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 3월 10일, 이 논문의 공저자인 와카야마 테루히코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하였슴.
이 사람은 오보카타 하루코가 제공한 세포를 이용하여 Chimeric Mouse를 제작하여 해당 세포가 만능성을 가진다는 것을 보이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했는데,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사용한 세포가 제대로 된 STAP 프로토콜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지가 의문이 들었음. 따라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STAP 줄기세포’ 를 다른 연구기관에 제공하여 분석을 하여 과연 이 세포가 제대로 된 세포인지를 확인하여 공표하겠다고 함.
그리고 Wall Street Journal 에 따르면 와카야마 테루히코는 네이처에 논문의 철회를 요청하였다고.
상황은 조금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 불로그 주인도 이 논문의 내용에 대해서 신뢰를 가지고 있던 이유라면 와카야마 테루히코가 이 연구에 참여하였다는 것이 주된 이유일텐데, 와카야마 자신이 이렇게 의구심을 가지게 된 상황에서는 이 연구가 과연 제대로 된 연구인지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밖에 없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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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당 논문의 내용이 어떻게 검증되고, 어떠한 후속결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잠깐 기다려보도록 하고, 이 껀을 정리해 보면서 몇가지 느낀점을 정리해 보았다.
1.”유별난 주장을 입증하려면 유별난 증거가 필요하다” Extraordinary claims require extraordinary evidences
오보카타씨의 논문을 보면서 계속 느낀 것은 “이제 믿을테니 실험 작작하란 말이야!”
대개의 논문들을 읽으면서 ‘훗~ 겨우 이정도 일 하고 이런 걸 주장한단 말야? 뻥치시네~’ 하는 생각이 드는 것과는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ㅋ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오보카타 & 동료들도 처음부터 이러고 싶어서 그랬겠냐는 거다. 아마 이전논문읽어주기 때 쓴것처럼 처음에는 대충 Oct4 나오고 줄기세포 마커 나오고 메틸레이션 패턴 정도 보고 끽해야 테라토마 실험정도 끝낸다음에 우와~ 줄기세포 만들었삼 하고 논문 쓰려고 했겠지..
그러나 pH를 잠시 30분 동안 바꾸면 만능성이 생긴다는 어디 귀신시나락까먹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믿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양산형 iPS셀’ 만들때 보여주는 데이터 정도로는 부족했겠지. 아예 처음부터 기본 가정을 믿지 않는 리뷰어를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실험, 그것도 거의 과하다싶은 데이터를 뽑아야 했을듯.
뭐 하긴 처음에 pH 30분 내리고 사흘동안 컬쳐하면 Oct4 GFP 시그널 나온다 데이터보여줄때부터 skeptics들은 믿지 않았겠지..너님이 중간에 뭐 슬쩍해서 사진붙여놓은건지 알게뭐냐고 ㅋㅋㅋ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7일간 타임랩스 무비를 찍으면서 GFP-Oct4가 발현되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든지. 이런게 이 사람의 논문에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초기 실험결과가 나온 이후에 무려 5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논문화가 될수있었다는 것이다. 즉, 흔히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누군가가 논읽남에서 읽어주듯이 pH 한번 바꿔보니 슥 GFP-Oct4 나와..그리고 술술술~ 이런 식으로 진행된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 그 수많은 데이터들은 결국 연루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인 것이다.
사실 최근에 N,S (특히 S) 등에 나온 ‘기존의 생물학 상식을 깬다’ 고 나온 논문들에서 결여된 것은 바로 이러한 정신, 즉 ‘유별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유별난 증거가 필요하다’ 라는 기본적인 것을 망각한채, 제대로 된 검증실험 없이 부족한 데이터의 논문들을 불쑥불쑥 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예로, 2010년에 나와 세계를 들썩이게 한 논문이 있었지만
매우 불안정한 비소가 DNA와 결합하여 안정한 비산복합체를 이룰 수 없다는 기본적인 화학적인 의문에서 출발하여 결국 ‘비소미생물 DNA내에는 비소가 없더라’ 내지는 ‘이 미생물은 그저 높은 농도의 비소에서 사는 흔한 미생물일뿐’ 과 같은 결론이 나오게 되었다.
충격적이고 대중적으로 화제가 될 주제이기 때문에 그닥 빡센 리뷰없이 과학적인 엄밀성이 결여된 논문을 영향력이 큰 학술지에서 함부로 실어주는 행태가 가져오는 폐혜는 극히 크다. 저 이야기 외에도 결국 황우석의 줄기세포 논문의 경우에도 좀 더 제대로 된 리뷰가 있었더라면 처음부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뉴스거리’ 라는 이유로 과학적인 엄밀성이 떨어지는 논문을 그냥 대충 실어주는 행태가 낳은 비극 중의 하나가 바로 그 껀이다.
그런 면에서 오보카타씨의 논문은 ‘Extraordinary claims require extraordinary evidences’ 라는 격언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즉, 너님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통큰 주장을 다른사람들이 믿어주길 원한다면 ‘저 쉑히 저러다 진짜로 세계를 정복할지도 몰라 ㄷㄷㄷ’ 하게 생각할만한 근거를 보여주라고..참 남말 같이 이런말을 쓰는구나 이 블로그 주인장은ㅋㅋㅋ
2. 전혀 새로운 돌파구는 외부에서 찾을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를 마무리하려면 결국 돌직구.
사실 이런 미친 연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오보카타씨가 응용화학부 출신이었고, 미쿡에서 연수받은 랩도 Charles Vacanti 와 같이 조직공학의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즉 발생학이나 생물학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면 이런거 처음 해보겠다고 하면 “……..저기염 동물과 식물의 차이를 아세염?” 부터 시작해서 한참 잔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즉 좀 심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멋모르고’ 덤벼들려면 좀 무식해야 한다는..ㅋㅋㅋㅋ
그렇지만 결국 이 연구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연구의 마무리를 한곳은 정통적인 발생생물학을 하는 리켄의 Center of Developmental Biology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와카야마 테루히코 라든지 요시키 사사이와 같이 동물복제 혹은 발생학 쪽의 구루급의 연구자들이 합류해서 기존의 줄기세포에 관련한 입증실험을 오승환이 돌직구 꽂아놓듯 지속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 이 연구는 완성될 수 있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즉 이런 연구는 한 사람의 창의적인 생각,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 ‘팀’에 의한 업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흔히 과학에 대해서 개뿔도 모르는 사람들의 경우 과학연구를 어떤 사람 하나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헛소리.
즉 현대과학연구는 개인경기가 아닌 팀플레이. 김연아나 박태환은 잘하는데 과학자 너님들은 왜 이리 못났음 노벨상도 못하고와 이런 이야기를 내 앞에서 하는 자는 맷집을 키우고 와라. 조던이나 메시가 아무리 킹왕짱인 플레이어라고 해도 혼자 뛰어서 5명이나 11명이 뛰는 상대팀을 이길 도리가 있겠냐.
3. 젊은 연구자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진짜 이유
흔히 젊은 연구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로 ‘젊은 사람이 아무래도 생각이 다채롭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되지..나이많은 사람은 머리가 굳어서 ㅋㅋ’ 이런식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렇지만 사실 그것은 착각인 경우가 많다.
오히려 경험이 없는 젊은 연구자들은 흔히 도그마에 빠지기 쉽고, 논문 혹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을 그대로 신봉하였다가 연구의 쓴맛을 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연구를 접고 쳐노는 늙은 연구자 코스플레이어들이야 머리가 굳을 수 있고 새로운 생각을 못할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일을 하는 나이먹은 연구자는 일종의 만랩 RPG 플레이어와 같은 존재이다. 레벨 08 쪼랩넘들의 아이템이래봐야 뭐 있겠냐고ㅋㅋㅋㅋ 솔직히 진짜로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생각은 경험많은 늙은 현업연구자에게서 나올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늙은 연구자 코스프레이어만 많다는게 함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건 젊다는 것은 아무래도 앞으로 뭘 해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즉 한번 망해도 두번할 시간이 있다는 소리고, 좀 더 리스크한 연구에 뛰어들어서 대차게 망해도 재기의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번 망하면? 뭐 닭집은 힘있을때 젊을때 시작하는게 낫다 그렇지만 나이많고 딸린식구많은 연구자들은 비록 창의적인 연구를 할 포텐이 있더라도 그렇게 하이리스크의 일에 손쉽게 뛰어들긴 힘들겠고 안정적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고.
따라서 젊은 신진연구자의 기회를 주고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무모하거나 때로는 쳐돌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이디어를 보다 경험이 많은 과학자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또 다른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젊은 연구자이건, 중견급 연구자이건, 아니면 만랩은 이미 20년전에 찍은 호호백발 원로과학자이건 과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젊은 연구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펴지 못하고, 그냥 연구에서 손뗀 연구자 코스프레이어들의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는 토픽에 매몰되는 상황에서는 진짜로 혁신적인 연구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4. 일본은 자연과학에 있어서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다.
한국이 일본과 삐까뜨거나 앞서는 분야는 딱 두가지 정도 있는데,
1. 셀폰 만들기를 잘하는 모기업
2.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연아빼면 것도 아니지만)
이러한 몇가지 분야에서의 성과로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레벨이라는 착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미몽에서 깨어나라. 적어도 자연과학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는 일본>>>>>넘사벽>>>>>>>한국이며 이것은 아마 향후 20년 내에 변화하기 힘들다.
왜 그럴 수 밖에 없는가? 이전에도 한번 쓴 이야기지만 일본의 근대과학은 19세기 말 메이지 유신 이후부터 시작되어, 20세기 초반에서는 벌써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연구가 일본 국내에서 수행되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아무리 길게 잡아도 1980년 이전에는 제대로 된 자연과학 연구를 하지도 않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대중들은 잘 모른다.
과학연구의 역사가 일천하다는 것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아직도 한국에서는 ‘과학’ 이 뭔지에 대한 개념조차 존나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우리가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필요한 ‘뭔가’ 정도로 이해하지….다시 한번 말하겠는데 과학은 우리가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하는 뭔가가 아니라 우리가 잘먹고 잘살고 있다는 것을 미래의 후손에게 인증하기 위해서 하는 뭔가다. 가령 오보카타씨의 연구에서 내가 흥분하는 것은 이게 무슨 줄기세포를 손쉽게 만드는 방법이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사람과 당근이 재생능력에서 어떤면에서 별 차이 없다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놀라는 거지.
5. 논문 쓰는 것에 비면 논읽남 쓰는 것 쯤이야…개껌 ㅋ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사실 그 글은 내 자신의 연구논문을 마무리하는 와중에 글이 잘 안풀릴때 딴짓하는 와중 짬짬히 시간내서 쓴 글이다. 지금 마무리해서 서브미션한 논문은 아마도 오보카타씨가 낸 그 괴물스러운 논문의 분량의 한 10% 정도 될까말까..그러나 이 논문을 쓰는데 여태까지 들인 시간은 논읽남 글 쓰는데 들이는 시간의 100배 정도 들였고 (여기서 들인 시간이라는 것은 ‘실제 데이터를 뽑은 시간’ 이 아닌 순전히 논문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글을 쓰는데 걸린 시간을 의미함) 아마 앞으로 논문이 퍼블리시 될때까지는 이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 것이다.
하물며 오보카타씨의 그 무시무시한 논문에 들어간 시간에 비하면 그넘의 논읽남 글이야 뭐 ㅋㅋㅋ 개껌이다. 솔직히 저런 글 만개 정도 (상당히 너그러운 평가) 쓸 정도의 노력이 드는 일이 저 논문 두 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저 논문 두 편에 저자를 포함한 관련된 인원 10명의 약 5년간의 청춘이 집약된 것이 저 논문이라는 것을 아시는 것이 좋겠다.
즉, 지금 내가 심심풀이 땅콩처럼 풀어나가는 논문은 누군가의 최소 몇년간의 피와 눈물과 땀의 산물. 아마 저 논문 하나때문에 차인남친여친이 몇명이며 솔로부대에 다시 합류한 인원은 몇명일까 그러나 이런 것이 결국 인류가 발전해 나간 방식이며,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과학자라고 한다.
즉 과학자는 세상을 바꾸며, 우리가 바꾼 세상에 대해서 씨부렁거리는 것은 너희들에게 맡겨두겠다. 문돌이넘들이 할일은 우리의 설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