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기술의 원천을 찾아서 : PCR 이야기

서두 : 돈 되는 기술’ 의 원천을 찾아서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항상 과학계에 일하는 사람만 만나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들과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가 있다. 가령 명절에 오랫만에 만나는 친척들이 “그래, 요즘 뭐 하고 있나?” 하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 틀리겠지만 열심히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했더니 그 친척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볼 때가 있다. “….그걸 연구하면 앞으로 전망이 좋은가?” 보다 직설적인 분이라면 이렇게 물어보기도 한다.

그거 하면 ?

상황에 따라서 틀리지만 “그거 하면 돈 돼?” 라는 물음에 “그럼요!” 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중력파를 검출한다든지와 같은 연구는 제아무리 상상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그 연구가 어떤 실용적인 가치, 즉 가까운 시일 안에 ‘돈’ 과 연결되는를 줄수 있을지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하기 힘들 것이다. 심지어 명백하게 목적이 보이는 응용연구를 하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상용화되서 실제 경제적인 이익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즉 대개의 자연과학 연구는 어차피 직접적인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반대로 ‘확실히 돈이 되는 연구’ 는 무엇일까? 이론적으로 그 가능성이 예측되었고, 실험적으로 그 이론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시간, 노력(=돈)을 들여서 이들을 구체화하고 최적화하여 산물을 만드는 것 정도는 ‘확실히 돈이 되는 연구활동’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반도체의 미세공정을 한 단계 낮추어 수율을 높인다든가, 특정한 단백질을 저해하는 화합물을 찾고, 이를 최적화한다든가 이런 것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기존에 이미 알려진 원리를 구체화하는 ‘개발’ (Development) 에 속하는 일로써, 엄밀히 말하면 공학의 영역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산업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구체적인 개발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 은 대개는 이전에 존재하는 ‘뭔가’ 를 더 낫게 개량하는 일에 속한다. 그렇다면 그 처음의 ‘뭔가’ 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그 ‘뭔가’ 를 태어나게 하는 이론과 실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가령 지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산물을 생각해 보자. 휴대폰, 컴퓨터, 자동차,  항바이러스약, 바이러스 진단 키트 등등..분명히 전 세기에는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을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에 개념조차 없었던물건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 등장하게 되는가. 생각외로 이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아마도 우리 주변에 보이는 현대문명의 산물 우리가 이것의 탄생과정을 개념 창시 단계부터 바라볼 있었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 할 이야기는 그러한 기존에 없던 개념 어떻게 탄생하고, 이것이 어떻게 우리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할 있는 기술로 발전하여, 실제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나의제품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작은 전혀 기대하지 않던 곳부터 일어난다.

어떤 미생물학자
이 이야기의 시작을 이끌 사람은 톰 브록 (Thomas D Brock)이라는 사람으로써 1926년생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후 2차세계대전으로 징집되어 해군에서 복무하다 제대후 1946년 오하이오 대학에 입학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버섯과 효모에 대한 연구를 하여 1952년에 학위를 취득한다. 그는 대학에서 연구를 하기를 원했지만 학교의 자리는 그리 쉽게 나지 않았고 그러다 항생제를 연구하는 제약회사 업존 (UpJohn) 에 취업을 하게 된다. 이전에는 세균학에 대한 경험이 없었지만 회사에서 항생제 관련한 미생물을 스크리닝 하는 등의 연구를 하면서 세균학 연구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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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그는 1960년 인디애나 대학에 조교수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그는 여러가지 종류의 미생물 관련 연구를 했지만 점점 미생물 생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도중 발견한 해양미생물인 Leucothrix mucor 라는 미생물이 필라멘트 형태로 자라면서 매듭 형태의 모양을 형성한다는 현상을 발견하여 S모잡지에 표지로 실리기도 한다.
여튼 그는 부지런히 연구하는 미생물학자였다.
끓는 온천 속의 미생물
그러던 중 1964년 그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여행을 갔다.  거기서 그는 다음과 같은 광경을 보았다.%ec%8a%a4%ed%81%ac%eb%a6%b0%ec%83%b7-2016-09-28-15-14-12

뜨거운 온천 주변에 온통 초록색의 물결이 있고 위치에 따라서 색이 틀려지는 것을 보았다.

이거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아닐까? 그는 온천이 동적 평형을 이루는 생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속에 어떤 미생물이 존재하는지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는 광합성에 관심이 있었으므로 이렇게 채취한 샘플 중에서 클로로필 함량을 측정함으로써 온천 내에서의 미생물 생태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1965년부터 샘플을 채취하였다.

그러나 어떤 온천에서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식으로 핑크색의 거품이 일어나기도 했다. ‘문어못’ (Octopus Spring) 이라고 이름붙인 곳에서는 끊임없이 핑크색의 물질들이 흘러나왔고 여기의 온도는 섭씨 82도에 달했다. 과연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도 미생물이 살 수 있을까? 그 당시까지 알려진 미생물 중 가장 높은 온도에서 사는 미생물은 섭씨 55도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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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을 채취해서 분석을 해 본 결과 단백질이 존재하였다! 이 이야기는 여기에 뭔가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튼 그는 더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 미국과학재단 (National Science Foundation:NSF)에 옐로우스톤 온천의 미생물, 특히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기 위한 연구비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이것이 통과되서 1966년부터 연구비를 받아서 본격적으로 옐로우스톤의 온천에 사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학부생이 찾은 미생물 
1966년부터 톰 브록은 옐로우스톤에서의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연구를 위해서는 거들어 줄 인력이 필요하기 마련 이때 학부 2학년생의 허드슨 프리즈 (Hudson Freeze)라는 학생이 실험실에서 학부연구생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브록 교수는 그에게 같이 옐로우스톤에 가서 샘플을 채취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한다. 이 학생은 좋다고 (공짜 여행인데 당연히 좋다고 하겠지!) 샘플 채취여행에 따라나선다. 그들은 80도에서 솟아나오는 핑크색 샘플과 이보다 조금 낮은 온도인 70도에서 솟아나오는 몇 군데의 온천에서 샘플을 채취했다.

그래서 그는 학부생 허드슨에게 배양을 시켜보았다. 그는 교수가 시키는대로 샘플을 배지에 넣고 70도에서 배양해 보았다. 며칠 지나도 일반적인 미생물이 배양되면 생기는 것처럼 배지가 뿌옇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튜브의 밑에는 모래 비슷한 것이 조금 깔려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실망해서 튜브를 그냥 버릴까 하다가 다시 70도 워터베스에 놓아두고 며칠동안 내버려 두었다. 며칠 지나니 그 ‘모래’ 비슷한 것이 점점 늘어났다.

그는 “모래가 더 많이 생겼네?” 생각하고 버릴까 하다가, 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막대기 형태의 박테리아가 디글거렸다! 그와 Brock 은 그 박테리아에 YT-1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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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은 다른 온천에서도 비슷한 미생물을 찾을 수 있는지를 보았다. 다른 온천에서도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나왔다. 재미있는 것은 온천이 아닌 인디아나 대학의 온수 파이프에서 채취한 생물에서도 70도에서 배양을 해보니 비슷한 미생물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미생물을 여러가지 온도에서 키워서 최적 생장 조건을 보니 약 69도에서 제일 자랐으며 78도 정도에서도 꽤 자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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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이들은 이들의 발견을 1969년 Journal of Bacteriology 에 논문으로 내고 이 미생물은 Thermus aquaticus 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약칭 T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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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해에는 그들은 Taq유래의 효소인 aldolase 를 정제해서 그 특성을 살펴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미생물 자체의 생육 최적온도는 약 70도이지만, 이 미생물에서 유래된 효소는 약 97도에서도 활성을 유지했다!
처음에 이 미생물을 발견하였을 때는 ‘세상에 이런 일도’ 식의 취급을 받았지만, 높은 온도에서도 활성을 유지하는 효소는 다른 생화학자들에게도 서서히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래서 Thermus aquaticus 유래의 효소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한둘씩 늘어갔다.
1976년에는 신시내티 대학의 존 트렐라 (John M Trela) 라는 사람은 이 미생물 유래의 DNA Polymerase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미생물 유래의 DNA Polymerase 를 추출하여 정제해본 결과 최적 활성 온도가 80도라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분자량은 약 63,000에서 68,000 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논문을 하나 내고, 더이상 여기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조금 늦게 연구를 했더라면 DNA Polymerase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클로닝한다든지 이러한 연구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아직 유전자 클로닝 등에 대한 것들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았던 시기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렇게 논문 하나 쓰고 더이상 이 미생물의 DNA 중합효소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십여년 후에 땅을 치고 후회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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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를 안 내고 뭐했습니까 님들아
한편 1980년, 러시아 (당시 소련) 의 과학자들이 역시 비슷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역시 Thermus aquaticus YT-1 유래의 DNA Polymerase를 정제하고 그 활성을 보았으며, 다른 DNA Polymerase와 유사하게 마그네슘 이온이 반응에 필요하고 분자량은 약 62,000 에 효소 활성의 최적온도는 70도임을 확인하였다. 그들 역시 논문 하나 내고 더 이상 연구를 하지 않았다.

극한미생물

한편 Brock이 최초로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도 미생물이 산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 다른 연구자들도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사는 미생물을 발견하기 위한 연구를 시도하였다. 특히 바다 속의 해구에서는 Thermus aquaticus 가 생육하는 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 즉 거의 ‘끓는물’ 에서 살 수 있는 고세균 – Archeae 가 발견되었다. 독일의 미생물학자인 Karl Stetter가 발견한 이 미생물이  Pyrococcus furious 이다.이 미생물은 섭씨 70도에서 103도까지 자라며, 생육 최적온도는  ‘끓는물’ 온도인 섭씨 100도이다. 섭씨 70도 이하는 이 녀석들에게 너무 차가운 냉장고 수준의 온도라서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

Thermus aquaticus를 시작으로 고온, 극단적인 pH 등 정상적으로 생물이 살기 힘들다고 생각되던 조건에서 잘도 살아남는 미생물들이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이러한 미생물은 그저 ‘세상에 참 별난 일도 있네’ 수준의 호기심거리 정도로만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 미생물 유래의 효소 역시 높은 온도에서 활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들은 서서히 응용의 용도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가령 이 미생물 유래의 단백질 분해효소인 ‘aquolysin’ 이라는 효소가 역시 80도 이상의 온도에서 최적활성을 나타내고, SDS같은 계면활성제에 저항성을 가진다는 것이 1988년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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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Bacillus thermocatenulatus 라는 박테리아에서는 70도 이상에서도 활성을 나타내는 지방분해효소가 발견되었다. 아니, 단백질 분해효소나 지방분해효소가 높은 온도에서 활성을 나타내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빨래의 때의 성분인 단백질이나 지방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높은 온도에서 활성을 나타낸다면 더운물 빨래를 할때도 넣을 수 있는 세제용 첨가물로써 유용하겠지? 그리고 여러가지 당의 가공에 있어 사용되는 효소의 경우에도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도 효소반응이 유지된다면 더 빠르게 효소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성질을 가진 효소는 꽤 유용하게 사용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극한미생물 유래의 효소가 나름 쓸모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는데, 역시 극한 미생물의 효소가 극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이 1980년대 중반에 개발되게 된다. 여기에 설명하기 전에 일단 시계를 다시 뒤로 되돌려 톰 브록과 학부생 허드슨 프리즈가 막 Thermus aquaticus 논문을 출판하던 1960년대 말로 되돌아가보자.

별난 대학원생

한편 1960년대 말, 버클리 대학의 생화학과에는 케리 멀리스 (Kerry Mullis) 라는 이름의 대학원생이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었다. 그가 다니고 있던 랩은 조 닐렌드(Joe Neilands)라는 교수의 랩이었고 주로 연구하는 토픽은 미생물의 철 수송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닐렌드 교수는 거의 랩의 학생들이 뭘 하든 내버려두는 스타일이었던 듯 하고, 멀리스는 그냥 자기 하고 싶은거 아무거나 하면서 60년대말의 대학원 생활을 만끽했다. 생화학과 학생이 우주론에 관련된 논문(?)을 네이처에 개제하는가 하면, 60년대 히피문화의 상징인 LSD를 마음껏 즐기다가 음악 강의를 듣는 등 그 당시의 시대상에 걸맞은 생활이라고 쓰고 막 산다고 읽는 을 하는 젊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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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캐리 멀리스. 사진만 봐서는 멀쩡해 보이는데

그러나 이런 대학원생이라고 쓰고 백수라고 읽는 생활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었다.  지도교수는 결국 멀리스를 졸업시켰으며 -.- 멀리스는 1972년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당연히도 미래에 대한 계획 같은 것이 없었다. 인생 계획이 있다면 막 산다는 말을 듣진 않겠지 학생시절 졸업한 아내가 의대 진학 관계로 캔사스로 이사하자 같이 따라갔다. 거기 의대에서 포닥으로 약 2년 동안 연구를 했다. 그러다가 결혼생활이 깨졌고, 그는 다시 캘리포니아로 되돌아왔다. 딱히 직업이 없어서 빵가게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UCSF의 실험실에서 테크니션처럼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캘리포니아의 Cetus 라는 바이오텍 회사에 부사장으로 있던 친구인 톰 화이트(Tom White)의  DNA 올리고를 합성하는 일자리를 얻어 Cetus에 취업하게 된다. 이때가 1979년이었다.

Cetus

Cetus는 1971년 캘리포니에에서 수립된 거의 최초의 생명공학회사로써,  주된 프로젝트는 당시의 1세대 바이오텍에서 진행되는 것과 같이 인터루킨-2 (IL-2), 인터페론 등의 사이토카인을 재조합 DNA 기술을 이용하여 생산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그 당시 이 회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연구는 해당 유전자를 먼저 확보하는 일이었다. 즉 단백질 서열에서 유추된 DNA 서열에 의거해서 만들어진 올리고를 이용하여 cDNA 라이브러리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스크리닝하여 찾아내는 일이 이 회사의 주력 R&D였다. 그래서 멀리스는 회사의 올리고 합성실에서 올리고 합성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Cetus 는 이외에도 여러가지 분야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는 유전병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분자진단이었다. 이미 당시에도 몇 종류의 질병, 가령 헤모글로빈 유전자에 대한 돌연변이에 의해서 일어나는 겸상적혈구증 (Sickle Cell Anemia) 의 존재는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물론 1980년대초 당시에도 이론적으로는 재조합 DNA를 클로닝하여 증폭하는 기술과, 1977년 생거의  DNA 시퀀싱 기술이 개발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퀀스를 결정함으로써 개개인의 유전변이를 알아내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약 32억 염기서열에 달하는 거대한 휴먼 지놈 안에 들어있는 원하는 조각을 어떻게 찾는가?

그를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1) 지놈을 조각내어 파지 DNA에 연결한 ‘라이브러리’ 를 구축

(2) 이 라이브러리 중에서 원하는 조각이 들어있는 파지를동위원소로 라벨링된 Probe를 이용하여 찾는다.

(3) 이렇게 얻어진 파지에 들어있는 조각을 제한효소를 이용하여 잘게 쪼갠 다음 시퀀스 결정!

출처

말은 쉬어보이지만, 그 당시는 이것 자체만 성공적으로 수행해도 박사학위를 받을 수준의 일, 즉 수년의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일이었다.  단 한 사람의 유전자에 대해서도 이러한데 개별 환자에 대한 진단과 같은 일은 불가능한 셈이었다. 즉, 지놈 상에 존재하는 특정한 서열 내에 존재하는 변이를 아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비교적 쉽게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멀리스는 옆의 랩의 의뢰로 올리고를 합성해주던 와중에, 해당 랩에서 진행되는 베타 글로빈에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최초의 아이디어

멀리스는 1990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제된 에세이를 통하여 당시 그가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는지를 설명한다.

멀리스는 처음에 생거 시퀀싱처럼 우리가 돌연변이를 알아보고 싶은 영역 근처에 대해서 올리고를 만들고 여기에 DNA polymerase와 dNTP, ddNTP 를 넣어 시퀀싱을 하면 안됨?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험을 별로 열심히 안 한 멀리스의 아이디어답게 (…) 이 방법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방법이었다. 즉 약 32억 베이스에 달하는 길고 긴 인간 지놈 DNA에 약 20bp 정도의 올리고와 비슷한 영역은 많이 존재하고, 여기저기에서 붙어서 DNA 중합반응이 일어나면 제대로 된 시그널이 나올리가 없었다.

멀리스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랐다. 만약 지놈 시퀀스 상에서 아래와 같은 G 영역이 G 인지, 아니면 다른 염기인지를 알아보려고 한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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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DNA 이중나선을 끓여서 떨어뜨리고 양쪽 방향에 해당하는 프라이머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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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DNA 중합효소와 동위원소로 표지된 ddNTP를 넣는다. dNTP는 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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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만약 원하는 염기서열이 G 라면 ddC 가 프라이머에 들어가고 더이상 중합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동위원소가 프라이머에 DNA 중합효소에 의해서 끼어들어갈 것이며, 이것은 프라이머를 조사해 봄으로써 알 수 있다. 어떤 동위원소가 프라이머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프라이머 다음 염기가 어떤 염기일지 결정될 것이다. 보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반대편 가닥에도 프라이머를 만들고, ddG 가 들어가게 되면 의심할 여지가 없이 우리가 알아보려는 서열은 ‘G’ 일 것이다.

그래서 멀리스는 ‘오 나님 좀 똑똑한듯!’ 하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만족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멀리스의 그 회사에서의 직업은 올리고를 합성하는 일인데, 올리고에 종종 반응하지 않은 dNTP 가 들어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dNTP 를 없앨 수 있을 것인가? 만약 dNTP가 올리고에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DNA 중합효소는 중합반응을 진행해 버릴 것이고, 원하는 대로 확인하려는 염기서만 ddNTP가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DNA 올리고를 PAGE 로 정제하면 dNTP와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멀리스는 그런 생각을 못했나보다)

그는 미량의 dNTP를 없애버리기 위해서 그냥 올리고 + 두 쌍의 프라이머 + DNA 중합효소를 넣고 반응을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남아있는 dNTP 보다 올리고의 양이 많다면 어차피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고.

그러던 중,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멀리스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이 아이디어를 야밤에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고가면서 떠올렸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Polymerase Chain Reactions

만약 두 개의 프라이머가 지금은 한 염기를 건너서 있지만 어느정도 적당히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 상태에서 DNA 중합반응이 일어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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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프라이머의 거리에 상응하는 두 개의 DNA 분자가 생성될 것이다. 여기에 다시 동일한 반응이 일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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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분자가 4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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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분자가 8개가 되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사이클을 반복할수록 2-4-8-16-32-64로 증가할 것이다. 즉 염기서열을 알고 있는 임의의 DNA 서열은 두 개의 프라이머와 DNA 중합효소를 이용하여 증폭가능하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다음날 회사에 가서 도서관을 뒤져보았다. 과연 이런 비슷한 아이디어를 이전에 생각한 사람이 없을까?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인데? 그러나 실제로 그런 아이디어로 DNA 를 증폭해 낸 사람은 없었다.

그는 이 과정을 시험해보기로 했다.그래서 회사의 다른 분자생물학자들과 이야기를 해 봤다. 그러나!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평소에 그의 회사에서의 평판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상황

그는 그 당시 제넨테크에서 처음 클로닝하여 발표한 인간 신경성장인자(Nerve Growth Factor) 유전자의 400bp 단편을 지노믹 DNA에서 증폭하려고 시도를 했다. 만약 특정한 하나의 엑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전처럼 cDNA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지노믹 DNA에서 증폭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폭이 되지 않았다! 사실 멀리스는 대학원 때 그리 열심히 연구를 한 사람이 아닌 관계로 실험테크닉이 그리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콘트롤 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과학자로써는 매우 안 좋은 버릇도 있었다. 그는 그래서 실험을 프레드 팔루나(Fred Faloona) 라는 테크니션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지노믹 DNA를 가지고 제대로 증폭이 되지 않는 관계로, 그는 그의 아이디어가 진짜로 작동하는지를 보기 위해서 일단 플라스미드에 클로닝된 유전자를 대상으로 약 370bp 의 밴드가 증폭되는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당시의 사용하던 DNA 중합효소는 일반적인 대장균 유래의 중합효소인 관계로 열을 가해서 DNA 가닥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불활성화된다. 따라서 매 사이클마다 효소를 추가해주어야 했다.

그리하여 약 1984년경 멀리스는 플라스미드에서 원하는 단편을 증폭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실험은 아무런 콘트롤 없이 단 하나의 튜브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제대로 된 콘트롤이 없다고 생각한 Cetus 의 다른 연구원들은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다.

1984년 가을, Cetus 의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연구하는 프로젝트와 그 계획을 발표하는 사내 컨퍼런스를 열었고, 여기에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Cetus 의 자문을 하고 있었던 조슈아 레더버그 (Joshua Lederberg)가 참석하였다. 멀리스도 자신의 결과를 발표하였고 조슈아 레더버그는 이 결과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인다. “만약 제대로 된다면 말이지

지노믹 DNA에서의 증폭과 유전자 검출. 

멀리스를 회사에 취직시킨 톰 화이트는 멀리스의 PCR를 회사에서 진행중에 있던 헤모글로빈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프로젝트에 응용하기로 한다. 그러나 문제는 멀리스는 그닥 꼼꼼히 실험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또 착실하게 프로젝트에 임하는 성격도 아니었으므로 연구가 잘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대개의 연구자들은 그의 결과를 신용하지 못했다. 게다가 콘트롤 실험을 잘 하지 않은 과학자로써는 매우 안 좋은 버릇도 있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개시된 지 약 1년이 넘었는데도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는 데이터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톰 화이트는 실험을 더 꼼꼼하게 잘 하는 랜달 사이키 (Randall Saiki) 라는 사람에게 멀리스 대신 PCR 관련 실험을 시켰다. 그는 몇 달만에 원하는 데이터를 뽑아내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PCR 을 이용하여 헤모글로빈에 존재해서 겸상적혈구증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를 검출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어낸다. 단, 이때의 DNA 증폭 효율은 그닥 좋지 못해서 아가로스 젤에서 밴드를 확인할 수 없어서 동위원소와 써던 블롯을 이용하여 DNA가 증폭된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그리고 DNA 중합효소는 여전히 대장균의 중합효소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매 사이클마다 뚜껑을 열고 효소를 넣어주는 반복작업을 수작업으로 해야만 했다. -.-;;

그래서 원래의 계획은 멀리스가 PCR의 이론과 이를 입증하는 결과를 내는 논문과 이를 이용하여 겸상적혈구증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의 논문 두 개를 동시에 내기로 하였다. 그러나 멀리스는 논문에 필요한 실험을 하는 대신, 회사 컴퓨터에서 프랙탈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래밍 잉여짓을 하면서 놀았다.

그래서 멀리스의 논문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사이키의 응용 논문이 사이언스에 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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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 산물이 아가로스 젤에서 EtBr로 보이지 않았으므로 동위원소와 써던 블랏을 이용하여 증폭되었다는 것을 표시하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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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증폭된 PCR 산물을 제한효소로 잘라서 지노타이핑을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뒤에 투고한 멀리스의 논문은 이미 PCR의 응용 논문이 나왔다는 이유로 사이언스와 네이처에서 모두 리젝되었고 1987년도에 Method of Enzymology 의 이슈에 수록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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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안정성 DNA 중합효소와 PCR 사이클러

이렇게 최초로 등장한 PCR 은 매우 불완전한 것이었다. 즉 사이클마다 연구원이 지키고 앉아있다 대장균의 DNA 중합효소를 1마이크로리터씩 넣어주는 노가다를 해야 했다. 즉 30사이클의 반응을 위해서는 튜브를 열고 30번 효소를 넣어주어야 한다! 한때는 사이클에 맞추어서 DNA 중합효소를 자동으로 넣어주는 기기까지 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섭씨 95도로 DNA 가닥을 풀어주는 과정에서도 그 활성을 잃지 않는 열에 강한 DNA 중합효소가 있다면? 시약을 추가하지 않아도 한번에 반응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효소는 이전에 발견되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즉 앞에서 말했듯이  1976년 신시내티 대학의 존 트렐라라는 사람이 이미 Thermus aquaticus 에서DNA 중합효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상태이다. Cetus 의 연구원들은 이 문헌에 따라 곧바로 Thermus aquaticus 에서 DNA 중합효소를 정제하고, 이를 이용하여 PCR 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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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멋지게 증폭되었다! (A의 9-11). 기존의 E.coli 중합효소로 PCR을 (매 사이클마다 효소를 넣는 노가다를 해 가며) 하는 경우에는 제대로 증폭이 잘 되지 않아서 인간 유전자를 증폭하고자 할때 아가로스 젤에서 밴드를 보는 것은 불가능했고, B에서 보는 것처럼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서던 블랏을 통해서만 겨우 원하는 DNA가 증폭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Thermus 의 열 안정성 DNA 중합효소를 이용하니 효소를 더 넣을 필요도 없이 한번에, 그리고 인간 염색체에 있는 DNA를 아가로스 젤에서 단일밴드로 볼 수 있을 수준으로 증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PCR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에 왜 호들갑이냐’ 라고 생각할런지 모르곘지만 이 당시는 이게 당연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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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PCR 산물을 직접 시퀀싱하여 염색체에 있는 염기서열의 변화를 바로 알아볼 수 있게 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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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kb가 넘는 긴 DNA 단편도 증폭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과를 모아서 그들은 1988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출판한다. 이 논문이 출판될 때인 1988년에는 이미 멀리스는 회사를 떠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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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온도를 바꾸는 것을 어떻게 자동화할 것인지였다. 아마 처음의 PCR은 연구원이 각각의 온도로 맞추어진 항온수조에 튜브를 옮기며 (…) 실험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십 사이클의 반응을 이렇게 진행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를 자동화하기 위하여 Cetus 는 Perkin-Elmer 라는 회사와 합작하여 온도를 바꿀 수 있는 펠티어 소자 (peltier device) 를 이용하여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든다. 이것이 최초의 PCR 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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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 써 보신 분 있으려나 모르겠다. 지금 글 쓰는 사람은 이거 써봤다. 요즘 나오는 PCR 기기와 기본적인 원리는 같지만, 요즘 기기는 샘플의 증발을 막기 위해서 위에서 히팅을 하는 히팅 덮개가 있지만 이 기기는 그런게 없다. 그래서 튜브에 샘플의 증발을 막기 위해서 미네럴 오일을 넣어야만 했다. 당시 퍼킨 엘머와 Cetus 는 PCR 기술의 보급을 위해서 이 기기를 미국 내의 대학이나 연구실에 많이 공짜로 뿌렸다고 한다. 그 결과 이 기기는 아직도 중고로 Ebay 등에서 그닥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집에 실험실을 차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 노려볼만 하다!

여튼 PCR은 이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원래 응용용도 처럼 분자진단 등의 용도로 이용되었으나 그후에는 분자생물학 실험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실험 기술이 되었다. 즉 이전에 개발된 DNA 시퀀싱과 DNA 재조합기술과 함께 1세대 유전자 조작 기술의 ‘3종 신기’ 중의 하나가 된 셈이라고 할까. 특히 1990년대 이후에 휴먼 지놈 프로젝트를 비롯한 각종 동식물 및 미생물의 지놈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여러가지 생물의 지놈 시퀀스가 나오는 것과 PCR의 등장은 매우 큰 시너지를 가지게 되었다. 즉 기존에는 특정한 유전자를 얻어서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지루하고 복잡한 라이브러리 스크리닝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지놈시퀀스가 알려진 유전자라면 지노믹 DNA에서 어떤 서열이라도 증폭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PCR 이전의 분자생물학’ 에서는 특정한 유전자에 대한 클론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플라스미드에 클로닝된 유전자를 타인에게 안 주면 다른 사람은 그 유전자를 분리해 내기 위해서 수년간의 작업을 다시 반복해야만 했었으므로. 그러나 PCR 이후에는 일단 염기서열이 결정되어 있는 유전자라면 지노믹 DNA만 존재한다면 증폭해 낼 수 있다! 결국 PCR의 개발은 분자생물학 실험을 ‘정보학’ 의 범주로 끌어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후 그들은 어찌 되었나. 

캐리 멀리스

멀리스는 특허가 출원된 이후 발명의 댓가로 1만불의 보너스를 회사에서 받았다. 그러나 그는 회사 동료들과 그다지 원만하게 지내지 못했으며, 1986년 회사를 떠나서 다른 회사로 옮기고 얼마 안 있어 프래랜서 컨설턴트 라고 읽고 백수 된다.

Cetus는 그 당시 진행중이던 IL-2 의 FDA 승인이 제대로 나지 않아서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졌고,  1992년 회사의 PCR 관련 특허와 진단은 Roche 에 3억불에 인수된다. Cetus 에서 PCR을 연구하던 대개의 연구자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받고 Roche 의 진단사업부로 옮겼다. 멀리스? 이미 오래 전에 회사를 떠난지라 그는 금전적으로 얻은 게 없었다. 회사 동료들은 ‘조금만 더 회사에 남아있었으면..’ 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뭐 이미 회사 한참전에 떠났는데 어쩌라고.

그러나 1년 후 그는 스웨덴에서 전화가 와서 상을 받으러 가게 된다. 어찌보면 회사에 남아서 PCR을 상업화하는데 기여한 동료들은 로슈에서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게 되고, 멀리스는 그의 아이디어가 인정되어 N모상을 받게 되었으므로 나름 균형이 맞는 결과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멀리스의 별난 성질은 여전해서, 노벨상 받으러 스웨덴에 가서 바로 수상식날 아침에 호텔방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레이저 포인터로 장난하다가 스웨덴 경찰에 구속될뻔 하기도 했다. 아..아재 뭐하세여

그래서 N모상 수상 이후 그는 상금을 받고, 여기에 따른 유명세로  그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연구를 하던 사람이 아니었으니 더욱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PCR에 관련된 강연만 하는 게 아니라 아무말 대잔치를 벌여서 물의를 빚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 기후변화라는 것은 근거가 없다.
  • AIDS가 HIV에 의해서 유발되는 것은 근거가 없다
  • 프레온가스에 의한 오존층 결핍은 근거가 없다.
  • 외계인을 만났다

그만해! 청중의 멘탈은 이미 0이야!

물론 그답게 (..) 특별한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아무말 대잔치지   그러나 그 넘의 N모상 수상자라는 유명세 때문에 그의 어그로는 매스컴을 탄다는 것이 문제.

결국 그의 PCR이라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 기술을 낳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는 이 점에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라는 측면에 있어서 그는 이전에도 그렇고, N모상 수상 이후에도 과히 존경받을 만한 과학자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뭐 어쨌든 상만 타면 그만이지! 과학사를 통해 최고의 ‘One-hit Wonder’ 의 주인공이라면 바로 캐리 멀리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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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스옹의 근황. 니넨 실험실에서 실험이나 해라. 난 서핑이나 하련다

톰 브록과 허드슨 프리즈

톰 브록은 그 후에 위스콘신 대학으로 옮겨서 연구를 계속하다가 은퇴하여 명예교수가 되었다. 극한미생물이라는 연구 분야를 개척한 학자로써 학계에서 두루 존경받고 있으며 그가 1970년에 처음 저술한’Biology of Microorganisms’ 이라는 교과서는 14번째 개정판이 출판되었고, 이제 집필은 후배 학자들이 하고 있지만 아직도 ‘Brock Biology of Microorganism’ 이라는 명칭으로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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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이 Thermus aquaticus를 발견한 학부생 허드슨 프리즈는 논문을 낸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그리고 당생물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가 되어 현재는 샌포드 번햄 연구소의 교수로 재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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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프리즈

그들은 Thermus asquaticus 를 발견하여 극한미생물학의 시초가 되었고, 그리고 나중에 PCR 의 발견에 응용된 공로로 2013년, 둘이 공동으로 ‘Golden Goose Award‘ 라는 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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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금거위상 (..)의 의의는 애초에는 응용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수행된 순수한 기초 연구 결과, 특히 연방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고 수행된 연구 결과가 나중에 큰 파급효과를 발생하여 경제적/사회적으로 큰 이익이 주는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외에 GFP 의 발견에 관여한 사람들 역시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PCR

한편 PCR은 분자생물학의 표준실험법으로 수많은 곳에 응용된다. 특정한 유전자를 증폭하여 유전형을 알아보는 그런 것부터,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추출한 DNA에서 증폭한 서열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관련성을 알아본다든지, 신종플루, HIV, MERS, 지카바이러스, 장염비브리오균, 콜레라균에 이르기까지 온갖 병원균을 검출하고 종류를 확인한다든지, 변사체의 신원을 알아본다든지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Transparent Market Research 라는 곳의 추산에 따르면 전세계 PCR 시장의 규모는 2013년 기준 61억불에 달하며, 2020년에는 약 96억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와는 별도로 PCR 이 기반 기술로 작동하는 차세대시퀀싱 시장은 조만간 200억불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PCR은 ‘현대 문명’ 을 구성하는 하나의 핵심적인 요소가 된 셈이다.

그리고 이것의 기반이 된 발견은 끓는 온천물 안에는 어떤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인가와 같은 어떻게 보면 엉뚱한 의문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끝마치며 : 돈이 진짜로 되는 기술은 어떻게 유래되고 개발되는가

여기서 우리는 불과 30여년 전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는지의 한 예를 볼 수가 있다. 이 발견의 근원이 된 DNA 복제효소라든지, 온천에서 사는 미생물과 같은 연구들은 연구 시작 당시에는 그 연구가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저 과학적인 호기심을 풀기 위한 순수한 ‘연구를 위한 연구’ 로써 진행되었을 따름이다. 아마 Thermus aquaticus 나 DNA 복제효소를 연구한 사람들이 당시에 이 연구가 나중에 큰 돈이 되는 연구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면 당신 좀 정신이 나간게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아무 짝에도 돈이 안 될 것 같은 연구’ 들이 나중에 엄청난 시장성이 있는 기술의 근원이 되었다.  물론 여기서 보여준 PCR의 예에서 보듯이 이러한 기초연구의 발견 자체가 시장성이 있는 기술로 발전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캐리 멀리스와 같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Cetus의 동료 연구자들처럼 이러한 것을 실현가능하고 재현성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여 발전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며, 결국 이러한 과정은 상업과 과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쩌면 한국 같은 곳에서 수행되어 온 ‘연구’ 와 ‘개발’ 은 아이디어 정립단계 자체보다는 이미 어느정도 아이디어가 정립되어 있고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어 있는 것을 좀 더 ‘개선’ 하거나 ‘효율을 높이는’ 단계에 국한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정한 문제 (캐리 멀리스가 직면했던 PCR 증폭의 문제)를 해결하여 기존에 없는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기존에 없는 발견이 필요하며, 이러한 것은 상당부분 원래 의도하지 않은 다른 분야의 기초연구에서 기원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개발의 원재료’ 가 풍부한 토양에서는 응용 연구 역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으며, ‘원재료’ 를 풍부하게 접하기 힘든 환경에서 제대로 된 응용 연구 – 즉 사람들이 좋아하는 ‘돈이 되는 연구’, 혹은 ‘독자적인 원천기술’ – 가 수행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매스컴 등에서 ‘한국은 이제 연구개발비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왜 그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느냐’ 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정답을 나는 알고 있다. “‘한국은 돈이 되는 것 처럼 보이는 연구’ 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정작 새로운 원천기술을 만들어 내기 힘들다” 라고 말해주겠다.

즉, 지금 보기에’ 돈이 될 것처럼 보이는 연구’라는 것은 나만 아는 게 아니라 세계의 모든 해당 분야 연구자라면 다 아는 것이고, 결국은 기존에 진행되는 연구에 숟가락 하나 올리는 수준의 추격연구밖에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특허를 취득하든 지적소유권을 확보하건 어차피 이는 근원적인 기술의 확보는 되기 힘들다. 가령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처음 만드는 것과 스마트폰의 버튼을 둥글게 나오던 것을 네모지게 만든다 정도로 비교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것은 실제로 ‘물건’ 을 만들고 효율을 높여야 하는 산업계에서는 중요한 문제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 개발 차원의 연구가 아닌  학계의 연구라면 기존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새로운 자연에 대한 이해’ 가 없이 세상에 없는 무언가, 그리고 세상을 바꿀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 물론 아주 운이 좋다면 남이 발견해 놓은 것들을 조합하여 남들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응용분야를 창출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며, 요즘과 같이 정보의 유통이 빠른 시대에서는 새로운 사실의 발견자는 언제라도 이것을 응용하는 응용연구자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물론 기초연구의 가치를 이러한 응용 연구의 토양만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비록 기초연구를 통해 창출된 지식 자체는 당장 응용될 수 있는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동안 인류가 쌓아올린 수많은 지식들과 견고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우리가 현재 자연을 바라보는 지식의 기반이 된다. 이러한 견고한 기반 위에서 국가와 사회가 바라는 국부 창출이건, 경제발전을 위한 기술이든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과연 몇백년, 몇천년 뒤의 역사가는 동아시아에 위치한 이 블로그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거주했던 어떤 동아시아 반도의 한 국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이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문명, 산업문명의 산물 중에서 진정으로 이 나라에서 기인하여 역사에 남을 수 있는게 과연 무엇이 있을까?  지금 이대로라면 그 시대 타국에서 주로 유래한 과학문명에 의존하여 무임승차를 한 이름없는 변방국가 정도로 평가받지 않을까 하는 게 솔직한 걱정이다. 그런 후세의 평가, 아니 지금 현재도 그렇게 보고 있을수 있는 주변국의 시선이 싫다면…알아서 할 일이다.

 

 

로저 치엔 (Roger Y. Tsien:1952-2016) :툴 개발자의 일생

N모상은 거들 뿐

2008년 GFP로 시모무라 오사무, 마틴 챌피와 함께 스웨덴에 갔다온 UCSD의 로저 치엔 (Roger Tsien)이 6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의 과학자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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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갑작스러운 별세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그가 과연 뭐하던 과학자였는지를 한번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이미 이 블로그에서는 얼마 전에 GFP를 처음 발견한 시모무라 오사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고,  GFP 유전자를 처음 클로닝했지만 그 이후에 잘 풀리지 않아서 셔틀버스를 운전하게 된 더글러스 프레셔에 대한 이야기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으로는 로저 치엔의 이야기를 할 차례가 아닌가?  특히 시모무라 오사무나 마친 챌피는 이전에도 글을 썼지만 어디까지나 GFP는 자신의 연구의 메인 토픽이 아니었던 반면, 로저 치엔은 GFP 관련 연구에 뛰어든 이후, 형광단백질의 응용에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연구를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사람 역시 GFP 만을 연구한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하다가 GFP 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특히 GFP 관련 연구는 어떻게 전혀 다른 분야의 연구가 다른 분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아무런 응용목적을 가지고 수행된 것이 아닌 기초연구의 성과가 어떻게 응용연구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게다가 매년 가을만 되면 스웨덴에서 날아오는 소식에 종종 ‘열폭’ 을 하는 어떤 반도국에서는 과연 N모상을 받을만한 연구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할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과학신동 

유명한 과학자 중에서는 종종 ‘학교시절에는 공부를 별로 잘 하지 못했거나 심지어 저능아 취급을 받았는데 커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런 일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마 전수조사를 해보면 ‘학교시절에도 공부를 꽤 잘하거나 신동이라고 불리던 사람’ 의 비율이 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런데 왜 공부 못한 사람 이야기만 하냐고 – 그거야 과학자가 될려면 어렸을때부터 공부 잘해야 한다 같은 뻔한 이야기를 하면 애들이 겁먹고 과학 안할거아뇨. 

로저 치엔 역시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하는 그런 수재 타입의 과학자였다. 그는 1952년 MIT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중국 유학생 출신의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사촌형 중에서는 2차대전 전에 제트추진연구소 (JPL) 에서 로켓연구를 하다가 매카시즘 때문에 중국으로 추방되어 나중에 중국 로켓연구의 대부가 된 치엔수첸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영화 ‘마션’에서 JPL 책임자로 나오는 중국인 과학자는 아마 그의 오마주일 것이다). 아무튼 공부 쫌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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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왼쪽에 있는 어린이가 그다.

그는 어려서부터 과학, 특히 화학에 흥미가 있는 ‘과학신동’ 이었으며 집에서 화학실험을 하기도 하던 ‘화학덕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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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사이언티스트 조기교육

그는 고등학교 시절인 1967년 미국과학재단에서 지원하는 여름방학 연구 프로그램에참여하여 오하이오대학의 화학 연구실에서 처음 연구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 후에 고등학교 3학년때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웨스팅하우스 사이언스 탤런트 서치‘에 참여하여 미국 전역의 고등학생들과 경쟁하여 1등상을 수상하고, 1만불의 상금을 받는다. 과잘잘

그리고 그는 메사추세츠에 있는 H모대학에 입학하여 학부과정을 하던 중, 뉴로사이언스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졸업후에 대학원 진학을 어디로 할까 망설였는데, 결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캠브리지’ 로 갈지 아니면 영국에 있는 ‘캠브리지’로 갈지 정도의 고민이었다. 그는 장학금을 받아 영국에 가기로 한다.

그는 캠브리지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허가를 받은 다음 지도교수가 R.H. Adrian 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사람에 대해서 별로 들어본적이 었어서 방금 전에 옥스포드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예일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형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형은 “에라 이 무식한 자슥아, R.H. Adrian은 영국에서 제일 유명한 근육생리학자고 노벨상 수상자 E.D. Adrian 의 아들이다” 라고 답해주었다. 그러나 로저는 “흥, 근육은 한물간 주제잖아! 난 뇌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다고!” 라고 형한테 말했다.

그리고 영국에 가서 지도교수가 될 R.H. Adrian 을 만나니 그는 로저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자네, 근육이 한물갔다고 생각한다며?”

(형인지 웬수인지 그걸 다 꼰지르냐 ㅠ.ㅠ) 

“…아 그게 사실은..” (버버벅)

그러나 R.H.Adrian은 대인배였으며  로저가 원하는 주제를 연구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로저 역시 원래 관심있다고 생각했던 뇌 전기생리학이 지루하다고 생각해서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뉴런이 어떻게 세포간에서 신호를 전달하느냐의 주제였다. 그는 뉴런에서 방출되는 화학적 신호전달을 발색, 혹은 형광으로 변환하여 이를 염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찰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러려면 기존에 없는 화합물을 만들 필요가 있고, 그를 위해서는 유기합성을 배워야 하는데? 다행히 그는 지도교수인 R.H.Adrian의 친구인 화학과 교수인 Ian Baxter 라는 사람과 연결되어 그의 비공식적인 지도학생이 되었다.

칼슘

그가 처음 성공적으로 수행한 연구주제는 생체내의 칼슘을 측정할 수 있는 화합물의 개발이었다. 생체 내에는 칼슘 (Ca2+), 마그네슘 (Mg2+), 소듐  (Na+), 포타슘 (K+) 의 많은 양이온이 존재하며, 이들은 각각 세포내에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양이온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을까? 특히 칼슘과 마그네슘과 같은 2가 양이온간의 차이를 구별하여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화합물은 없을까?

그는 마그네슘보다는 칼슘에 더 친화도가 높은 킬레이터인 EGTA 의 구조에 착안하여 칼슘에 좀 더 특이적인 화합물을 개발하였으며, 그 화합물을 BAPTA (1,2-bis(oaminophenoxy)ethaneN,N,N′,N′tetraacetic acid) is a calcium-specific aminopolycarboxylic acid)라고 명명했다. 그의 결과는 1980년에 Biochemistry에 출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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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단독저자 논문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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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EGTA와 구조적으로 흡사하지만 칼슘과 결합시에 흡광 스펙트럼이 달라지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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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캠브리지에서 이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포닥을 하다가 버클리 대학에 교수로 임용된다.거기서 칼슘을 정량할 수 있는 더 개선된 형광프로브를 개발하는쪽에 집중하여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1985년 fura-2라고 불리는 지금도 널리 사용되는 칼슘 인디케이터를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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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합성된 물질 중에서 fura-2 는 칼슘과 결합하면 다음과 같이 착물을 형성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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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이 결합한 형태와, 그렇지 않은 형태는 흡광 스펙트럼이 변한다! 즉 칼슘이 없는 상태에서는 380nm 의 빛을 흡수하여 510nm을 내게 되는데, 칼슘에 결합한 버전은 340nm의 파장을 흡수하도록 흡광 스펙트럼이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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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화합물은 기존의 칼슘 인디케이터에 비해서 훨씬 밝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서 1986년 살아있는 세포에서 최초로 칼슘의 수준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였고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칼슘 검출시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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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칼슘이 없는 상태에서는 380nm 파장의 빛을 흡수하여 510nm 의 빛을 내보내나, 칼슘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340nm에서의 흡수능력이 늘어나는 것을 이용하여 두 가지 다른 파장을 조사하여 나오는 형광을 모니터링한 후, 380nm과 340nm에서의 시그널 비를 계산하면, 살아있는 세포에서 칼슘 농도 증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이는 현재까지도 세포내의 칼슘 농도를 측정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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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AMP

이렇게 칼슘을 성공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로저는 꽤 유명해졌다. 그렇다면 칼슘과 같은 이온 말고 중요한 신호전달물질인 세포내의 사이클릭 AMP (cAMP)를 칼슘과 비슷한 방식으로 측정해보려고 했다. 그러던 와중 1989년 좀 더 좋은 연구조건을 제시한 UCSD로 이적하여 그는 버클리에서 샌디에고로 랩을 옮긴다.

칼슘의 경우에는 칼슘에 결합함에 따라서 흡광 형태가 틀려지는 유기화합물을 개발하는 것으로 정량이 가능하였다. 그렇다면 칼슘에 비해서 훨씬 더 복잡한 cAMP 와 같은 물질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그의 최초의 아이디어는 cAMP 에 의해서 반응하는 단백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단백질의 가장 좋은 예는 Protein Kinase A 이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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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즉 Protein Kinase A는 원래는 조절서브유니트와 결합하여 그 활성이 억제되어 있는데, cAMP 의 농도가 높아지면, cAMP는 조절서브유니트에 결합하여 실제 단백질 인산화 서브유니트를 활성화시키게 되고, 단백질 인산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그들은 조절 서브유니트와 단백질 인산화 서브유니트에 대한 재조합 단백질을 만들고, 여기에 화학적으로 두 가지 다른 형광다이 (Fluorescein과 Rhodamine) 을 결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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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cAMP가 없는 상태에서는 조절서브유니트와 인산화 서브유니트가 결합해 있고, 두 개의 형광단이 근접해 있으므로 FRET (Förster resonance energy transfer)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즉 490nm 의 빛을 주면 580nm 의 형광이 나온다. 그러나 cAMP 를 첨가하면 조절서브유니트와 인산화 서브유니트가 떨어지고, 더이상 FRET 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490nm 의 빛을 주면 520nm 의 형광이 나오게 될 것이다.

세포에 형광다이가 결합된 단백질을 미세주입하여 490nm 의 빛을 떄리고 나오는 형광을 580nm 과 520nm 에서 각각 측정해서, 이것의 비율에 따라서 cAMP의 농도를 측정! 이러한 원리에 기반하여 그들은 1991년 N모잡지에 다음과 같은 논문을 출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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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사실 이 방법은 상당히 불편한 방법인 셈이다. 즉 대장균에서 두 개의 단백질을 정제한 다음, 효소의 활성을 해치지 않는 상태에서 단백질에 형광물질을 결합시키고, 두 개의 단백질을 복합체를 만든 다음 세포 내에 미세주입을 해야 가능했다. 만약 미세주입이 어려운 세포라든지, 전체 생물에서의 cAMP 의 농도 등은 측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실험을 하려면 단백질을 만들어서 형광물질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다음에 세포내에 찔러넣어야 하잖아. 만약 세포내에서 발현되서 형광이 나는 단백질 같은 게 있으면 이런 삽질을 안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단백질은 없잖아. 우린 아마 안될거야

그러던 와중 그는 해파리에 GFP 라는 형광을 내는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그 유전자는?

GFP

그는 1992년, 당시 UCSD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지 얼마 안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인 “MedLine” (현재의 PubMed의 전신) 에 “green fluorescent protein” 을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더글러스 프레셔(Douglas Prasher)라는 사람이 발표한 GFP 유전자 클로닝 논문이 얼마전에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더글러스 프레셔에게 연락해 보았고, 그는 더 이상 연구비 사정으로 해당 연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논문이 나오면 자신의 이름을 넣어달라는 것을 조건으로 GFP 유전자를 제공해 준다고 했었다. 그러나 로저 치엔의 랩에서는 당시 DNA 관련된 일을 해본 사람이 없었고, 1992년 로저 헤임 (Roger Heim) 이라는 스위스 출신 포닥이 와서야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더글러스 프레셔에게 다시 연락하고 GFP 클론을 받게 되었다.

그 와중에 콜롬비아대학의 꼬마선충 연구자 마틴 챌피 역시 GFP 유전자를 받았다는 것을 알았고, 뒤에 학회에서 만난 챌피와 이야기해본 결과 GFP 를 대장균에서 발현하면 형광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GFP 가 형광을 내기 위해서는 외부의 물질이 필요한지 아닐지를 몰랐는데,  그 결과로 GFP 유전자만 발현하면 형광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그는 이미 챌피가 대장균과 꼬마선충에서 GFP를 발현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다른 생물에서 GFP를 이용하여 다른 단백질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했다. 효모를 연구하는 옆 랩에서 관심이 있는 효모의 세포내 물질수송에 관련된 실험을 해봤다. 그러나 GFP 의 시그널 자체는 너무 약해서 원하는 시그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즉, GFP를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GFP 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로저 첸 랩에서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은 cAMP를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FRET이 일어나냐 하므로, 녹색 이외의 다른 색의 형광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GFP의 색을 바꿀 수 있을까? 이미 GFP의 형광발색단이 어떤 아미노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지는 알려져 있었다. 즉 발색단의 형성에서 66번 타이로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포닥에게 66번 타이로신을 원래 형광을 내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으로 변경해 보라고 했었다. 그런데 66번 타이로신을 트립토판으로 변경하니 단백질은 형광이 나지 않았다! 교수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맞는 적은 별로 없지요

해당 실험을 하던 포닥인 로저 헤임은 대신 무작위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방법으로 GFP 에 돌연변이를 유도함으로써 초록색 형광이 아닌 파랑색 형광이 나는 GFP 돌연변이를 찾았다! 시퀀싱을 해보니 66번 타이로신이 히스티딘으로 바뀐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그는 GFP의 발색단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면 산소에 의한 산화가 필요하며, 다른 부위의 아미노산의 변화에 따라서 파장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기존에 66번 타이로신만을 변형해서 트립토판을 넣었을때는 형광이 나지 않았지만, 이것은 갑자기 덩치가 큰 트립토판을 넣었기 때문이며, 다른 부위에 이 덩치가 큰 트립토판이 들어갈 수 있도록 별도의 돌연변이가 들어가면, 파장이 틀려진 Cyan Floresence Protein 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게다가 65번의 세린을 쓰레오닌으로 바꾸면 좀 더 형광이 강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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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발색단의 생성에 관여하는 아미노산을 뜯어고치는 것을 통해서 조금씩 다른 파장의 형광, 빛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GFP의 발색단은 생성될까? 이미 발색단의 구조와 어떤 아미노산이 이 발색단을 형성하는데 관여하는지는 시모무라의 선행 연구에 의해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 발색단이 정확히 어떤 화학반응에 의해서 생기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로저 헤임은 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연구를 했는데, GFP를 발현하는 대장균을 완전히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키우면, 단백질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전혀 색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단백질을 산소 상태에서 산화시키면 다시 형광이 되돌아왔다. 이 의미는 GFP 의 발색단을 형성하는데에는 산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GFP의 발색단은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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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로저 첸 그룹은 GFP를 좀 더 쓸모있게 만드는 첫 단계로 GFP의 형광 발색단의 형성에는 산소가 필요하다는 것과 발색단을 형성하는 아미노산을 바꿈으로써 다른 파장을 지니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밝혀서 논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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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약속대로 더글러스 프레셔의 이름도 저자로 올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조로의 길

지금까지의 단백질 개량 작업은 단백질의 구조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GFP를 뼛속까지 깊숙히 해부하여 이를 원하는 성질을 가지도록 고치기 위해서는 역시 단백질 구조가 필요했다. 사실 GFP자체는 유전자가 클로닝되기도 전인 1988년, 시모무라가 해파리에서 정제한 단백질을 이용하여 결정화되고 심지어 고해상도로 회절한다는 것도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위상결정의 문제 때문인지 구조는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자연산 단백질인 관계로 셀레노메티오닌을 치환하여 중금속이온을 도입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없고 대신 중금속 메탈을 이용하여 위상을 결정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는지도 모른다. 여튼 구조는 풀리지 않고 있었고, GFP의 중요성이 점점 알려진 이때에 여러 랩이 이 구조를 먼저 풀려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로저 치엔은 구조생물학자인 오레곤대학의 짐 레밍턴에게 GFP 클론을 주었는데, 야생형 대신 S65T 돌연변이, 즉 야생형보다 더 밝은 돌연변이의 클론을 주었다. 아마 이미 여러 사람이 경쟁하는 연구주제인 관계로 구조를 뒤늦게 풀어도 적어도 논문을 낼 수 있게 된다는 배려였던듯하다. 그러나 예상외로(?) 구조는 빨리 풀렸고, 다음과 같은 베타 배럴 형태의 구조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발색단은 베타 베럴의 드럼통(?)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PDB:1EMA

이 논문이 매우 중요한 논문이라고 생각한 치엔과 레밍턴은 이 논문을 S모 저널에 투고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논문은 매우 부정적인 리뷰를 받았다! 한 리뷰어는 구조를 제대로 푼 것은 인정하나, 왜 이 단백질의 구조가 그리 중요한지 난 모르겠슴! 하는 리뷰를 보냈고, 다른 리뷰어는 왜 해파리가 초록색 형광을 내는 것이 해파리가 살아가는데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냐, 그런데 왜 너네들은 그걸 규명 못함? 하는 뜬금없다면 뜬금없는 리뷰를 보냈다. 그렇게 해서 저널에서 논문이 리젝되었다. 빡친 치엔은 “아니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생태학적인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라는 게 말이 됨? 이런 이유로 논문이 거절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함!” 하고 S모 잡지 편집장에게 항의편지를 보냈다. 그 항의가 받아들여졌는지 편집장은 다른 제 3의 리뷰어에게 논문을 보내고 이걸 보고서 결정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세 번째 리뷰어로부터의 응답은  시간이 꽤 지나도 오지 않았고 논문의 향방은 아직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어떤 인터넷 뉴스그룹에 다른 실험실에서 GFP 구조를 풀었으며, 이 논문은 곧 Nature Biotechnology에 게재된다는 포스팅을 보았다. 치엔은 이 내용을 이메일로 S모잡지 편집장에게 보내자, 기다리던 논문은 제 3의 리뷰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다음날 바로 어셉트되었다. -.-;;

리빙포인트 : S모잡지에 논문을 내면 편집장과 키배를 벌여서 이길 책임저자면 된다

 

cAMP, Ca2+, Protease

이렇게 원래 계획한 FRET에 의한 바이오센서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가지 파장을 흡수해서 내보내는 다양한 형광단백질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원래 계획대로 cAMP 등을 FRET을 이용하여 검출하는 센서를 만들 차례이다. 원래 계획한 cAMP 이외에도 칼슘, 단백질 분해효소 활성, 단백질 인산화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다른 파장의 형광단백질 간에서 일어나는 FRET에 의해서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속속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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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화학적 시약을 사용하는 방법에 비해서 이러한 유전학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센서의 경우 실제 살아있는 생물에서의 칼슘농도 등을 측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가령 날아다니는 초파리의 대가리 속의 칼슘 변화를 잰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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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세포에서 단백질 인산화 활성을 잰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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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의 다양한 응용방법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팔레트

그래서 치엔 랩에서는 GFP에서 유래된 여러가지 다른 파장의 형광단백질, 즉 노란색, 파란색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빨간색은 어떻게 하는가? 형광현미경 사진 쫌 찍어본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초록색 형광을 내는 것과 다른 것을 같이 찍으려면 빨간색 형광을 내는 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빨간색 형광단백질은 어디 없을까? GFP가 흥한 다음 많은 사람들은 다른 성질을 가지는 형광단백질을 찾았다. 그런데 형광단백질은 엉뚱하게도 러시아에서 발견되었다. 러시아 연구자들이 모스크바 수족관에서 찾은 산호에서 형광단백질을 발견하였으며, 이 단백질은 dsRed 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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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DsRed 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GFP와는 달리 형광을 내기 위해서는 4개의 서브유니트가 테트라머를 형성해야 했다는 것이고, 이는 융합파트너로 목적단백질을 붙였을때 의도하지 않게 단백질이 테트라머가 되버리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러한 단점을 고치기 위하여 여러가지 돌연변이를 스크리닝하여 모노머 상태에서도 붉은색 형광을 유지하도록 단백질을 뜯어고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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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P에서 하던 방법대로 발색단을 이루는 아미노산 잔기와 그 근처를 뜯어고쳐서 다음과 같이 다양한 색의 형광단백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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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가시광선 영역의 빨주노초파~ 까지 모든 색의 형광을 커버할 수 있는 팔레트를 만들었다. 이러한 팔레트를 가지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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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색을 발현하는 대장균을 가지고 이런 잉여짓도 가능하다 ㅋ

이렇게 적색과 녹색의 형광단백질을 가지게 됨으로써 아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게 되는데,

세포주기에 맞추어서 각각 다른 색을 내는 리포터 시스템도 존재한다. 즉 G1 기와 S/G2/M 기에 각각 존재하고 세포주기가 넘어가면 분해되는 단백질인 Cdt1과 Geminin 의 degron 영역에 초록과 녹색의 형광단백질을 달아서, 세포주기에 따라 다른 색을 내도록 설계된 리포터 시스템을 이용하여 세포주기를 판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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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통을 넘어서

GFP이건 dsRed이건 이렇게 발견된 형광단백질은 대개 ‘맥주통’ 모양의 베타 베럴 형태의 구조를 띄고 있는 단백질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600nm 이하의 파장의 빛을 내는 단백질로써 생체내에서 피부를 관통하여 빛을 내려면 적외선과 같은 긴 파장의 빛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2009년 치엔 랩에서는 기존의 ‘맥주통’ 모양의 형광단백질이 아닌, 박테리아 유래의 피토크롬 단백질을 뜯어고쳐서 이것을 684nm 의 빛을 받아들여서 708nm 의 빛을 내는 ‘적외선 발광’ 단백질을 만들었다. 그래서 쥐의 간에 단백질을 발현하여 살아있는 쥐에서 간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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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모잡지는 하도 많이 내서 카운트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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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을 뜯어고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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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뗑이가 부은 이 단백질을 발현하는 간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살아있는 쥐에서 측정!

에필로그

그는 아직 창창한 64세의 나이에 이렇게 여전히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는 랩을 두고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의 연구인생을 되집어 보면, 그의 연구자체가 바로 “도구”, 즉 생명현상을 볼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저분자 형광물질이건, GFP이건, FRET을 이용한 센서이건,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 몰두하던 자외선 단백질이건 말이다.

현대 생물학의 많은 발전은 결국은 이전에는 관찰할 수 없었던 생명의 ‘일부분’ 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생물학을 하던 사람 밖의 힘이 필요하다. 가령 로저 치엔과 같이 화학덕후로써 생체물질과 반응하여 이를 형광으로 표현하는 것에 도가 튼 사람이라든지, 기존의 현미경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방식의 현미경을 만들던 어떤 물리학자라든지  생물학자의 새로운 발견에는 어디까지나 인접학문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로저 치엔의 연구인생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하나의 기술이 기초연구의 결과로부터 출발하여 완성되기까지 어떠한 최적화 과정이 필요한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가 있다. 비록 로저 치엔은 제일 먼저 GFP를 마커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가 GFP 및 다른 형광 단백질을 지금 우리가 쓰는 형태로 최적화하지 않았더라면 형광단백질이 지금과 같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흔히 기초과학자들은 최초의 발견에는 큰 의미를 두지만, 이것을 ‘실제로 널리 쓸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것에는 크게 가치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지 마라. 최적화의 달인인 ‘엔지니어’ 에게 경의를.

 

P.S. 위 글의 대개의 내용은 로저 치엔의 노벨 렉처에 다 나온다.

어떤 손재주 없던 의사양반

고등학교 때는 유도를 하다가 대학교때는 럭비부에서 럭비를 하던 스포츠를 좋아하던 의대생이 있었습니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인지 무려 10번이나 뼈가 부러졌다고 하네요 (…) 이렇게 뼈가 부러져서 정형외과에 들락거리다 보니 정형외과에 친숙해져서인지 (…)  그는 의대 졸업후 전공을 정형외과로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그는 엄청 손재주가 없는 의사였습니다. -.-

잘하는 사람은 20분이면 끝날 수술을 두 시간이 넘어도 못 끝내기가 일쑤였습니다. 동료들은 그의 이름을 “걸리적거린다” 라는 뜻으로 바꾸어서 별명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병원을 그만두고 다른 학교의 기초의학교실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약리학 교실에서 연구를 했습니다. 그래도 수술 보다는 연구가 적성이 맞았는지 4년 후에 나쁘지 않은 논문을 내고 졸업을 했습니다.

그는 그 당시 최신 기술이던 마우스 유전학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즉 낙아웃 마우스/트렌스제닉 마우스 만들어 연구하는 것들 말이죠. 그래서 미국에 포닥을 가기를 원해서 수백 곳에 CV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정형외과의사로써는 별볼일 없는 의사에 분자생물학 경험이 없는 연구자를 쉽게 채용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떤 심혈관 연구소의 한 PI가 그에게 포닥의 기회를 주어서 그는 미국으로 포닥을 나갔습니다. 그 연구소는 심혈관 연구소답게 콜레스테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었고, 그를 고용한 PI는 이런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RNA 에디팅 기능을 수행하는 APOBEC1 이라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가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APOBEC1 을 생쥐의 간에서 과발현하는 마우스를 만들면 콜레스테롤 레벨이 줄어들고, 이를 이용하면 고지혈증 같은 것의 치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이러한 PI 의 아이디어를 부응하기 위해 그는 열심히 연구해서 몇 달 만에 원하는 형질전환 마우스를 만들었습니다. 어느날, 마우스룸에서 일하는 그의 동료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어이, 네 마우스가 다 임신을 했어”

“그럴리가 없는데”

“정말이야. 다 배가 산 만해”

그런데 그의 마우스는 수컷이었습니다 -.-;;;

알고보니 진짜로 임신한 마우스처럼 배가 산만해졌고, 임신한게 아니라 간에 무지 큰 종양이 발생한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APOBEC1 은  암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원래 기대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의 PI는 계속 연구를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 ‘심혈관 연구소’ 에서 유일하게 암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APOBEC1 에 의해서 영향받는 유전자를 찾아보았습니다. APOBEC1 을 과발현하는 생쥐에서 과다하게 RNA 에디팅이 일어나는 유전자를 찾았고, 이로 인해 단백질 발현이 제대로 안되는 유전자가 하나 나왔습니다. 그는 이 유전자의 이름을 New Apobec1 target 1 이라고 해서 NAT1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논문을 또 하나 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연구를 하고 있는데 가족들은 고국에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아이와 애들이 먼저 돌아갔습니다. 계속 남아서 미국에서 연구하고 싶은데 이전에 다니던 의과대학에서는 ‘님 안들어오면 님 자리 국물도 없음’ 이럽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귀국을 했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의과대학에서 말단 자리를 얻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의과대학에서는 그가 하던 연구에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 의과대학에서는 의학과 약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지 별 상관도 없는 기초연구 같은 것을 하면 좋지 않다는 충고도 듣습니다.

여튼 그는 연구를 계속합니다. 연구를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마우스장 관리하는 것도 다 스스로 해야 합니다. 이전에 한 NAT1 이라는 유전자에 대해서 연구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APOBEC1 을 과발현하니 NAT1 이라는 유전자의 단백질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었죠? 과연 이것 때문에 쥐에 암이 생긴 것일까요. 그것을 알려면 NAT1 유전자를 낙아웃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ES 셀에서 NAT1 유전자를 낙아웃합니다. 그런데 쥐가 안 만들어집니다. 쥐가 다 배아단계에서 죽습니다. 알고보니 이 유전자는 ES세포가 분화하는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였습니다. 그는 이전에는 ES 셀은 쥐 만드는 도구로만 사용했는데 줄기세포라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여튼 그렇게 연구 결과는 잘 되서 논문을 써서 제출하나 이 저널, 저 저널 리젝이 됩니다.

연구비는 잘 수주가 되지 않습니다.

그는 우울해졌습니다. 그가 미국에서 돌아가기 전에 유럽출신 랩 동료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네, 미국에서 귀국하면 PAD라는 무서운 질병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되네. PAD가 뭐냐고? Post America Depression이라네. 미국에서 귀국한 학자들이 모국의 연구여건이 미국보다 안 좋아서 겪는 우울증”

그거에 걸린 듯 합니다. 그냥 연구를 때려치고 의사로 돌아갈까 생각을 합니다.

그러던 중 두 가지 중요한 계기가 생깁니다. 그동안 떨어졌던 논문이 결국 논문화되었고, 이웃 나라의 과학기술 중심대학을 벤치마킹하여(?) 새로 생긴 신생대학에서 교수로 초빙이 되었습니다. 적어도 여기서는 이제 직접 마우스 관리를 안해도 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위스콘신 대학의 톰슨이라는 사람이 인간 수정란으로부터 인간줄기세포를 확립해서 큰 화제가 됩니다. 별로 관심이 없었던 줄기세포 분야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집니다. 연구비도 이전보다 늘어납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줄기세포에 관련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줄기세포가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는 능력에 어떠한 유전자가 관여하는지, 즉 만능성 (Pluripotency)을 유지하는 요소들이 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그 때 Oct4 라는 유전자가 여기에 관여한다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그는 줄기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들 중에서 그런 유전자가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줄기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Fbx15 라는 유전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그의 특기인 마우스 만들기를 이용해서 Fbx15 유전자 대신 마커 유전자를  넣어서 유전자를 낙아웃하고, 이 유전자의 발현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해당 유전자는 기대와는 달리 낙아웃되도 쥐가 멀쩡하게 잘 만들어지고,  줄기세포의 만능성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낙담하고, 그냥 평범한 논문 하나 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유전자에 촛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다가 Nanog 라는 유전자가 여기에 관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결과는 잘 되서 드디어 ‘세포’ 에 논문이 하나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와 다른 연구자들이 점점 줄기세포의 만능성 유지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나갔습니다. 그러던 도중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줄기세포의 만능성에 관련된 유전자는 몇 개나 될까?

만약 이런 유전자들이 100개라고 치고, 이런 유전자를 몽땅 다 정상세포에서 발현해서 줄기세포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연의 일치인지 그의 랩엔 줄기세포가 될때 이를 알려주는 마커가 되는 유전자가 있었습니다. 즉 Fbx15 유전자 대신 G418 저항성 유전자가 발현되는 마우스를 이전에 만들었었죠. 만약 어떠한 유전자들에 의해서 만능성이 도입된다면 Fbx15 유전자가 발현될태고 G418 에 대해서 저항성을 띄게 됩니다. 즉 아무 유전자나 막 때려넣고 G418 을 친 상태에서 살아남는 세포만 선별하면 됩니다! 즉 이런 시스템이 있다면 수많은 유전자를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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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ES 셀의 cDNA 라이브러리를 이용해서 스크리닝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전에 현재까지 알려진 약 24개의 줄기세포에 관련된 유전자를 시험삼아 몽땅 섞어서 넣어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유전자 24개를 몽땅 섞어 MEF 세포에 넣고 G418 을 친 상태에서 키워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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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가 자라고, 게다가 ES 셀 비스무레하게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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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유전자 중에서 불필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24개 조합에서 1개씩만 빼서 이들이 얼마나 이러한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전환에 꼭 필요한 것으로 밝혀진 유전자는 4개, Oct4, Sox2, Klf4, Myc 이었습니다. 이것은 OSKM, 다른 이름으로는 그의 이름을 따서 부르기도 합니다.

Yamanaka Factor.

이 이야기의 주인공, 즉 뼈 10번 부러져서 정형외과 의사가 되고 싶어하던 손재주 없던 의사의 이름은 야마나카 신야 (Yamanaka Shinya)라고 합니다.

위의 연구를 한 지 6년 후 그는 이 이야기를 스웨덴에 관광간 김에 (..) 청중들에게 합니다. 여기 적힌 이야기는 대개 이 이야기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53분 경부터 시작)

그의 영어는 그의 국적답게 어눌한 영어입니다만, 할말, 농담 다 합니다.

올해는 그의 그 논문이 나온지 10년이 된 해입니다. 물론 그 논문이 나오기 전에도 그는 열심히 연구하는 과학자였습니다. 아마 그 이후에도 그렇겠지요.

구조생물학 소비자 가이드

이전부터 직접 생체고분자 구조를 규명하지는 않지만 단백질 구조를 이용하여 자신의 연구에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내용들을 간단하게 정리를 해볼까 했슴다. 그런데 어떻게 발표를 할 기회가 생겨서 그 발표자료를 아래 공유합니다. 자료는 전체, 혹은 부분 자유롭게 이용가능합니다. 자료 만들다가 가끔 출처표기 빼놓은부분도 있을텐데 그건 님들이 알아서 쫌…

위의 ppt가 잘 안보이면 여기를 참조

첨언

  • 구조생물학을 해서 구조 한개 이상 풀어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일겁니다. 구조 생물학 진짜 쪼랩은 읽어도 됩니다. 근데 생산자가 소비자 가이드 읽고 있냐  생산자여 구조 생산을 해라!
  • 구조생물학을 해서 구조를 풀일은 없지만 여기의 산출물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두어야 할 최소한의 내용에 대해서만 정리했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구조생물학 대학강의를 들으세욧! (최소가 PPT 128장이냐 할 사람도 있겠지만) 

  • 제가 그나마 잘 아는 테크닉 (X-Ray Crystallography)를 중심으로 서술했으므로 잘 모르는 테크닉  에 대해서는 부정확한 이야기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지적질 대환영 (아님 님들이 쓰든지)

참고로 위의 발표는 생물정보학/시스템생물학 관련 전공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여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유저 맞춤형 교육’ 가능합니다. (세부사항은 협의를 ㅋ)

 

 

 

발광선생과 그의 해파리

발광하네

일생 동안 발광을 하신 노인이 계시다.

아, 여기서 말하는 ‘발광’ 이란 発狂, 즉 미쳐 날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 發光 (luminescence), 즉 빛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람이 빛을 낼 수는 없으니까 (..) 당연히 발광 현상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다.

반딧불 (Firefly) 를 본 적이 있는가?  도시 지역, 특히 한국에는 그닥 많이 없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생물체가 빛을 내는 현상을 생물발광 (Bioluminescence)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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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로 본 사람들은 이렇게 반딧불이 이렇게 밝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그럼 저건 뭔데 뭐긴요 포샵이죠 고갱님

지금은 편의상 그를 ‘발광 선생’ 이라고 칭하도록 한다. 지금부터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평생 생물체의 발광 현상을 연구하다가 노인이 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갯반디

발광 선생은 일본사람이다. 1928년에 태어났다.조금만 빨리 태어났더라면 2차 대전에 징병되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으나 전쟁이 끝난 1945년도에는 아직 학생이었다. 살고 있던 곳은 원자폭탄이 터진 나가사키 근교 (..). 다행히 원폭이 떨어진 곳과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서 무사할 수 있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나가사키의 모든 고등교육기관은 원폭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렇게 파괴된 나가사키의 교육기관중 나가사키 의대의 약학대학은 발광 선생이 살고 있던 동네 근처로 임시교사를 열었다. 그는 약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나, 집도 가깝고 (..) 모든 다른 교육기관이 파괴되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중등교육을 마치고 이 약학대학에 진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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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을 맞고 박살난 대학 (..)

그렇게 대학은 졸업하였는데 전후에 그닥 취업 자리가 없었다.그래서 해당 대학의 실험실에 조교로써 몇 년 정도 근무하였다. 그러던 중 구 제국대학인 나고야 대학의 연구실에 연줄이 생겨서 여기서 연구할 기회가 생겼다. 여기서 그가 연구한 것은..

갯반디 (학명으로 Vargula hilgendorfii 혹은 Cypridina higendorfii)라는 빛을 내는 바다에 사는 갑각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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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일본 태평양 연안에 사는 넘이라고 한다. 2차 대전시 니뽕군대는 이 벌레를 말린 것을 밤에 지도를 읽는데 사용하였다고 한다 (..) 다음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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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말려놓은 것인데 막자사발에 갈면 빛이 난다!

그렇다면 이러한 발광의 원리는 무엇인가? 사실  ‘발광선생’ 이 갯반디의 발광에 대해서 연구되기 이전부터 생물발광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었다. 이것을 연구한 사람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뉴튼 하베이 (E. Newton Harvey, 1887-1959) 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프린스턴대학에서 발광현상에 대해서 연구를 하였고, 여기에는 루시페린 (Luciferin) 이라는 물질이 관여함을 발견하였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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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루시페린이 산소와 만나서 산화되면 옥시루시페린 (Oxyluciferin) 이라는 물질로 산화되며 빛을 내며, 이를 촉매하는 효소는 루시페라아제 (Luciferase) 라고 한다.

그런데 ‘발광선생’ 이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루시페린의 화학구조가 규명되지 않았다. 그런데 천연물에서 화학물질의 구조를 파악하려면 이를 순수정제해야 하며 화학물질의 순수정제의 끝판왕은 결정화이다. 그는 나고야 대학에서 이 갯반디 껍데기에서 루시페린을 정제하는 작업을 하였다.

스크린샷 2016-08-06 12.32.10즉 한번에 500g의 말린 갯반디 껍질 (2.5kg의 벌레로부터 얻었다고 한다 -.-;;; 설마 직접 잡으러 다닌 건 아니리라 믿는다) 을 메탄올과 황산을 이용하여 추출하는 작업을 하면 약 2mg 정도의 루시페린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이의 결정화는 쉽지 않았다! 대개의 조건에서 결정 대신 비특이적인 침전물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 다시 갯반디 껍질 한근을 기기에 넣고 반복…그러나 실험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고생을 반복하던 도중 어쩌다가 결정이 얻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결정은 매우 별난 조건에서 나왔으니 그 조건은 진한 염산 (..). 이것을 얻게 된 것도 샘플 내의 아미노산 함량을 조사하기 위해 그 안에 있을 단백질을 가수분해하기 위해서 염산을 가했는데, 다음날 보니 결정이 생겨있었다고 한다. 결정을 만들기 위해서 생고생을 10달 하던 도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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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발광선생. 여튼 저런 기기로 루시페린을 분리했다고 한다. 그가 분리한 갯반디의 루시페린의 구조는 1966년에 되서야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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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는 최초로 루시페린을 결정화한 사람이 되서 쬐끔(?) 유명해졌다! 그래서 당시 생물발광으로 유명한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프랭크 존슨 (Frank H. Johnson, 1908-1990)교수로부터 자신의 연구실에 포닥으로 연구를 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그래서 그는 1960년에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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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배 떠날 때마다 전송객과 함께 이런 세레모니(..)를 했었나보다.

여튼 미국의 프린스턴대학에 도착한 그는 새로운 연구 토픽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해파리

해파리 (Aequorea equorea) 는 이렇게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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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밝을 때와 어둠에서의 빛이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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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갯반디와 다른 구조를 가진 루시페린이 해파리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파리에서 루시페린을 분리 정제해서 이의 구조를 밝히고자 했다. 이미 발광선생은 일본에서 학위를 하면서 루시페린을 정제해 봤으니까 이런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갯반디에서 루시페린을 정제하려면 많은 양의 벌레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해파리에서 이 발광의 근원을 찾으려면 많은 양의 해파리가 필요로 했다. 그렇다면 그런 해파리는 어디서 얻나? 존슨 교수는 발광선생을 불러오기 전에 우연히 워싱턴주의 프라이데이 만 (Friday Harbor)에 해파리가 매우 많이 산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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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에서는 여기에 작은 실험실을 설치해 두고 있었다. 존슨 교수의 아이디어는 여기에 가서 루시페린을 정제할 만큼 많은 양의 해파리를 잡아서 실험을 하고자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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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곳은 뉴저지주에 있는 프린스턴 대학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Washington D.C. 가 아니라 서부의 워싱턴 주 (시애틀이 있는)이다! 이들은 해파리를 잡기 위해서 존슨 교수가 새로 장만한 자동차에 몸과 실험장비를 싣고 미국 대륙을 횡단하여 해파리 레이드를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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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위치와 목적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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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께스와 채를 들고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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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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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도 잡고 (아동노역의 현장)

그런데 해파리를 많이 잡는 것은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루시페린 등의 발광물질을 정제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러한 발광물질을 가진 샘플을 채취해서 이 발광작용을 가역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위의 루시페린의 반응처럼 계속 산화되서 발광물질이 다 소모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갯반디의 경우에는 일단 벌레를 말리면 발광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보존되지만 물에 적시면 다시 발광이 일어난다. 루시페린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메탄올을 이용하여 추출을 하면 루시페라아제가 비활성화되기 때문에 더이상 루시페린이 없어지지 않고 발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루시페라아제의 활성이 살아있는 추출물을 넣어주면 발광작용을 다시 시킬 수 있었다.

그들은 처음에 해파리에 있는 발광물질도 갯반디처럼 비슷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즉 루시페린과 같은 방법으로 가역적으로 다시 활성화를 시킬 수 없었다. 발광선생은 실험을 하면 할수록 해파리의 발광물질은 루시페린과 같이 작용하지 않다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존슨 교수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같은 테이블에서 아직도 루시페린이 있다고 생각한 존슨 교수와 조수는 루시페린을 추출하려는 시도를 했고, 다른 쪽에서 그는 ‘루시페린’ 은 아닌 뭔가 다른 발광물질을 추출하려고 했다. 보스와 이렇게 의견이 틀려지만 어색해지죠 ㅠ

그래서 시약장에 있는 모든 시약을 하나씩 넣어보면서 비활성화된 발광물질이 재활성화되나를 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그렇게 수많은 시도를 해 보았다. 그러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발광선생은 해변에서 보트에 누워서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만약 이 발광시스템이 루시페린과 루시페라아제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면, 발광작용 자체에 어떤 효소나 단백질이 작용할수도 있다. 혹시 효소의 활성을 가역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 pH를 조절해 보면 어떨까? 

그는 실험실로 돌아가서 해파리 추출물의 pH를 바꾸어 보았다. pH 6에서는 발광을 한다. 그러나 pH를 4로 낮추니 발광이 없어졌다. 그 다음에 해파리 으깬 걸 필터링해서 해파리 국물(?)을 만든 다음 중화시켜 pH를 다시 중성으로 만드니 다시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제 가역적으로 발광을 정지시켰다가 다시 재개하는 방법은 pH 조절임을 알았다. 그러므로 이제 이 미지의 발광물질을 정제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만족하고 이 국물을 싱크대에 버렸다.

그 순간 싱크대의 개수대에서 이전보다 훨씬 강한 파란 빛이 솟아나왔다! 싱크대에 바닷물이 흐르고 있으므로 바닷물이 발광을 유도한다는 것을 알았다. 바닷물에는 무슨 화학성분이 들어있는지는 알려져 있으므로 주 성분을 테스트해본결과  칼슘 Ca2+ 이 발광을 유도한다는 것을 알았다. 칼슘이 발광을 유도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칼슘을 킬레이팅해서 없애는 EDTA를 넣으면 pH 조절 없이도 발광을 가역적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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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하면 많은 양의 해파리 국물을 얻어서 발광을 정지시켰다가 다시 발광하도록 만드는지를 알았으므로 이제는 해파리를 많이 잡을 차례이다.

그래서 그들은 해파리를 잡기 시작해서 계속 많이 잡았다 (…) 즉 아침 6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해파리를 잡고, 아침을 먹은 다음 정오까지 해파리 자르기 작업을 하고, 점심먹고 오후에 해파리 추출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저녁 먹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다시 해파리를 잡은 다음 수족관에 보관해서 그 다음날 추출물을 만들었다. 그래서 1961년 여름 그들은 1만마리의 해파리를 잡고 (..) 이를 가지고 국물을 만들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단백질 정제작업을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5mg 의 단백질을 얻었다. 단백질을 정제하던 도중, 발광을 하는 단백질과는 다른 형광을 내는 단백질이 발견되서 이를 ‘초록색 단백질’ (Green Protein) 이라고 이름붙이고 따로 보관해 두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침내 한가지의 단일 단백질이 이러한 발광을 내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해파리의 이름을 따서 그 단백질을 aequorin 이라고 이름붙였고 이를 1962년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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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단백질 정제를 한다고 하면 대장균에서 과발현을 시키고, His tag과 같은 친화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하여 단백질을 정제한다. 그리고 얼마나 단백질이 정제되었는지는 SDS-PAGE 를 걸어서 확인한다. 그러나 이때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고사하고, SDS-PAGE도 없던 시절이다! 효소의 활성이 어디 있는지, 얼마나 활성이 높은지는 그저 컬럼을 걸고 활성 어세이 (여기서는 발광 활성) 를 해서 단백질당 가장 활성이 높은 분획을 찾아내고, 이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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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핵심

여튼 이런 식으로 해서 특정한 단백질이 해파리의 발광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결정적으로 빛을 내는 발색단 (Chromophore)의 화학구조는 어떻게 생겼나? 문제는 aequorin 에서 발색단만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들은 단백질을 불활성화시킨 후 발색단의 일부분이라도 정제하여 이의 화학적 구조를 밝히고자 했다. 1969년 이들은 단백질을 알칼리 상태에서 요소(Urea)와 이황화결합을 깨는 beta-mercaptoethanol을 처리해보니  350nm 대역에서 빛을 흡수하는 형광물질이 aequorin 단백질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을 AF-350 이라고 명명하였다. 이것의 구조를 규명하려면 역시 순수정제를 해야 한다. 그런데 1mg 의 AF-350 을 정제하려면 약 100-200mg의 순수한 aequorin 단백질이 필요하고 그 정도의 단백질을 해파리에서 얻으려면 약 5만 마리 (..)의 해파리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여름 한 철에 5만 마리의 해파리를 처리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에 잡던 해파리 생산기록인 1만 마리보다 5배 더 많은 해파리를 잡아서 처리해야 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들은 많은 양의 해파리를 처리하는 기계를 만들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해파리에서 발광을 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가장자리만 잘라내는 기계를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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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를 이용하여 공장돌리듯 해파리를 가공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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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을 추출하고 정제하고 여기서 다시 발색단의 일부를 정제하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1972년 드디어 그들은 AF-350의 구조를 규명했다. 그 결과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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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발광선생이 일본에서 갯반디에서 추출한 루시페린과 해파리의 aequorin 에 존재하는 AF-350의 화학구조를 비교해보니 둘다 동일한 2-aminopyrazine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즉, 두개의 발광물질은 그 작동원리가 틀리긴 하지만, 어느정도의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갯반디의 루시페린이 산화되어 옥시루시페린이 되는 것과 비슷하게 발광을 마친 aequorin에도 그런 물질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래서 1975년 이 물질을 찾아서 구조를 결정하였고, 이를 coelenterates 라는 이름으로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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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본의 별도의 연구자가 오징어에서도 비슷한 발광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조를 밝혔다.이러한 결과를 종합하여 그들은 그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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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발색단이 붙어 있지 않은 Apoaequorin 은 Coelenterazine 이라는 물질과 결합하여 Aequorin을 형성한다. 이 단백질에 칼슘이 붙으면 단백질의 구조가 변형되어 내부에 존재하는 coelenterazine 이 분해되면서 빛이 나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러한 반응 메커니즘을 확인사살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구조가 필요하다.

단백질 구조로의 길 

1970년대 유전자 클로닝과 DNA 시퀀싱이 개발된 이후 이 테크닉은 수많은 분야의 연구를 혁신시켰다. 발광선생의 해파리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1985년 일본미국의 연구자가 aequorin 유전자를 클로닝하고, 단백질을 대장균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제 해파리 안 잡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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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을 지속적으로 읽은 분이라면 제 1저자의 이름이 웬지 친숙할수도 있다. 그 느낌이 맞다. 바로 그 사람이다.  어째 항상 영원한 콩라인

그러나 묘한 일은 이제 해파리를 잡지 않아도 aequorin를 얻을 수 있게 된 1980년대 후반부터 이들이 많은 양의 해파리를 잡았던 워싱턴주의 프라이데이 만에서는 더이상 해파리가 잡히지 않기 시작했고 마침내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뭐긴 뭐야 그냥 너무 많이 잡아서 그런거 아니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더이상 해파리가 살기에 적절한 조건이 아니게 되어서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여튼 이제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되고 복수의 랩에서 aequorin 을 결정화하여 단백질 구조를 보는 시도를 하였다.그러나 그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러던 중 발광 선생의 나이도 70을 넘게 되었고, ‘에이 내가 직접 하고 만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1999년 결정화에 적절한 aequorin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실험법을 확립하고 2000년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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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뚜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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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구조가 똭! 여기서 노란색 막대기로 보이는 것이 발색단인 Coelenterazine이고 이것은 184번 타이로신 잔기와 서로 인터렉션하고 있다. 이 구조를 좀 더 자세히 보고자 PDB에 등록되어 있는 이 구조를 뒤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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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EJ3 이라는 인식부호로 등록된 이 구조를 보면 발색단인 Coelenterazine은 단백질 가운데 갇혀서 잘 보존되고 있다. 그러나 이 단백질은 칼슘을 결합하는 단백질이며, 이 단백질에 칼슘을 붙인 상태에서 결정한 구조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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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이 붙는 것에 따라서 단백질의 구조가 변경되어 발색단이 좀 더 쉽게 노출되게 된다! 그 이후에 발색단은 분해되고 빛을 내게 된다. 이렇듯 발광선생이 1960년에 미국에 건너가 시작된 연구는 2000년에 결정적인 구조가 나와서 어떻게 해파리가 빛을 내는지에 대한 분자적인 근원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40년..

그 초록색 단백질

이전에 aequorin을 해파리 국물에서 정제하던 도중에 별도의 초록색 형광을 내는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했었다. ‘발광’ 과 ‘형광’ 의 개념을 착각할 사람이 있을까마 미리 부연설명을 해 놓는다면

발광(Luminescence : 아무런 빛이 없는 상태에서 화학적인 변화를 통해 빛을 생성해 내는 반응)

형광 (Fluorescence :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받아서 다른 파장으로 변화시키는 반응)

이다. 즉 해파리에서는 발광 선생이 주로 연구한 aequorin 이외에도 aequorin 에서 내는 빛을 받아 초록색 형광을 내는 단백질이 있었다. 이미 1962년에 aequorin 을 정제할 때 이 단백질을 발견하였고, 상온에 놓아두면 초록색으로 침전하는 것을 발견하였으나,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발광’ 현상이지 ‘형광’ 이 아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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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962년 aequorin 을 정제하는 논문에서도 이렇게 잠깐 언급만 하고 만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 들 중에서도 이 단백질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즉 해파리에서 정제된 aequorin  의 경우 파란색 빛을 낸다. 그러나 어둠에서 해파리는 초록색 빛을 내는데 그러한 차이는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1971년 모린과 헤이스팅스라는 연구자는 aequorin 의 발광에 의해서 생성된 빛이 이 ‘초록색 단백질’ 에 의해서 전달되어 소위 ‘Förster resonance energy transfer’, 약칭 ‘FRET‘에 의해서 해파리의 초록색 발광이 나온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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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단백질 (in vitro) 에서의 파장과 해파리에서 나는 (in vivo) 의 파장의 차이

그래서 발광선생은 그동안 내버려두고 있던 이 ‘초록색 단백질’ 을 정제하고 결정화에 성공하여 단백질 자체만으로 형광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197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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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이 ‘초록색 단백질’ 의 형광을 내는 발색단을 1979년 결정하여 논문으로 출판하였다. 즉 단백질을 단백질 분해효소로 절단하여 발색단을 찾아서 다음과 같은 아미노산과 결합된 부분에 발색단이 공유결합으로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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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더 이상 이 ‘초록색 단백질’, 아니 그 당시에는 이미 ‘Green Fluorescence Protein’ (GFP) 이라는 단백질이라고 불리던 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발광선생’ 의 주 관심사는 ‘발광’ 이었고 ‘형광’ 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프린스턴대학의 존슨 교수가 은퇴한 후 발광선생은 보스턴의 해양생물학연구소 (Marine Biology Laboratory) 라는 곳으로 이적하게 되었고, 여기에는 저 앞에서 잠깐 언급한 Aequorin 유전자를 클로닝했던 더글러스 프래셔 (Douglas Prasher)라는 연구자가 있었다. 그는 GFP유전자를 클로닝하려고 하였고, 해파리 RNA 를 추출하여  cDNA 라이브러리를 만든 다음, GFP의 발색단을 결정할때 결정된 발색단에 붙어있는 아미노산 시퀀스 정보를 이용하여 프로브를 만들어 클론을 스크리닝하였고 GFP 유전자를 클로닝하여 1992년에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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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더글러스 프레셔는 연구비를 신청했지만 연구비 획득에 실패해서 연구소를 나가서 다른 기관으로 이적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대장균에서 단백질을 발현해보려고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단백질에서는 형광이 관찰되지 않았다. aeoquorin 의 경우처럼 외부에서 합성된 발색단이 들어와야만 형광이 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그는 더이상의 연구를 접었다. 그때 이전에 프레셔가 콜롬비아 대학에서 세미나를 할때 알게 되었던 어떤 꼬마선충을 연구하던 연구자세포내에서의 물질을 추적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생화학자 두 명이 논문을 읽고 GFP 유전자를 보내주게 되었다. 어차피 연구비도 없어서 연구도 계속할수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그 이후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스웨덴

프레셔로부터 그 유전자를 받은 꼬마선충 연구자는 프레셔와는 달리 대장균 및 꼬마선충에서 해당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것 만으로 형광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1994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었다.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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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프레셔는 대장균에서 형광을 보지 못하였을까? 그는 cDNA 라이브러리에서 얻은 유전자를 그대로 E.coli 에 넣어서 관찰을 하였다. 그러나 프레셔가 쓴 벡터와 GFP의 시작코돈사이에는 약 100bp 의 염기서열이 있었고 이것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발현을 저해했다. 그러나 꼬마선충 연구자, 즉 마틴 챌피의 랩에서 직접 실험을 한 로테이션 학생인 Euskirchen 이라는 학생은 그당시 그닥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았던 ‘Polymerase Chain Reaction’ 즉 PCR을 해본 적이 있었고 프라이머를 제작하여 정확히 ORF만을 증폭하여 대장균 발현벡터에 클로닝하였다. 결국 그 사소한 차이가 형광을 관찰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갈랐다.

그리하여 GFP는 유전자 발현을 확인하는 가장 일반적인 툴로 그 이후 10년 동안 발전하였으며, 거의 모든 생물에서 이 유전자만 발현하면 해파리처럼 초록색 형광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하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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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왼쪽의 예쁜꼬마선충 연구자 마틴 챌피 (Martin Chalfie), 오른쪽의 로저 치엔 (Roger Y Tsien), 그리고 가운데의 사람이 바로 우리가 이 글에서 ‘발광선생’ 이라고 부르는 시모무라 오사무 (Shimomura Osamu) 는 같이 어떤 상을 받으러 스웨덴에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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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을 받기 전에 하는 강연에서 그는 주머니에서 ‘해파리 2만 마리’ 에서 추출한 자연 유래의 GFP 바이얼을 청중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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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손에 들고 있는 것이 해파리 2만마리 유래의 GFP 바이얼 (..) 동영상은 여기(58초 지점부터 나온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한 일이라면 그는 일생 ‘형광’ 단백질이 아닌 ‘발광’ 단백질(aequorin) 을 연구한 것이고, 그가 거기 가서 상을 받게 된 것은 발광 단백질인 aequorin 을 연구하다가 곁다리로 발견한 단백질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거의 모든 사람에게 GFP의 발견자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마도 내 생각에는 그는 ‘발광 단백질’ 인 aequorin 을 처음 발견하고 이의 분자적인 기전을 뼈속까지 파고들어서 밝힌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을 ‘발광선생’ 이라고 부른 것이다. (직접 안 물어봐서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오래 전에 다니던 연구소에서 은퇴하고, 집의 지하에 실험실을 마련하여 아직도 뭔가를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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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랩에서 자연산 GFP를 과시하는 ‘발광선생’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

에필로그  

그래서 해파리에서 빛을 내는 것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려는 그의 노력은 결국 40년만에 aequorin이라는 단백질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것으로 끝났고, 그 과정에서 덤으로 발견된 GFP라는 부산물은 현대의 생명과학에 없어서는 안될 근본적인 도구가 되었다. 스웨덴 관광도 하셨고.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그의 연구 일생에서는 ‘덤’ 에 불과한 것이리라. 그는 아마도 aequorin 등의 생명발광현상의 원리를 규명한 연구자로 기억되어도 충분히 존경할 만한 과학자이다.

기초 연구에서 파생되는 결과물은 이와 같이 연구를 시작할 때는 전혀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저 ‘해파리가 왜 빛을 내는가’ 와 같은 간단한 물음을 답하다 보면 나오는 여러가지 지식 중에서 일부는 나중에 중요한 역할, 혹은 ‘돈이 되는 기술’ 이 될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인류가 발전해 온 방식이며, 이보다 더 나은 방식은 앞으로도 발견되기 힘들 것이다. 이것이 인류가 미래에 필요한 지식을 구매하는 방식이기에.

참고로 위의 글을 쓰기 위해 주로 참고한 자료는 아래의 두 문헌과 여기에서 찾은 참고문헌들에 있다. 대개의 오리지널 연구 논문은 하이퍼링크가 걸려 있다.

Shimomura O., The discovery of aequorin and green fluorescent protein. Journal of Microscopy 2015

Shimomura O., The Novel Lecture for Novel Prize in Chemistry 2008 

등이다. 그 외의 원 논문은 중간에 다 링크 있으니 찾아읽으시고

그와 그의 박테리오파지

이 블로그에서 지겹게 볼 수 있는 글 유형들

이 블로그를 좀 지속적으로 읽은 분이라면 어떤 유형의 글이 엄청 많이 나오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가령,

  1. 처음에는 전혀 응용가치가 없을 것 같은 덕후스러운 연구를 누군가가 열라 함

  2.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나중에 그게 뭔가 대단한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3. 그러니까 님들은 기초연구를 위해서 열심히 세금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4. 물론 기초과학 연구는 상업적인 가치를 위해 하는 건 아니다. 걍 덕후짓 기초과학 자체의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거지. 그리고 리처드 파인만의 “Physics is like sex: sure, it may give some practical results, but that’s not why we do it” 을 인용하고 마무리~

이런 패턴 식상한가? 이번에도 전형적인 똑같은 패턴이다.

‘너의 패턴은 이미 파악되었다, 강약약 중약약’ 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패턴을 알아도 언제나 같은 패턴에 쳐맞는 경우도 있다!

“박테리오파지? 그건 이전에 끝났어. 이젠 다 돈 때문에 하는 거지. 그래서 빌어먹을 내 암연구 과제나 펀딩하라고”

1960년대말. DNA가 그토록 찾아헤메던 유전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DNA 정보를 단백질 정보로 바꿔주는 ‘로제타 스톤’ 인 유전암호가 다 규명되고, DNA가 어떻게 복제되는지도 대충 알려지고, DNA 유전정보는 RNA를 거쳐 단백질로 번역된다는 것과 같은 분자생물학의 근간은 사실 박테리오파지라는 세균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로 거진 다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직 물리학자로 생물학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리 원리가 있을것이라고 확신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간단한 생명체’ 라고 생각하는 박테리오파지에 관심을 가졌던 물리학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막스 델뷰릭 (Max Delbruck). 이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된 몇몇의 과학자를 ‘파아지 그룹’ (Phage Group) 이라고 불렀다. 막스 델뷰릭은 1940년대 후반에 파지 그룹 과학자들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

“음…내가 요즘에 파아지 연구를 해 보니까,
생각해 보니 우린 자기가 좋아하는 파아지만 넘 중구난방으로 파는 것 같아..
너무 중구난방으로 연구를 하면 안되잖아?
우리 몇몇 파아지만 선별해서 이것들만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 봐야 될 거 같애.”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안하잖아? 우린 아마 안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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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델뷰릭은 위의 분 이사람이 아닙니다 

본좌 파지 덕후인 델뷰릭 횽의 호소가 통했는지 콜드스프링스하버라는 곳에 모인 파지를 연구하는 덕후학자들은 몇 가지 선별된 파지들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기로 하는 ‘신사협정’ 을 맺게 되었는데 이것을 후대사람들은 “Phage Treaty” 라고 불렀다.

여튼 그들은 연구대상의 박테리오파지들을 비슷한 특성을 가진 두 부류로 분류했는데, T2, T4, T6…과 같은 그룹을 Even Phage 짝수파지, T1, T3, T5, T7 과 같은 넘들을 Odd Phage 홀수파지  라고 분류했다. 우리가 박테리오파아지를 연상하면 흔히 생각하는 다음과 같은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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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T4 다.  라이게이즈셔틀

여튼 이렇게 시작된 박테리오파지 연구는 1960년대 말까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분자생물학의 초창기에 벌어진 많은 연구들, 즉 DNA 에 저장된 유전정보가 어떻게 RNA를 거쳐서 단백질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그리고 DNA는 어떻게 복제되는가 등의 대부분의 소위 ‘센트럴 도그마’ 에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여 진행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어떤 핵산 서열이 어떤 아미노산을 코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유전정보의 전달에 관련된 기본적인 밑그림이 그려진 다음에는 서서히 사람들은 박테리오파지를 버리고 다른 분야로 떠나기 시작한다. 신경생물학이라든가, 아니면 박테리오파지 대신 동물바이러스로 연구를 전환해서 사실은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그러니 나에게 돈을 모아달라는! 하는 드립을 하는 부류가 있지 않나, 아니면 박테리오파지 연구는 이제 뒷전으로 넘겨버리고 다른 모델생물로 넘어간다든지..박테리오파지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로 가면서 점점 그 인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유행에 늦었던 어떤 젊은이

그러나 이렇게 파장 분위기의 박테리오파지 연구 바닥에 자신의 최애캐 박테리오파지를 끝까지 뒤벼보겠다고 등장한 최신 유행에 둔감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F.W. Studier 라는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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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라고 했는데 왜 이리 늙었냐면 젊은이 시절 사진을 못 구했거든

이 F.W.Studier라는 사람은 원래 의대진학을 꿈꾸고 학부에 들어왔지만 학부시절 읽었던 엔리코 페르미의 책에 감명받아 낚였네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칼텍 박사과정에서 생물물리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이때가 1950년 후반. 박사과정에서 그는 평생의 연구대상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박테리오파지 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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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T7 Phage  앞에 나온 T4 보다는 어째 좀 글래머러스하다. T4는 40kg T7는 70kg

이 사람이 이 T7 파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64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포닥을 할때였고, 물리학 출신의 생물물리학자답게, 이 사람이 처음 수행한 연구는, 여러가지 파지 유래의 DNA를 초원심분리기를 이용하여 그냥 센돌이를 돌리기 시작해서 많이 돌렸습니다 침강계수를 계산하고 (쉬운말로 ‘센돌이 돌려서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가’) 이를 이용하여 분자량을 측정하는 연구였다.

사실 전기영동이라는 도구로 단백질과 핵산의 대략적인 분자량을 측정하는 오늘날의 분자생물학자에게 ‘초원심분리기’ (Ultracentrifuge) 혹은 ‘분석용 초원심분리기’ (AUC:Analytical Ultracentrifuge) 는 그닥 익숙하지 않은 도구이다. 단백질을 연구하는 생화학자면 모를까. 그러나 1960년대만 하더라도 초원심분리기와 AUC는 분자생물학자의 기본 도구였다! 즉 그 당시 하던 대개의 실험은 파아지를 키워서 동위원소로 표지한 다음 그것을 초원심분리기로 돌려서 얼마나 침강이 되는지에 따라서 단백질 혹은 핵산의 크기를 추정하던 방식이었다. 즉 요즘 전기영동 돌리던 식으로 몇 시간 – 수십 시간씩 원심분리를 돌리던 것이 1960년대 분자생물학자의 일상이었다!  얼마나 지겹겠어 젤 내리는 것도 지겨운데 

그래서 이런 논문을 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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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의 분자생물학 논문을 보면 그냥 줄창 이렇게 센돌이 돌린 데이터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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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 당시의 최신 기술에 의해서 이 양반은 열심히 실험을 하였고, 뉴욕근처에 있는 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라는 곳에서 스탭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이전에 연구하던 T7 파지를 좀 더 파보려고 했는데..

전기영동과 판때기 젤(Slab Gel)

그래서 이 사람은 이전에는 생물물리학적인 연구만 했지만 이제 유전학과 생화학적인 기법을 통합해서 T7 파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뒤벼보려고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보고자 했던 것은 T7 파지가 대장균에 감염되면 어떤 단백질과 RNA가 나오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RNA를 동위원소 32P로 라벨링해서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인큐베이터에 ATP 32P를 P1000으로 퍽퍽~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게 들리지만 당시에는 이런 것이 상당히 흔한 실험이었다) 이것을 크기별로 분리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당시에도 ‘전기영동’ (electrophoresis) 라는 것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전기영동의 경우 지금과 같은 형식의 판때기 형식의 젤이 아닌, 다음 그림과 같은 튜브 형태로 만든 아크릴아마이드 매트릭스에 샘플을 로딩하고, 전기를 흘리는 식으로 런닝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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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결과를 보냐고? 젤을 꺼내서 사시미치듯 샤샤샤 자른다음에 방사능을 잴 수 있는 섬광계수기(scintillation counter) 바이얼에 담은 후 방사능을 잰다. 그렇게 cpm 값으로 표현된 방사능을 바이얼에 따라서 플롯하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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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1965년도에 최초로 수행된 SDS-PAGE 젤 데이터이다. 다만 요즘처럼 판때기 젤이 아닌 관계로 전기영동이 끝난 샘플을 잘게 회쳐서 방사능을 재고, 이 값을 그래프로 그려야 했으니 단 하나의 샘플에 수십개의 바이얼이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샘플이 10개가 되면 어떻게 될지는..

그래도 사람들은 이전에 사용하던 AUC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높은 해상도로 단백질을 분석하는 방법이라고 좋다고 (..)사용했다.

Studier역시 이 테크닉을 이용해서 자신의 파지 단백질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여러 샘플을 동시에 분석하는것은 짐작하겠지만 매우 노가다스러웠다. 만약 이런 식으로 방사능을 안 재려면 원통형의 튜브에 든 잴을 잘 잘라서 필터페이퍼에 붙인 다음 엑스레이 필름에 감광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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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기구로 원통형의 젤의 중앙부를 잘 회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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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페이퍼에 붙여서 말린 후 감광. 만약 샘플이 12개가 있다면 12번 회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노가다를 하던 중, 이 사람은 ‘아예 젤을 판때기처럼 만들어서 전기영동을 하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했고, 이것을 실제로 해 봤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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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최초의 판때기 젤로 전기영동하는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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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분리한 T7 파지의 단백질!

그래서 그는 지금도 단백질, 혹은 핵산을 분리할 때 사용하는 젤판때기를 인류 최초로 고안해 낸 사람이 되었다. 그의 T7 단백질 결과는 1973년에 Journal of Molecular Biology에 출판되었다.

그의 ‘판때기 젤’ 은 곧 분자생물학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비슷한 기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판때기 젤’ 이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의 전기영동보다 훨씬 고해상도로 단백질 및 핵산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기존에 상상하지 못하던 실험을 가능케 했는데 이 중의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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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등장한 프레데릭 생거의 생거 DNA 시퀀싱!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유전자의 시퀀스가 ACGT의 디지털 정보로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 역시 ‘판때기 젤’ 에 의한 전기영동이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Studier 는 어디까지나 T7 파지의 연구를 위해서 그 ‘판때기 젤’ 을 만들었을 뿐이고, 그는 계속 T7 파지의 연구에 집중했다.

T7 RNA Polymerase

그리하여 1983년 Studier는 39,936bp에 달하는 T7 파지의 전체 염기서열을 결정하여 발표한다. 수십억 bp의 개개인 사람의 지놈도 하루면 시퀀싱이 끝나는 시대에 고작 박테리오파지 하나의 시퀀스를 결정하는 것이 대단하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1983년이고, 잘 알려진 단백질의 유전자 하나를 클로닝해서 시퀀싱하여 전체 염기서열을 결정하면, 박사학위 논문으로 충분할 뿐더러 매우 좋은 저널에 논문을 내던 시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튼 그는 생거의 시퀀싱 (그가 만든 ‘판때기 젤’ 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이 나온지 6년도 안 되서 그의 완소 박테리오파지의 전체 지놈 서열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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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의 Fig.1 을 보면..스크린샷 2016-08-03 17.09.26

으로 시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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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끝난다! 즉 논문의 10페이지까지 약 40kb의 서열이 논문에 주르르 나와있다. 나는 누군가 여기는 어디인가

여튼 이 지놈에 들어있는 약 50여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바로 발현되는 몇 개의 유전자를 제외하고는 대장균의 RNA Polymerase는 인식하지 못하는 고유의 프로모터를 가진 유전자가 존재하며, 이들은 T7 파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RNA Polymerase에 의해서 RNA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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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T7 파지의 RNA Polymerase는 어떤 유전자인가?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워낙 서열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유전자 서열을 모두 알고 있더라도 이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T7 RNA Polymerase 에 대한 논문은 다음해인 1984년도에 나왔다. 그리고 곧 이 T7 RNA Polymerase를 클로닝하여 과발현한 후 정제하면 이것을 이용하여 T7 Promoter 가 달려있는 DNA 서열에 상응하는 RNA를 시험관 내에서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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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단백질과 이를 이용한 체외에서의 전사,

그리고 이 시험관 내에서의 RNA 전사가 매우 효율이 좋음이 발견되었다. 즉 약 20bp 에 상응하는 T 7 프로모터 하위에 원하는 어떤 DNA를 넣으면 이것에 상응하는 수백에서 수천bp에 달하는 RNA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 전에 가능하지 못하던 수많은 일들이 가능해졌다. 가령

  • T7 프로모터를 이용하여 특정한 유전자에 대한 RNA Probe 제작 : 노던 블랏 등에 사용할 수 있는 RNA Probe를 제작하여 이를 동위원소로 쉽게 라벨링할 수 있게 되었다.
  • 벡터에 클로닝된 RNA 바이러스를 세포외에서 전사하여 RNA를 제작함으로써 감염력 있는 RNA 바이러스를 제작 : 일단 바이러스의 클론을 플라스미드 형태로 확보하면 RNA 형태의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특정한 유전자를 변형하여 해당 유전자가 바이러스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RNA를 생화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RNA의 대량 합성 : 아미노산이 단백질 생합성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아미노산은 해당하는 아미노산에 고유한 안티코돈을 가지는 tRNA에 붙어야 되며, 이는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 (aminoacyl-tRNA synthetase)에 의해서 수행된다. 그렇다면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는 어떻게 제 짝인 tRNA를 인식하는가? 이러한 것을 위해서는 tRNA의 돌연변이를 만들어 이들이 체외에서 tRNA에 아미노산을 달아주는지와 같은 실험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합성 올리고를 이용하여 특정한 돌연변이를 가진 tRNA 유전자를 만들고, 이를 T7 RNA Polymerase에 의해 전사하여 생화학 반응을 검사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 RNA의 구조생물학 : 가장 최초로 풀린 핵산 (DNA-RNA를 막론하고) 의 입체구조는 효모의 tRNA구조이고, 이는 효모로부터 정제하였다. 그러나 다른 구조를 가진 RNA는?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RNA를 결정화하려면 순수정제된 RNA가 mg 단위로 필요하며 이를 세포내에서 정제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RNA를 만들 수 있도록 RNA에 해당하는 DNA를 T7 프로모터 아래에 넣고, 이를 T7 RNA Polymerase를 이용하여 전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크린샷 2016-08-03 17.51.57저자의 이름이 상당히 친숙 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원래 RNA의 구조생물학을 하는 사람이다! 즉 T7 RNA Polymerase가 없었다면 이 사람의 캐리어도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으리라. 여튼 그리하여 1990년대 초부터 다음과 같은 RNA 구조들이 결정학으로 풀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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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merhead riboz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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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I In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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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9-sgRNA Complex

즉 Hammerhead 리보자임부터 Cas9 RNA 복합체에 이르기까지 T7 RNA Polymerase에 의해서 만들어진 RNA가 없었다면 RNA 구조생물학, RNA 관련 생화학이라는 분야 자체의 존재가 불가능했다. 즉 Studier가 발견한 ‘요상한 파지’ 에서 유래된 그 별난 RNA Polymerase가 참으로 많은 일을 가능케 한 것이다.

pET vector와 단백질 발현

여기서 끝난 줄 알았지? Studier는 T7 RNA Polymerase가 자기 자신의 프로모터만을 인식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고, 매우 RNA를 강the력하게 만들어낼수 있다는 성질이 재조합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장균에서 재조합 단백질을 많이 만들다 보면 세포에 해가 되는 경우도 있고, 이는 세포성장을 억제하여 단백질 생산 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가끔은 이러한 유전자를 대장균에서 클로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수도 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생각한 것은 이러했다.

(1) 원하는 목적 유전자에 T7 프로모터를 달아서 플라스미드에 넣어둔다. 보통의 균주는 T7 RNA Polymerase 유전자가 없으므로 해당 유전자는 전사되지 않으므로 플라스미드는 안정되게 유지된다.

(2) 플라스미드 제작이 끝나고 단백질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T7 RNA Polymerase 유전자가 들어있는 플라스미드와 같이 형질전환을 한다. 단, T7 RNA Polymerase의 유전자 앞에는 E.coli 프로모터를 붙여두고, 이는 가장 잘 알려진 Lac 프로모터, 즉 락토스 혹은 IPTG에 의해서 발현이 유도될 수 있도록 한다.

(3) 발현을 개시하려면 IPTG를 넣어준다. 그러면 (1) IPTG는 먼저 T7 RNA Polymerase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여 단백질을 만들고, (2) 이렇게 만들어진 T7 RNA Polymerase는 T7 프로모터가 달려있는 원하는 목적 유전자를 발현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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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는 1986년에 이러한 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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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처음 시스템에서는 T7 RNA Polymerase유전자는 별도의 플라스미드에 존재했다. 그런데 단백질을 발현하기 위해서 항상 두 개의 플라스미드를 형질전환하는 것은 불편하다. 그래서 이 사람은 람다 파아지를 이용하여 크로모좀 안에 T7 RNA Polymerase (DE3라고도 불리는 유전자 이름) 유전자를 집어넣은 대장균 스트레인을 개발하였다. 이것이 바로 대장균에서 단백질을 만들어 봤으면 안 써봤을 수 없는 BL21(DE3) 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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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재 대장균에서 단백질을 과발현할때 대부분의 경우 사용되는 pET 시스템과 T7 프로모터 시스템의 개발자가 바로 이 ‘파지덕후’ F.W. Studier 이다.

사실 이 사람은 어디까지나 T7 파지의 연구에 꽂혀서 T7 파지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연구했을 뿐인데도, 이런 상업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그의 기술은 BrookHaven National Lab 을 통해서 상업적으로 사용될때는 기술이전되었고, 현재까지 BNL이 T7 발현시스템의 라이센스료로 받은 금액은 5500만불에 달한다. 이것은 BNL 연구소 역사상 여태까지 가장 큰 상업적인 기술이전료 수입이다.

T7 Lysozyme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겠지만 그의 연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만해 영감님…

그는 1987년 T7 파지에 있는 라이소자임, 즉 박테리아에 감염된 이후 세포의 펩타이도글리칸 층을 분해하는 효소가 엉뚱한 또 다른 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T7 RNA Polymerase의 전사를 저해하는 것. 

그게 T7 파지를 연구하는 사람 이외에는 뭐가 중요하겠냐고 하지만, 이게 또 중요해진다! pET 단백질 발현 시스템에서 T7 RNA Polymerase의 발현은 대장균의 프로모터인 lac 프로모터에 의해서 유도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했다. 이게 교과서에서처럼 락토스가 없으면 전혀 발현을 하지 못하면 차암 좋겠지만 현실은 교과서와는 틀려서, lac 프로모터는 인듀서인 락토스나 IPTG가 없어도 찔끔찔끔 발현이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업자 용어로는 ‘leaky’하다는 표현을 쓴다) 따라서 인듀서를 넣지 않아도 T7 RNA Polymerase는 약간씩 발현이 되며, 만약 발현하려는 목적 단백질이 호스트 세포에 매우 독성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발현하려는 플라스미드가 아예 사라진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찔끔찔끔 발현되는 T7 RNA Polymerase’ 를 막을 수 있을까? 그래서 그가 이전에 발견한 T7 파지의 라이소자임이 등장한다!

즉 T7 파지의 라이소자임 (pLys) 유전자를 아주 미세량 발현하는 플라스미드를 T7 발현시스템에 넣어두면, 이렇게 찔끔찔금 발현되는 T7 RNA Polymerase의 발현은 T7 Lysozyme에 의해 차단되고 인듀서를 넣어서 T7 RNA Polymerase가 본격적으로 발현되면 그제서야 단백질 발현을 개시하는 시스템을 1991년 발표하였다.

Auto-induction Medium 

이 할배는 쉬지 않는다 ㄷㄷㄷ

아마 단백질을 대장균에서 T7 발현시스템 (pET 계열 벡터) 을 이용해서 발현해 보신 사람이라면 생각처럼 이 시스템이 IPTG에 의해서 타이트하게 콘트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하셨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IPTG 안 넣고 키우는 것이 원하는 목적 단백질이 더 많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냥 오버나잇으로 IPTG도 안 넣고 키웠더니 발현이 훨씬 더 많이 되는 경우도 경험하기도 한다.

왜 이런 것일까?

이 영감님은 2005년에 이 문제를 연구하여 논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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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N-Z amine이라는 미생물배지에 들어가는 성분의 배치에 따라서 T7 시스템이 인듀서를 추가하지 않아도 발현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알고보니 인듀서를 추가하지 않아도 발현이 되는 배지에는 미량의 락토스가 들어있었다! 락토스가 들어있는 이유는 N-Z amine은 우유의 카세인의 가수분해물이므로 제조과정 중에서 미량의 락토스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이러한 우연한 발견과 어떻게 하면 박테리아를 좀 더 고농도로 키울 수 있을까를 여러 조건으로 검사하여, 인듀서가 없이 그냥 오버나잇으로 박테리아를 키우면 기존의 IPTG 를 넣는 것에 비해서 훨씬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고, 세포도 더 많이 자라는 배지조건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지 조성은 ‘Overnight Express‘ 라는 이름으로 상업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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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FW Studier의 논문을 찾아보면 거의 1명, 혹은 2명의 저자에 의해 이루어진 연구가 수행되었다. 사실 누가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그런 연구에 돈을 많이 대 줄까.  그리고 이 글에서 처음부터 이야기했지만 그는 1960년대 중반에 시작했던 T7 파지에 대한 연구를 캐리어의 시작부터 끝까지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러가지의 다른 연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기술을 (Slab Gel, T7 RNA Polymerase, T7 Expression System) 개발해냈고, 이들의 파급효과는 가히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한마디로 대의 분자생물학 연구 기반의 상당부분을 혼자서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F.W. Studier이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 그저 T7 파지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던 파지덕후였을 뿐..그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한다.

“It’s to everyone’s benefit to patent discoveries that have commercial application, and it’s a good idea to make it easy for researchers to apply for a patent, but my work is not aimed at commercial application. I’m interested in basic research.

 

아가로스 젤에서 DNA를 회수한 남자

너무나 흔할수록 그 원리가 아리까리한 실험들

생물학 관련 실험실, 특히 DNA를 가지고 뭔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하는 일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아가로스 젤 전기영동 (Agarose Gel Electrophoresis)이다. 이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업자’ 혹은 ‘업자’ 를 지망하는 전공학부생 수준의 사람들이 읽을 것을 간주하고 쓰는 곳이므로 그런말 언제했냐구요 물으시는 분이 계실텐데 지금 여기서 한 이야깁니다만  굳이 이게 뭐하는 물건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락하도록 한다. 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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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묵 같은 젤을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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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혹은 RNA를 크기별로 분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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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염색시약으로 크기별로 분류된 DNA를 확인하는 일은 아마 DNA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 사람이라면 안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기본적인 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크기를 확인하는 것 이외에도 이렇게 아가로스 젤 전기영동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특정한 크기의 DNA를 순수분리하는 일이다. 즉 PCR이나 제한효소 처리를 해서 생긴 특정한 크기의 밴드 형태의 DNA를 젤에서 회수하는 일..DNA 가지고 실험해본 사람이라면 안해본 사람 있는가?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냐고 하면…

“키트를 사서 하죠!” 라고 백이면 백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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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일단 젤을 만들어서 DNA를 분리하고, 젤을 자른 다음, E-Tube에 넣고 저 키트에 들어있는 ‘노란색’ 솔루션을 넣고 50몇도 정도에서 데워서 젤을 녹이고, 그 다음에는 컬럼에 넣어서…

그런데 여기서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 없는가?

(1) 아가로스 젤은 왜 저 ‘노란색’ 솔루션에 넣으면 녹는가?

(2) 저 컬럼에는 왜 DNA가 붙게 되는가?

물론 여기서 연식을 인증하고 싶으신 연구자라면 ‘아, 그것도 몰라…’ 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러한 형식의 키트가 나오기 이전부터 DNA 를 젤에서 분리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100중 90명 (상당히 낙관적인 추정 -.-;; ) 은 이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것에 뷁원 정도 걸 수 있다.

물론 그 원리를 아는 것이 지금 당장 젤에서 DNA 조각을 분리해 내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대개의 키트라는 것이 그냥 방법대로 따라하면 결과가 나오도록 오차와 마진을 고려하여 설계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과학자라는 사람이라면 뭔가 자신이 원리를 알 수 없는 ‘흑마술’ 에 의지해서 연구를 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보통 아닌가? 그래서 ‘아가로스 젤에서 DNA 추출’ 의 원리를 알아보고, 이 테크닉을 과연 누가 처음 개발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아가로스

그렇다면 우리가 젤을 만들 때 사용하는 아가로스란 무엇인가? 별거 아니다, 한천! 그렇다면 이의 화학식은? 이렇게 두 개의 다른 종류의 당이 무수히 반복되어 있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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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D-galactose와  3,6-anhydro-L-galactopyranose 가 서로 교차되면서 계속 연쇄되어 있는 선형의 중합체가 바로 아가로스이다.

그런데 왜 이게 젤 형태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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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도부터 100도 상태로 온도를 올리면 이 아가로스 중합체는 액체 상태로 되지만, 온도를 서서히 낮추면 지들끼리 서로 결합하여 일정한 구조를 이루게 되고, 이것이 지속되면 저렇게 각각의 분자들이 빽빽하게 결합된다. 여기에는 분자간의 수소결합과, 물분자와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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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런데 우리는 아가로스 젤을 통해 분리된 DNA 조각에서 DNA만을 회수하고 싶다. 그럴려면 젤을 녹여야겠지? 물론 아가로스 젤은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하여 가열하면 쉽게 액체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DNA는? DNA의 이중나선까지 풀려버리는 것은 피하고 싶다. 즉, 아가로스 젤의 녹는점을 낮추어서 DNA가 이중나선까지 풀리지 않을 온도, 즉 50-60도 정도에서 아가로스 젤을 녹이고 싶다. 어떻게?

저 위에서 아가로스 젤의 구조에는 물분자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만약 저기서 물 분자를 빼앗아버리면 어떻게 되나? 결합력이 낮아지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물 분자를 빼앗아버리나.

이런데 사용하는 화학물질로써 Chaotropic agent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물분자와 강한 수소결합을 함으로써 물분자 끼리, 혹은 다른 물질간의 수소결합을 아예 억제해 버리는 물질들이다. 이런 것의 좋은 예로써 이런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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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반적인 키트에 사용되는 Chaotropic agent 는 Guanidium chloride, 혹은 Sodium Iodine 등이 있다. 여튼 높은 농도의 이러한 솔트가 들어있는 솔루션에 아가로스 젤을 넣어버리면 아가로스 젤은 물을 빼앗기고, 정상적으로는 녹지 않을 50도 정도의 온도에서 완전히 녹아버린다! 이제 아가로스 젤을 녹이는 것은 끝. 그렇다면 DNA를 어떻게 회수하는가?

실리카 

원리는 몰라도 실험을 따라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가로스에 들어있는 DNA를 녹인 다음에는 요렇게 생긴 스핀 컬럼에 넣고 소형 원심분리기를 통해서 컬럼을 거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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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렇게 녹여진 DNA는 저 컬럼의 ‘하얀색’ 부분에 들어있는 물질에 흡착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저기에 들어있는 물질의 정체는 무엇인가? 실리카 (SiO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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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김 같은데 습기차지 말라고 실리카로 구성된 습기제거제를 넣는가? 저기서 보는 것처럼 실리카는 물을 아주 좍좍 흡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DNA는 아가로스 젤을 녹이느라, 수소결합을 거의 못하게 하는 매우 높은 농도의 chaotrophic salt 에 녹아 있는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DNA가 녹아있는 chaotrophic salt 를 실리카에 넣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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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한 인산기를 가지고 있는 DNA는 높은 농도의 salt 가 중매쟁이가 되어 실리카에 붙는다! 그 외에 용액에 들어있는 아가로스 등은 DNA처럼 강한 음성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붙지 않고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나서 salt 가 존재하지 않는 low salt buffer (‘거의’ 물) 를 가해주면 붙어있던 DNA는 회수되어 나간다.

이걸 처음 개발한 사람은 바로..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뭐 그런가부다 하자. 그렇다면 이 테크닉을 처음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고 계시는가? 이것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이런 논문이 나온다.

Vogelstein B and Gillespie D. Preparative and analytical purification of DNA from agarose. 1977 PNAS

이 사람이 개발한 것은 결국 오늘날 쓰이는 아가로스 젤에서 DNA를 정제하는 것과 틀리지 않다. 즉 DNA를 아가로스 젤로 전기영동을 내린 다음에 NaI 솔루션으로 아가로스를 녹인 다음 유리가루 (어차피 실리카 맞다) 에 DNA가 얼마나 흡착되는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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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소한 실험에도 동위원소로 표지된 DNA 를 쓰던 당시의 위엄 -.-;;;;

아무튼 이렇게 chaotrophic salt 존재하에 agarose를 녹이고, 이 상태에서 DNA가 sillica에 붙는다는 원리가 확립된 이후에 이 포맷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든 것이 요즈음의 소위 말하는 ‘키트’ 라는 것이다.

그런데….저자의 이름이 좀 익숙하지 않은가? 특히 암 연구자라면 말이다. 그 당시 이 사람은 NIH에서 포닥으로 연구를 하던 의사 출신 연구자였다. 그는 나중에 이런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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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t Vogelstein, Johns Hopkins University

암억제 유전자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Bert Vogelstein이 쪼랩 시절에는 DNA 를 Agarose에서 회수하는 방법도 만든 사람이라는 게 잘 상상이 안 갈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러하다. 즉 원래 의사였던 그는 NCI에서 연구를 하면서 분자생물학의 실험 기법을 배웠으며 그 기반은 나중에 그의 암 관련 유전자 연구로 이어진다.  그의 초창기 논문을 펍메드에서 뒤져보면 지금 그의 캐리어와는 별로 관련성이 없어보이는 뜬금없는(?)연구 들도 많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잘연 연구는 잘하던넘이 잘한다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