA와 효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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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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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많은 아미노산을 단백질에 구겨넣었다!

이렇게 자연계에 볼 수 없는 아미노산을 단백질에 넣어서 뭘 하냐고 묻고 싶겠지만 (왜 하긴 왜 해 다 필요가 있으니까 하는거지) 거기에 대해서는 요기의 리뷰를 참조하면 되고,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요점은 이미 유전암호는 우리 인간의 손으로도 어느정도까지는 변형가능한 그런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을 가진 분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스톱 코돈에 새로운 아미노산을 넣을 수 있는 건 좋다고 쳐요. 그렇다면 원래 다른 유전자에 있는 스탑코돈은 어떻게 되나요? 거기에도 새로운 아미노산이 덕지덕지 달려서 그냥 단백질 C-말단으로 번역이 계속되나요? 그래도 생물이 사는데는 문제가 없나요?” 

물론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넌센스 서프레서 tRNA이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유전암호 확장이건, 스톱코돈을 인지하는 tRNA와 여기에 아미노산을 달아주는 tRNA 라이게이즈를 발현한다고 세포가 죽어버릴 정도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랬으니 생물이 살아있겠지) 그럼 왜 그런가?

유전 암호는 고정된 것이 아니느니라 

그래서 마침내 오늘 볼 논문이 나왔다.

Swart et al., Genetic Codes with No Dedicated Stop Codon: Context-Dependent Translation Termination, Cel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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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장으로 요약. 이것만 보면 다 이해되죠 그럼 안뇽

 

이들은 해양 진핵생물의 트랜스크립톰 데이터를 뒤져봤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섬모충에서는 UAA가 UAG가 스톱코돈 대신 글루타민으로 이용된다는 것은 알았다. 그렇다면 UGA코돈이 전용의 스톱코돈으로 이용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더라! 즉 UGA 코돈의 경우 비록 빈도는 낮지만 트립토판 코돈으로 이용되는 생물도 있긴 하더라 이 이야기 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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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어떤 넘은 UAA, UAG를 글루타민으로, UGA는 트립토판과 스톱코돈으로 동시에 이용하는 넘도 있다. 또 다른 넘은 UAA, UAG에 타이로신을 붙이기도 한다. 글루탐산을 붙이는 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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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magnum 이라는 넘은 이 3가지 스톱코돈을 아미노산을 코딩하는데도 쓰고, 스톱코돈으로도 쓴다. 특히 UGA 코돈은 아주 빈도는 낮지만 트립토판을 넣는데도 쓴다.

“단순히 코딩리전 가운데에 스톱코돈이 있다고 그걸 실제로 아미노산을 코딩하는데 쓴다고 할 수 있느냐, 걍 뮤테이션 되서 중간이 뎅겅 잘린거 아니냐. 그냥 없어도 되는 유전자고” 라고 물을 수 있다. 그래서 찾아보니 특정한 단백질 인산화효소는 시퀀스 상동성이 있는 보존된 위치에서 ‘스톱코돈’ 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 이러한 코돈 사용은 보존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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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없으면 안되는 유전자 (트립토판을 tRNA에 붙이는 효소, 혹은 히스톤 H4) 도 찾아보니 내부에 UGA 코돈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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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퀀싱 커버리지를 볼때 시퀀싱 에러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건 기본.

스톱코돈을 읽으려면 해당하는 스톱코돈에 상응하는 tRNA가 있어야겠지?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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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UGA 코돈이 어떤 경우에는 스톱코돈으로 사용되고 어떤 경우에는 트립토판으로 사용되는지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트랜스크립톰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까 이 생물에서는 극단적으로 3′ UTR이 짧다는 것을 확인했다.진핵생물에서 어떤 생물은 수백bp의 UTR이 있기도 하는데 이건 끽해야 10-30bp. 중간은 20bp. 즉 단백질을 만들다가 거의 mRNA가 끝에 도달했고, UGA 코돈이 나오면 ‘아 너 스탑코돈? 단백질 합성 이제 끝!’ 이러고, mRNA 중간에서 UGA 코돈이 나오면 ‘어, 님 아직 멀었는데, 걍 좀 더 번역을 하시지?’ 하고서 트립토판을 붙여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친절한 리보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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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리보좀은 ‘가짜’ 스톱코돈과 ‘진짜’ 스톱코돈을 구별할까? 이사람들의 주장은 대충 이러하다. 즉 mRNA말단에 붙은 PolyA 꼬랑지에 붙는 PolyA Binding Protein (PABP)가 스톱코돈을 인지하여 번역을 중단시키는  eukaryotic release factor (eRF)를 도와준다고. 즉 진짜 mRNA 끝에 있는 스톱코돈은 PolyA와 가까우니까 PABP-eRF와 상호작용해서 스톱코돈을 인지할 수 있지만 코딩리전 중간에 있는 스톱코돈은 그렇지 못하니까 그냥 스톱코돈을 인식하는 tRNA 에 의해서 ‘안 스톱’ 코돈으로 인식되서 그냥 단백질 번역을 달리게 된다고..

 

여튼 여기서 이야기하는 요점은 그렇다. 스탑 코돈이 있다고 무조건 단백질 번역이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물론 이런 기전이 섬모충 따위에만 있을 것이니 우리 위대한 닝겐, 쥐, 초파리 등의 고등생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신경 안쓰면 되겠네 흥~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또 아는가? 이러한 친숙한 생물에도 불의로 생긴 스탑 코돈을 회복할 수 있는 그런 비상기전 같은 것이 있을지..즉 유전 암호는 유니버셜하므로 항상 동일하게 해석된다! 라고 100% 신뢰하지 말지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며 엄연히 코딩 리전에 생긴 스톱코돈을 생까고 번역을 계속하는 유전자가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 유전자가 발견되면 Sangsoo Hong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고소크리를 먹을까

‘유출’ 과 ‘진출’ 사이

이공계의 석박사급 인력 중 해외에 진출하여 연구활동을 하면서 귀국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을 일컬어 ‘두뇌유출’ 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꽤 익숙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두뇌유출’ 이 심각하여 국익의 창출에 어려움이 있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네 하는 이야기 역시 나온지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일단 ‘유출’ 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자.

유출 : 네이버 국어사전

유출1 파생어 : 유출되다1, 유출하다1

명사

1 .으로 흘러 나가거나 흘려 내보냄.
2 .귀중한 물품이나 정보 따위가 불법적으로 나라나 조직의 으로 나가 버림. 또는 그것을 내보냄.

‘유출’ 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가면 안될 것’ 이 나가버리는 것에 사용되는 용어이다. 즉 좌초한 유조선에서 새어나가는 기름으로 해양이 오염될 때,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새나갈 때, 혹은 서버에 귀중히 보관되어야 할 개인정보가 새어나갈때 ‘유출’ 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니 과학기술을 전공한 연구인력이 해외에 취업하여 해외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경우, 이것을 ‘유출’ 이라고 표현한다면 여기에 당연히 부정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즉 직업인 중의 하나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지는 과학기술 연구자가 (국내에 적절한 일자리가 없어서) 해외에 취업하고 국내에 들어올 수 없는 경우 이것을 ‘유출’ 이라고 표현한다…뭔가 이상한 이야기 같지 않은가? 물론 ‘기름’이나 ‘원유’ 처럼 소모가능한 자원이고 안 빠져나가도록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유출’ 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거 내가 잘 안다. 이 자식들아. 

과학기술인 이외에 ‘해외 취업’ 을 많이 하는 사람은 프로 운동선수를 들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유출’ 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가? 물론 국내 프로야구 리그에서 리그를 주름잡는 탑 플레이어가 해외 리그에 진출하면 분명 국내 프로야구 리그의 경기력은 위축될수도 있다. 그러나 오승환, 이대호, 박병호가 해외리그에 ‘취업’ 을 한다고 하더라도 ‘유출’ 이라는 용어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다. 그냥 ‘진출’ 이라고 하지. 왜 직업인(과학-공학자 혹은 프로 운동선수) 의 해외 취업에 있어서 직종별로 다른 잣대를 사용하는가?

물론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수도 있다.

“프로운동선수들이 한국 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상위리그에서 활약하면 이 활약상 자체가 국민들에게 화제가 되며 이것이 국익에 기여를 한다”

 

그러나 과학자는? 한국의 우수한 과학자 중에서 해외의 유수 대학에 자리잡아 학계의 중진 내지 석학으로 자리매김한 과학자들은 상당히 많다. 이러한 분들 중에 가령 이런 분들이 계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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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대 하택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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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김필립 (金必立) 교수

이런 석학들의 랩에서 많은 한국 학생, 포닥들이 연구했었고 이들중의 상당수는 한국 및 전세계의 대학및 연구소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하고 있다. 즉 세계수준의 연구를 해외에서 행하고, 그 연구를 직접 접한 후학들이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으므로 직접적으로 국내의 과학수준을 올리는데 매우 큰 기여를 한 분들이다. 이런 분들 역시 ‘해외 두뇌 유출’ 인가? 과연 이렇게 해외 연구계의 ‘1부리그’ 에서 주전으로 맹활약을 하시는 분들의 ‘국익 기여’ 가 스포츠 선수의 해외리그 활동에 비해서 폄하될 만한 일일까?

그리고, 여기 언급된 분들과 같이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이후 대학원을 해외로 유학하여 학위를 취득하고, 포닥을 마치고, 해외에서 연구실을 차리고 해외 정부에서 연구비를 수주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과연 이들을 과학자로 성장시킨 국가는 어디인가? 기껏해야 학부 교육을 담당한 한국인가 아니면 대학원 및 포닥 과정, 그리고 독립연구자로써 성장시킨 해외의 어떤 국가인가?

만약 이런 석학 중의 일부가 해외의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다고 하자. 이 경우에 ‘두뇌 유출’ 은 어떤 쪽으로 일어나는가? 이러한 석학을 키우는데 그닥 큰 보탬을 주지 않은 한국 정부보다는 이들을 과학자로 키우고,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해외의 정부가 ‘한국으로’ 두뇌가 유출된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즉 지금까지 해외에서 과학자로 키워준 외국에서 두뇌를 유출시켜서 과학 및 기술을 발전시켜온 한국, 즉 해외 국가의 납세자의 세금으로 수행된 연구로 육성된 과학자/공학자의 덕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온 일종의 ‘무임승차자’ 에 불과한 나라가 감히 두뇌 유출을 이야기한다?  이런 것을 보고 그냥 적반하장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석학급이 아닌 그냥 일반적인 박사학위 취득자, 혹은 박사학위 취득후에 해외에 포닥과정으로 연구하려 가서 해외를 떠돌고 있는 과학자들을 두뇌 유출이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이 대.한.민.국. 은 이런 고급인력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제공했는지를 묻고 싶다. 즉, 비싼 납세자의 세금으로 양성된 국내의 박사학위자들이 해외에 떠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이들의 능력과 경험에 부합되는 적절한 일자리가 없어서 아닌가? 그런 일자리를 제공할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무슨 두뇌 유출을 운운하는가? 오히려 국내에서 양성되어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잉여 배출’ 된 고급인력을 자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해외의 정부에 절이라고 해야 할 상황인데 무슨  Canis familiaris 싸운드인가? 

마지막으로 ‘이미 유출된 위험물’ 은 기름, 혹은 방사선 물질처럼 뭉치면 폭발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함부로 ‘과학두뇌 유출’ 이라고 쓰는 양반들, 밤길 조심해라. 괴수가 덮치면 약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