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의 마법과 돌 수프의 비밀 : 제 2회 매사페 후기

2018년 1월 27일 (토)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제 2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 (이하 매사페) 이 개최되었다. 매사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작년 1회를 개최할 때 쓴 글 (, )이 있으니 이것을 보시기 바라고, 제 2회 매사페의 기획 의도와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 회고를 해보도록 한다.

제 1회 매사페의 교훈

작년에 열린 제 1회 매사페는 처음 시도였던 관계로 모든 것이 새로와서, 과연 이 행사가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작년의 경험이 있으므로, 여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좀 더 나은 행사를 치룰 것인지에 대해서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로 행사를 치루었다는 차이가 있다.

작년에 아주 잘 되었다고 생각한 점은 이러한 점이다.

  • 라이트닝 톡은 매우 재미가 있었다 : 작년에 제 1회 매사페를 기획할 때는 라이트닝 톡 자체가 주된 컨텐트가 아니었다. 오히려 3명의 강연자에 의한 강연이 좀 더 부각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가장 분위기가 좋았고, 반응이 좋았던 것은 일반 참가자 약 30여명에 의한 2분 라이트닝 톡이었다. (물론 3명의 강연자에 의한 30분 톡이 재미없었다는 말은 아니나 이러한 톡은 사실 다른 행사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톡이다) 왜 웬만한 사람은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 2분의 라이트닝 톡이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느껴졌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그러나 불만족스러운 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 충분히 네트워킹을 할 시간과 장소가 부족했다.  : 제 1회 매사페를 개최한 곳은 약 100여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이기에는 다소 공간이 비좁은 편이었다. 그리고 꽤 일정을 빡빡하게 진행한 관계로 중간에 쉬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만약 톡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로비에서 이야기를 할 만한 공간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뒷풀이가 별도의 공간에서 이루어진 관계로 행사가 끝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번 흐름이 끊긴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하여 제 2회 매사페를 기획할 때는 다음과 같은 개선을 하고자 하였다.

  • 2분 라이트닝 톡을 주 컨텐트로 하여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라이트닝 톡을 하자  :  작년에는 약 120여명의 참가자 중에서 약 30명 미만의 사람들이 라이트닝 톡을 하였다. 즉, 참가자의 1/4  정도만 직접적으로 연사로 무대에 선 것이다. 만약 이 비율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즉 참가자 둘 중 한명이 자신의 관심사를 이야기했다면, 아마도 좀 더 활발한 네트워킹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라이트닝 톡을 하도록 하는 것이 처음부터의 목표였다. 참가자를 약 120명으로 잡았을때 최소한 절반 (60명) 을 라이트닝 톡을 하도록 하자!
  • 라이트닝 톡을 주제별로 큐레이션하자 : 1회 매사페에서 발표된 내용도 매우 다양하였다. 즉, 전통적인 생물학 연구분야에 대한 이야기부터 소속기관의 홍보, 과학커뮤니케이션 등등..그러나 1회 때는 내용별로 분류를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 접수받은 순서대로 발표를 하였다. 그러다 보니 단백질의 구조생물학 이야기를 했다가, 생태학 이야기가 나오고, 그렇게 하다가 제약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뭐 이런 식이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발표를 하기 전까지 주최자는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만약 비슷한 내용을 같이 묶는다면, 발표자는 이미 들었던 이야기와 유사한 주제를 다시 듣는 셈이므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것 없이 스무스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조금 넒은 공간을 확보하자 : 1회 매사페에서는 공간이 좁은 관계로 너무나 빽빽하게 인원이 배치되어 같은 공간에 모여서 비슷한 관심사를 논의할 만한 환경은 되지 못했다. 비슷한 120-130명 정도의 참석인원이라면 이들을 충분히 수용할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그리고 관심이 좀 떨어지는 내용이라면 외부에서 떠들 로비 같은 공간도 필요했다.
  • 맥주 : 1회 매사페에서는 저녁식사를 제공했다. 그러나 세미나가 끝나고 밥을 먹는 것도 괜찮지만, 그것보다는 맥주를 한잔 하면서 서로 친교를 다지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행사가 끝난 후에 맥주를 하자! 그리고 맥주는 좀 괜찮은 맥주여야 한다! (닥쳐라 고든램지)
  • 이벤트 : 사실 상품이라든가 기념품이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참가자들이 가져갈 기념품이 있으면 좋겠다. 아니, 차라리 라이트닝 톡 참가자를 대상으로 상을 주는 것은 어떨까? 상은 어떻게 주지? 심사위원을 두고? 너무 기성 학회스럽다! 모든 참여자가 다 참여하는 총선거  인기투표 형식이면 어떨까?

와 같은 이야기들을 꾸준히 Openbio.slack.com 채널에서 매사페 준비에 참여한 사람들과 제 1회 매사페가 끝난 이후부터 논의를 했었다.

실행 : 장소의 확보 – 서울시립과학관 메이커스튜디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이다. 가급적이면 대관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이 협찬을 받으면 더더욱 좋다. (그만큼 다른 데 쓸 비용이 남는다!) 이렇게 몇 군데를 알아보던 중, 2017년 하반기에 우연히 서울시립과학관 에 방문하게 되었다. (서울시립과학관에 무슨 목적으로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는 또 하나 포스팅을 할 만한 분량이 있으나, 이것은 지금은 생략하도록 한다) 여기서 눈에 띈 공간이 있었다.

서울시립과학관 메이커스튜디오! 여기는 1회 매사페를 치룬 장소에 비해서 훨씬 넓어서 중간에 나와서 떠들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울시립과학관과의 협의하에 매사페를 공동 주관하는 것으로 하고, 대신 공짜로 장소를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물론 아무나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아닐테고, 이를 위해서 매사페를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진행되는 다른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형식으로 공식적으로는 처리하도록 하였다. 장소가 확보되었으면 절반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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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과학관 메이커스튜디오

혼자서 준비를 할 수는 없다.

이러한 행사를 혼자서 준비할 수는 없다. 다행히도 1회 매사페를 기획한 사람들과, 1회 매사페에 참여한 분들 중 열성적인 분들의 도움으로 매사페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이러한 준비위원회를 꾸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행사의 성격이나 방향에 대해서 어느정도 합의가 된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많은 행사가 초반의 기획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어느정도 의사결정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모임의 원래 취지와 성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BDFL (Benevolent dictator for life)의 역할과 비슷한 격, 즉 파이썬 커뮤니티에서 귀도 반 로썸 의 역할처럼 말이다. 처음에 장난처럼 – 그리고 사심 가득으로 – 붙인 ‘매드사이언스페스티벌’ 이라는 이름이 이런 역할을 하는데는 크게 보탬이 된다. 그리고 사실 ‘매드사이언스’ 라는 이름을 붙일 행사를 스스로 주관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것이므로 (….)

어쩄든 매사페 준비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수고가 있었다.  포스터, 라이트닝 톡 뱃지, 포토월 등의 디자인에는 김수현 작가님이 수고를 해 주셨으며, 회계의 경우 Biotalk 운영자인 오지의 마법사님이,  케이터링 스폰서, 맥주, 기념상품 등에는 네프님이, 그리고 과학정책읽어주는남자들의 두 파트, 즉 과ㅈ  님이 가장 중요한 라이트닝 톡에서의 시간 관리 (여기에는 특정 헤어스타일이 필요하다 -.- 시간을 어기는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어야하거든..읍읍),그리고 ㅓㅇ남은 장내 사진 촬영, 그리고 설명충 님과 cheri 님, 그리고 팅커잭 님이 접수 및 배지 제작에 수고를 해 주셨다. 그리고 서울시립과학관의 스탭 여러분들이 장내 정리을 포함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맥주, 좋은 맥주가 필요하다 

사실 학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고, 이를 도와줄 약간의 매개체(?)가 있으면 좋다. 결국 술이 이런 역할을 하는데, 제 2회 매사페에서는 처음부터 크래프트 맥주를 제공할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였다. 그렇다면 어떤 맥주를, 얼마나, 어떤 형식으로 제공해야 하는가?

사실 여러 곳의 크래프트 맥주 회사가 케이터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성수동에 있는 어메이징 브류어링 컴퍼니였다. 사실 여기 맥주는 여러 번 먹어 봤었고, 나름 만족했었거든. 일단 자신이 먹어본 맥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종류별로 약 3 케그 (200-240잔)를 선택했으며, 선택한 맥주는 성수동 페일에일 (4.5% ABV/29 IBUs), 맑디맑은 바이젠 (5.5% ABV/9 IBUs), 첫사랑 IPA (6.5% ABV/46 IBUs) 이다. 일단 행사가 맥덕 정모가 아닌 관계로 행사 주최자는 맥덕이 아니라고는 안했다 너무 하드코어한 알콜이 높은 스타우트 같은 것을 시키기는 그렇다. 그리고 양의 경우도 120명 정도의 참석자를 고려하여 1-2잔 (조금 빨리 마시는 사람의 경우 3잔) 정도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설정했다. 어차피 ‘무한 리필 맥주제공’ 이 아니고, 백여명 넘는 사람들 중에서 꽐라가 되는 분이 나오면 곤란하다. 그리고 약간 아쉬운 정도가 되어야 마음에 맞는 분들끼리 2차를 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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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종의 맥주가 제공되었다.

라이트닝 톡은 60명! 

참가자를 설정하며 규모를 감안하여 120명을 설정하였고, 라이트닝 톡 60명 + 일반 참가자 60명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1회에 하던 모든 튜토리얼과 기타 행사는 생략하고 라이트닝 톡에 올인! 이 이번 행사의 기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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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진행 순서

그리고 사전에 발표 내용을 미리 짐작하고 큐레이션을 하기 위하여 등록 당시에 발표 제목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일주일 전까지 발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이때까지 보낸 사람은 라이트닝 톡을 신청한 분 중에서 1/4 가 안될 것이라는 것 쯤은 작년의 경험을 미루어 봐서 잘 알고 있었다. (….)

사전에 발표 자료를 미리 살펴볼 이유가 있는 것은 발표 순서를 큐레이션하기 위함이다. 만약 동일한 내용의 발표 내용이 연달아 이어진다면, 전혀 새로운 토픽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에 비해서 훨씬 듣는 사람의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본 블로그와 홈페이지, 그리고 이전 매사페에 참석한 사람의 성향을 생각해 볼때 상당수는 생물학 관련 연구자인 관계로 어느정도는 생물학 관련 연구 내용이 나올 것이고 이 내용을 제일 처음 진행된 첫번째 세션에 넣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생물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 참가자였다면 첫번째 세션에 좀 어려울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뭐 그 쯤은 감수하고 오셨어야죠? 과학 덕후 모임에….-.-

그리고 그 다음에는 생물학 이외의 과학 (화학자의 참여가 꽤 많았음). 과학정책 등의 여러가지 연구 관련된 세션을 편성했고, 제일 마지막 세션은 가장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만한 내용들로 편성하였다. 최종적으로 그날 발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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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회와 마찬가지로 라이트닝 톡의 성공 여부는 2:00 제한 시간의 엄수였다. 이를 위해서는 화자와 관중이 모두 시간을 정확히 볼 수 있고, 시간엄수를 준수할 수 있게 하는 타임 컨트롤러가 필요했다. 여기에는 과학정책읽어주는남자들의 절반 과ㅈ 님이 수고를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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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 근엄 진지한 라이트닝 톡 콘트롤러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원래 예정된 60명에 근접한 57분에 의한 2분 라이트닝 톡이 진행되었다. 사실 이번 매사페는 라이트닝 톡에 올인하여 라이트닝 톡으로 끝난 매사페라고 할 수 있다. 

라이트닝 톡 참여자들이 매사페의 진정한 주인인 거십니다.

라이트닝 톡 총선거!

이렇게 라이트닝 톡을 하는 명단과 순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배부되었으며, 이것은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 다름 아닌 라이트닝 토커 총선거!

사실 많은 학회에서 대학원생 대상으로 포스터나 발표의 시상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 시상을 주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의 심사위원이다. 그러나 매사페에서 운영진이 독단적으로 일부를 뽑아 상을 주는 것은 그닥 매사페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가? 모든 사람에게 1장씩 투표권을 나누어 주고, 자신이 가장 지지하고 싶은(?) 인원 3명에게 투표를 요청했다. 왜 3명인가? 거의 절반 이상의 사람이 라이트닝 톡을 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에게만 투표를 한다면 자기투표가 될수도 있지 않겠는가 (…)

그리하여 라이트닝 톡이 끝난 후, 투표용지를 회수하여 개표를 진행하였다. 첨단스럽게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구현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냥 수개표를 하기로 했다. (개표는 제 3자인 서울시립과학관 스탭 여러분들이 수고해 주셨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그리하여 최다 득표자 1분과 그 차상위 후보자 2분에게 다음과 같은 상품을 수여하였다.

2등 2명..레오폴드의 기계식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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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광의 1등의 상품은..이것

그렇게 하여 수상자는 1등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엑소’ 님, 2등에는 ‘더러미’ 님과 Organic Pop 이라는 앱을 소개하신 서기원 님이 수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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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상 상품이 기계식 키보드였다는데 놀라는 2등상 수상자 더러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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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상으로 닌텐도 Switch를 득템한 엑소님이 수상 소감을 발표중

아니 고작 회비 2만원 받아서 하는 모임에서 이것을 수여할 여력이 있음? 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제 2회 매사페에서는 서울시립과학관의 후원에 의해서 장소 대여료가 들지 않았고, 준비위원회 네프 님의 노력으로 안주 (치킨 + 피자) 의 스폰서가 가능했다. 그리고 본 행사 자체에서는 일체의 수익을 남기지 않기로 한 준비위원회의 결의로 남은 예산을 몽땅 사은품에 털어넣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라이트닝 톡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한쿡인의 소울푸드 치킨 세트를 추첨에 의해 제공하였다.추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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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톡 발표자이기도 한 팅커잭 님이 작성한 파이선 코드를 이용하여 추첨을 실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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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치킨은 카톡으로 발송..

원활한 네트워킹을 위한 조건 

제 1회 매사페에서는 스티커 형식으로 배지에 부착을 하여 자신이 어떤 부류에 속하는 사람인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스티커의 경우 너무 작아서 멀리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서울시립과학관에 보유하고 있는 58mm 직경의 버튼을 제작하는 버튼제작기를 이용하여 버튼을 제작한 후 자신이 원하는 버튼을 패용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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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 제작에 여념이 없는 SCV설명충 님과 cheri님

그리고 테이블은 가급적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배치하였으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이 해당 부류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푯말을 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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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지난번과는 달리 약 20여명의 라이트닝 톡을 묶은 세션을 하나 진행한 후에는 약 30분 정도의 매우 넉넉한 네트워킹 시간이라고 쓰고 쉬는시간이라고 읽는다을 주었다. 사실 2분의 발표에는 질문 같은 것이 수반될 수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질문은 네트워킹 시간에서 연자에게 찾아가서 좀 더 디테일한 내용을 물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충분한 네트워킹 시간은 필수적이다. 한 가지 문제는 장내에 사람이 좀 많았던 관계로, 자신이 질문을 하고 싶은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생겼다는 것이다. 아마 다음에는 제 1회 매사페와 같이 약 30분 정도 통합 질문 및 토의 세션을 가지는 것도 어떨까 싶다.

총평과 아쉬움 

사실 제 2회 매사페에서는 1회 매사페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상당히 보완하여 발전된 모임이 되었다고 자평한다. 일단 1회 매사페에 비해서 두 배 이상의 사람들이 라이트닝 톡을 하도록 한 것은 매우 성공적인 결정이었던 것 같고, 장소의 경우에도 1회에 비해서 충분히 여유 공간이 있어서 중간에 네트워킹을 하기에 용이하였으며, 충분한 네트워킹 시간을 준 것도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로 행사장에서 행사의 끝을 맥주(!) 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네트워킹의 지속도를 높이는데 큰 보탬이 된 것 같다.

물론 다소의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일단 ‘질문을 할 상대’를 찾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어야할 것 같다. 지금 생각으로는 세션이 끝난 이후 약 10-20분 정도의 질답 시간을 통해서 라이트닝 톡 참가자와 다른 참가자간의 질의의 토론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온라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라이트닝 톡 참가자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거나..아예 라이트닝 톡 참가자들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 (..) 처럼 확실히 식별되는 번호표를 패용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다양한 잡상이 떠오른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장소의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울시립과학관 메이커스튜디오는 시설면에서 마치 매사페를 하기 위해서 탄생한 곳처럼 깔맞춤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며 스탬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다. 그러나 서울 북부에 위치한 서울시립과학관 자체가 대중교통으로 억세스하는데 그닥 편리한 곳이 아니며, 주변에 ‘2차’ 를 가고 싶어하는 참가자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는 문제가 있다. 과연 완벽한 매사페 개최지는 어디가 될까? 는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2분 라이트닝 톡은 왜 이리 재미가 있는가? 

라이트닝 톡이나 페차쿠차 같은 여러가지 스타일의 숏 톡이 있지만 매사페에서는 2분이라는 매우 제한된 시간에 이야기를 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이것을 이전에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과연 ‘2분 안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2회에 걸친 라이트닝 톡에 참가한 분들은 2분이라는 시간이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며, 대개의 경우 2분은 자신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소위 ‘Take Home Message’ 를 전달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매사페와 같이 단일 전공이 아닌 다양한 전공이 모이는 모임에서 수십분에 걸친 매우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실 그리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당신이 대개 처음 들을 주제의 이야기에 대해서 2분 이상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필연적으로 주의가 분산되고 이야기가 재미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졸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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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많은 학회나 세미나가 다 이렇게 된다.

만약 당신이 2분의 요점 이상으로 해당 주제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알고 싶다면, 차라리 연자에게 직접 찾아가서 좀 더 디테일한 버전의 이야기를 들으면 된다. 어쩌면 2분 라이트닝 톡은 흥미를 유발하는 요인인 셈이고, 네트워킹을 통한 긴 버전의 이야기가 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매사페의 라이트닝 톡은 2분 정도로 제약되어 있는 일종의 ‘과학 연구 CM’ 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TV의 광고 방송을 계속 듣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최대 30초간 지속되는 메세지로써, 30초마다 바뀜으로써 적어도 사람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CM을 5분 혹은 10분 정도로 만든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CM 을 보고 있을까? 라이트닝 톡의 경우 세션 내내 집중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2분이라는 시간에 있다는 것이 두 차례의 행사를 치루어 본 사람의 결론이다.  10분 혹은 20분 정도 발표되는 당신의 과학 발표를 2분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95%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전달하는 정보량의 차이가 그닥 많지 않으리라는 것이 추측이다. (구체적인 실험 연구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한번 해 보면 흥미있을 것 같다)

커뮤니티 주도의 모임은 결국 ‘돌 수프 끓이기’ 이다.

사실 매사페와 같은 커뮤니티 주도의 모임은 결국 주최자가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의식으로 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 주도의 과학 모임의 주체자가 무슨 두세시간 동안 재미있는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힘들 것이며 무슨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러한 것을 개최하는 사람은 옛날의 우화에 나오는 것처럼 ‘빈 솥을 걸고 마법의 돌을 넣어 수프를 끓인다고 호언하는 나그네’ 와 비슷한 입장이다. 즉, 참가자들에게 ‘이 재료를 조금만 넣으면 맛이 있겠는데’ 내지는 ‘저 재료를 추가하면 더 괜찮겠는데’ 를 독려하는 사람이지 자신이 값비싼 재료를 자기 돈으로 넣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재료를 가져와서 넣으면 이익을 본다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주최자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러한 모임을 이용하거나, 혹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맛없는 재료만 가져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이러한 솥을 끓일 ‘판’ 을 잘 가꿀 필요가 있다. 다행히 본 행사는 이 블로그, 혹은 페북 분점, 그리고 biotalk 과 같이 화제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행사이므로, 모든 참가자가 적어도 어떤 재료를 가져오면 맛나는 수프가 끓여질지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즉 이러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러한 ‘정지 작업’ 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각종 x사페의 출현을 앙당한다. 

사실 매사페가 나름 어느정도 화제가 된 이후에 기대한 것은 매사페와 비슷한 정신을 가지는 과학자들의 놀이문화 (?)가 형성되기를 바랬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언제 제 2회 매사페를 하냐고 물어보는 분들은 많았지 여러분 저 전업행사러 아니거던요?

그래서 재안하고 싶다. 만약 매사페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일년에 한번 정도 열리는 것이 불만족스러우면 여러분만의 X사페, 즉 뭐뭐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만드시라! MD과학자라면 ‘의사페’. 서울에 사는 과학자들이라면 ‘설사페’ (…), ‘박사과정 학생의 모임’ 을 만들고 싶으면 ‘박사페’ (….) 라이트닝 톡 2분이 짧다면 3분, 아니 5분, 그것도 아니면 한시간 뛰는 여러분의 모임을 만드시라! 그닥 모임 만드는 것 어렵지 않다! 짦은 뒷풀이가 아쉽다면 소수정예가 모여 1박 2일 모여서 떠드는 해커톤과 같은 모임을 만드시라!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무튼 공식 회차가 되는 매사페는 아마도 1년에 한번, 개최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제 3회 매사페가 열리기 전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과학 덕후 또는 덕업일치를 한 과학자들에 의해서 개최되는 수많은 자생적인 모임이 꽃피기를 바라며, 제 2회 매사페의 후기를 마치도록 한다.

제 2회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

장소 : 서울시립과학관 메이커 스튜디오

일시 : 2018년 1월 27일 (토) 1:00PM – 7:00PM

 

기획 : MadScientist, 오지의 마법사, 네프, 과ㅈ, ㅓㅇ남, cheri, 설명충

포스터, 배지, 현수막, 포토월 디자인 : 김수현

케이터링, 스폰서, 상품 구매 : 네프

회계 : 오지의 마법사

사진 촬영 : ㅓㅇ남

행사 진행 : 과ㅈ

배지 제작, 접수 : cheri, 설명충

장소 제공 장내 정리 및 지원 : 서울시립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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